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322화 (210/356)

< 낭만필드 - 322 >

[맨체스터 시티, 또 이겼다. 울브스에 3-0 승리.]

[62경기 연속 무패. 무패 우승 눈앞에 둔 맨체스터 시티.]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2-0의 승리를 거둔 맨체스터 시티는 울버햄튼 원정에서도 3-0으로 승리하며 무패 기록을 한 경기 더 늘렸다.

맨체스터 시티가 경기에서 패배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신기록이 경신되는 상황이었다.

어느새 연속 무패 유럽 신기록은 62경기까지 늘어났다.

세르히오 아게로는 30골로 리그 득점 선두, 에딘 제코는 24골로 3위, 알렉시스 산체스는 19골로 5위.

102골의 팀 득점은 2009/10시즌 첼시가 세운 최고 기록 103골에 한 골 차이로 다가섰고, 18골의 팀 실점 역시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32골에 두 배 가까운 차이로 압도적인 1위였다.

28승(7무)째를 수확하며 승점 91점으로 2004/05시즌 첼시가 세웠던 최고 기록 95점에 4점 차이로 다가섰고,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인 같은 시즌 첼시의 29승 기록 역시 1승만을 남겨두었다.

[맨유에게는 너무 잔인한 맨체스터 더비.]

[무패 우승을 향한 마지막 고비, 맨체스터 더비.]

[많은 것이 걸렸다.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난 원수.]

맨체스터 시티의 36라운드 상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맨체스터 시티의 37라운드와 38라운드 상대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퀸즈 파크 레인저스.

이번 시즌 돌풍의 주인공인 뉴캐슬은 리그 4위에 올라 있는 등 경기력이 좋았지만, 잡는 경기와 포기하는 경기를 잘 선택했을 뿐, 경기력이 그렇게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 예로 골 득실 마진이 고작 +13에 불과해 +84의 맨체스터 시티와는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즉, 맨유와의 이번 경기가 사실상 맨체스터 시티의 무패 우승을 가로막는 마지막 고비가 된다는 이야기였다.

[2011/12시즌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더비에서 끝나나.]

[과연 맨체스터 더비는 왕위 계승의 장이 될 것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왕국, 이대로 무너지나.]

그리고 이번 맨체스터 더비가 중요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35라운드까지 맨체스터 시티의 성적은 28승 7무 무패, 승점 91점이었다.

그리고 2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성적은 26승 5무 4패로 승점 83점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맨체스터 시티를 승점 3점차로 바짝 추격하던 맨유는 결국 얇고 노쇠한 스쿼드의 한계로 인해 시즌이 막판으로 접어들자 힘이 '확'하고 빠져 버렸다.

최근 경기들에서 승리를 거둔 경우보다 비기거나 진 경기가 더 많을 정도로 부진이 심했다.

그 결과, 두 팀의 승점 차이는 8점, 남은 경기는 세 경기.

36라운드에 치러질 맨체스터 더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승리하지 못한다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은 맨체스터 시티에게 넘어가는 상황이 만들어져 있었다.

[퍼거슨, “우승은 맨체스터 시티. 하지만 쉽지 않을 것.”]

[비디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적은 언제나 일어난다.”]

퍼거슨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이 사실상 확실해졌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쉽게 내줄 생각은 없음을 선언했다.

최소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는 우승을 확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우승을 확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한 시즌에 해당하는 38경기를 이어온 프리미어리그 무패 행진을 막아내며 무패 우승도 저지할 것이라 말했다.

맨유의 주장인 네마냐 비디치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가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으며, 맨유의 우승 가능성도 없어진 것은 아니라 주장했다.

[만치니, “리그에서 무패로 우승한다는 건 꿈과 같은 일.”]

[주, “맨유 선수단 앞에서 불꽃놀이를 즐기겠다.”]

반면, 맨체스터 시티는 최악의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앞에서 우승을 확정 지을 생각이었다.

지난 시즌 골 득실 1점 차이로 맨유를 제치고 우승하면서 어느 정도 분풀이에 성공했지만, 맨유 선수단 앞에서 우승을 확정 지으면 또 다른 쾌감이 있을 터였다.

경기가 끝난 뒤, 침울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갈 맨유 선수단 앞에서 우승 축하 폭죽과 함께 불꽃놀이를 즐기는 그 기분을 꼭 느껴보고 싶었다.

***

“형, 우승은 많이 해봤잖아? 이번에는 우리가 할게.”

“그게 무슨 헛소리야. 당장 지난 시즌 우승팀이 너희잖아. 작년에도 했으니까 이번에는 우리한테 양보해.”

경기를 앞두고 성배는 박인진과 만나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이번 시즌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일찌감치 유럽 대항전에서 탈락해 박인진이 한가했지만, 성배가 바빠 자주 만나지 못했다.

그레이터 맨체스터 주를 떠나 뉴캐슬로 이적한 임채영이 박인진과 더 자주 만났을 정도였다.

“와, 있는 사람들이 더하다더니. 형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컵 세 개나 있잖아. 나는 한 개밖에 없다고. 지금은 내가 우승하는 게 맞는 거지.”

“아니, 너 몇 살이냐. 너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이잖아. 난 벌써 서른하나라고. 넌 앞으로 기회 많으니까 이번에는 나한테 넘겨.”

둘이 아무리 싸워도 우승팀 결정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는데, 두 사람은 계속 유치한 말싸움을 이어갔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은 선수들이고, 각각 대한민국과 벨기에의 상징과도 같은, 이미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선수들이었지만, 평범한 또래 남성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이들도 친한 사람과 있으면 정신 놓고 바보짓을 일삼았다.

‘자, 바보짓은 이 정도면 됐고.’

처음에는 분명 박인진과 윤기표의 유명세를 등에 업으려 접근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두 사람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지만, 여전히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명세를 이용하려고 접근하긴 했어도, 기본적으로 팬심과 호감이 베이스에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을 향한 행동들은 모두 진심이었다.

‘그래도 우승은 양보할 수 없지.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아쉽지만, 그거랑 그건 별개니까.’

아무리 박인진을 좋아한다고 해도 우승은 절대 내줄 수 없었다.

물론, 여기서 패배해도 맨시티의 우승 확률이 압도적이었지만,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맨체스터 더비는 포기할 수 없는 경기였다.

‘이미 차이가 너무 많이 벌어졌어.’

많은 관심이 쏠린 경기였지만, 초반 분위기는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꽤 원사이드했다.

이미 두 팀 스쿼드의 차이가 상당히 많이 벌어졌다는 게 성배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선발 출전한 맨유 선수 중 긱스나 스콜스, 캐릭 등의 베테랑과 스몰링, 필 존스 등의 유망주들은 맨시티로 넘어오면 백업 선수들과의 경쟁도 이겨낼 수 없었다.

밀너, 라키티치, 데 용, 콜로 투레, 사발레타가 맨시티에서 이들과 같은 포지션의 백업 선수라는 부분에서 이미 이야기는 끝났다.

“배리의 강한 압박! 스콜스, 버티질 못합니다! 어떻게든 버텨내려고는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만 들으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많이 약해진 것처럼 들리겠지만, 맨시티가 워낙 강할 뿐, 리그 2위에 올라있는 강팀이었다.

하지만 맨유의 가장 큰 문제는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예전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맨유는 베테랑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베테랑들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매번 고전했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이유 역시 이러한 약점들의 연장선에 있었다.

“정말 세월이 야속하네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잉글랜드 축구의 레전드, 폴 스콜스도 세월을 이기지는 못했어요. 자신보다 훨씬 젊은 맨시티 미드필더들의 강한 압박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아, 결국 빼앗기네요.”

베테랑의 무기는 결국 경험을 앞세운 노련함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든 스포츠의 기본 중의 기본은 신체능력이었다.

이 신체능력이 많이 떨어진 스콜스는 월드클래스의 맨시티 선수들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찌감치 쉬게 해주지.’

배리가 태클로 걷어낸 볼은 왼쪽 측면의 성배에게 흘렀다.

아래에서부터 빠르게 올라와 볼을 잡아낸 성배는 순식간에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것도 피지컬로 쳐준다면, 성배의 피지컬에 대한 평가가 몇 배는 더 올라갈 정도로 그라운드의 상황을 파악하는 뛰어난 능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복귀가 늦어. 중간층이 없다는 게 여기서 보여.’

스콜스가 볼을 잡고 공격을 만들어나가던 시점이었기에 맨유의 수비라인은 그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러다 스콜스가 볼을 끊기고 공격권이 넘어가면서 다시 라인을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중간층이 없고 베테랑과 유망주로 이뤄진 극단적인 스쿼드를 보유한 맨유는 라인 정비가 더디게 이루어졌다.

베테랑은 알고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고, 유망주는 몸은 따라갈 수 있지만, 상황 파악이 느렸다.

“실바에게 볼 투입! 환상적인 턴! 필 존스를 바보로 만듭니다! 거침없는 돌파!”

성배가 실바에게 볼을 넘겨주었을 때, 필 존스는 실바의 뒤로 바짝 붙어 돌아설 수 없게 하려 했다.

하지만 어정쩡했다.

아예 바짝 붙거나 거리를 벌려 돌파를 막았어야 했는데, 둘 다 생각하다가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었다.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볼을 옮기며 물 흐르듯 돌아선 실바의 돌파에 필 존스는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아게로가 같이 달립니다! 실바, 아게로에게, 힐패스! 다시 실바에게!!”

실바와 아게로가 함께 달렸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였기에 맨유의 수비수들은 누구를 막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바는 중앙으로, 아게로는 측면으로 움직이면서 X자로 교차했고, 실바의 패스를 받은 아게로가 힐패스로 다시 실바에게 돌려주었을 때, 실바를 마크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찬스, 찬스입니다! 슈팅!! 골! 골입니다! 다비드 실바! 선취 골을 터뜨립니다! 다비드 실바와 세르히오 아게로의 멋진 플레이! 맨체스터 시티, 선취 골을 넣으며 먼저 웃었습니다!”

실바가 직접 득점을 노리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지만, 득점력이 아예 없는 선수는 또 아니었다.

준수한 슈팅 능력이 있지만, 킬패스 등 공격진을 지원하는 데는 특출난 능력을 보유했기에 선택과 집중을 했을 뿐이었다.

지금처럼 노마크 찬스는 실바도 절대 놓치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 우승컵을 향해 크게 다가섭니다! 두 시즌 연속 우승까지 60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맨체스터 더비에서 우승을 확정 짓겠다는 맨시티 선수들의 기세가 무서웠다.

어떻게든 오늘 경기에서만큼은 우승컵을 내주지 않기 위해 맨유도 사력을 다했지만, 기본적으로 양 팀이 가지고 있는 역량의 차이가 뚜렷했다.

“주성배, 왼발 프리킥! 골! 골입니다! 주성배의 추가 골! 맨체스터 시티, 두 골 차의 리드를 잡고 앞서 나갑니다! 동시에 시즌 104득점으로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을 작성합니다!”

후반전 중반, 성배의 프리킥이 맨유의 그물을 흔들었다.

맨시티의 두 번째 골이었다.

“아, 맨유... 이제 버티는 것도 한계네요. 베테랑 선수들이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맨시티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어요.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우는 역사적인 골은 주의 차지가 되었죠? 역시 이런 기록들은 정말 귀신같이 찾아먹는 선수예요.”

베테랑 위주 스쿼드를 앞세워 리그 2위까지 올라온 맨유였지만, 애초에 맨유가 베테랑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세대교체 실패에 따른 미봉책에 불과했다.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한 선수들을 앞세웠기에 약점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었다.

“맨체스터 시티, 오늘 우승하는 분위기입니다.”

오늘 경기 전까지 맨유전 4연승을 달리던 맨체스터 시티였기에 이번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최근 맨유의 경기력이 심하게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를 잡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맨유전 5연승과 맨체스터 더비를 통한 프리미어리그 우승 확정은 맨체스터 시티 입장에서 더없이 통쾌한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예상한대로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 낭만필드 - 322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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