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277화 (178/356)

< 낭만필드 - 277 >

“경기 끝났습니다! 1-0! 맨체스터 시티, 1-0으로 스토크 시티에 승리를 거둡니다!”

이번에도 결과는 1-0.

챔피언스리그를 제외한 잉글랜드 내 경기만 따지면 벌써 다섯 경기 연속 한 골 차 승부였다.

하지만 일단 오늘은 그런 걱정 따위 뒤로 밀어놓았다.

“우승입니다! FA컵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는 맨체스터 시티! 두 시즌 연속 우승 트로피를 수집합니다!”

FA컵 우승.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시즌 35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이후 한 시즌 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하며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맨체스터 시티... 무섭네요. 기세가 정말 무서워요. 불과 두 시즌 전에 10위였던 클럽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예요. 지난 시즌 칼링컵 우승, 이번 시즌에는 FA컵 우승에 리그는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 심지어 챔피언스리그는 4강까지 올라갔어요!”

맨체스터 시티의 기세는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비록, 맨체스터 시티의 성공이 가속화될수록, 사람들은 자본에 의한 축구계의 침식을 우려했지만, 맨시티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투자한 클럽이 없었을 뿐, 이미 축구계는 자본에 잠식당해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 이제는 돌풍, 다크호스 정도로 설명할 수 없는 클럽이 되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강팀,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이젠 누구도 맨체스터 시티를 쉽게 대할 수 없었다.

잉글랜드 내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그랬다.

그 어떤 강팀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클럽.

그게 바로 지금의 맨체스터 시티였다.

‘FA컵... 다음은 리그 우승컵이다.’

우승 트로피는 맨체스터 시티의 주장인 성배에게 가장 먼저 주어졌다.

트로피를 받은 순간, 이미 다음 트로피를 생각했다.

그리고 하늘로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하늘색 종이가 축포로 뿌려졌고, 맨시티를 응원하던 모두가 목이 터져라 소리 질렀다.

***

FA컵 우승을 차지했지만, 기쁨을 누릴 시간은 없었다.

그날, 관중석의 반을 채운 팬들과 그라운드 위에서 신나게 환호하고 시상식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 끝이었다.

파티는 잠시 뒤로 미뤄둔 맨체스터 시티는 3일이라는 짧은 휴식 이후 다시 리그 경기를 치렀다.

“실바, 가볍게 제치고 스루 패스! 제코, 제코!! 슈팅! 골! 골입니다! 시즌 9호, 리그 6호 골! 그리고 해트트릭입니다!!”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으로 스토크 시티를 불러들여 가진 리그 경기.

고작 3일 전에 있었던 FA컵 결승전에서 힘들게 이겼던 것이 꿈이었다는 듯 맨체스터 시티는 스토크 시티를 맹폭, 3-0으로 점수 차이를 벌렸다.

“에딘 제코! 대단하네요! 시즌 막판이 되어서야 맨체스터 시티가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래도 지금처럼 중요한 순간에 제코의 부활은 굉장히 큰 힘이 되죠!”

제코의 해트트릭이 결정적이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FA컵 우승을 이끈 결승 골이 제코에게도 큰 힘이 되었는지 완전히 달라진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오늘 경기 전까지 여섯 골을 기록하는 동안 무려 다섯 골이 헤더였던 제코는 오늘 오른발과 왼발, 특기인 헤더까지 다양한 루트로 골을 기록하며 달라진 모습을 증명했다.

“제코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드디어 공격진이 살아난 것 아닙니까?”

“그렇죠. 최근 리그 네 경기 연속으로 한 골 차 승부를 펼쳤고, 평균 득점도 1.25골에 불과했던 맨시티거든요? 정말 오랜만에 다득점 경기를 펼쳤는데, 이건 분명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주겠죠.”

뒤늦게 터졌지만, 지금이라도 터져서 다행이었다.

그간의 문제가 공격진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원톱으로 출전한 제코가 제 몫을 해주자 바로 세 골을 터뜨린 맨시티였다.

마지막 볼턴전을 앞두고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이제 중요한 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 결과입니다. 37라운드 전까지 맨유가 2점 차로 앞서 있었는데, 오늘 경기 포함해서 모두 승리를 챙기면 자력 우승입니다.”

맨유와 맨시티의 우승 경쟁은 마지막까지 치열했지만, 블랙번, 블랙풀 두 팀과의 경기를 남겨놓은 맨유의 일정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기에 아무래도 맨시티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

[37라운드에서 승리한 맨시티, 무승부 맨유. 우승은 누구?]

[기회를 잡지 못한 맨유. 마지막까지 살얼음판 싸움.]

그런데 예상외로 맨유가 블랙번과의 37라운드에서 1-1 무승부에 그치면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 불이 붙었다.

37라운드를 마친 상황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승점은 76점, 맨체스터 시티 역시 76점이었다.

두 팀의 승점이 같아진 것이었다.

74골 37실점의 맨유는 +37, 65골 29실점의 맨시티는 +36이었다.

골 득실 1점 차이.

시즌 막판에 체력적인 이유로 경기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마지막에 맨시티의 발목을 잡았다.

[적응을 마친 제코 VS 부실한 득점 1위 베르바토프]

[화려한 미드필드 VS 세계 최고의 감독]

승점은 동률에 골 득실은 겨우 한 골 차.

대진운도 돌풍을 일으킨 10위 볼턴과 맞붙는 맨시티나 17위 버밍엄과 골 득실 차이로 강등 전쟁을 펼치는 18위 블랙풀과 맞붙는 맨유나 비슷했다.

일단 두 팀이 승리할 확률이 꽤 높았고, 중요한 것은 다득점 싸움.

그러다 보니 공격진에 이목이 쏠리고 있었다.

맨시티의 핵심 선수는 스토크 시티전 해트트릭으로 감을 되찾은 에딘 제코였고, 맨유의 핵심 선수는 21골로 리그 득점 선두에 올라있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였다.

그리고 혼자서 골을 넣기에 조금은 아쉬운 두 명의 공격수를 받쳐주는 팀의 도움 역시 중요했다.

맨시티는 다비드 실바와 이반 라키티치를 앞세운 미드필드진의 역할이 중요했고, 전체적으로 위력이 많이 떨어진 맨유는 선수들보다 감독인 퍼거슨의 역할이 중요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팀이 정해지게 되었는데요, 기분이 어떠십니까!!!”

맨체스터는 수많은 기자들 때문에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우승 경쟁을 펼치는 두 팀이 모두 맨체스터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절반은 맨체스터에, 나머지 절반은 트래포드로 몰려 어떻게든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혈안이 된 기자들 때문에 도시 전체가 시끄러워진 상황이었다.

“죄송합니다. 인터뷰는 하지 않습니다.”

훈련장으로 들어오는 길목은 클럽 직원들과 보안 요원들이 철통같이 지켰다.

성배는 클럽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훈련장 안으로 향했다.

아직 38라운드 경기까지는 3일이나 남아 있었고, 인터뷰는 경기 전날 하기로 예정된 상황이었다.

‘후우, 확실히 누가 우승하던 극적인 상황이긴 해.’

마지막 라운드를 앞둔 상황에서 골 득실 한 골 차의 경쟁.

관심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 경기에 한 골 차이는 생각보다 큰 차이야.’

다득점에서 밀리는 맨체스터 시티는 마지막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골 득실 두 골을 더 쌓아야 우승할 수 있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 우승하면 게임 끝인데.’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마지막 경기.

이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만 있다면 단번에 원하던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

“어려운 일이겠지만, 우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뛰어넘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이미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두 시즌 연속으로 상대전적에서 맨유를 압도하고 있기도 하죠. 이젠 시즌 성적으로 꺾을 차례입니다.”

경기 전날, 예상대로 맨체스터 시티의 프레스룸이 가득 찼다.

만치니 감독과 성배, 콤파니, 투레에게 수많은 질문이 쏟아지고 있었다.

성배는 맨유를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퍼거슨 감독은 여전히 자신이 쓰러지기 전에는 맨시티에게 역전당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맨시티보다 조금 먼저 기자회견을 가진 맨유의 퍼거슨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맨시티에게 역전당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1위 자리를 지켜 우승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었다.

“제 대답도 그때와 같습니다. 퍼거슨 경, 오래 사셨으면 합니다. 하하하.”

성배도 그때와 같은 대답으로 반격했다.

퍼거슨은 오래 살 것이고, 맨시티는 이미 그 전에 맨유를 넘어설 것이었다.

“이제 마지막 라운드면 우승팀이 정해지는데요, 맨유와의 마지막 승부를 어떻게 대비하셨습니까?”

웃는 표정으로 유머러스하게 반응하던 성배는 바로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대답했다.

“당연히 맨유에 대한 생각을 최대한 지우고 볼턴전에 집중했습니다.”

언론은 자꾸 맨유와 맨시티의 대결을 강조하며 서로의 상대인 블랙풀과 볼턴을 소홀히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맨시티는 최대한 맨유에 대한 생각을 지우려 했다.

그 선봉에는 성배가 있었다.

“에휴, 어찌나 잔소리를 해대던지. 동료 대부분이 자기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선수인데.”

투레가 옆에서 말을 보탰다.

실제로 성배는 스토크 시티전이 끝나자마자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그리고 최대한 맨유를 언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모든 것을 잊고 첫 경기인 것처럼 볼턴전에 집중하라 말했고, 미팅 이후 맨유를 입에 담지 않았다.

성배가 지난 며칠간 훈련장에서 입에 올린 클럽은 볼턴이 유일했다.

“야야 말이 맞습니다. 맨유라는 클럽이 잉글랜드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한마디를 안 하더군요. 벌써 7년이 넘게 본 친구지만, 이럴 때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콤파니 역시 한마디 거들었다.

자신이 한 살 더 많지만, 성배를 보고 배우는 게 많았다.

“우리가 우승을 두고 경쟁하는 클럽은 맨유가 맞습니다. 하지만 결국 볼턴전을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우승이 결정되는 것이지, 맨유를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성배는 본질을 잊지 않았다.

맨유와의 치열한 우승경쟁은 그만큼 큰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지만, 지나친 관심 때문에 선수들이 흔들릴 확률도 그만큼 높았다.

이럴 때 감독과 주장의 역할이 중요했고, 만치니 감독과 성배, 배리 등은 훌륭하게 제 몫을 다해주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마지막 경기, 우린 최고의 경기를 선보일 것이고, 좋은 결과를 얻어낼 것입니다.”

성배와 맨시티는 정말 최선을 다해 볼턴전을 준비했다.

테베즈와 리차즈, 투레 등 주전급 선수들의 이탈은 분명 큰 타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는 동안 꽤 훌륭하게 그 자리를 메워놓은 상태였다.

볼턴과의 경기에 승리는 물론이고 다득점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시즌 후반기에 맨시티는 분명 체력적인 문제를...”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기자들은 여전히 하고 싶은 질문이 많은 듯 앞다퉈 손을 들었지만, 할애된 시간이 끝났다.

기자들의 아우성을 뒤로 한 채 네 사람은 프레스룸을 빠져나갔다.

‘체력적인 문제라...’

지난 37라운드 이후 38라운드 경기까지는 5일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부족한 시간도 아니었다.

‘5일이면 감지덕지지.’

빽빽한 일정 때문에 3일, 4일 간격의 경기에 익숙해진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이었다.

5일의 휴식이면 만전의 상태였다.

< 낭만필드 - 277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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