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301 >
“푸하하하, 노엘! 이게 뭡니까? 하하하, 제가 받아본 선물 중 가장 인상 깊은 선물이네요.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기타를 잘 모르는 성배였지만, 기타를 잘 아는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이 기타가 어떤 모델인지 알아볼 수 없을 것이었다.
“하하, 왜. 당신을 위한 커스텀 모델이라고.”
커스텀 모델이라는 것은 딱 봐도 눈치챌 수 있었다.
어떤 메이커에서도 이런 정신 나간 기타를 만들진 않았을 테니까.
직접 리폼했다는 말도 믿을 수 있었다.
이런 정신 나간 리폼은 그 외에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었다.
“일단 멋집니다. 독특해서 마음에 쏙 드네요.”
욕조에 하늘색 페인트를 붓고 거기에 빠뜨린 것인지 기타 전체가 하늘색으로 채색되어 있었다.
빠뜨렸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어서 헤드머신, 넥, 지판은 물론이고 현까지도 하늘색이었다.
심지어 방울방울 맺힌 채 굳어진 모양까지 보였다.
절대로 연주는 불가능한 기타였다.
“이건 블루문 가사네요? 이거 웨인에게 주었던 기타랑 비슷한 거 아닙니까? 하하.”
오아시스의 광팬이자 기타는 못 치지만, 기타 마니아인 맨유의 웨인 루니는 노엘 갤러거에게 기타를 보내며 사인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때, 노엘 갤러거는 기타를 하늘색으로 칠한 뒤 맨시티 공식 응원가, 블루문 가사를 적어 보냈다.
“아니지, 아니지. 그때는 웨인의 기타라서 바디만 칠했다고. 이건 내가 사준 기타라 모든 부분을 다 칠한 거니 더 특별한 거랄까?”
성배도 그냥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우스갯소리를 던졌을 뿐이었다.
어차피 기타를 칠 줄 몰랐으니, 노엘 갤러거의 성격이 드러난 이 기타가 마음에 들었다.
“그나저나 이건 절대 연주는 못 하겠군요. 줄이 조금만 흔들려도 페인트가 갈라질 테니.”
“당연하지. 연주하라고 준 기타가 아니니까. 배우고 싶으면 나중에 기타 하나 직접 사서 연락하라고. 그건 잘 진열해놔. 아무도 건들지 못하게 하라고. 푸하하하.”
진짜 대충 칠한 모양이었다.
줄이 조금만 흔들리면 칠해졌던 페인트가 그대로 갈라질 것 같은 모양새였다.
절대 연주용은 아니었다.
“아, 괜찮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촬영 중 기타를 들고 있기는 불편할 거라 생각했는지, 촬영팀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성배는 촬영팀의 배려를 거절하고 기타를 직접 손에 들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놈의 기타 좀 내려놓을 수 없어?”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성배는 기타를 품에 안고 있었다.
이 모습은 평소 유쾌하고 쿨하면서 자신감이 넘치는 독설가 기믹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귀여운 모습이었고,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다.
당연히 성배가 의도한 반응이었다.
“하하, 제가 들고 있어야 그나마 덜 까지지 않겠습니까? 최대한 고스란히 들고 가서 집에 예쁘게 모셔놓을 겁니다. 하하.”
인터뷰가 거의 끝을 보이는데도 성배는 여전히 기타를 안고 있었다.
그와 함께 인터넷에서도 난리가 나고 있었다.
대부분 의외의 모습이 귀엽다며 열광했다.
“그래, 그래. 알아서 하라고. 네가 불편하지, 내가 불편하냐.”
노엘 갤러거도 내심 기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선물을 저렇게 애지중지하고 있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 선물을 해줬는데, 나한테는 뭐 없나? 나보다 돈도 많잖아? 내가 평소 다른 사람들한테 “당신이 상상도 못 할 만큼 돈이 많다”고 말하는데, 그쪽은 나보다 많잖아?”
성배가 계속 기타를 애지중지하고 있으니 뭔가 억울해진 듯했다.
어차피 인터뷰도 다 끝나고 슬슬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이렇게 둘이 잡담을 나누는 장면은 귀한 장면이었기에 PD의 입도 찢어졌다.
“에이, 설마 이대로 입 싹 닦겠습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노엘이 준 선물인데. 노엘이 받고 눈물을 흘릴만한 선물로 준비할 겁니다.”
“오, 그거 반가운 소식인데? 뭐? 뭐 줄 건데? 내가 눈물이 참 없는 사람인데 말이지.”
성배의 말에 갤러거의 얼굴도 밝아졌다.
하지만 자신이 그 정도로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듯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티켓 정도면 되겠습니까?”
노엘 갤러거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반대로 인터넷은 폭발했다.
“그거면 충분하지. 그때는 진짜로 울어버릴지도 모르겠군.”
위트와 여유를 유지하던 노엘 갤러거의 표정이 풀어졌다.
성배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떠오른 상상에 잠시 정신이 풀어진 것이었다.
"만약 내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티켓을 받게 된다면, 당신에게 응원곡을 선물해주지. 오직 당신만을 위한 응원곡. 앞으로 수십년이 지나도 시티즌들이 당신을 떠올리며 부를 수 있는 아주 멋진 명곡으로다가."
"그 응원곡을 받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결승전에 갈 겁니다. 우리가 결승에 간다면, 노엘의 공도 작지 않을 겁니다. 하하."
성배는 공식적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약속했다.
이미 지난 시즌 더블과 챔피언스리그 4강을 달성한, 그런 성배의 말이었다.
결정적으로 'Prophet'이라는 별명처럼 성배는 항상 자신의 말을 실현해왔기에 이번에도 팬들의 기대감은 풍선처럼 부풀었다.
***
[맨시티, 파죽지세! 뉴캐슬까지 꺾으며 리그 12연승!]
[안 필드에서 아쉬운 무승부. 맨시티 연승행진 끝.]
전반기 맨체스터 시티의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맨체스터 더비가 역사 속에 남겨진 뒤, 맨시티의 파죽지세는 멈출 줄을 몰랐다.
선수들의 기세도, 팬들의 분위기도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이어진 경기들에서 연승행진을 달린 맨시티는 리그에서만 12연승을 달렸고, 지옥의 안 필드 원정에서 연승행진은 끊겼지만, 무패행진은 지켜내며 13라운드까지 12승 1무의 어마어마한 성적으로 리그 1위를 달렸다.
이번 시즌의 맨시티를 누가 막을 수 있을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유럽 전역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맨시티의 기세가 막강했다.
[테베즈, 잉글랜드 복귀!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할 것.”]
[초라한 복귀, 테베즈. 맨시티에 자리는 있나?]
그러던 중, 테베즈가 드디어 아르헨티나에서 복귀했다.
3월에 잉글랜드를 떠난 이후, 프리시즌 기간에 잠시 복귀했다가 8월에 다시 떠나고 3개월 만이었다.
맨시티 보드진과의 파워게임에서 완전히 패배했고, 본인이 없음에도 맨체스터 시티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어 보이자, 결국, 숙이고 들어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사이 테베즈의 자리는 없어졌다.
팀 내 최다 득점자인 세르히오 아게로는 13경기에서 11골을 터뜨리며 엄청난 활약을 이어갔고, 에딘 제코 역시 10골로 그 뒤를 따랐다.
산체스가 6골로 그 뒤를 따랐고, 루카쿠, 발로텔리, 투레 등 다른 선수들의 득점력도 뛰어났다.
이제 더 이상 테베즈는 맨시티의 주 득점원일 수 없었다.
[테베즈, “팀을 떠나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하겠다.”]
[“다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테베즈, 믿어도 될까.]
테베즈 입장에서는 아직 계약 기간은 3년 가까이 남아있었지만, 어떻게든 팀을 떠나기 위해서는 숙이고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벌써 공백이 8개월을 지나고 있었다.
비시즌을 더해도 온전히 시즌 중 공백만 6개월 가까이 되는 것이었다.
정말로 은퇴할 것이 아니었기에 테베즈도 급한 상황이었다.
[맨시티, ‘돌아온 탕아’, 테베즈의 결승 골로 4강 진출.]
[더블 스쿼드의 효과! 맨시티, 2진으로 아스날 잡아내.]
그래도 테베즈는 테베즈였다.
복귀는 했다지만, 테베즈는 아게로, 제코는 물론이고 루카쿠에게도 밀리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2진급 선수들과 출전한 칼링컵 8강, 아스날전에서 결승 골을 터뜨리며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맨시티의 2진은 2진이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강력했지만, 우승컵에 목마른 아스날이 1.5군의 스쿼드를 들고 나왔기에 팽팽한 경기를 치렀다.
그 속에서 가장 빛난 선수가 테베즈였다.
[AC 밀란, 다시 테베즈에게 관심 표명.]
[인테르, 카를로스 테베즈에게 1,500만 유로 베팅?]
[유벤투스, 공격진 강화 위해 테베즈 노리나?]
쉽지 않은 경기에서 밝게 빛나며 결승 골까지 뽑아낸 테베즈는 자신의 복귀와 함께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했고, 다시 한 번 여러 빅클럽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이탈리아의 클럽들이 테베즈에게 강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살고 싶다고 징징대던 테베즈였기에 다른 나라의 클럽들은 그를 컨트롤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스페인에서 테베즈의 몸값과 주급을 감당할만한 클럽들은 공격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의 선수가 필요했다.
호비뉴가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고 파투가 잦은 부상으로 이탈한 AC 밀란.
리그 6위까지 추락하고 공격수들의 골 부진이 심각한 인테르.
지난 시즌 7위에서 빠르게 되살아나 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지만, 부치니치, 마트리, 콸리아렐라, 페페 등 A급이라 하기엔 애매한 공격수들을 보유한 유벤투스.
이탈리아 세리에A의 빅3가 테베즈를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
“맨체스터 시티, 전반기 마지막 경기, 새해 첫 경기에도 변함없이 강력한 모습입니다! 맨시티의 전반기는 무패로 끝날 것 같습니다!”
테베즈가 돌아왔지만, 맨시티의 경기력에는 변화가 없었다.
사실 변할 이유가 없었다.
이전에 테베즈가 맨시티 선수단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은 그가 에이스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맨시티는 성배가 꽉 잡고 있었고, 보드진과 코칭스태프들도 성배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게다가 테베즈 본인이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고, 이에 따라 움직임도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에 맨시티의 기세는 계속 이어졌다.
“라키티치, 전방으로 쭉 찔러줍니다!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산체스!”
전반기 초중반에 맨체스터 시티의 질주를 이끈 선수들이 아게로와 제코라면 전반기 막판에는 산체스가 팀의 공격력을 이끌었다.
9경기에 8골씩 터뜨린 아게로, 제코는 18경기를 치른 지금까지 각각 15골과 13골을 기록했는데, 초반 9경기에 3골에 그쳤던 산체스는 18경기를 치른 뒤 10골을 기록하고 있었다.
“강력한 슈팅!! 그대로 골문을 가릅니다!! 산체스의 강력한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찢어버릴 듯합니다!”
뒷공간을 파고들어 라키티치로부터 패스를 받아낸 산체스는 강력한 슈팅으로 선덜랜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시즌 11호 골이었다.
“이번 골로 해트트릭을 완성합니다! 알렉시스 산체스! 최근 맨시티의 핵심 공격수는 역시 산체스입니다!”
산체스가 본격적으로 적응을 마치고 무서운 기세로 내달리기 시작한 것은 맨체스터 더비 직후부터였다.
맨체스터 시티에게 그 어떤 경기보다 중요한 경기인 맨체스터 더비.
그런데 선발 명단에 산체스의 이름은 없었다.
거기서 충격을 받은 산체스는 이를 악물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진가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산체스가 진가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산체스 영입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성배의 주가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었다.
“3-1! 맨체스터 시티, 마지막 경기까지 승리로 장식하면서 전반기를 16승 3무, 무패! 무패로 마칩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선덜랜드전을 승리로 마무리한 맨시티는 열아홉 경기에서 16승 3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거두며 전반기 일정을 마쳤다.
더욱 더 무서운 것은 칼링컵도 3전 전승으로 4강에 진출했고, 바르셀로나, 도르트문트, 릴이라는 역사에 남을 죽음의 조에 속한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승 2무로 무패 행진을 달렸다.
전반기에 치른 스물여덟 경기의 성적은 23승 5무 무패.
그 와중에 기록한 골은 83골에 실점은 고작 15골.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으면서 경기당 평균 득점은 2.96골, 평균 실점은 0.53골.
공격과 수비가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었고, 도저히 패배를 상상할 수 없었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맨체스터 시티를 위한 시즌이 이어졌다.
< 낭만필드 - 30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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