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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사라진 필드-286화 (187/356)

< 낭만필드 - 286 >

“다음 시즌에는 투톱을 쓸 생각이야.”

6월 말, 성배는 본격적으로 다음 시즌 대비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리고 성배가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 위해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마찬가지로 이제 막 잉글랜드로 들어온 만치니 감독 역시 클럽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성배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렀다.

“투톱이라... 로멜루에 한 명 더 영입된다면 확실히 투톱을 쓰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다들 좋은 선수들이니까요.”

테베즈는 이제 팔리든 팔리지 않든 사실상 다음 시즌 계획에서 빠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루카쿠의 영입은 2,000만 유로에 성사되었고, 메디컬 테스트만을 남겨두었다.

그리고 아게로, 카바니, 팔카오와는 여전히 협상 중이었다.

“후우, 세르히오가 와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지금 당장 영입할 수 있는 선수 중에는 그나마 가장 좋은 선수인데.”

이 중 아게로는 레알, 첼시, 맨시티와 연결되어 있었는데, 본인이 스페인 내에서 이적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이대로라면 맥없이 레알에게 아게로를 내줘야 할 상황이 된 아틀레티코는 바르셀로나에게 역으로 제의를 넣어보았지만, 바르셀로나는 공격수 자원이 아쉽지 않았다.

게다가 쥐세페 로시와 바르셀로나가 연결되고 있는 상태라서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아직도 스페인 내에서만 이적하겠다고 합니까?”

맨시티가 매의 눈으로 노리고 있는 세 명의 스트라이커 중 가장 이름값이 높은 선수는 아게로였다.

카바니는 이제 막 이름을 알려가는 수준이었고, 팔카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유로파리그 득점 신기록을 달성한 팔카오의 잠재력이 더 크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게. 확실히 남미 선수라서 그런지 스페인을 좋아하는 것 같아.”

테베즈의 경우처럼 남미 선수들은 잉글랜드의 환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선호했다.

“걱정인데요? 지금 노리는 세 명 중에는 아게로가 가장 좋은 선택일 텐데.”

사실, 전성기의 포스만으로 따지자면 세 명 중 팔카오가 가장 강력했다.

2014년의 십자인대 파열을 기점으로 양쪽 십자인대가 모두 파열되며 나락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맨시티가 영입해 부상과 서드파티에서 모두 자유로워지면 팔카오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맨시티의 상황에서는 아게로가 더 좋은 선택이었다.

“그렇지. 투톱에 타겟맨으로 활용할 선수는 이미 둘이나 있으니까.”

맨시티 스트라이커진의 현재 구성은 제코와 발로텔리, 그리고 루카쿠였다.

이 중 제코와 루카쿠가 타겟맨 역할을 맡아줄 수 있었고, 발로텔리가 이들을 받쳐주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줄 것이었다.

지금 필요한 선수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타입이었고, 아게로는 원톱과 세컨드 스트라이커, 윙포워드까지 소화할 수 있는 선수였다.

‘팔카오도 아깝긴 한데...’

솔직히 성배는 아게로와 팔카오, 두 선수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직 기회가 한 번 더 있기는 하지만...’

2년 뒤, 팔카오가 모나코로 이적할 때 한 번 더 영입을 시도해볼 가치는 있었다.

그때는 성배의 팀 내 입지도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었고, 자연스럽게 발언권도 강해질 것이었다.

‘그때 과연 팀에 팔카오가 필요할까?’

하지만 2년 뒤라면 루카쿠가 터져줘야 하는 시점이었다.

제코 역시 전생과는 다른 길을 걸을 확률이 높았다.

지난 시즌 막판의 대폭발로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였고, 성배와의 합이 굉장히 좋은 선수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팔카오가 딱히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았다.

팔카오가 필요한 상황이 된다는 것은 루카쿠가 망했다는 것이었기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고.

“일단 아게로에 집중하고는 있는데, 안 된다면 갈아타야겠지. 혹시나 그렇게 되면 팔카오로 갈아탈 생각이야.”

만치니 감독의 말에 성배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전생과는 비교도 안 되는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다.

전생에서도 영입한 아게로를 놓칠 일은 없을 것이었다.

“내가 오늘 널 이렇게 부른 건... 아, 잠시만.”

본격적으로 다음 시즌 팀의 전술 운용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려던 만치니 감독을 전화벨이 방해했다.

만치니는 수화기를 들며 성배에게 양해를 구했다.

“아, 나중에 전화하... 뭐!? 그게 진짜야?!”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는 내일로 미뤄졌다.

***

[나의 귀찮은 친구에게.]

- 당신과의 플레이를 기대하는 알렉시스 산체스가.

만치니 감독에게 전화가 걸려온 시간보다 5분 정도 먼저 성배에게도 메일이 와 있었다.

그 전화는 알렉시스 산체스의 영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전화였다.

결국, 맨시티와 성배는 산체스의 마음을 돌린 것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분명 좋은 클럽이다. 하지만 우리도 바르셀로나에게 밀리지 않는다. 우린 지난 시즌 더블을 차지했고, 챔피언스리그 역시 4강까지 올랐다. 당신이 합류해준다면 빅 이어도 꿈이 아니다.]

[프로 선수에게 이적료와 연봉은 자존심이다. 바르셀로나는 우리나 첼시와 경제력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클럽임에도 당신에게 가장 적은 돈을 제시했다. 이건 그들이 당신을 그 정도로밖에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린 당신을 돈으로 살려고 하는 게 아니다. 당신을 그 누구보다 높게 평가한다는 것을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을 뿐이다.]

[역사와 전통은 분명 굉장히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리고 그 역사와 전통에 속하는 것보다는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낸 사람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후대에 이름을 남긴다. 나는 물론이고, 뱅상, 야야, 다비드, 마이카, 그리고 다른 동료들. 우리는 맨시티와 함께 역사와 전통을 만들고 있다.]

[바르셀로나를 향한 당신의 사연은 알고 있다. 그리고 이해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당신은 합당한 대우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 행여 나중에라도 바르셀로나가 합당한 대우와 함께 당신을 원한다면, 당신의 의견을 존중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지금 당신이 바르셀로나를 선택하는 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까먹는 것이고, 이는 하늘에 계신 당신의 삼촌께서도 원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우리와 함께하자. 그리고 맨시티의 역사를, 세계 축구의 역사를 함께 다시 써보자. 당신과 함께라면 우린 할 수 있다.]

성배가 산체스에게 보낸 메일들의 내용이었다.

꾸준히 보낸 메일은 이미 열 통 가까이 되었다.

메일을 받은 뒤, 바르셀로나가 드림 클럽이었던 산체스는 결국 맨시티로 합류했다.

물론, 오로지 성배 때문에 마음을 바꾸진 않았을 것이었다.

순식간에 급성장한 전력과 상상을 초월하는 재력이 맨시티의 가장 큰 무기였다.

그리고 재력을 제외한 맨시티의 모든 장점은 크든 작든 성배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메일들은 한 통도 빼놓지 않고, 상세하게 읽었다. 숫자를 세보지는 않아서 모르겠지만, 한 통당 최소 세 번에서 다섯 번 정도는 읽어본 것 같다. 혹시 대필한 것인가? 직접 썼다는 건 알지만, 믿을 수 없다. 하나하나가 나의 심장을 건드렸다.]

[나는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15년간 간절히 바라왔다. 그리고 당신은 15일 만에 그 자리에 맨체스터 시티의 유니폼을 가져다 놓았다.]

[좋다. 당신들과 함께 맨체스터 시티의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 보겠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의 하늘색 유니폼과 함께 바르셀로나를 꺾고 유럽 정상의 자리에 올라갈 것이다.]

[다만, 아직 바르셀로나를 향한 마음을 접은 것은 아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바르셀로나에서 나에게,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에게도 합당한 대우를 해준다면, 그때는 나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해달라. 적어도 맨체스터 시티에게 피해하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약속할 수 있다.]

[당신을 만날 날이, 당신과 함께 대화할 날이, 그리고 당신과 함께 그라운드 위에서 활약할 날이 기대되어 요즘 잠을 잘 수가 없다.]

[다음 시즌, 당신은 절대로 나를 실망시키면 안 된다.]

산체스의 마지막 답장이었다.

‘연애편지인가...’

메일을 읽은 성배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면서도 부담감을 느꼈다.

원래 남미 사람들이 전부 다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오글거리고 연애편지 같은 느낌까지 있었다.

‘다음 시즌 준비는 정말 확실히 해야겠어.’

어쨌든, 이 정도로 자신에게 기대하고 있는데, 그리고 자신을 믿고 이 팀을 선택했는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아직은 믿어지지도 않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사실이었다.

자신은 이 팀의 얼굴이자 정신을 상징하게 된 것이었다.

'아마 나중에는 바르셀로나라고 해도 떠나기 싫어질 걸.'

이 팀은 그렇게 될 수 있었다.

***

알렉시스 산체스의 영입은 만치니 감독의 다음 시즌 플랜에 가장 중요한 열쇠였다.

만치니는 아게로와 함께 산체스를 무조건 영입해야 할 선수로 꼽았다.

그만큼 다음 시즌 전술 변화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공격 전술이 굉장히 과감해졌어. 그만큼 수비수들한테는 지난 시즌보다 더 큰 부담이 가해질 거야.”

공격수만 두 명을 투입하는 투톱을 활용하고 양쪽 윙어도 실바와 산체스로 구성된 전술이었다.

게다가 중원의 에이스인 투레는 공격본능이 강해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의 중간 정도 역할을 해주는 선수였다.

결국, 포백과 미드필더 한 명, 이렇게 다섯 명이서 수비를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확실히 힘들긴 할 것 같습니다. 제임스도 없고.”

지난 시즌 밀너가 중용된 이유였다.

투레가 올라갔을 때, 그 빈자리를 밀너가 채워준 것이었다.

덕분에 맨시티는 항상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와 네 명의 수비수를 앞세워 단단한 수비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여기서 순식간에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잃어버렸다.

“일단, 야야의 역할을 좀 조정하긴 할 거야. 지난 시즌만큼 위로 올리진 않을 거지만, 그래도 공격 성향을 아예 버릴 순 없겠지. 재능이 아깝기도 하고.”

야야 투레의 공격 재능은 확실히 버리기 아까운 카드였다.

지난 시즌과 같이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이게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공격적인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역할 이하로 내릴 순 없었다.

“힘들겠지만, 괜찮습니다. 우리 수비진에 약점은 없습니다.”

그래도 성배는 자신이 있었다.

만치니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콤파니와 보아텡, 두 명의 뛰어난 센터백에 성배와 리차즈, 사발레타가 버티는 수비진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 유일하게 30골 이하로 실점한 수비진이었다.

그리고 투레의 파트너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배리와 라키티치 모두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었고, 투박한 플레이 때문에 살짝 밀려난 분위기였지만, 데 용 역시 수비력만큼은 최강이었다.

“그래. 수비진을 믿으니까 나도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거야. 너한테 거는 기대가 커. 그만큼 부담스럽겠지만, 너와 우리 수비수들이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수비진에 부담이 크게 걸린 만큼, 공격진은 지난 시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단 한 시즌으로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의 플레이 메이커로 거듭난 다비드 실바.

지난 시즌 막판에 드디어 볼프스부르크 시절 기량을 되찾은 에딘 제코.

문제도 많지만, 투톱 전술에서만큼은 믿을 수 있는 악동, 마리오 발로텔리.

그리고 새롭게 영입된, 연계, 돌파, 득점력 뭐 하나 부족하지 않은 칠레의 신성, 알렉시스 산체스.

엄청난 피지컬과 활동량, 넓은 활동 반경, 골 결정력 등을 앞세운 벨기에의 신성, 로멜루 루카쿠.

제임스 밀너, 아담 존슨 등이 버티는 백업 라인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제 공격수 한 명만 영입되면 끝이군요.”

맨체스터 시티의 영입은 과감하면서도 빨랐다.

다음 시즌을 위한 선수단 구성을 빠르게 끝낸다는 것은 큰 메리트였다.

전술을 준비할 시간과 선수단을 하나로 묶을 시간이 다른 클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맨시티는 노리고 있는 세 명의 공격수 중 한 명만 영입되면, 다음 시즌을 위한 전력 보강이 끝나는 상황이었다.

아직 다른 리그는 이적시장이 열리지도 않은, 6월 마지막 날의 상황이었다.

< 낭만필드 - 286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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