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317 >
[맨체스터 시티, 유럽 연속 무패 타이 기록 달성!]
[타이 기록을 달성한 맨체스터 시티, 58경기 간의 기록.]
[정확히 20년 만에 세워진 기록. 파죽의 맨시티.]
맨체스터 시티의 58경기 연속 무패 기록은 유럽 전역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20년 전, 당시 이탈리아에서 떠오르는 신흥 언론 재벌이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AC 밀란을 인수했고, 지금의 맨시티를 능가하는 화려한 투자로 팀을 강화했다.
이후 전설이 된 감독, 아리고 사키를 팀의 감독으로 임명했고, 마르코 반 바스텐, 루드 굴리트, 카를로 안첼로티, 파올로 말디니, 프랑크 레이카르트, 프랑코 바레시, 알레산드로 코스타쿠르타, 마르셀 드사이, 로베르토 도나도니, 데얀 사비세비치, 브조미니르 보반, 다니엘레 마사로 등 엄청난 선수들을 영입해 AC 밀란의 전성기를 열었다.
그 과정에서 1990/91시즌 아리고 사키와 사키의 이탈리아 감독 취임 이후 지휘봉을 잡은 1991/92시즌의 파비오 카펠로가 58경기 연속 무패의 위업을 이끌었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는 100년을 훌쩍 넘은 유럽 축구계에서도 역대 최강으로 꼽히는, 전설적인 밀란 제너레이션의 업적과 타이 기록을 세웠고, 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있었다.
역대 최강의 팀 중 하나로 꼽히는 밀란 제너레이션의 기록을 깬다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전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다.
[밀란 제너레이션, 20년 만에 자리 넘기나?]
[맨체스터 시티,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수 있을까.]
[맨시티는 역사적인 팀들과 나란히 할 수 있는 전력인가.]
밀란 제너레이션이 유럽 축구계에서 갖는 위상을 감안하면, 맨체스터 시티의 기록 경신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기록 경신을 원하지 않는 팬들도 많았다.
밀란 제너레이션의 위상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그 팀에 품었던 깊은 애정을 간직하고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맨체스터 시티를 어떻게든 깎아내리며 밀란 제너레이션을 띄워주었다.
맨시티가 아무리 58경기 연속 무패로 밀란 제너레이션과 타이 기록을 세웠어도 3년 연속 우승을 포함해 리그 5회 우승,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 국내 컵대회 5회 우승을 기록한 밀란 제너레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반 바스텐이나 루드 굴리트, 말디니, 안첼로티, 바레시, 레이카르트와 비견되는 최고의 선수가 없다며 맨시티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맨시티의 전력을 인정하는 측은 단 한 문장으로 이들의 의견을 일축했다.
바로...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라는 문장이었다.
ㄴ 쟤들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누가 밀란 제너레이션이랑 지금 맨시티가 동급이라고 했어? 누구야? 그런 말을 한 게.
ㄴ 아무도 없을걸. 그냥 괜히 오버하는 거야. “우리 밀란 건드리지 마세요! 빼애액!”하는 거지.
ㄴ 그러니까. 그냥 지금의 전력이 밀란 제너레이션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거지, 밀란 제너레이션이랑 같은 위치에 올랐다는 건 아닌데 말이야. 단순 전력으로는 맨체스터 시티도 밀리지 않지. 이 전력을 얼마나 유지해서 어느 정도 업적을 세우느냐에 따라 밀란 제너레이션을 넘어설 수도, 넘어서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ㄴ 그냥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누가 지금 당장 동급이라고 했나? 꼭 저런 사람들은 맘대로 해석해서 화내더라. 애초에 밀란 제너레이션은 8년이고, 맨시티는 이제 겨우 2년 째인데.
ㄴ 이렇게 말해도 못 알아들을 팬보이들을 위해 정리해주자면, 첫째로 너희가 그렇게 좋아하는 밀란 제너레이션은 분명 맨시티보다 대단하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맨시티의 전력을 보면 밀란 제너레이션에 버금가는 업적을 세우는 게 가능하다는 것. 이해가 되었길 바란다.
‘아직 밀란 제너레이션과 같은 높이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처럼 한 시대를 풍미할 잠재력은 보인다.’
일부 팬보이들을 제외한 팬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맨체스터 시티가 전성기에 접어든 지 이제 두 시즌인데, 벌써부터 역사상 최강의 팀, 밀란 제너레이션과 비교된다는 것부터가 대단한 것이었다.
***
[맨시티와 바이에른의 격돌! 유럽 최강자를 가린다.]
[최장기간 무패 기록 맨시티 vs 챔스 올인 바이언]
[실질적인 결승전? 승자가 우승할 확률 높아.]
유럽 축구 연속 무패 타이 기록 작성으로 유럽 축구계가 소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맨체스터 시티에게는 기뻐할 시간도 없었다.
곧바로 이어진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한 클럽은 이 두 클럽 외에도 바르셀로나와 첼시가 있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다비드 비야의 부상과 페드로의 부진으로 메시에게만 지나친 부담이 가해진 나머지 경기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고, 첼시는 리그 6위라는 순위에서 알 수 있듯 챔스 4강에 진출한 것 자체가 이변이라 평가되고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엄한 곳에서 발목을 자주 잡히며 사실상 리그 우승컵을 도르트문트에게 내준 상황이지만, 그 덕에 챔피언스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우승후보로 꼽혔다.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경기력도 맨시티만 아니라면 이번 시즌 최강이라 불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맨시티는 이제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이번 시즌 최강의 클럽이었다.
[드디어 59경기 연속 무패 기록에 도전하는 맨시티.]
[20년을 묵은 기록, 드디어 깨어지나?]
맨체스터 시티의 트레블과 유럽 신기록이 걸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
경기를 치르기 위해 맨시티 선수들은 전용기를 타고 독일, 뮌헨으로 이동했다.
***
“만치니 감독, 깜짝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선발 출전이 확실시되었던 제코가 아니라 루카쿠가 아게로의 파트너로 출전했습니다.”
알리안츠 아레나에서의 원정 경기였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당당히 투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있었던 레알 마드리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원톱을 활용했던 것과는 달랐다.
4골의 리드를 안은 채 시작했던 8강 2차전과는 달리 이제 1차전을 치르는 상황이었기에 굳이 맨시티의 최대 장점인 공격력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긴장되는 거 아니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원정 경기까지 뛰어놓고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에 긴장하지 말라고.”
바이에른 뮌헨이 만만치 않은 명문 클럽이고 강력한 클럽인 것은 맞지만, 아무래도 레알 마드리드와 비교하면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현대 축구를 대표하는, 모범적이고 선진적인 구단 운영으로 완성된 탄탄한 클럽이라는 느낌이었고, 레알 마드리드는 말 그대로 최고의 클럽이라는 느낌이었다.
현대 축구의 흐름과 현재의 추세를 보면 바이에른이 더 모범적이고 탄탄하게 클럽을 운영한다는 것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의미와 위상 면에서는 레알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원정은 이미 1차전에서 4-0으로 이긴 상황이어서 부담이 별로 없었잖아요. 그런데 오늘 경기는 아무래도 1차전이니까...”
하지만 루카쿠는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큰 경기를 앞두고 긴장한 상태였다.
레알과 바이에른의 차이와는 상관이 없었다.
“그만큼 너를 높게 평가한다는 거지.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오늘 경기에 너를 선발로 썼다는 건. 자랑스러워해도 좋아. 긴장할 필요도 없고. 네가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널 내보낸 거야. 너만 믿으면 돼.”
만치니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성배가 오늘 경기 선발 명단에 제코가 아닌 루카쿠의 이름을 적은 이유는 간단했다.
제코보다 루카쿠가 낫다고 판단한 것, 그것밖에 없었다.
“후우, 알아요. 지겹게 들었으니까요, 주에게.”
제코와 루카쿠는 190cm가 넘는 장신을 활용해 타겟형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제코는 전형적인 타겟형 스트라이커로 위치선정 능력이나 제공권, 정확한 슈팅, 숏패스에 장점을 가진 선수였다.
루카쿠는 압도적인 피지컬과 신장을 보유한 덕분에 타겟형 스트라이커로도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신장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발과 측면 플레이까지 가능한 넓은 활동폭, 2선 공격수들과의 뛰어난 연계 플레이 능력까지 갖춘 선수였다.
즉, 제코는 뛰어난 동료들의 지원을 받았을 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스트라이커였고, 루카쿠는 동료들과의 연계를 통해 본인은 물론 동료들의 경기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스트라이커였다.
“그래. 바로 그거야. 너는 에딘과 달리 빠른 발에 연계력까지 가지고 있으니까 다니엘과 홀거의 뒷공간을 헤집을 수 있어.”
보아텡을 영입하지 못한 바이에른 뮌헨은 주전 센터백 듀오로 홀거 바트슈투버와 다니엘 반 바이텐을 기용했다.
두 선수 모두 190cm가 넘는 신장으로 뛰어난 제공권과 피지컬을 갖췄지만, 큰 신장 때문에 발이 느리고 민첩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었다.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은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는 전술을 활용했는데, 이들은 라인을 끌어 올리지 않았을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었다.
“알았어요. 저한테 바라는 게 그거잖아요. 저도 알고 있어요. 아직은 에딘한테 이길 수 있는 부분이 그것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바이에른 뮌헨 수비진의 장단점을 파악한 맨시티는 제코가 아닌 루카쿠를 선택했다.
지금 당장은 제코의 기량이 루카쿠의 기량보다 위였지만, 루카쿠의 잠재력은 제코보다 한 수 위였다.
그리고 점점 현대 축구의 대세로 떠오르는 원톱 전술에 더 어울리는 선수도 루카쿠였기에 장기적으로 루카쿠가 제코를 밀어내주는 게 맨시티에게도 좋았다.
‘참 대단도 하지. 이 정도 위치에서 상대 수비진에 따라 선발로 투입할 공격수를 정할 수 있다니.’
이런 게 바로 맨체스터 시티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었다.
1진과 2진의 차이가 크지 않은 더블 스쿼드를 완성한 덕분에 상대 클럽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맞춤 라인업을 작성할 수 있다는 것.
그야말로 모든 클럽이 꿈꾸는 상황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는 중원이 약한 레알의 약점을 노렸고,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는 바르샤의 제공권 약점을 노려 승리를 거두었다.
맨시티 정도의 클럽이 약점까지 파고드는 데 버틸 수 있는 클럽은 거의 없었다.
“우승도 해본 사람들이나 한다고 하잖아. 유로컵 우승하려면 너랑 나, 그리고 뱅상까지 세 명이 있는 우리가 우승하는 게 다니엘밖에 없는 바이에른이 우승하는 것보다 이득이야. 벨기에한테도.”
“와, 주. 그거 진심이었어요? 진심으로 유로컵 우승할 거예요?”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언젠가 우리도 우승은 해봐야지 않겠어? 유로컵이든, 월드컵이든, 그게 2012년이든, 2014년이든, 2022년이든.”
이제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인 빅 이어만 들어 올리면 클럽에서 따낼 수 있는 모든 우승 타이틀을 따내는 것이었다.
FIFA 클럽 월드컵이 있긴 했지만,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고, 그렇게 중요한 트로피도 아니었으니 배제했다.
그 이후의 목표까지 생각하면 이번 시즌에 빅 이어를 들어 올리는 게 베스트였다.
< 낭만필드 - 317 > 끝
ⓒ 미에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