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300 (12권) >
[충격의 맨체스터 더비, 양 팀 BEST&WORST]
어제, 충격적인 경기가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맨체스터 더비 경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사실, 필자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굉장히 재미있는 경기를 기대했고, 양 팀의 수준에 어울리는 치열한 경기를 기대했다.
필자의 예상은 정확했다.
어제 경기는 역사에 남을 경기였다.
다만, 그 내용은 예상과 180도 달랐지만.
- 팽팽했던 전반. 맨시티의 빛나는 수비력.
전반전은 그래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두 골을 헌납하긴 했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맨유가 앞섰다.
여유도 보였고, 점유율에서도 앞선 맨유의 문제는 공만 가지고 있었다는 것.
맨시티 중원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볼이 전진하지 못했고, 맨유의 자랑인 측면 공격 역시 전혀 풀리지 않았다.
안데르손은 부정확한 패스로 패스미스를 남발했고, 최근 분위기가 좋았던 웰벡은 콤파니와 보아텡의 수비에 번번이 막히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안데르손의 부진으로 경기를 조율하기 위해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맡은 루니는 웰벡까지 부진하면서 플레이 메이커도, 스트라이커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움직여야 했다.
루이스 나니와 애슐리 영의 양쪽 측면 공격도 주성배와 다비드 실바, 마이카 리차즈의 수비에 질식해버렸다.
오히려 측면 공격에서도 이 세 선수의 날카로운 침투와 돌파에 밀리며 중원과 측면 모두 내주고 말았다.
맨시티는 전반전을 탐색전으로 가져갔다.
점유율에 욕심을 보이지 않았고,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두 골을 선취, 2-0으로 전반전을 끝냈다.
- 에반스의 퇴장, 맨시티의 빛나는 공격력.
경기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한 것은 에반스의 퇴장 직후였다.
퇴장과 동시에 페널티킥을 내주었고, 세 번째 골이 들어가며 사실상 경기는 끝났다.
비디치의 부상과 퍼디난드의 노쇠화가 맨유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인지를 증명한 경기라고 볼 수 있었다.
이번 시즌 들어 에반스는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기복이 심하고 피지컬에 비해 몸싸움 능력이 좋지 않다.
완벽하게 빠져 들어가며 일대일 찬스를 맞이한 아게로를 잡아끈 것도, 이후 볼을 신경질적으로 걷어차며 레드 카드를 받은 것도, 결과적으로는 부족한 수비력 탓이다.
이후에는 맨시티의 페이스였다.
맨시티는 후반전에만 여섯 골을 폭격하며 맨유에게 최악의 하루를 선사했다.
-창조성을 잃은 맨유의 중원. 전투력이라도 갖춰야.
어제 경기의 주인공은 해트트릭을 기록한 아게로도, 1골 2어시스트로 날아다닌 맨시티의 캡틴 주성배도 아니었다.
1골 3어시스트를 기록한 플레이 메이커, 다비드 실바였다.
실바의 플레이는 빅클럽들이 왜 눈에 불을 켜고 창조적인 플레이 메이커를 원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여덟 골 중 무려 일곱 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실바는 그야말로 경기를 지배했다.
스콜스의 이탈과 하그리브스의 실패, 그나마 이 자리를 채워주던 클레버리의 부상 이탈로 맨유의 중원은 냉정하게 말해 리그 중위권 수준이 되었다.
리그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은 막강한 양 측면 윙어와 루니 덕분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수비력을 보유한 맨시티를 만나자, 이러한 장점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중원의 약점만 부각되고 말았다.
복귀한 플레처의 싸움닭 기질은 지난 시즌에 비해 약화된 모습이고, 안데르손은 심한 기복과 잦은 실수, 불필요한 파울의 남발로 맨유 수준의 클럽에서 주전으로 뛸 재목이 아님을 증명했다.
캐릭은 수비력과 중원장악력을 얻은 대신 창조적인 패스워크를 잃었고, 그나마 번뜩이는 패스를 공급해주는 긱스는 노쇠화로 오랜 시간을 소화할 상태가 아니다.
번뜩이는 창조성이 없는 중원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건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압박이다.
하지만 맨유는 창조성을 잃고도 전투적인 압박까지 장착하지 못했다.
오히려 투레와 라키티치, 밀너를 앞세운 맨시티가 훨씬 더 강하고 전투적인 전방 압박을 보였고, 실바까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한 맨시티는 단단한 디펜스라인을 구축했다.
그렇게 하지 못한 맨유는 맨시티의 공격에 곧바로 포백라인을 노출했고,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꺼내듯 너무나도 손쉽게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낸 맨시티는 연달아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번 시즌, 맨유는 중원에서 주도권을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에 따라 측면의 공격력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었고, 나니와 영, 발렌시아를 중용하고 있다.
호날두를 잃으면서 그의 파트너로 큰 역할을 해주었던 박인진은 그에 따라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하지만 어제 경기에서는 차라리 공격력은 살짝 떨어져도 그 외의 모든 부분에 크게 기여하는 박인진을 일찌감치 투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맨시티 BEST & WORST
BEST
맨시티의 베스트 플레이어는 단연 다비드 실바다.
도대체 어떤 말로 그의 플레이를 완벽히 수식할 수 있을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낄 정도로 그의 플레이는 도저히 글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보여주는 빠른 패스워크와 위협적인 킬패스는 맨유를 무너뜨렸고, 일차적인 저지선이 되어준 수비 가담 또한 완벽했다.
그의 패스는 90분 내내 보는 이들이 기대감을 가지도록 만들었고, 1골 3어시스트와 세 개의 간접적인 도움 등 이날 경기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다.
창의적인 패스 마스터가 얼마나 무서운지, 맨시티의 다비드 실바가 증명했다.
이외에도 해트트릭의 세르히오 아게로, 1골 2어시스트의 주성배, 교체 투입되어 두 골을 몰아친 로멜루 루카쿠, 맨유의 왼쪽 측면을 유린한 마이카 리차즈, 중원 장악에 큰 힘을 보탠 야야 투레, 제임스 밀너 등 너무나도 많은 선수가 훌륭한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실바의 그늘에 가릴 수밖에 없었다.
WORST
맨시티에서 못한 선수를 뽑는다는 건 의미가 없지만, 선정하는 건 의외로 쉬웠다.
바로 골키퍼 조 하트다.
클린 시트를 기록한 골키퍼가 왜 WORST냐고 묻는다면, 무난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정확히 말하면 조 하트는 볼을 거의 잡아보지 못했다.
선방횟수도 0회.
수비수와 미드필드진에게 자신의 역할을 모두 빼앗기고 골킥과 스로인 로봇으로 전락한 조 하트에게 WORST를 주겠다.
같은 이유로 뱅상 콤파니, 제롬 보아텡과 고민했지만, 이 두 선수는 웰벡과 루니를 막아냈다는 전과라도 있으니...
... 조 하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솔직히 다른 선수들이 너무 잘했다.
- 맨유 BEST & WORST
BEST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결론을 내렸다.
없다.
맨유 선수 중 BEST라는 표현을 붙여줄 만한 선수는 없다.
진짜로 없다.
큰 실수 없이 무난한 활약을 보인 리오 퍼디난드지만, 센터백이자 수비라인의 리더로서 여덟 골을 실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애슐리 영 역시 무난했지만, 어찌 되었든 BEST라는 표현을 달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은 뭐.
WORST
여덟 골을 실점한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
중원을 완벽하게 내준 대런 플레처? 잦은 패스미스로 중원을 가져다 바친 안데르손?
완벽하게 꽁꽁 묶인 대니 웰벡? 루이스 나니?
에이스의 역할을 하지 못한 웨인 루니?
다들 평소였다면 WORST를 받겠지만, 어제는 아니었다.
맨유의 WORST는 단연 조니 에반스.
어처구니없는 파울과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레드 카드를 받고 페널티킥을 내주며 이어진 6실점의 시발점 역할을 한 에반스가 WORST다.
언제 다시 그라운드에서 에반스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큰 실수를 저지른 에반스가 단연 WORST에 어울린다고 확신한다.
맨체스터 더비의 후폭풍은 강렬했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가 첼시를 1-0으로 잡아낸 것도 평소였다면 꽤 관심을 받았겠지만, 어떤 언론사에서도 이를 다루지 않았다.
모든 언론사가 맨체스터 더비의 결과에 열광하며 특집 기사로 다뤄냈고, 팬들의 관심 역시 여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짜잔. 놀랐나?”
그리고 성배는 노엘 갤러거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영국 최대의 공영 방송사, BBC에서 맨체스터 더비의 결과를 보고 급하게 노엘 갤러거를 섭외, 인터뷰 일정을 잡은 것이었다.
어제 섭외해서 오늘 촬영하는 급한 일정이었지만, 노엘 갤러거는 흔쾌히, 오히려 기뻐하며 섭외에 응했다.
“당연히 놀랐습니다. 안 바쁘십니까? 하하.”
성배를 놀라게 해주기 위해 노엘 갤러거가 함께 나온다는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다.
전설이 된 밴드, 오아시스의 리더이자 핵심이자 'The Chief', 대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노엘 갤러거와 성배의 만남은 꽤 어울리는 감이 있었다.
“맨유 녀석들을 발라버린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 내가 없으면 안 되지! 암, 그렇고말고.”
음악적인 재능은 원래 주어진 것이지만, 축구는 자신이 선택한, 가장 사랑하는 것이라 말할 정도로 축구광인 그였다.
지독한 축덕에 틈만 나면 스포츠 방송에 나와 입담을 과시했고, 밴드를 하지 않았다면 축구장 암표 판매원이든 뭐든 축구 관련 일에 종사할 것이라 말할 정도로 축구를 사랑했다.
만수르가 구단주로 부임한 뒤에는 “유나이티드 팬들이 기름을 살 때마다 우리 수중으로 돈이 들어온다니, 너무나 기쁘다”거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영입으로 이적시장을 파괴한다는 비판에는 “우리가 30년 동안 거지였다는 게 전통이냐?”라며 신랄하게 비판, 맨시티의 편을 들어주기도 했다.
“동의합니다. 노엘이 축하해준다면 우리도 기쁩니다.”
맨시티가 3부 리그로 내려갔을 때도 바쁜 시간을 쪼개 꼬박꼬박 맨시티 경기장을 찾은 열렬한 서포터가 바로 노엘 갤러거였다.
심지어 구단 사장과 만나 식사하면서 이적시장 플랜을 미리 듣기도 했다.
이 정도 팬이 함께 기뻐해 준다는 것은 맨시티 소속 선수이자 주장으로서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제는 진짜 완벽한 하루였지. 경기가 끝나고 나니까 집까지 걸어가질 못하겠더라고. 공연이 끝나고 진탕 술을 퍼마셨을 때보다 더 힘들었어. 당신들 덕분이었지. 일단 나한테 어울리는 말은 아니지만, 고맙다고 하고 싶군.”
틱틱대고 시크하면서 장난기가 섞인 인터뷰 스타일이 노엘 갤러거의 특징이었다.
진심 어린 감사 표현에 성배는 물론이고 모든 촬영 스태프들이 놀란 이유였다.
“이런. 노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까 뭔가 어색하기도 하면서 기쁘네요. 물론, 팬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항상 기쁘긴 하지만.”
성배도 미소를 지어 보이며 노엘의 감사 표시에 화답했다.
경기를 보고 만족감과 감사를 표하는 팬들의 말은 항상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저를 위해 준비한 선물은 뭔가요? 하하하.”
왠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노엘에게 친근감을 느낀 성배는 장난을 던졌다.
“선물은 개뿔. 나보다 돈도 많으면서.”
선데이 타임즈의 조사에 따르면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의 재산을 더해야 1,000억 정도.
노엘 쪽이 조금 더 부자겠지만, 그래도 성배가 훨씬 더 많았다.
“뭐, 이건 진담이지만, 농담이고. 선물 하나 준비하긴 했지.”
노엘 갤러거의 매니저가 기타 케이스를 들고 나타났다.
“당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지. 내가 직접 리폼한 거니까 영광인 줄 알라고.”
갑자기 나타난 기타 케이스에 성배의 기대감도 폭발했다.
맨체스터와 영국을 대표하는 록스타, 노엘 갤러거가 주는 기타였으니 그 의미는 굉장했다.
“짠? 어때, 마음에 들어?”
노엘 갤러거가 기타 케이스에서 기타를 꺼내든 순간, 성배는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 낭만필드 - 300 (12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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