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319화 (207/356)

< 낭만필드 - 319 >

이미 시즌 중에 2주짜리 부상 두 번, 3주짜리 부상 한 번으로 한 달 반이 넘도록 FC Hospital 임대를 다녀왔던 리차즈였다.

아직 그 포텐셜을 완벽히 터뜨린 것은 아니지만, 차기 FC Hospital의 에이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리차즈, 또 부상입니까? 일단 아직까지는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단순 부상 기간만 7주, 회복 기간까지 더하면 두 달 정도 전력에서 이탈해 있었던 리차즈였다.

리차즈에게 EPL 탑클래스라 평가하길 조심스러워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기량은 탑클래스라 불릴 만한데, 부상이 너무 잦았다.

“다행히 벤치에 사발레타가 대기하고 있죠? 정말 맨시티 입장에서는 사발레타가 보물이네요. 소화 가능한 포지션이 많은 멀티 플레이어인데, 기량도 세계적인 수준이니 이런 선수를 어디서 또 구할 수 있을까요?”

사발레타가 버텨준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관리가 필요한 레프트백 성배와 부상이 지나치게 잦은 라이트백 리차즈는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른 클럽이었다면 경기중 두 선수가 이탈하는 상황이 오면 답이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맨시티는 양쪽 측면 수비가 모두 가능한 사발레타 덕분에 선수 운용에 큰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그라운드를 떠나는 마이카 리차즈. 사발레타가 급하게 몸을 풉니다.”

리차즈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교체되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사발레타에게 몸을 풀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없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몸을 달궜다.

“리차즈를 대신해 사발레타가 투입됩니다. 어쩌면 리차즈의 이 부상은 오늘 경기의 중요한 분수령일 수 있습니다.”

리차즈는 분명 뛰어난 선수였지만, 사발레타 역시 만만치 않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걱정이 있다면 예상치 못한 선수 교체로 인해 교체 카드 한 장이 허무하게 날아갔다는 부분이었다.

“오늘 리베리의 움직임이 굉장히 좋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급하게 출전한 사발레타가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굉장히 중요해요. 리베리에게 고전하던 리차즈보다 사발레타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경기의 주도권이 맨시티로 넘어갈 수 있고, 몸을 제대로 풀지 못한 사발레타가 리베리를 막아내지 못하면 오늘 경기가 힘들어지겠죠.”

몸을 풀지 못하고 투입된 것도 부담일 텐데, 그것과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부담이 사발레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리베리를 사발레타가 막아내느냐, 막아내지 못하느냐에 따라 맨시티의 오늘 경기 결과, 크게 보면 결승 진출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리베리의 돌파 시도! 빠르게 따돌리고 침투! 아, 사발레타! 어느새 뒤에서 나타나 태클로 막아냅니다!”

리베리는 분명 컨디션이 좋았다.

리차즈를 대신해 출전한 사발레타를 상대로도 일단 기량에서는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 사발레타 하면 투지 넘치는 플레이 스타일이죠! 개인 기량에서는 살짝 밀리는 감이 있지만, 그래도 엄청난 활동량과 끈질기게 달려드는 투지로 리베리를 잘 막아내고 있어요! 리차즈보다 낫네요!”

하지만 사발레타도 그런 리베리에게 쉽게 밀리지 않았다.

리베리의 장점은 뛰어난 개인 기량이지만, 사발레타의 장점은 개인 기량이 아니었다.

기량에서 밀려도 큰 타격이 없다는 뜻이었다.

사발레타는 본인의 장점인 부지런한 활동량과 투지 넘치는 끈질긴 플레이를 통해 리베리를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전화위복이죠? 오히려 리차즈의 이탈 이후 출전한 사발레타가 바이에른 뮌헨의 핵심, 리베리를 잘 막아주면서 조금씩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고 있어요.”

동료들의 도움이 절실한 스트라이커 고메즈, 맨시티 미드필더들의 강력한 압박에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조금은 부진한 크로스, 본인의 폼 저하와 성배의 뛰어난 수비력으로 고전하는 로벤.

여기에 사발레타의 투입 이후 리베리의 플레이까지 조금은 무뎌지면서 자연스럽게 맨시티 쪽으로 주도권이 이동하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에게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빨리 만회 골이라도 넣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죠. 원정에서는 무승부만 거두어도 성공이거든요? 거기에 한 골을 넣으면서 무승부까지 얻어낼 수 있다면 최고죠. 물론, 가장 좋은 건 승리하는 것이지만요.”

바이에른 뮌헨의 기세가 살짝이나마 무뎌진 지금이 맨시티의 기회였다.

맨시티 선수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고, 성배의 신호를 기점으로 슬금슬금 라인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로벤, 크로스! 아, 아무도 없습니다! 사발레타, 가슴으로 콤파니에게 떨어뜨려 줍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이 조금씩 무뎌졌다.

거세게 휘몰아치던 뮌헨의 공격이 잦아들자, 맨시티 수비수들이 여유를 찾았고, 여유를 찾은 맨시티 수비진은 수비만 하는 집단이 아니었다.

“콤파니, 보아텡에게! 크로스의 압박을 벗겨내고 전진합니다! 바이에른 뮌헨, 긴장해야 합니다!”

성배는 물론이고 콤파니와 보아텡, 사발레타까지 네 선수 모두 미드필더 포지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일단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콤파니와 사발레타는 수비력을 앞세운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었고, 성배와 보아텡은 정확한 롱패스를 앞세워 딥라잉 플레이메이커까지 소화가 가능했다.

물론, 전문 미드필더 자원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들이 있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네 선수 모두 어지간한 미드필더들보다 발밑 기술과 빌드업 능력만큼은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오른쪽으로 크게 벌려주는 보아텡의 롱패스! 산체스, 받아주고 태클 뚫고 돌파해 들어갑니다!”

보아텡의 롱패스는 오른쪽 측면 깊숙이 올라간 산체스에게 정확히 이어졌다.

알라바를 등지고 버티면서 볼을 받아낸 산체스는 바로 몸을 돌렸다.

아직 충분히 성장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뛰어난 잠재력을 자랑하는 알라바도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태클을 시도했고,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산체스는 아직 알라바보다 한 수 위였다.

태클을 예상하고 볼을 먼저 차 놓았고, 이어 가볍게 몸을 띄우면서 자신도 피해낸 것이었다.

“잠시 멈춰서 상황 파악! 반대편으로 길게 크로스!”

골라인 근처까지 굴러간 볼을 멈춰 세운 뒤, 동료를 찾았다.

바트슈투버와 반 바이텐의 조합은 분명 압도적인 제공권을 가지고 있었다.

루카쿠와 투레의 제공권도 만만치 않다지만, 그래도 제공권으로 붙이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고, 산체스는 반대편으로 길게 넘겨 바이에른 센터백 듀오를 피했다.

“실바, 가슴으로 떨궈주고, 아게로!”

반대편 측면에서 대기하던 실바는 조용히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바트슈투버가 헤딩하기 직전에 몸을 날리며 가슴으로 볼을 떨어뜨려 주었다.

“아게로, 슈팅! 골! 골! 골! 세르히오 아구우우에로! 동점 골입니다! 동점 골! 챔피언스리그 9호 골! 경기를 원점으로 돌립니다!”

실바가 볼을 가슴으로 떨어뜨려 주었을 때, 아게로는 실바의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실바도 몸을 날린 불안정한 자세였기 때문에 정확하게 떨궈주지 못했다.

하지만 아게로는 아게로였고, 그 짧은 순간 본능적으로 바이에른 뮌헨 골대의 빈틈을 포착, 반사적으로 발을 뻗으면서 방향까지 바꿔 골을 만들어냈다.

“엄청난 반응속도네요!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플레이인가요?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을 텐데, 그 짧은 순간에 발을 갖다 댔어요. 이건 볼을 보고 한 플레이가 아니라 그야말로 본능적으로 한 플레이죠.”

아게로의 클래스를 확인할 수 있었던 플레이였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노이어마저 반응할 수 없는 멋진 슈팅을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바이에른 뮌헨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지금 동점이지 않습니까? 지금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경기중인데, 후반 중반에 동점이 되었습니다!”

“홈경기는 무조건 잡아야죠. 바이에른 뮌헨은 무리를 해서라도 꼭 득점을 노려야 해요.”

이번 득점으로 맨체스터 시티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1차전이 홈 경기이고 원정에서 2차전을 치러야 하는 바이에른 뮌헨에게 1-1의 스코어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끌어모아 총공세를 펼쳤다.

슈바인슈타이거를 빼고 토마스 뮐러를 투입하면서 공격적인 전술로 전환했다.

“토니 크로스, 코너킥! 반 바이텐, 헤더!!”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세트피스를 내줄 때마다 맨체스터 시티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세트피스로만 한 시즌 열 골 가까이 때려 박는 반 바이텐과 고메즈 때문이었다.

특히 근육텐, 반 바이텐의 위력이 압도적이었다.

“주의 슈퍼 세이브! 머리로 막아내면서 크로스바 뒤로 날려버립니다!”

다행히 골포스트 옆에 서서 골대를 지키고 있었던 성배의 머리에 살짝 걸리면서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점프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늦었거나 위치 선정이 조금이라도 잘못되었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같은 편일 때는 그렇게 듬직할 수가 없었는데... 확실히 힘이랑 높이는 알아줘야 해.’

반 바이텐의 제공권을 적의 입장에서 처음 만난 성배는 그 위력에 혀를 내둘렀다.

콤파니와 보아텡이 절대 만만한 선수가 아닌데, 반 바이텐의 제공권은 그 둘보다도 한 수 위에 있었다.

수비수로서의 종합적인 역량을 반 바이텐이 이 둘을 따라잡을 수 없었지만, 세트피스 공격력과 제공권만큼은 세계 최강이었다.

“다시 한 번 바이에른 뮌헨의 코너킥입니다. 바이에른, 라인을 바짝 끌어올려 득점을 노립니다.”

세트피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면서 바이에른 뮌헨의 기세가 올랐다.

충분히 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었다.

‘분명 기회 한 번은 온다. 무조건 한 번은 와.’

하지만 성배를 비롯한 맨시티 선수들은 단순히 막아내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의 센터백인 바트슈투버와 반 바이텐은 발이 느린 선수들이었다.

맨시티 역습의 위력을 감안하면 수비수들이 오기도 전에 공격을 끝낼 수 있었다.

“신을 내는 것도 좋고, 골을 노리는 것도 좋지만, 맨시티의 역습을 막아내기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해요. 순식간에 골을 만들어낼 능력이 맨시티에게는 있거든요? 지금 라인을 너무 올린 것 같은데, 이러면 위험해질 수 있어요.”

성배가 보는 것과 같은 광경을 해설자도 보고 있었다.

역습 기회가 생기고 성배나 보아텡, 교체 투입된 라키티치에게 볼이 이어진다면 바이에른 뮌헨은 치명적인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었다.

“지금 위험하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해. 만약 볼을 잡으면 바로 앞으로 길게 때려서 로멜루에게 연결해줘.”

성배는 보아텡과 라키티치에게 역습 패스를 노리라고 지시했다.

두 선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위협적인 역습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크로스, 코너킥 올려주고 투레가 먼저 걷어냅니다! 라키티치의 발밑에 떨어지는 볼!”

반 바이텐과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고 그의 움직임을 제한한 콤파니의 수비 덕분에 투레가 먼저 볼을 걷어낼 수 있었다.

투레가 걷어낸 볼은 라키티치의 발밑에 볼이 떨어졌다.

“때려!”

그리고 성배의 외침이 그라운드를 흔들었다.

< 낭만필드 - 319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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