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287화 (188/356)

< 낭만필드 - 287 >

[가엘 클리시, 맨시티로 이적! 이적료는 800만 유로.]

루카쿠와 산체스의 영입으로 가장 급했던 공격진의 보강을 어느 정도 끝내놓은 맨시티는 아스날로부터 리그 정상급의 레프트백 가엘 클리시를 영입했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기량과 위상, 그리고 스물여섯의 어린 나이에 비해 이적료도 비싸지 않았다.

그리고 맨시티의 약점인 홈그로운 선수 부족을 해결해줄 수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클리시, 맨시티 이적의 이유는? 커리어인가, 돈인가.]

맨체스터 시티에는 지난 시즌 리그 최우수 선수에 빛나는 프리미어리그 탑클래스의 레프트백, 성배가 있었다.

분명 지난 2009/10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성배에 대한 평가는 애쉴리 콜의 한 단계 아래였다.

베인스, 클리시, 에브라 등과 함께 NO.2를 노린다는 평가였고, 클리시와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성배는 애쉴리 콜의 자리를 위협, 일각에서는 이미 성배가 애쉴리 콜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성배는 맨시티의 주장이었고, 언터처블의 위상을 가진 선수였다.

리그 탑클래스의 레프트백인 클리시가 백업으로 활약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되다 보니 클리시의 맨시티 선택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클리시, “수비수의 연봉 차이는 크지 않아. 우승 원해.”]

-다음 시즌 아스날이 우승할 수도. 선택이란 그런 것.

이번 시즌, 클리시의 이적은 어느 정도 예상되어 있었다.

계속해서 재계약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리버풀과 AS 로마 역시 맨시티만큼이나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섰고, 클리시의 말대로 수비수의 연봉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 역시 이제 팀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기 때문에 전처럼 오버페이를 하지 않아도 선수 영입이 가능했다.

맨시티와 리버풀, AS 로마의 조건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클리시는 만 18세가 되던 2003/04시즌, 주전으로서 아스날의 무패우승을 경험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최연소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선수였다.

그리고 26세인 지금까지 클리시의 우승 경험은 그게 전부였다.

벌써 10년 가까이 리그 최고의 선수로 버티고 있는 클리시가 받아들일 수 없는 기록이었다.

[누가 맨시티를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을까.]

클리시의 영입으로 맨체스터 시티는 어마어마한 수비라인을 완성했다.

주전 포백 라인은 주성배-콤파니-보아텡-리차즈.

백업 포백 라인은 클리시-레스콧-투레-사발레타.

말도 안 되는 수비진이었다.

백업 라인도 주전 라인업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이름값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어지간한 팀에 가면 주전’ 수준이 아니라 당장 아스날이나 리버풀 등의 수비진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수준이었다.

이러니 맨체스터 시티의 경쟁자인 맨유, 첼시, 아스날 등 다른 클럽들은 벌써부터 맨시티와의 경기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체력적인 관리가 필요한 성배의 백업을 위해 클리시를 영입했다는 것만으로도 맨시티의 위엄이 나타났다.

리그 최정상급의 레프트백을 거침없이 백업으로 영입한 것이었다.

클리시가 영입되면서 잦은 부상으로 고생하는 리차즈, 은근히 유리몸 기질이 있는 콤파니 등 수비진의 빈자리는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

맨체스터 시티는 7월 첫째 주가 끝나기도 전에 로멜루 루카쿠와 알렉시스 산체스, 가엘 클리시의 영입을 마무리 지었다.

지난 시즌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맨체스터 시티와 이번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는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지지난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는 팀을 거의 새롭게 만드는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맨체스터 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이자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클럽이었다.

약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게다가 2012/13시즌부터는 재정적 페어플레이 룰, FFP룰이 시행되기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도 적자 폭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전처럼 공격적으로 선수를 영입할 필요가 없었고, 이제 필요한 영입은 스트라이커와 백업 골키퍼가 전부였다.

사실상 공격수 영입에만 성공하면 맨체스터 시티의 이번 여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마이카! 너무 올라가지 말라고! 지금 너무 올라가고 있잖아!”

그리고 전력 보강을 거의 끝낸 맨체스터 시티는 미국으로 날아가 프리시즌 매치를 치르고 있었다.

7월 중순, 아직 시즌 개막을 한 달 가까이 남겨놓고 있는 시점에서 거의 완성된 스쿼드로 이런저런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경쟁 클럽들보다 한 발자국 앞설 기회였다.

“하아, 익숙하지가 않은데요. 노력하겠습니다.”

타고난 피지컬을 앞세워 플레이하는 리차즈에게 공격빈도를 조절하라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성배와 반대로 압도적인 피지컬에 조금은 부족한 수비 지능을 가진 리차즈의 장점은 그 피지컬을 십분 활용한 파워풀한 오버래핑에 있었다.

수비력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지능적으로 수비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 그럴 수 있어. 대신 잊어버리지만 마. 계속 신경 쓰면서 뛰면 시즌 시작 전까지는 될 거야.”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맨체스터 시티의 바뀐 전술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양쪽 풀백의 공격적인 역할이 심하게 제한되는 전술은 아니었지만, 상황에 따라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잡아주어야 했다.

선수 개인의 기량이 중요했던 지난 시즌에 비해 기본적으로 전술적인 이해도가 필요해진 것이었다.

“주는 지금 밸런스 좋아. 그렇게만 해.”

전술 이해도는 성배의 주 종목이었다.

당연히 바뀐 전술에서도 성배는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이카랑 알렉시스의 조합은 양날의 검이겠어.’

다비드 실바는 기본적으로 플레이 메이커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깊이 들어가기보다는 2선에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는 달리 알렉시스 산체스는 포워드에 가까웠기 때문에 항상 깊숙이 들어가는 편이었다.

‘잘 풀리면 엄청날 것 같기는 한데.’

실바가 중앙으로 올라가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해줄 때, 측면 공격은 성배가 맡아주면서 빈틈을 메우는 왼쪽 측면에 비해 오른쪽 측면은 좀 달랐다.

산체스가 연계를 못 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역시 직접 돌파할 때 가장 위력적인 선수였다.

리차즈 역시 돌파의 위력이 엄청난 선수였기 때문에 두 선수가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만 한다면 오른쪽 측면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마이카가 중심을 잘 잡아줄 수 있으려나.’

양날의 검.

그런 만큼 만약 역습 찬스를 내주게 되면 오른쪽에 고속도로가 뚫릴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왼쪽이 언제나 기복 없이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팀의 중심을 딱 잡아주는 역할이라면, 오른쪽은 상대방의 심장부에 비수를 꽂는 역할이었다.

다만 아직 손잡이가 완성되지 않은 검이었다.

‘개인 기량은 마이카, 전술적으로는 파블로. 둘이 더해지면 바로 리그 탑이 될 텐데.’

마이카 리차즈는 점점 기량이 올라오기 시작해 이제는 그 어떤 라이트백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사발레타 역시 지난 시즌부터 적지 않은 기회를 부여받으면서 기량이 꽤 많이 올라와 있었다.

둘 다 최고라 불리기엔 뭔가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최고 수준에서 경쟁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작은 우려가 남아있기는 해도 최소한 라이트백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었다.

“제코에게! 두 명 사이에서 멋지게 빠져나옵니다!”

이적 직후에 살짝 부진하긴 했지만, 차근차근 적응하면서 제 기량을 되찾았던 제코는 맨시티에게 FA컵 우승컵을 안겨준 결승 골을 기점으로 완벽히 제 기량을 회복했다.

한 수 아래의 LA 갤럭시 선수들이 상대라고는 하지만, 세 명 사이에서 가볍게 벗어나면서 실바에게 볼을 넘겨주었다.

“실바의 공간 패스! 발로텔리에게! 발로텔리, 일대일 찬스!”

확실히 LA 갤럭시보다는 맨체스터 시티가 한 수 위였다.

제코와 산체스가 한 골씩 터뜨리며 전반 30분 만에 2-0의 리드를 잡은 것이었다.

북미 투어 세 경기 중 첫 경기인 클럽 아메리카에게 4-1, 두 번째 경기 밴쿠버 화이트 캡스전 3-0, 지금 LA 갤럭시전도 벌써 2-0이었다.

프리시즌이라 여러 선수들을 시험하면서도 압승을 거두고 있었고, 오늘 경기 역시 세 번째 골이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아! 이게 뭔가요! 지금 장난하는 건가요? 어이없는 슈팅입니다!”

하지만 세 번째 골은 들어가지 않았다.

발로텔리가 일대일 찬스를 놓친 것이었다.

[우우우우우!!]

“아, 이건 아니죠. 아무리 친선경기라지만, 이벤트 경기는 아니거든요? 맨시티가 한 수 위의 전력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장난치듯 상대하면 안 돼요. 예의가 아니죠.”

심지어 그냥 놓친 것도 아니었다.

LA 갤럭시의 홈구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이 야유를 쏟아부을 정도로 어이없는 플레이 끝에 놓친 것이었다.

“뭐야?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거야?”

발로텔리의 바로 옆에서 받아줄 준비를 하고 있었던 제코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양팔을 뻗었다가 주저앉았다.

정말로 어이없어하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본인의 멋진 플레이로 만들어낸 기회였기 때문에 더욱 아쉬워했다.

“마리오! 이게 무슨 미친 짓이야!!”

“내가 뭘? 그냥 쇼맨쉽 한 번 부려본 거야. 못 넣은 건 좀 아쉽지만.”

그리고 성질 더럽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데 용 역시 득달같이 달려와 발로텔리와 언쟁을 벌였다.

하지만 발로텔리는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딴에는 그저 프리시즌 경기에서, 자주 만날 수 없는 북미 팬들 앞에서 쇼맨쉽을 부려보았던 것뿐이었다.

이게 이렇게 야유를 먹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들어갔으면 더 큰 일이었겠지.’

저런 식으로 응원하는 팀이 실점을 허용하면 아마 팬들도 참기 힘들었을 것이었다.

그나마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성배는 그렇게 생각했다.

“만치니 감독도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애꿎은 코칭스태프들에게 핏대까지 세우면서 분노를 표출합니다.”

북미투어는 프리시즌의 성격도 있지만, 북미시장을 개척하려는 의미도 있었다.

이런 행동은 맨시티에게 전혀 득이 되지 않았다.

작년 한국으로 투어를 갔다가 안티팬만 잔뜩 끌어모은 바르셀로나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었다.

[IN - 7. 제임스 밀너 / OUT - 45. 마리오 발로텔리]

그리고 만치니 감독은 곧바로 발로텔리를 빼고 밀너를 투입했다.

전반 30분 만에 선수 교체를 단행한 것이었다.

그만큼 만치니 감독은 발로텔리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아, 발로텔리,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예전부터 말은 많았지만, 또 한 번 자신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증명합니다.”

일단 지시가 나왔기에 경기장을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다는 표정이었다.

만치니 감독에게 화를 냈고, 물을 마신 뒤 물병을 바닥에 패대기치며 불만을 표출했다.

화룡점정으로 벤치에 앉으라는 만치니 감독의 지시에 불응한 채 곧바로 경기장을 이탈해버렸다.

‘에딘, 로멜루에 진짜 월드클래스 공격수까지 사온다는데... 이런 상황에 저런 짓을 하다니. 또라이는 또라이야.’

안 그래도 불안한 지금 상황에서 이런 짓을 하고도 과연 이번 시즌에 중용될 거라 생각하는 건지.

성배는 발로텔리의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범인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 낭만필드 - 287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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