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318화 (206/356)

< 낭만필드 - 318 >

“배리가 볼을 잡은 순간, 거칠게 달려드는 구스타보!”

맨체스터 시티가 꺾은 클럽들과 바이에른 뮌헨의 가장 큰 차이를 하나만 꼽으라면 맨시티와 대등한 수준에서 미드필드 싸움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꼽아야 했다.

윙어에서 중앙 미드필더로의 전환이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이번 시즌에 한해 분데스리가를 넘어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꼽히는 루이즈 구스타보가 버티는 바이에른 뮌헨의 미드필더들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잘 버텨주고 있었다.

“급하게 패스해보지만, 슈바인슈타이거가 끊어냅니다!”

슈바인슈타이거와 구스타보는 세계 최고의 중원 장악력을 자랑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더진을 상대로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맨시티에게 승리를 내준 클럽들이 중원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해 경기를 내줬다는 걸 생각하면 중원을 지켜내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크로스에게! 크로스, 고메즈에게 찔러주지만, 콤파니!”

페널티박스 안에서 버텨주던 고메즈에게 크로스의 패스가 투입되었다.

평소와 달리 중원에서의 주도권을 쉽게 따내지 못했지만, 맨시티의 수비력은 그것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고메즈에게 연결되었던 볼은 1초도 되지 않아 콤파니의 수비에 막혀 다시 페널티박스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리베리! 갑자기 나타납니다! 찔러주는 패스, 크로스!!”

엄청난 힘과 뛰어난 제공권, 수준급의 테크닉을 보유한, 이번 시즌 슈팅 대비 득점력 1위를 달리는 득점 기계 마리오 고메즈가 바이에른 뮌헨의 최다 득점자였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자랑거리이자 에이스는 양 측면 윙어, 로벤과 리베리의 로베리 라인이었다.

아르옌 로벤은 전반기를 통으로 날린 탈장 수술의 여파로 살짝 부진했지만, 리베리는 그의 몫까지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트의 선방! 조 하트, 멋진 선방으로 크로스의 위협적인 슈팅을 막아냅니다!”

지금 장면에서도 리베리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빠른 주력과 개인기, 정교한 드리블도 리베리의 장점이었지만, 역시 리베리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창의적인 플레이와 경기 전체의 조율이었다.

기회를 창출하는 능력은 세계 최고라 평가받는 리베리였고, 순간적인 침투 패스로 크로스에게 기회를 만들어준 지금의 플레이는 그림과 같았다.

‘마이카에게는 좀 무리인가.’

피지컬을 앞세운 플레이로 EPL 최정상급 라이트백 자리에 올라선 마이카 리차즈지만, 리베리에게는 계속 고전하는 중이었다.

월드클래스인 피지컬에 비해 지능적이고 정교한 수비에 약점이 있는 리차즈와 리베리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오늘 경기의 승부처는 중원과 오른쪽 측면이 되겠어.’

맨체스터 시티의 라이트백 리차즈와 바이에른 뮌헨 레프트백, 다비드 알라바의 공통점은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미완의 유망주라는 것이었다.

반면, 맨체스터 시티의 라이트 윙 알렉시스 산체스와 바이에른 뮌헨의 레프트 윙 프랑크 리베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었다.

양 팀 풀백들이 상대 윙어를 어느 정도까지 막아줄 수 있느냐에 따라 오늘 경기의 승자가 결정될 수 있었다.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는 중원과 함께 경기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전장이 될 것이었다.

“투레에게 이어지는 패스, 구스타보가 끊어내고 다시 슈바인슈타이거에게! 배리가 또 한 번 끊어냅니다!”

미드필드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크로스의 수비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중앙 미드필더로도 활용이 가능한 선수였기에, 공격형 미드필더를 빼고 투톱을 선택한 맨체스터 시티보다는 바이에른 뮌헨이 아주 미세하게 앞서나가고 있었다.

“배리, 왼쪽으로! 주! 주가 실바에게. 다비드 실바의 돌파!”

그러나 배리와 투레의 조합이 미드필드 주도권을 쉽게 내줄 리 없었다.

공격 성향이 강한 투레도 오늘만큼은 중원에서 부지런히 뛰어주면서 균형을 지켜내는 중이었다.

배리의 활동량 역시 큰 힘이었다.

“람, 태클! 가까스로 볼 지켜냅니다! 어쩔 수 없이 뒤쪽으로 돌리는 실바! 주, 수비진영으로 돌려줍니다.”

다비드 실바와 성배가 버티는 맨시티의 왼쪽 라인은 경기를 조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크게 눈에 띄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오른쪽 측면을 지키는 필립 람의 존재가 그 이유였다.

“역시 세계 최고의 라이트백다운 경기력입니다! 천하의 다비드 실바도 고전하고 있습니다.”

실바와 성배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필립 람을 상대로까지 활개 칠 수는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세계 최고 클래스의 양 팀에서 수비진의 리더 역할을 맡는 것은 다 그 정도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 저쪽 측면에서는 결정적인 장면이 나올 수 없겠네요. 필립 람과 주성배가 버티고 있는 이상, 두 선수의 수비력 자랑으로 진행될 것 같아요.”

성배와 람의 공통점은 생각보다 많았다.

두 선수 모두 부모님의 유일한 실수가 쌍둥이로 낳지 않은 것이라 할 정도로 오른쪽, 왼쪽 가리지 않는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했고, 강력한 카리스마와 선수단 장악력으로 클럽과 국가대표팀 모두에서 주장으로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가지 모두 흔치 않은 특징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두 선수의 이미지가 비슷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람과 주가 맞붙는 저쪽 측면의 우세를 점하는 쪽에서 경기까지 가져갈 확률이 높아요. 그 정도로 두 선수가 각자 자신의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요. 이 둘은 절대로 무너지면 안 되는 선수예요.”

두 선수 모두 자신이 무너지면 한쪽 측면의 우세를 내주는 것 이상의 타격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기량도 뛰어나지만, 중요한 경기, 중요한 순간에 더 강하다는 공통적인 장점을 가진 선수들이었기에 경기가 끝날 때까지 팽팽한 승부가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주, 배리에게 이어주고, 반대편으로 침투 패스! 산체스!!”

다시 볼을 이어받은 성배는 횡패스를 통해 중앙으로 이어주었다.

볼이 왼쪽에서 머물렀기에 잠시 방심한 것인지 알라바의 포지셔닝이 늦었고, 배리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골라인 쪽으로 바짝 붙인 패스가 이어졌고, 엄청난 속도로 침투한 산체스는 알라바보다 한발 앞서 볼을 따라잡았다.

“논스톱 크로스! 루카쿠, 헤더!! 손끝으로 걷어냅니다! 마누엘 노이어! 노이어의 선방! 손끝으로 걷어냅니다! 결정적인 선방!”

기본적으로 산체스의 침투 자체가 바이에른 뮌헨 수비진의 허를 찔렀고, 논스톱으로 크로스를 올린 플레이 역시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덕분에 유럽 최고의 제공권을 자랑하는 바이에른 뮌헨 수비진도 순간적으로 반응이 늦어 루카쿠의 헤더를 허용했다.

“엄청난 선방이네요. 말도 안 되는 반응속도를 보여주었는데도 손끝으로 겨우 쳐냈어요. 배리, 산체스, 루카쿠로 이어진 맨시티의 플레이도 좋았고, 노이어의 선방도 훌륭했어요.”

양 팀이 한 번씩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내고, 양 팀 골키퍼가 한 번씩 뛰어난 선방을 보여주면서 0-0의 균형을 이어갔다.

다만, 이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원정 2차전을 남겨놓은 바이에른 뮌헨이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

허리라고 볼 수 있는 중원에서 팽팽하게 맞서다 보니 어느 한쪽이 경기의 주도권을 잡지 못한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실질적인 결승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시즌 분위기가 좋은 양 팀의 대결에 어울리는 경기 내용이었다.

“로벤의 돌파 시도! 어깨 싸움 치열합니다!”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바이에른 뮌헨에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역시 로벤의 부진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을 이끄는 양 날개 중 왼쪽의 리베리는 언제나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오른쪽의 로벤이 부진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

안더레흐트 시절 처음으로 출전한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났던 로벤이었다.

그리고 그 경기 덕분에 성배의 이름이 전 유럽에 알려졌다.

그 이후로도 로벤과 마주친 적은 있지만, 아무래도 첫 만남의 임팩트가 강해서인지 그 날의 기억이 가장 진하게 남아 있었다.

“주가 툭 건드리면서 막아냅니다! 로벤, 가까스로 볼 수습해 다시 돌아 나갑니다!”

햄스트링이 올라올 정도로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몸을 날렸던, 안더레흐트 유니폼의 보라색 컬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라운드를 굴러다녔던 그 날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로벤은 그때보다도 더 성장해 월드클래스 윙어가 되었지만, 일단 지금은 부상 여파로 폼이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성배는 그때와 완벽히 다른 선수가 되어 있었다.

“로벤, 중앙으로 올라갑니다. 주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슈바인슈타이거에게 연결하는 아르옌 로벤.”

성배의 수비에 막혀버린 로벤은 돌파를 포기하고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슈바인슈타이거에게 볼을 넘기며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왼쪽의 리베리에게! 리베리, 리차즈를 앞에 두고 천천히 타이밍을 잡습니다.”

이번에도 바이에른 뮌헨의 선택은 리베리였다.

타겟형 스트라이커인 고메즈는 제코보다도 훨씬 심한, 전형적인 타겟형 스트라이커였다.

어떻게든 골을 넣는 능력은 세계 최고였지만, 연계능력이 심하게 떨어져 국가대표팀에서도 비슷한 타겟형 스트라이커에 연계능력까지 준수한 노장 클로제에게 밀려날 정도였다.

“리베리, 뭔가 하나 해주어야 합니다. 원정 2차전을 마음 편히 치르기 위해서는 홈에서 넉넉한 승리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러려면 최대한 빨리 선취 골을 넣어줘야죠.”

모험적이고 절묘한 킬패스보다는 안정적인 볼 키핑과 공급을 주 무기로 하는 토니 크로스는 그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게끔 거칠게 달려드는 배리 때문에 크게 인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남은 것은 오직 리베리뿐이었다.

“리베리, 중앙으로!”

리베리는 중앙으로 방향을 틀면서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한 크로스에게 패스를 넣어주었다.

가까스로 배리의 마크를 떨쳐낸 크로스는 오랜만에 위험지역에서 볼을 잡았다.

‘좋지 않은데.’

자신이 할 일, 맡아야 할 선수에 집중하면서도 흘깃 상황을 확인한 성배는 싸한 기분을 느꼈다.

페널티박스 안으로 볼이 이어지면서 크로스에게 수비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그 사이 리베리가 시야 바깥에서 침투하는 중이었다.

“돌면서 아래로! 고메즈! 리베리!! 끌고 나오, 리베리!! 프랭크 리베리! 선취 골입니다!”

크로스는 반 바퀴 빙글 돌면서 박스 중앙을 향해 패스해주었다.

원래 의도는 고메즈에게 연결하는 것이었지만, 고메즈는 콤파니의 견제에 자세를 잡지 못해 억지로 발만 가져다 댔다.

하지만 뒤에서 침투하던 리베리가 그 볼을 반강제적으로 빼앗아 치고 들어갔고,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낸 뒤, 가볍게 밀어 넣어 선취 골을 기록했다.

“리베리, 꼭 필요할 때 골을 넣어주네요! 지금쯤 골이 필요했거든요? 정확히 필요한 시점에서 정확히 필요한 골을 넣으며 에이스의 힘을 보여줬어요!”

바이에른 뮌헨의 답답함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 득점이었다.

홈에서의 여유로운 승리를 위한 주춧돌이기도 했다.

“어? 그런데 저기 한 선수가 누워있습니다.”

“음... 리차즈로 보이는데요? 맞네요, 백넘버 2번, 마이카 리차즈예요.”

그리고 좋지 않은 소식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맨시티를 대표하는 유리에 또 기스가 생겼다.

< 낭만필드 - 318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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