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304화 (344/356)

< 낭만필드 - 304 >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얻어낸 맨체스터 시티, 역시 주가 프리킥을 처리하기 위해 올라옵니다.”

전반기를 통틀어서, 24경기에 출전해 기록한 성배의 공격 포인트는 3골 7어시스트.

강력해진 공격진 덕분에 어시스트는 지난 시즌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확실히 공격 가담을 자제해서 그런지 득점은 줄어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날카로운 프리킥 능력은 살아있었고, 프리킥 득점과 어시스트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살짝 멀기는 합니다만,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죠. 주의 킥이라면 얼마든지 득점을 노릴 수 있어요.”

성배는 꽤 멀리서도 득점을 노릴 수 있는 프리키커였다.

킥력이 압도적이진 않아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정확도는 굉장히 뛰어났다.

33m 정도의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성배는 충분히 득점을 노려볼 수 있었다.

‘이쯤에서 한 골 정도 넣어줘야 하는데.’

후반 시작 후 아직 10분이 지나지 않은 초반이었다.

만회 골이 일찍 터지면 터질수록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맨시티에게 만회 골 시점은 굉장히 중요했다.

“믿는다. 지금 꼭 한 골 넣어야 하는 거 알지?”

밀너가 다가와 성배에게 득점을 부탁했다.

맨시티 선수들 역시 중요한 순간에는 성배의 활약을 기대했다.

지난 시즌 우승을 확정한 수천억짜리 결승 골을 포함해 중요할 때마다 나온 성배의 플레이는 동료들은 물론 팬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았고, 자신에게 의지하도록 만들었다.

‘린데가르트라 일단은 다행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끈 골키퍼, 에드윈 반 데 사르의 은퇴로 맨유는 큰돈을 들여 다비드 데 헤아라는 재능 넘치는 골키퍼를 영입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공중볼 처리와 안정감에서 계속 약점을 보이며 반사신경과 선방 능력은 조금 떨어져도 안정감이 좋은 린데가르트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린데가르트의 선방 능력은 분명 아쉬운 수준이었고, 프리킥과 같은 상황에서는 데 헤아보다 편한 골키퍼였다.

“주, 왼발 프리킥! 원바운드! 골! 골! 골! 주, 본인의 장기인 왼발 프리킥으로 만회 골을 터뜨립니다! 멋진 프리킥 득점!”

성배의 프리킥은 린데가르트의 앞에서 한 번 바운드되면서 뻗은 팔을 타고 넘어 골망을 흔들었다.

수비벽의 머리를 아주 살짝 넘었고, 가까운 골 포스트를 거의 스치며 들어갔기 때문에 반대편 포스트를 지키고 서있던 린데가르트가 막기는 쉽지 않은 슈팅이었다.

“이렇게 되면 맨유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어요! 콤파니가 퇴장당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맨시티의 경기력이 굉장히 좋거든요? 한 골 정도는 이제 의미가 없어요!”

후반 10분경, 성배의 프리킥이 맨유의 골망을 흔들었다.

스코어는 1-2.

한 명이 많다고는 해도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미묘하게 밀리기 시작한 맨유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스코어였다.

***

[IN - 22. 폴 스콜스 / OUT - 17. 루이스 나니]

“아, 그가 돌아왔습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복귀를 알린 폴 스콜스가 나니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습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폴 스콜스지만, 오늘 경기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에 복귀를 선언했고, 곧바로 경기에 출전했다.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약점이 시간이 갈수록 사라지기는커녕 심해지고만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복귀한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긱스가 왼쪽으로 옮겨가고, 스콜스가 중앙 미드필더로 뛰게 되겠네요. 어쨌든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워요, 폴.”

폴 스콜스는 이미 잉글랜드와 맨유의 레전드로 엄청난 경력과 파급력을 가진 레전드였다.

이런 스콜스의 복귀는 큰 의미가 있었다.

“파블로! 파블로!”

“어, 왜?”

스콜스의 교체가 이루어지는 동안, 성배는 사발레타를 큰 소리로 불렀다.

“됐어. 이제 기회가 생겼어.”

스콜스의 복귀는 분명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그 정도로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진이 망가졌다는 뜻이었다.

스콜스가 대단한 선수긴 하지만, 이미 전성기가 끝난 지도 한참이 된 선수였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화려한 스쿼드를 보유한 맨시티 선수들과의 맞대결은 무리가 있었다.

“중앙 미드필더 폴 스콜스에 왼쪽 윙어 라이언 긱스? 이건 끝이야. 저쪽의 속공은 이제 없어.”

맨시티가 맨유에게 두 골을 헌납한 이유는 수적 열세로 인해 맨유의 빠른 속공을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뛴다고 해도 사람이 공보다 빠를 순 없었고, 맨유의 속공은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러나 속공이 아닌 지공이라면, 한 명이 부족해도 효율적으로 움직여 막아낼 수 있었다.

“그렇겠군. 둘 다 이미 늙었으니까.”

스콜스와 긱스는 이미 축구 선수로서 환갑을 지나 고희를 향해 달려가는 선수들이었다.

당연히 스피드와 민첩성, 반응 속도 등이 심각하게 떨어진 상태였다.

지공 상황에서는 노련미와 경험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속공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게 세상의 섭리였다.

‘이건 분명 파고들 만한 여지가 있어.’

지공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득점 욕심을 크게 내지 않고 이대로 지키겠다는 의미일 것이었다.

스콜스의 노련미라면 경기 운영에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노련한 건 알겠지만. 제임스, 니헬의 압박에도 견딜 수 있을지.’

일단 볼을 잡고 단단히 버텨줄 수 있어야 지공이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루니는 몰라도 웰벡이 지공 상황에 효율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감독이 아무리 뛰어나 봤자 결국 경기는 선수가 뛰는 거라고.’

퍼거슨과 만치니.

누가 봐도 퍼거슨이 한 수 혹은 두 수 정도 위에 있었다.

하지만 맨유 선수단과 맨시티 선수단의 차이는 그것보다 더 컸고, 퍼거슨이 선택할 수 있는 전술 자체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역전의 열쇠가 될 것이었다.

***

“스콜스의 교체 투입 이후 오히려 맨유의 공격이 더 안 풀리는 느낌입니다. 맨시티의 수비진은 시간이 갈수록 안정감을 찾고 있습니다.”

스콜스가 월드클래스의 중앙 미드필더로 군림했던 전설이라고는 해도 불노불사의 존재는 아니었다.

당연히 경기력은 많이 떨어졌고, 반년이라는 긴 공백으로 인해 경기 감각도 정상이 아니었다.

“퍼거슨 감독, 어울리지 않는 실수였던 것 같네요. 스콜스가 대단한 선수인 건 맞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뛰게 했어요. 맨시티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 30분을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에요. 스콜스가 출전할 때, 걱정했던 그대로 경기 감각이 올라오지 않았어요.”

스콜스의 투입이 퍼거슨 감독의 무리수가 되어가는 분위기였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스콜스는 과거와 다른 투박한 플레이로 흐름을 끊었다.

또한, 속공에서 지공으로 바꾼 맨유의 공격은 전반과 달리 삐걱거렸고, 미드필드와 공격의 연계가 부드럽지 못했다.

“맨유의 공격에서 속도감이 사라졌어요. 이렇게 되면 맨시티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을 시간이 생기고, 맨시티의 수비수들은 자리만 잡으면 수적인 열세 정도는 가볍게 만회할 수 있는 선수들이죠. 맨유, 상황이 좋지 않은데요? 후반전에는 숫자가 적은 맨시티 쪽이 오히려 경기를 주도하고 있어요.”

맨시티의 저력에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다시 뜨거워지고 있었다.

한 명이 적은 상황에서 잉글랜드 최강이자 숙명의 라이벌, 맨유를 몰아붙이는 맨시티의 모습이 서포터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 것이었다.

“맨유의 스로인. 에브라, 스콜스, 아! 산체스, 인터셉트 후 돌파! 크로스! 루카쿠!! 골! 골입니다! 로멜루 루우우카쿠!! 동점 골! 동점 골이 터졌습니다!”

결국, 스콜스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스로인 상황에서 볼을 던져 준 에브라에게 돌려주려던 패스가 짧았고,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산체스에게 인터셉트 당하고 만 것이었다.

산체스는 에브라가 없는 맨유의 왼쪽 측면을 빠르게 파고들었고, 중앙으로 크로스.

루카쿠가 이를 논스톱 슈팅으로 이어가며 맨시티의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이게 뭔가요. 맨체스터 시티, 전반 10분에 한 명이 퇴장당한 팀이 맞나요? 그것도 상대가 맨유인데요! 맨유를 상대로 열 명이 뛰면서 두 골을 뽑아냈어요! 진짜 맨시티, 이번 시즌의 맨시티는 전 세계 최고의 클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결국, 스콜스의 치명적인 실수가 맨시티의 동점 골로 이어지고 말았다.

콤파니가 전반 10분 만에 퇴장당하고 맨유가 먼저 두 골을 넣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결과였다.

“스콜스를 투입한 퍼거슨 감독의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악수가 되었습니다! 지공으로 시간을 끌면서 안전하게 경기를 운영하려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지공을 노리고 투입한 스콜스 효과가 약했고, 수적인 우세로 해이해진 선수들까지 더해지며 퍼거슨의 계획이 망가졌다.

이제는 반대로 맨유가 급해졌지만, 맨유의 후반전 흐름을 보면 이미 여력을 잃은 듯 보였다.

“재경기를 가도 우리 쪽이 괜찮으니까 이제 밸런스 잡아. 그렇다고 너무 수비적으로는 가지 말고 적당하게.”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만치니 감독은 성배를 불러 전술 지시를 내렸다.

맨유와 맨시티의 스쿼드 두께 차이는 생각보다 심했다.

안 그래도 소화해야 하는 경기 수가 많은 맨시티와 챔스 조별리그 탈락으로 리그와 FA컵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맨유였지만, 그걸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맨시티의 스쿼드는 두꺼웠다.

“알겠습니다.”

열 명이지만, 지금 맨유의 경기력이라면 이 경기를 무승부로 끝내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

“맨시티 선수들, 슬슬 체력적인 부담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동점을 만든 이후, 전보다는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합니다.”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한 명당 최소 1.5인분의 활동량을 가져가면서 오히려 경기를 주도했던 맨시티지만, 체력적인 문제가 없을 수는 없었다.

만치니의 말대로 경기를 수비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맨시티는 가장 먼저 양쪽 윙백들의 활동량부터 줄여주었다.

“이 경기를 무승부로 끝내기만 해도 맨시티 입장에서는 성공이죠. 반대로 맨유는 굴욕이고요. 하지만 체력이 떨어졌어도 맨시티 수비에 빈틈이 없어요. 맨유, 좋지 않죠?”

그래도 후반전에 투입된 사발레타는 여전히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공수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후반부터 가동된 스리백도 빈틈없는 수비로 맨유 공격진을 단단히 막아주고 있었다.

“맨유, 이제 급합니다! 긱스, 크로스! 반대편으로 흐릅니다! 루니와 치차리토로는 보아텡, 투레, 리차즈를 상대로 공중볼을 못 따냅니다!”

긱스의 크로스는 반대편으로 흘러 성배에게 전해졌다.

급할 필요가 없는 성배는 천천히 볼을 돌렸고, 맨유의 선수들은 그런 성배를 상대로 강력한 압박을 시도했다.

“살짝 지나치는 주! 발렌시아, 몸으로 부딪힙니다! 파울! 맨시티의 프리킥으로 경기 속행되겠습니다.”

이제는 상당한 경험을 쌓았고, 피지컬도 꽤 좋아진 성배는 잠깐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미미한 탈압박 능력을 갖추었다.

쉽게 볼을 빼앗기지 않는 성배 때문에 발렌시아는 무리해서 빼앗으려 들었고, 결국 파울로 이어졌다.

‘라인이 높은데.’

수비진영 깊숙한 곳에서의 프리킥이었지만, 성배의 프리킥이라면 한 번에 공격진으로 넘겨줄 수 있었다.

골이 급한 맨유의 수비진은 높게 올라와 있었고, 뒷공간을 노리기엔 충분했다.

< 낭만필드 - 304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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