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320 >
“라키티치, 한 번에 찔러주는 롱패스! 오른쪽 측면으로! 맨시티, 일제히 밀고 올라갑니다!”
지나치게 많이 올라온 수비라인 때문에 역습위기를 맞이한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만을 노리고 있었던 맨시티 선수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라키티치에게 볼이 이어지고, 성배의 외침을 들은 순간, 맨시티 선수들은 일제히 바이에른 뮌헨 진영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산체스, 옆으로 떨궈주고, 아게로에게 이어집니다! 아게로, 아게로! 중앙으로!”
대부분의 선수가 코너킥 공격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나마 남아있는 바이에른의 수비수들은 우선적으로 중앙 쪽을 수비했다.
이를 본 라키티치는 굳이 경쟁이 필요한 중앙으로 패스하지 않고, 비교적 널널한 측면으로 볼을 내주었다.
산체스는 라키티치의 의도대로 원터치 패스를 통해 아게로에게 볼을 내주었고, 아게로는 조금 더 전진한 뒤, 중앙으로 볼을 투입해주었다.
“제코, 제코, 제코, 슈-웃!! 골입니다, 골! 에딘 제코의 역전 골! 챔피언스리그 4호 골입니다! 엄청난 스피드를 보여준 맨체스터 시티의 역습을 에딘 제코가 마무리합니다! 역전! 역전에 성공하는 맨체스터 시티!”
루카쿠와 교체되어 투입된 제코는 발이 느린 편임에도 최선을 다해 질주했다.
그 움직임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는 듯 아게로의 패스가 제코에게 이어졌고, 골이나 다름없는 일대일 찬스가 주어졌다.
골 결정력이 뛰어난 데다가 폼까지 최고조에 올라온 제코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이건 크죠! 이번 득점이 의미하는 바는 정말 커요!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에서 리드를 잡았어요! 만약 맨시티가 오늘 경기를 잡아낸다면, 원정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잡아낸다면 4강 진출의 7부 능선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바이에른 뮌헨이 굳이 무리해서까지 라인을 끌어올렸던 것은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었다.
홈이고 원정이고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는 맨시티였지만, 아무래도 홈에서의 경기력이 미세하게나마 좋았다.
안 그래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맨시티를 원정에서 만나게 되면 홈경기보다 두 배는 힘들 수밖에 없었다.
“남은 시간은 10분! 바이에른 뮌헨에게는 이제 고작 10분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제 10분만 더 지나면 새로운 기록이 세워지죠! 맨시티, 전설의 밀란 제너레이션이 세웠던 58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경신하기 직전까지 와있어요!”
맨체스터 시티의 무패 기록을 끊기 위해서는 남은 10분 동안 바이에른 뮌헨이 두 골을 넣어야 했다.
하지만 원정 경기에서 리드를 잡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가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도 없었고, 수비적으로 운영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는 유럽 최고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확률이 높지는 않았다.
“로벤, 중앙으로 올라가면서 왼발 슈팅! 아, 터무니없이 빗나갑니다!”
“이건 아니죠!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시도하는 로벤의 왼발 슈팅은 매크로라 불릴 정도의 높은 효율을 자랑하고, 알아도 못 막는다는 말까지 있지만, 지금은 로벤이 의도했다기보다 주의 수비에 막혀 울며 겨자 먹기로 억지로 시도한 것이었거든요? 이런 슈팅이 정확할 리 없죠!”
시간이 흐를수록 바이에른 뮌헨은 무리수를 남발했다.
시간은 흐르고,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는 여전히 굳건했으니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을 뿐, 좋은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이런 공격들이 이어질수록 바이에른 뮌헨의 승리 확률은 낮아져만 갔다.
“경기 끝났습니다! 주심, 경기 종료를 선언합니다! 맨체스터 시티,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에서 2-1로 바이에른 뮌헨을 잡아내며 먼저 앞서나갑니다! 그리고 동시에 59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수립하며 새로운 유럽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결국, 로벤의 슈팅을 마지막으로 경기가 종료되었다.
결과는 맨체스터 시티의 2-1 승리.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클럽 역사상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한 발자국을 크게 내딛었다.
동시에 59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유럽 레코드를 달성했다.
“결국, 해냈네요! 맨체스터 시티, 결국 밀란 제너레이션의 전설적인 기록을, 깨기 힘들 거라 평가되던 그 기록을 경신했어요! 그야말로 파죽지세! 누가 이 기세를 멈출 수 있을지 지금 상황에서는 쉽게 이야기할 수 없네요!”
시즌 초반부터 이어오던 무패 기록.
처음 이 기록을 이어나갈 때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유럽 레코드 경신이 이루어졌다.
***
[맨체스터 시티와 59경기 간의 기록.]
[59경기 연속 무패, 맨체스터 시티가 걸어온 발자취.]
[59경기 무패 기록을 달성한 맨체스터 시티의 힘은?]
그야말로 맨체스터 시티 신드롬이었다.
전 유럽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맨체스터 시티였기에, 잉글랜드 내에서는 맨시티를 향한 어마어마한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 59경기를 하나하나 조명하는 기사들도 쏟아졌고, 그 뒤에 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진정한 힘이 어디에 있는가를 분석하는 분석 기사들 역시 쏟아져 나왔다.
맨체스터 시티의 서포터들은 고작 2년 만에 별 볼 일 없는 팀을 응원하며 겪었던 130년간의 서러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잉글랜드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이 맨체스터 시티에게 쏠린 덕분이었다.
“이 기사 제대로인데? 우리가 봐도 우리가 되게 멋있어 보인다. 하하.”
“그러게. 기사가 되게 잘 뽑혔어. 우리라는 걸 모르고 봤으면 나도 기사에 나오는 클럽의 서포터가 될 뻔했다니까? 하하. 이 분 리포터 일도 하시는 분 아닌가? 다음번에 만나면 고맙다고 말이라도 해줘야겠네.”
맨시티 선수들 역시 이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워낙 띄워주다 보니 살짝이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뭘 그렇게 웃으면서 보고 있어? 뭐 재미있는 기사라도 있어?”
신문을 읽으며 신나게 웃고 있는 야야 투레와 로멜루 루카쿠, 두 선수의 뒤에 나타난 성배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세 선수 모두 프랑스어가 영어보다 편했기에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중이었다.
물론, 투레와 루카쿠의 영어가 아직은 서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아, 주! 이 기사 좀 봐. 우리가 봐도 우리한테 반할 수밖에 없도록 예쁘게 잘 뽑혔다니까?”
야야 투레는 성배에게 신문을 내밀었다.
하지만 성배는 신문을 받아들지 않았다.
이미 기사로 뽑히기 전의 초고부터 퇴고를 거치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 완성본까지 모두 읽어보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정보제공자를 넘어 공동 저자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이 기사에 높은 지분을 가진 사람이 바로 성배였다.
‘그럴 수밖에. 시티의 주장인 내가 직접 봐준 기사니까.’
이 기사의 주인공은 바로 첼시였다.
맨시티 소속의 현역 선수, 그것도 선수단 운영에 있어서는 코칭스태프 못지않게 깊숙이 개입한 시티의 주장 성배가 직접 제공하고 검토한 기사였으니 압도적인 퀄리티를 자랑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 개인 훈련시간 아닌가? 내가 알기로 두 사람 다 30분 이상 쉰 거로 알고 있는데, 벌써 훈련 끝낸 거야?”
뿌듯한 것은 뿌듯한 것이었고, 할 일은 해야 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모든 선수는 최소한 훈련장에서만큼은 성배의 눈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야야 투레와 로멜루 루카쿠 역시 마찬가지였다.
성배가 알기로 두 선수는 벌써 30분 이상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체력 코치의 플랜에 정해진 시간보다 거의 세 배 가까이 오버한 시간이었다.
“음... 그렇지. 뭐, 금방 다시 운동하려고 했어.”
“바로 운동하러 갈게요. 죄송해요.”
성배의 날카로운 지적에 두 명 모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성배의 말이 1부터 10까지 모두 옳은 말이었으니 대꾸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바깥에서 비행기 태워준다고 너무 들뜨지 마. 그 비행기에서 추락하고 싶지 않으면. 어디까지나 우리가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둬야 유지될 관심이니까, 당장 내일이라도 패배한다면 바로 비난으로 바뀌게 될 거야.”
최근 들어 맨체스터 시티의 팀 분위기가 조금은 흐트러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성배 본인도 냉정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큰 관심이 쏟아졌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전생을 포함해 40년이 넘는 경험을 가진 성배도 흔들릴 정도의 관심을 20대 초중반의 선수가 대부분인 맨시티 선수들이 버텨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당연히 들뜨겠지. 어쩔 수 없어. 당장 나도 흔들리고 있다는 걸 내가 느끼는데. 그래도 기분이 들뜨는 것과 훈련을 소홀히 하는 건 다른 거야. 들뜨는 기분을 다잡는 건 못해도, 최소한 평소와 같은 생활은 유지해야지.”
결국, 지금의 이 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과를 보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생활이 안정되면 심리적인 부분 역시 쉽게 다잡을 수 있었다.
평소와 같은 훈련, 평소와 같은 일상, 평소와 같은 사생활을 가져간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들떴던 기분도 가라앉을 것이었다.
“세르히오 아구우에로, 멀티 골! 후반 중반에 교체 투입된 세르히오 아게로가 15분 만에 멀티 골을 기록하며 30호 골을 기록했습니다! 드디어 30호! 그리고 리그 득점 단독 1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59경기 연속 무패 기록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살짝 흔들렸던 맨체스터 시티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원래의 페이스로 복귀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만치니 감독과 코칭스태프들, 무엇보다 성배의 역할이 컸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일곱 번째 골이에요! 일곱 번째 골! 노리치 시티를 상대로 7-1로 크게 앞서나가고 있어요! 맨체스터 시티의 끝은 도대체 어딘가요? 불과 3일 전에 독일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치열한 경기를 펼쳤는데, 아무런 영향도 없다는 듯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성배의 노력 덕분에 분위기를 가라앉힌 맨체스터 시티는 여전히 무서웠고, 진정된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력은 노리치 시티가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4강 1차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분노를 노리치 시티에게 풀어버린 에딘 제코가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22호, 23호, 24호 골을 기록했고, 보아텡과 산체스가 한 골씩 기록했다.
그리고 후반 막판에 교체 투입된 아게로가 15분 만에 멀티 골을 터뜨리며 30골의 고지를 정복, 경기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리그 득점 단독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아게로의 일곱 번째 골로 맨체스터 시티의 이번 시즌 리그 득점은 99골이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네 경기에서 네 골만 더 넣으면 역대 한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기간 승점 8점만 더 추가하면 최다 승점 신기록까지 세울 수 있습니다.”
“신기록의 행진이네요. 연속 무패 신기록에 시즌 최다 득점, 최다 승점 신기록,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최고 승률 우승과 구기종목 역사상 최고 승률 신기록, 그리고 결정적으로 트레블까지도 노려볼 수 있죠. 맨시티, 정말 이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슬슬 시즌의 마지막이 가까워지면서 맨체스터 시티가 한 시즌 내내 열심히 뛰어왔던 것에 대한 결과물, 그 보상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역사상 최고의 시즌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맨체스터 시티의 마지막 분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 낭만필드 - 32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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