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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사라진 필드-293화 (194/356)

< 낭만필드 - 293 >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던 맨체스터 시티는 시즌 후반이 되어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었다.

프리미어리그와 FA컵, 두 가지 대회에서의 우승을 노리다가 둘 다 놓칠 뻔했던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두 개의 트로피를 모두 따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진땀을 흘렸던 맨시티, 그리고 만수르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더블 스쿼드로 만들어냈다.

그것도 A급 클래스 이상, 어지간한 중위권 클럽 이상에서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로 더블 스쿼드를 완성한 것이었다.

“라키티치, 전방으로 깊이! 루카쿠가 받아주고, 발로텔리! 접으면서 다시 루카쿠!! 골! 골입니다! 로멜루 루카쿠! 잉글랜드 데뷔 골! 늦지 않게, 딱 좋은 시기에 데뷔 골을 터뜨립니다!”

주전급 선수들로 더블 스쿼드.

풀럼전을 2-0으로 승리하며 무실점 기록을 이어간 맨시티는 버밍엄과의 칼링컵 3라운드에 베스트 일레븐이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을 모두 제외했다.

더블 스쿼드의 2번 스쿼드가 출전한 것이었다.

“버밍엄 입장에서는 정말 불운을 탓할 수밖에 없네요. 하필이면 1라운드 상대가 맨체스터 시티가 되었어요. 지난 시즌 우승팀, 버밍엄이 또 디펜딩 챔피언이잖아요? 그런데 맨시티예요.”

일반적으로 다른 리그들은 국내 컵대회가 한 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두 개 대회였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당연히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고, 보통은 가장 비중이 떨어지는 칼링컵 대회를 포기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백업 선수들로 칼링컵에 나선 것이 그 예였다.

“맞습니다. 다른 강팀들이었다면 유망주와 백업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을 텐데, 맨체스터 시티도 백업 선수들을 내보내긴 했지만, 백업이 백업이 아니지 않습니까?”

발로텔리, 루카쿠, 존슨, 밀너, 라키티치, 데 용, 클리시, 투레, 레스콧, 사발레타, 판틸리몬.

맨체스터 시티가 2진이라고 내보낸 선수들이었다.

베스트 일레븐으로만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다면 충분히 챔피언스리그 출전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스쿼드가 2진이라며 나온 것이었다.

리그 챔피언십의 버밍엄에게는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맨체스터 시티, 이번 시즌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7연승입니다. 7경기 24득점에 무실점. 도대체 맨체스터 시티를 누가 막습니까?”

지난 시즌, 더블과 챔스 4강이라는 호성적을 기록하면서도 맨체스터 시티의 약점으로 남아있었던 체력적인 문제와 주축 선수들의 멘탈.

더블 스쿼드를 구축하면서 체력적인 문제를 최소화했고, 테베즈의 축출과 성배의 장악력을 바탕으로 선수단까지 하나로 묶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약점을 최소화했고, 지난 몇 년간 최고의 자리를 향해 빠르게 달려왔던 맨체스터 시티는 이번 시즌에야 그 준비를 끝냈다.

***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맨유나 아스날, 첼시, 리버풀과 같은 강팀과의 대진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즌 초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는 맨체스터 시티의 가장 큰 고비이자 이번 시즌 맨시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라운드라 평가했다.

“맨시티에게는 보기도 싫은 상대일 겁니다. 벌써 두 시즌 동안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전패, 벌써 4연패 중이지 않습니까?”

바로 맨시티의 천적으로 떠오른 에버튼과의 경기였다.

연패 기록이 4연패였고, 최근 4년 간의 리그 기록은 1승 7패였다.

만수르의 구단주 부임 이후로 따져도 1승 5패.

맨시티는 에버튼 한정 승점 자판기였다.

“과연 이번 시즌에도 맨시티가 에버튼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까요? 지금까지 맨시티가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이번에는 그래도 다를 것 같은데요.”

하지만 지금의 맨시티는 확실히 달랐다.

지난 시즌에도 더블을 차지했던 강팀이었지만, 팀으로서의 완성도와 위력이 달랐다.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맨시티에게 에버튼은 꼭 잡아내야 할 클럽이었다.

빅클럽으로서 지켜내야 할 자존심이라는 게 있었다.

***

“오늘은 꼭 이겨야 하는 거 알지? 언제까지 에버튼만 만나면 작아질 거야? 에버튼이 만만치 않은 명문인 건 사실이지만, 지난 시즌 7위 팀이라고.”

경기 시작 전, 에버튼의 주장 필립 네빌과 악수하며 멋진 경기를 약속한 성배는 동료들에게 돌아와 승리를 요구했다.

리그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한 팀에게 지나치게 약한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 지난 시즌까지는 우리가 없었다고. 하하.”

산체스와 아게로.

이번 시즌 영입된 두 명의 에이스는 적응기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훌륭한 활약을 선보이고 있었다.

지난 시즌부터 호흡을 맞추며 완성된 팀에 두 명의 핵심 선수가 합류한 지금, 지금이 에버튼 공포를 극복할 최적의 시기였다.

“리그 첫 선발 경기에 나선 라키티치, 움직임이 좋습니다.”

더블 스쿼드를 완성했다고는 하지만, 1진과 2진의 차이는 분명 있었다.

아직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제 슬슬 챔피언스리그도 시작되고 선수들의 활용법이 정립되기 시작하면서 로테이션으로 출전하는 포지션이 많아지고 있었다.

“라키티치, 확실히 패싱과 센스 면에서는 배리보다 한 수 위에요. 맨시티가 투톱을 활용하고 공격 쪽에 무게감이 많이 쏠려있어서 백업으로 밀린 것이지, 기량만큼은 배리에게 크게 뒤지지 않아요.”

이번 시즌부터 맨시티가 공격적인 전술을 선택한 것이 라키티치에게는 불운이었다.

지나치게 수비적인 중원을 보완하기 위해 데려온 선수이고, 지난 시즌을 통해 적응과 성장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주축으로 자리매김하려 한 그 순간, 미드필드 자리가 두 개로 줄어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배리와는 스타일이 확실히 다른 선수이기 때문에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기회를 늘려갈 것 같네요.”

미드필더 NO.1인 투레는 만능형이지만, 본인이 공격적인 역할을 선호했고, 그 탓에 파트너는 수비적 성향이 강한 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라키티치의 수비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궂은일 전문 미드필더인 배리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배리와 롤이 겹치는 데 용과 비교하면 확실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적지 않은 출전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였다.

“라키티치, 오른쪽으로 길게! 베인스가 먼저 클리어! 아게로가 따냅니다!”

산체스가 제공권 경합에서 베인스에게 밀리긴 했지만, 2선으로 내려와 있던 아게로가 다시 볼을 따냈다.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아게로! 중앙으로 내려가고, 세 명 사이에서 제코에게, 다시 아게로!”

에버튼이 맨시티를 상대로 좋은 성과를 거두었던 데는 네빌과 로드웰, 헤이팅아, 펠라이니 등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배치된 중원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맨시티의 전술은 지난 시즌과 달라져 있었다.

중원의 볼륨을 살짝 줄인 대신, 공격진에 힘을 주었고, 수비에서의 수적인 우위를 잃은 에버튼은 평소와 달리 고전하고 있었다.

“아게로의 화려한 돌파!”

아게로와 산체스가 그 전면에 서 있었다.

지난 시즌에도 맨시티 소속으로 뛰었던 실바와 제코는 비교적 정적인 스타일이었다.

타겟형 스트라이커인 제코와 플레이 메이커에 가까운 실바는 숫자도 많고 수비력도 뛰어난 에버튼 수비진을 흔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돌파력과 스피드, 드리블이 뛰어난 아게로, 산체스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에버튼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완전 쏠렸네.’

두 선수의 활발한 움직임에 에버튼 수비진은 어느새 왼쪽으로 쏠려 있었다.

그리고 성배는 비어있는 에버튼의 오른쪽 측면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아게로, 반대편으로 길게! 주!”

아게로는 텅 비어있는 에버튼의 오른쪽 측면을 놓치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벌어지는 맨시티의 패스와 성배의 모습에 당황한 에버튼 선수들이 급히 따라붙어 보았지만, 거리가 꽤 벌어진 상태였다.

‘날 너무 잊고 있었던 거지.’

성배는 시간을 끌지 않았다.

이미 에버튼의 수비진은 흔들릴 대로 흔들려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황이었다.

공격 작업을 이어가 봤자 더 좋은 상황이 나오긴 힘들었다.

“논스톱 크로스! 완벽하게 감겨서, 산체스!!”

정말 완벽한, 그림 같은 크로스였다.

골대 쪽으로 바짝 붙었지만, 절묘하게 휘어져 나가면서 하워드 골키퍼가 함부로 뛰쳐나올 수 없게 만들었고, 뒤늦게 따라붙은 디스탱의 발에도 닿지 않았다.

결국, 반대편에서 빠르게 침투한 산체스에게 정확히 크로스가 연결되었다.

“골! 골입니다! 맨체스터 시티! 선취 골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확히 골을 넣어줍니다! 알렉시스 산체스의 선취 골! 주의 이번 시즌 첫 번째 공격 포인트입니다!”

경기 주도권을 잡고 시간이 꽤 흐르는 동안 선취 골이 없어 슬슬 불안해지려던 시점에서 터진 산체스의 골이었다.

그리고 성배의 첫 번째 공격 포인트이기도 했다.

“에버튼, 너무 한쪽에 몰려 있었어요. 비록 이번 시즌 초반에는 주가 공격적인 움직임을 자제하면서 수비에 집중해주고 있지만, 공격적인 재능도 엄청난 선수거든요? 지난 시즌 11골 15어시스트로 900억짜리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토레스보다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린 선수예요.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항상 신경 쓰고 있었어야 하는데, 완전히 놓쳐버렸어요.”

분명 이번 시즌 들어서 성배의 공격적인 움직임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성배는 원래 활발하게 공격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타이밍이 좋아 순도가 높았을 뿐이었고, 타이밍을 포착하는 능력은 지금도 당연히 뛰어났다.

“주, 어쨌든 이번 시즌 들어 공격적인 공헌도가 줄었다는 일부 팬들의 비판에 지극히 자신다운 답변을 던져줍니다. 커뮤니티 쉴드까지 포함해 일곱 경기 만에 첫 번째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사실, 일곱 경기에 한 개라고 치면 이번 시즌 맨시티의 스케줄 상 여덟 개 정도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는 페이스였다.

다른 수비수였다면 굉장히 좋은 기록이겠지만, 성배였기에 아쉬운 것이었다.

“일단 이번 플레이로 주의 감각이 살아있다는 게 확인되었죠? 전술적인 차이일 뿐, 주의 경기력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네요.”

공격에서도 적지 않은 비중을 가지고 있는 성배의 공격 포인트까지 나온 상황.

리차즈가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만 잡으면 만치니 감독의 의도가 100% 이뤄질 수 있었다.

***

[IN - 22. 가엘 클리시 / OUT - 3. 주성배]

“맨체스터 시티, 클리시를 투입하며 주를 빼줍니다.”

후반 20분, 성배는 클리시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투레의 중거리 슈팅으로 스코어가 2-0까지 벌어진 상황의 일이었다.

아직 짧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만치니는 이미 승리를 확신했다.

“승리를 확신한 거죠. 무엇보다 클리시의 기량도 주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고요.”

성배가 벤치로 물러난 이유는 간단했다.

“바르셀로나전을 위해 주를 아낍니다. 바르셀로나와 상대하려면 주의 역할이 필수적이지 않습니까? 기량도 기량이지만, 주가 그라운드에 있어야 맨시티의 경기력이 100% 발휘됩니다.”

3일 뒤, 맨체스터 시티는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2차전 홈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만치니 감독은 성배를 시작으로 아게로와 실바를 교체해주면서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를 준비했다.

< 낭만필드 - 293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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