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303 >
“루니의 페널티킥! 판틸리몬 선방! 다시 헤더! 골! 골입니다! 웨인 루니, 튀어나온 볼을 다이빙 헤더로 다시 밀어 넣으며 두 번째 득점! 2-0으로 점수 차이를 벌립니다!”
데 용을 아래로 내려 센터백으로 세우면서 포백라인의 빈자리를 메우고 실바를 중원으로, 아게로를 왼쪽으로 돌려 임시방편을 세웠다.
하지만 아무래도 중과부적.
데 용은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센터백은 아니었다.
결국, 맨체스터 시티는 한 명이 빠진 수적 열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웰벡의 득점에 이어 루니의 추가 골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난 세 시즌 동안 맨시티에게 당한 굴욕을 드디어 갚아주나요?”
웰벡의 멋진 발리 슈팅 선취 골도, 루니의 페널티킥에 이은 추가 골도, 모두 수비에서의 수적인 열세가 불러온 실점이었다.
플레이 스타일상 데 용이 수비수들보다 많이 올라가다 보니, 계속 빈틈이 생기고 있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유가 드디어 복수에 성공하는 그림입니다. 지난 올드 트래포드에서와 반대로 맨시티에서 한 명이 퇴장당했고, 맨유는 페널티킥도 얻어냈습니다.”
세세한 차이는 있지만,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리그 9라운드 경기와 꽤 비슷한 흐름이었다.
이대로라면 맨유가 복수에 성공할 것 같기도 했다.
“잘했어, 코스텔.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집중력 좋으니까 그렇게만 해. 후반전에 역전하면 돼.”
판틸리몬이 페널티킥을 멋지게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하필이면 그 볼이 루니의 앞으로 튀어버렸다.
하지만 판틸리몬의 선방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었다.
페널티킥을 내주었음에도 무기력하게 실점하지 않았고, 이는 맨시티 선수들의 전의를 꺾이지 않게 해주었다.
***
“자, 자! 처지지 마! 아직 45분이나 남아있다고! 절반이야, 절반!”
전반전을 0-2로 뒤진 채 끝낸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만치니 감독은 그런 선수들 사이를 바쁘게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너희 체력은? 아직 문제 없지?”
“문제없습니다.”
“이 정도야, 뭐. 세 게임도 더 뛸 수 있습니다.”
수적인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한 발자국이라도 더 뛰다 보니 맨시티 선수들의 활동량은 평소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버텨낼 수 있었다.
“좋아. 다비드, 세르히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뛰자. 후반전에는 스리백으로 전환한다.”
만치니 감독은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훈련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너흴 믿는다. 우리 수비수들의 가장 큰 장점이 뭐야? 영리하다는 거 아니야? 너희는 영리하니까 낯선 전술이어도 충분히 대처해줄 수 있을 거야.”
비록 수비진의 중심을 잡아줄 콤파니가 퇴장당했지만, 보아텡도 축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였다.
성배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 리차즈만 정신을 차려주면 충분히 가능했다.
“지금처럼 포백을 유지하면 공격 전개가 어려울 거야. 로멜루, 알렉시스. 후반전에 공격수들은 중앙 공격에 집중해. 알렉시스는 힘들겠지만, 쉐도우 스트라이커 위치에서 오른쪽, 왼쪽도 부지런히 움직여주고.”
선택과 집중.
안 그래도 숫자가 부족한 상황이고 수비에 구멍을 뚫을 순 없었기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나 수비 숫자를 줄일 수 없었다.
결국, 공격진의 숫자를 줄여야 했고, 그렇게 되면 측면과 중앙을 모두 노리긴 힘들었다.
만치니는 공격진의 역량을 중앙에 집중시켰고, 측면은 비워놓았다.
“콜로, 파블로. 너희 차례다. 콜로는 스리백의 가운데 자리에서 제롬이랑 마이카를 조율해줘. 네 역할이 중요해. 나머지 둘은 스리백 경험이 적지만, 네가 잘 조율해주면 분명 잘해줄 거야.”
징계가 풀린 뒤, 백업으로서 쏠쏠하게 플레이해주던 콜로 투레에게 중요한 역할이 주어졌다.
경험 많은 수비수 투레는 스리백 경험이 있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비주류 전술인 스리백 경험이 적은 나머지 두 선수를 이끌고 스리백을 완성시켜야 했다.
“주, 파블로. 너희 둘의 역할이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해. 측면 공격 포지션이 비어있어. 무슨 뜻인지 알지? 수비는 당연한 거고, 공격도 치열하게 해줘. 어렵겠지만, 믿는다.”
풀백에서 윙백으로 전진 배치된 성배와 중앙으로 옮겨간 리차즈를 대신해 라이트 윙백으로 투입된 파블로 사발레타.
두 선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수적인 열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이 두 선수가 네 선수의 역할을 해주어야 했다.
선수 개인의 기량만 놓고 본다면 이번 시즌 들어 EPL 탑클래스 라이트백으로 성장한 마이카 리차즈가 나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는 사발레타 쪽이 나았다.
“니헬, 제임스. 너희는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만 해주면 돼. 비록 숫자는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수비적으로만 움직일 필요는 없어. 수비수만 세 명에 윙백도 두 명인데, 우리 팀 수비수 다섯 명이면 다른 팀 여섯 명보다도 낫다는 거, 알지? 적극적으로 평소처럼 움직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니헬 데 용과 만능열쇠 제임스 밀너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비록 숫자는 부족하지만, 활동량이 많기로 유명한 성배와 사발레타, 밀너가 평소보다 많이 뛰어주면 10 : 11의 싸움도 충분히 해볼 만했다.
“이 정도 핸디캡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잖아? 맨유 녀석들이 상대라면 이 정도 핸디캡, 얼마든지 줄 수 있지. 안 그래?”
“그렇죠. 이 정도 핸디캡은 일부러라도 주고 싶었는데, 주심이 우리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았을까요?”
“하하, 맞아, 맞아! 로베르토,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아, 걱정 안 하나? 하하하.”
분명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만치니도, 성배도, 다른 선수들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의 맨체스터 시티는 이 정도 어려움으로 가라앉지 않는 팀이었다.
후반전, 아마 맨유는 맨시티의 반격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었다.
“못 이겨도 상관없어. 운이 좋아 저런 형편없는 주심 덕을 본 맨유 녀석들이 심장을 부여잡게 해 줘버려.”
맨시티는 이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콤파니의 억울한 퇴장과 그 여파를 혼자 뒤집어쓴 성배의 행동으로 오히려 하나로 똘똘 뭉쳐 있었다.
***
“맨체스터 시티, 공격 전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다비드 실바와 세르히오 아게로 선수를 빼고 수비수 두 명을 투입하면서 스리백으로 전환했습니다. 0-2로 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비 숫자를 늘렸습니다.”
공격수 두 명을 빼고 수비수 두 명을 투입한 것은, 언뜻 보기에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두 골의 리드를 내준 맨시티가 경기를 포기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었다.
“수비 숫자를 늘린 것은 사실이죠. 언뜻 보기에는 이 선택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해요. 만치니 감독은 양쪽 윙백인 주와 사발레타를 믿고 모험 수를 던졌고, 이 두 선수의 활약에 따라 승부가 날 것 같네요.”
해설자는 상황을 정확하게 보았다.
뛰어난 선수들만 뛰고 있는 오늘의 그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은 이 두 선수였다.
“밀너, 길게 전방으로 때려줍니다. 최전방의 루카쿠! 머리로 떨궈줍니다.”
아게로와 루카쿠가 선발로 출전한 상황에서 공격수 한 명을 줄일 때, 아게로를 빼준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종합적인 기량은 분명 아게로가 위였다.
하지만 190cm의 장신인 루카쿠는 수비진영에서 한 번에 찔러주는 패스를 받아줄 제공권을 갖추고 있었다.
또, 아게로의 역할은 산체스가 해줄 수 있지만, 루카쿠의 역할을 대신할 선수는 없었다.
“산체스, 루카쿠가 떨궈준 볼을 잡고 공격 이어나갑니다. 오른쪽으로! 어느새 올라온 사발레타에게 볼이 이어집니다!”
맨시티가 볼을 잡아 전방으로 볼을 투입하자, 양쪽 측면에서 성배와 사발레타가 빠르게 올라와 주었다.
루카쿠가 머리로 떨궈주고 산체스가 받아주긴 했지만, 공격수는 두 선수뿐이었다.
성배와 사발레타가 올라오지 않았다면, 둘이 중앙을 돌파하는 선택지밖에 없었을 것이었고, 모두 예상할 수 있는 선택지로 맨유의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즉, 양쪽 윙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중앙으로 크로스! 퍼디난드가 먼저 걷어냅니다! 캐릭, 맨체스터 시티 진영으로 달립니다!”
사발레타의 크로스는 루카쿠의 머리에 닿기 전, 앞에서 뛰어오른 퍼디난드에 의해 클리어되었다.
볼을 잡은 캐릭은 빠르게 맨시티 진영으로 다시 달려나갔고, 밀너의 압박을 피해 긱스에게 볼을 넘겨주었다.
“달려드는 데 용을 피해 루니에게 연결!”
수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맨시티의 자랑인 강력한 압박도 빛이 바랬다.
압박의 기본은 볼이 있는 모든 곳에서 수적인 우세를 가져가는 것이었는데, 절대적인 숫자의 부족으로 그게 힘들어진 것이었다.
“아, 사방에서 압박! 루니, 고전합니다!”
하지만 이는 중원에서의 이야기였다.
맨유의 공격수이자 에이스, 루니에게 볼이 이어지자, 맨시티 선수 네 명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콜로 투레가 양옆의 보아텡, 리차즈에게 압박을 지시하면서 웰벡을 마크하고, 보아텡과 리차즈가 앞에서, 밀너와 데 용이 뒤에서 순간적으로 압박해 들어간 것이었다.
“루니, 줄 곳이 없습니다! 오른쪽의 발렌시아에게!”
그나마 루니였기에 볼을 빼앗기지 않고 마지막까지 지키다가 오른쪽으로 넘겨줄 수 있었다.
루니가 아닌 다른 평범한 선수였다면 순식간에 볼을 빼앗겼을 것이었다.
그 정도로 순간적으로 들어온 압박의 강도가 상당했다.
“어! 태클로 걷어내는 주성배! 주가 언제 여기까지 내려온 겁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최전방 가까이 있지 않았습니까?”
오른쪽의 발렌시아에게 빼주려던 루니의 패스는 어느새 내려온 성배의 태클에 막히고 말았다.
양쪽 윙백들이 모두 맨유 진영 끝까지 달려갔기 때문에 맨유의 두 윙어, 발렌시아와 나니는 마음을 놓고 있었다.
“이렇게 해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죠. 주와 사발레타가 경기 종료까지 꾸준히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맨시티에도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에요.”
반대편의 사발레타 역시 어느새 내려와 밀너에게 오른쪽 측면 수비 역할을 넘겨받은 상황이었다.
양 측면 윙백들이 이렇게 움직여주면 열 명으로도 충분히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었고, 만치니 감독이 두 선수를 믿고 있는 이유였다.
“중요한 건 체력입니다. 두 선수의 활동량과 지구력은 물론 뛰어난 편이지만, 열 명이 뛰다 보면 한계가 오긴 올 겁니다.”
“한계가 오긴 오겠죠. 다만, 다른 선수가 아니고 주이기 때문에 기대를 하는 거죠. 맨체스터 시티에 엄청난 에이스급 선수들이 많지만, 중요한 순간,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팀을 구해낸 것은 맨시티의 캡틴, 주성배거든요? 오늘도 사발레타와 함께 주가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그게 관전 포인트가 되겠네요.”
성배는 분명 체력적인 문제가 약점인 선수였다.
하지만 반대로 경기 내에서의 활동량은 뛰어난 편이었다.
평소처럼만 활동량을 가져가주고, 후반전부터 뛰기 시작한 사발레타가 모든 체력을 다해 움직여준다면 아직 맨시티에게도 가능성은 있었다.
< 낭만필드 - 30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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