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321화 (209/356)

< 낭만필드 - 321 >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치러지는 장소는 알리안츠 아레나입니다! 그리고 알리안츠 아레나는 지금 경기를 치르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입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UEFA가 인정한 5성급 경기장에서만 치러졌다.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결승전이 치러질 장소를 선정했고, 이번 시즌의 결승전은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리게 되어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 자신들의 안방에서 손님들의 축제를 바라볼 겁니까? 안방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러고 싶겠죠. 바이에른 뮌헨은 자신들의 홈에서 결승전이 치러지는 만큼, 홈팬들 앞에서 빅 이어를 들어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거예요. 아마 그 어느 때보다도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원하고 있겠죠.”

이번 시즌이 아니면 또 언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릴지 장담할 수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목을 멜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바이에른 뮌헨에게는 선취 골이 중요합니다. 어떻게든 선취 골을 빨리 넣어야 작은 가능성이라도 붙잡을 수 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와 바이에른 뮌헨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홈에서 1-2 패배를 당한 바이에른 뮌헨 입장에서는 결승전에 진출하기 위해 어떻게든 이번 경기를 잡아야만 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몸놀림이 무거워 보이네요.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움직임이 조금 더 가벼워요.”

하지만 상황은 바이에른 뮌헨 쪽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쪽은 홈에서 경기를 펼치는 맨체스터 시티였다.

홈에서 펼쳐지는 경기라는 점도 분명 크게 작용하겠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백업 스쿼드의 얇은 두께가 발목을 잡는 모습이죠? 이에 비해 맨체스터 시티는 오늘이 마치 시즌 첫 경기인 것처럼 쌩쌩한 모습이에요.”

모두가 입을 모아 바이에른 뮌헨의 이번 시즌 전력이 유럽 최고 수준이라 평가했다.

실제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준 마리오 고메즈와 만능형 플레이어로 바이에른 뮌헨을 여기까지 끌고 온 프랭크 리베리, 드디어 잠재력이 폭발한 토니 크로스, 슈바인슈타이거와 구스타보의 강력한 중원 장악력, 필립 람의 리더십과 마누엘 노이어가 지키는 든든한 골문까지.

바이에른 뮌헨에 약점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모든 평가들은 베스트 라인업이 가동된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되는 것이었다.

“확실히 양 팀이 보유한 백업 스쿼드 두께의 차이가 큽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더블 스쿼드를 운용하는 클럽이지 않습니까?”

유럽 최강이라 평가받은 바이에른 뮌헨의 현재 리그 순위는 2위였다.

1위는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바르셀로나, 심지어 릴에게까지 밀리며 4위로 유로파리그 출전권마저 따내지 못한 도르트문트였다.

“백업 라인의 부실, 이 약점 하나 때문에 바이에른 뮌헨의 이번 시즌이 무관으로 끝나게 될지도 몰라요. DFB-포칼 결승전에 진출해있기는 하지만, 거기서도 최근 기세가 무서운 도르트문트를 상대해야 하거든요?”

바이에른 뮌헨의 초반 기세는 좋았다.

시즌 개막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리그 1위 자리를 지켰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가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하고 리그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고비를 맞았다.

리그에 집중하기 시작한 도르트문트는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갔고, 리그와 챔스를 병행해야 했던 바이에른 뮌헨은 백업 라인 부실로 인해 부진에 빠지며 리그 선두 자리를 내준 뒤, 다시 빼앗아오지 못했다.

“물론, 바이에른 뮌헨의 오늘 경기력도 나쁘지는 않아요. 충분히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는 중이고, 이 정도 경기력이면 어지간한 클럽들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네요. 맨체스터 시티는 시즌 후반에도 시즌 초반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었고, 리그보다는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하기 시작한 바이에른이었기에 오늘 경기에 모든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상대적이었다.

“말씀하신 대로 오늘의 바이에른 뮌헨 역시 강합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가 조금 더 강합니다.”

그렇게 준비했어도, 바이에른의 주전 선수들에게는 이미 상당한 피로가 쌓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정 경기는 꽤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더블 스쿼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했고, 심지어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맨체스터 시티와 비교하면 쌓인 피로의 차이가 상당했다.

“오른쪽 측면으로 파고드는 알렉시스 산체스! 바이에른 뮌헨은 절대로 실점해서는 안 됩니다! 분명 힘들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버티면서 일단 선취 골부터 차근차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산체스의 날카로운 돌파에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신들의 진영으로 복귀했다.

비록 체력은 조금 떨어졌지만, 일단 라인이 정비되기만 한다면 경기력에 나무랄 곳은 없었다.

“다시 뒤로 볼을 돌리는 산체스, 맨체스터 시티, 살짝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급할 이유가 없죠. 굳이 골을 노리지 않아도 천천히 잘 버텨내기만 한다면 클럽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진출하게 되는 상황이니까요.”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 라인이 단단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지만, 애초에 맨체스터 시티는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산체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굳이 무리하기보다는 볼을 뒤로 돌려 천천히 시간을 끌었다.

결정적인 찬스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여유 있게 경기를 운영하면서 안 그래도 힘든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을 괴롭힐 생각이었다.

“다비드 실바에게 볼이 이어집니다. 주위를 한 바퀴 빙 둘러보는 다비드 실바!”

평소처럼 살짝 중원으로 올라가 경기를 조율하던 다비드 실바는 어느 한 곳을 보며 눈을 빛냈다.

실바는 자신의 시선에 다음 플레이가 보이면 절대로 미적거리지 않는 선수였다.

“바이에른 선수들, 힘들겠지만 계속해서 압박해줘야죠! 아, 찔러주는 패스!”

“주, 뒤에서부터 빠르게 침투! 패스받았습니다!”

성배는 바이에른 선수들의 반응이 아주 미묘하게 느리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아니, 어지간한 정상급 선수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차이였지만, 체력적인 문제 때문인지 미세하게나마 반응이 둔했다.

그것을 이용해 뒤에서부터 몰래 파고든 성배는 천하의 람까지 속여내며 빠르게 침투했다.

‘그냥 대놓고 때리면 되겠다.’

바이에른의 모든 수비수가 성배의 움직임을 놓쳤다.

수비 뒷공간을 완벽히 파고든 성배가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실바의 패스를 받아냈을 때, 성배는 완벽한 노마크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걸로 잘 가라.’

이번 슈팅이 들어간다면, 어쩌면 결정타가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이게 들어가도 바이에른 뮌헨이 두 골을 넣으면 연장전에 돌입해야 했지만, 성배의 감은 이 골이 결정타가 될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미 지쳤고, 초조했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가까스로 부여잡고 있는 그 마지막 끈을 끊을 수 있는 한 방이 될 것이었다.

“오른발로 강하게! 골! 골입니다! 그대로 때려 박았습니다! 때려 박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주의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오른발 슈팅! 이 슈팅이 바이에른 뮌헨의 골망을 가릅니다! 맨체스터 시티, 선취 골!”

아무리 노이어가 세계 최고의 골키퍼여도, 괴물과도 같은 반응 속도를 가지고 있어도 막을 수 없는 슈팅이었다.

노이어와 성배의 거리는 고작 3m도 되지 않았고, 온몸의 힘을 다 실어서 걷어찬 작은 볼은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한 절대 반응할 수 없는 속도로 바이에른 뮌헨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이건 크죠! 이건 정말 커요! 맨체스터 시티의 선취 골로 바이에른 뮌헨에게는 최소한 두 골이 더 필요해졌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번 득점이 바이에른 뮌헨의 마지막 전의까지 꺾어버릴 수 있다는 거죠!”

조금이나마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득점의 중요성을 눈치챌 수 있었다.

가뜩이나 불리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실낱같은 그 끈을 붙잡고 있었던 바이에른 뮌헨에게 이번 실점은 너무 잔인했다.

클럽 역사상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티켓.

에티하드 스타디움으로의 배달이 거의 완료된 상황이었다.

“후우, 왜 이렇게 휘슬을 안 부는 거죠? 이제는 끝낼 때도 된 것 같은데...”

맨체스터 시티 벤치는 텅 비어 있었다.

어느 한 명도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치니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물론이고 선수, 팀 닥터, 통역 등 어느 한 사람도 앉아있지 않았다.

“이제 거의 다 끝났어. 그리고 긴장하지 좀 마. 남은 시간에 세 골은 절대 안 나오니까.”

루카쿠는 긴장할 상황도 아닌데 잔뜩 긴장해서 꽉 쥔 주먹을 펼 생각도 못 했다.

그런 루카쿠를 타박하면서도 성배 역시 벤치에서 일어나 목을 빼고 경기 종료 휘슬을 기다렸다.

-삑! 삐--익!!

“끝났다, 끝났어! 주!! 끝났어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기 종료 휘슬이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울려 퍼졌다.

이미 오래전에 뛰쳐나갈 준비를 마친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그라운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 끝났어. 우리가 가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성배의 선취 골에 이어 투레의 추가 골까지.

두 골을 기록한 맨체스터 시티는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2-0의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1, 2차전 합계 4-1의 스코어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티켓을 얻어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펼쳐지는 알리안츠 아레나로 향하게 된 클럽은 알리안츠 아레나의 주인, 바이에른 뮌헨이 아닌 맨체스터 시티였다.

‘후우. 이제 마지막 한 경기인가.’

그렇게도 벼르던 빅 이어, 맨체스터 시티가 차지하지 못한 사실상의 마지막 우승 트로피, 빅 이어까지는 이제 한 경기만이 남아 있었다.

***

“노엘, 결승전 티켓 보냈습니다.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보러 오세요.”

[뭐? 벌써 보냈다고? 이런! 올해 들어서, 아니 최근 한 십 년 중에 우리 가족의 일을 빼고는 가장 감동적인 소식이야!]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결정된 이후, 성배는 노엘 갤러거와의 약속을 지켰다.

자신에게 배정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티켓 중 몇 장을 노엘에게 보내준 것이었다.

“노엘도 약속 꼭 지켜요. 어지간하면 알리안츠 아레나에 제 응원가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네요.”

[물론! 당연하지! 사실, 어느 정도 미리 작업해놨다고. 결승전에 가지 못했어도 선물했을 텐데, 네가 먼저 약속을 지켰으니 나도 지켜야겠지. 기대해. 죽여주는 녀석으로 뽑아줄 테니까.]

성배는 기분 좋게 노엘 갤러거와의 통화를 종료했다.

세계 최고의 뮤지션 중 한 명이자 맨체스터 시티의 광팬인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응원가였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음악이 나올 것이었다.

‘자, 이제 하나하나 결과물을 수확할 차례인가.’

노엘 갤러거와의 약속을 생각하는 건 여기까지였다.

이제 한 시즌을 열심히 달려온 결과물들을 수확할 시간이었다.

< 낭만필드 - 321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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