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316화 (356/356)

< 낭만필드 - 316 >

“곧바로 프리킥! 조 하트의 머리에 맞고 코시엘니가 걷어냅니다!”

먼저 머리에 맞춘 것은 조 하트였지만, 헤딩 스킬이 부족한 하트는 치열한 몸싸움 속에서 정확한 헤딩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하트의 헤딩은 동료에게 이어지지 못했고 코시엘니에게 클리어되었다.

“사냐, 급하게 걷어내는데 빗맞고! 주!”

워낙 페널티박스 내의 인구밀도가 높았기에 제대로 볼을 터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코시엘니도 그렇고 사냐도 그렇고 볼을 정확히 걷어내지 못했고, 급하게 발을 가져다 댄 사냐의 킥은 낮게 사이드라인으로 날아갔다.

‘크윽!’

“주의 중간 차단! 왼발로 돌려놓고!”

성배도 자세가 무너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공격을 이어가기 위해 억지로 오른발을 들어 올렸다.

급하게 무리한 움직임을 가져가느라 살짝 통증이 느껴졌지만, 플레이를 이어가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오른발로 볼을 끊은 성배는 급하게 자세를 수습해 볼의 소유권을 되찾았다.

그리고 왼발로 볼을 옮겨 크로스를 준비했다.

“크로스!! 조 하트, 헤더!! 아악! 들어갔습니다! 슈체즈니의 손을 스치며 아스날의 골망을 가르는 조 하트의 헤더! 조 하트, 커리어 첫 골을 중요한 상황에서 터뜨려줍니다! 말도 안 되는 골! 맨체스터 시티가 영화를 찍었습니다! 맨시티 극장이 상영됩니다!”

성배의 크로스는 급하게 복귀하려다 다시 자리 잡은 조 하트의 머리를 노렸다.

하트의 헤더는 위력적이지 못했지만, 코스가 워낙 좋아 아스날의 골망을 흔들었다.

조 하트와 같은 196cm의 장신, 슈체즈니가 몸을 날렸지만,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아니, 이렇게 동점 골이 터지나요? 87분 동안 지루한 플레이로 일관한 것은 마지막 3분을 위해서였어요! 경기 중에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짜릿함을 마지막 3분에 쏟아부은 두 팀이 엄청난 경기를 만들어내네요!”

경기 종료 3분 전에 선취 골을 허용하며 무패 행진이 끝날 위기에 처했던 맨시티는 곧바로 동점 골을 만들어내며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선덜랜드전에 결승 골을 어시스트했던 성배가 또 한 번 어시스트를 올리며 조 하트와 함께 팀의 무패를 지켜냈다.

“맨체스터 시티의 무패 행진을 하늘에서 도와주는 느낌입니다. 주의 어시스트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조 하트의 골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건 진짜 하늘이 돕는 게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조 하트의 골까지 나왔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기록을 하늘에서 지켜준다는 표현 외에 다른 어울리는 표현을 찾을 수 없었다.

“어쨌든 굉장히 드라마틱한 과정이었네요. 선취 실점 이후 고작 3분 만에 만회 골을 넣으면서 동점을 만들었어요. 무패 행진을 달리는 동안 거의 영화와 같은 장면을 몇 번이나 만들어내면서 기록을 지켜내네요.”

추가 시간이 주어진 직후에 골이 터졌고, 주어진 추가 시간은 2분이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날 확률이 가장 높았고, 그렇게 되면 무패 기록을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립니다. 맨체스터 시티, 극적인 동점 골로 무패 기록을 지켜냅니다! 1-1 무승부! 연속 무패 기록이 56경기로 늘어났습니다.”

아쉽게도 맨시티가 승점 1점에 그치는 사이, 승리를 거둔 2위 맨유와의 승점 차이가 3점으로 줄었지만, 무패 기록을 지켜낸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였다.

***

“지난 아스날 전에서 고전하면서 드디어 경기력이 떨어지는 건가, 싶었는데 역시 그렇지 않네요. 챔피언스리그와 리그, FA컵까지 병행하면서 떨어진 체력을 더블 스쿼드로 너무 손쉽게 보완해냅니다.”

아스날전이 끝나고 고작 4일 뒤, 웨스트 브롬을 홈으로 불러들인 맨시티는 리그 33라운드 경기를 가졌다.

지난 아스날 전에서 살짝 페이스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던 맨시티였기에 팬들은 이제야 겨우 맨시티의 페이스가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큰 기대였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네요. “어? 체력이 좀 떨어진 것 같은데? 그럼 다른 팀 내보내면 되지, 뭐”라고요. 실제로 지난 아스날전과 비교하면 선발명단에서 절반의 선수가 바뀌었거든요? 그런데 경기력은 여전히 압도적이에요.”

세르히오 아게로가 두 골을 터뜨리면서 26호 골과 27호 골을 기록, 아스날의 반 페르시를 드디어 따라잡으며 리그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다..

득점 3위는 웨인 루니, 22골로 그 뒤를 따랐고, 21골을 기록 중인 제코가 득점 4위에 올라 있었다.

그리고 득점 5위는 15골의 알렉시스 산체스.

11골의 루카쿠도 득점 TOP 10 언저리에 이름을 올렸다.

“득점 5위까지 맨시티 선수가 세 명이 포함되어 있고, 루카쿠도 두자릿수 골을 기록 중입니다. 이런 공격수들이 있으니 아무리 선수단에 피로가 쌓여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맨시티의 경기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은 역시 저희의 오산이었습니다.”

중계진이 맨시티의 경기력에 놀라는 동안, 그런 것을 모르는 맨시티 선수들은 여전히 웨스트 브롬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투레, 오른쪽의 산체스에게 연결. 다시 야야 투레.”

중원이고, 공격진이고, 수비진이고 할 것 없이 그라운드의 모든 공간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웨스트 브롬을 압도했다.

선수들은 마음 편하게 공격 작업을 진행했고, 골을 만들어내는 데 큰 문제도 없었다.

“투레, 강한 크로스! 아게로, 헤더!! 골! 골입니다! 세르히오 아구우우에로!! 해트트릭입니다!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세르히오 아게로! 28호 골입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적 이후 4년 만에 30골 득점왕이 나올 것 같습니다!”

투레는 거의 다른 선수들 슈팅 파워와 맞먹을 정도의 강한 킥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낮고 빠르게 올라온 투레의 크로스는 신장은 단신이지만, 스피드가 빠른 아게로에게 적합했다.

수비수들보다 먼저 자리 잡은 아게로는 헤딩 슈팅으로 골문을 노렸고, 아게로의 헤더는 골대 안으로 그림처럼 빨려 들어갔다.

“28골! 33라운드 경기에서, 그것도 더블 스쿼드 때문에 선발 출전 경기가 27경기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28골을 터뜨리네요! 교체 출장까지 더해도 29경기에서 28골이에요. 경기당 거의 한 골! 아게로, 어마어마합니다! 이걸로 리그 득점 단독 선두에 오릅니다!”

맨시티 공격수 중 시즌 초반의 주인공이 제코였고, 중반의 주인공이 산체스였다면, 결국, 마지막 주인공은 아게로였다.

아니, 아게로는 시즌이 진행되는 내내 주인공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다.

시즌 초반의 제코는 지난 시즌 막판부터 이어진 기세 덕분에 주인공이 될 수 있었고, 중반의 산체스는 워낙 단기간의 활약상이 뛰어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게로는 시즌이 진행되는 내내 뛰어난 활약으로 맨시티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 정도면 호날두의 이적 이후 나온 적 없는 30골 득점왕의 탄생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겠네요. 아직 다섯 경기가 남았는데, 아게로가 되었든, 반 페르시가 되었든 30골은 넘기겠어요.”

2007/08시즌, 31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호날두 이후 네 시즌 동안 30골 이상을 넣는 득점왕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20골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득점왕을 차지했고, 2008/09시즌에는 19골의 니콜라 아넬카가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득점왕 레이스에 김이 빠진 상황이었다.

이럴 때 30골 근처에서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으니 이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지대했다.

“실바, 침투 패스! 산체스, 로빙 슈팅! 골! 골입니다! 웨스트 브롬 골키퍼, 벤 포스터의 머리를 넘기는 산체스의 슈팅! 리그 16호 골이자 4-0으로 앞서가는 득점입니다!”

아게로의 해트트릭으로 끝나지 않았다.

산체스가 한 골을 더 추가하며 4-0의 리드를 잡았고, 실바는 어시스트를 추가했다.

“오늘 네 골을 추가하면서 맨시티의 시즌 득점이 90골을 돌파, 92골째를 기록했는데요,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은 2009/10시즌 첼시가 기록한 103골. 다섯 경기가 남은 상황에 11골 차이니까 충분히 가능해요. 맨시티의 공격력이라면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네요.”

33경기 92골.

경기당 3골을 넘겼던 시즌 중반보다는 좀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3골에 육박하는 높은 수치였다.

“맨체스터 시티가 도전하는 기록들이 참 많습니다. 이 중 하나를 깨기도 쉽지 않은데, 대부분의 기록이 깨질 것 같다는 게 더 신기한 일입니다.”

유럽 최다 연속 무패 기록과 EPL 최다 승점, EPL 한 시즌 최다 득점도 경신이 가능했다.

그리고 트레블도 슬슬 가시권에 들어왔고, 역사상 최초의 시즌 무패 트레블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트레블도 어마어마한 기록인데, 그것을 무패로 달성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역사에 남을 기록이 될 것이었다.

유럽 역사에 남게 될지도 모를 맨체스터 시티의 시즌도 슬슬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제코의 선취 골로 맨체스터 시티가 리그 우승권에서 이미 멀어진 첼시의 꿈을 짓밟기 시작합니다!”

FA컵 준결승전, 맨체스터 시티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첼시와 경기를 치렀다.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를 제외하면 준결승에 진출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의 클럽은 없었고,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노리는 6위 첼시와 7위 에버튼, 8위 리버풀이 준결승에 올라온 상태였다.

“첼시도 맨체스터 시티와 마찬가지로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가 있긴 하지만, 냉정하게 보았을 때 우승 확률이 높진 않거든요? 그걸 떠나서 이미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낼 수 있는 리그 4위 토트넘과는 승점 차이가 5점까지 벌어졌어요. FA컵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무관으로 끝낼지도 몰라요.”

이미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는 것도 어려워진 첼시였기에 FA컵과 챔피언스리그에 올인하고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잃으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을 수 있는 챔스에 더 목을 맸지만, FA컵에 쏟는 신경도 작진 않았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도 패배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최소한 연장전까지는 가야지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오늘이 58번째 경기입니다.”

상대적으로 맨체스터 시티에게 FA컵의 중요성은 작았지만, 오늘 경기는 패배하면 안 되는 경기였다.

오늘까지만 무패 기록을 이어나가면 AC 밀란과 함께 유럽 축구 역사상 최다 무패 기록을 세울 수 있었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주성배, 프리킥! 들어갑니다! 골! 골이 터졌습니다! 주의 트레이드 마크 프리킥! 수비벽의 바깥쪽으로 크게 돌아가는 아웃 프런트 프리킥이 첼시의 골망을 갈랐습니다! 2-0! 맨체스터 시티, FA컵 결승 진출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섭니다!”

성배의 추가 골까지 터지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승리 쪽으로 무게추가 많이 기울었다.

단순히 두 골 차이라면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경기 주도권 자체를 맨시티가 쥐고 놓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십여 분 동안 첼시가 두 골을 넣는다는 게 쉽지는 않아 보였다.

“맨체스터 시티, 첼시를 꺾고 FA컵 결승에 진출합니다! 그리고 58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달성하면서 AC밀란이 보유한 유럽 최고 무패 기록과 타이를 이룹니다!”

결국, 맨체스터 시티는 2-0의 승리를 거두며 첼시를 꺾고 FA겁 결승전에 진출했다.

그리고 58경기 연속 무패 기록으로 AC밀란이 가지고 있던 기존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제 다음 경기에서도 지지 않으면 신기록을 세울 수 있어요! 마지막 한 경기가 남았는데, 아마 최고의 고비가 될 것 같네요.”

다음 경기는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이었다.

그리고 상대는...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이번 시즌 유럽 축구의 최강팀으로 꼽히는 분데스리가의 지배자,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 낭만필드 - 316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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