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276 >
[이번에는 FA컵! 맨시티, 42년 만에 FA컵 트로피 노려.]
[파죽지세의 맨시티, FA컵 우승 트로피까지 가져가나.]
스토크 시티와의 FA컵 결승전을 앞둔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는 이미 우승이라도 차지한 분위기였다.
스토크 시티도 비록 좋은팀이었지만, 어쨌든 리그 10위에 불과한 팀이었다.
리그 2위에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와는 전력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팬들이 칼링컵 우승으로 34년 만의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에 이어 42년 만의 FA컵 우승을 기대하는 것도 당연했다.
[유일한 변수는 체력. 맨시티 선수단, 버틸 수 있나?]
[맨시티, 3주 동안 일곱 경기, 평균 3일에 한 경기 치러.]
리버풀전 패배 이후 여덟 경기에서 4승 4패, 골 득실 마진은 -4.
맨체스터 시티의 최근 경기력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주력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문제였다.
FA컵 결승전 이후 3일 뒤에 리그 경기가 또 있었기 때문에 우승 경쟁을 하는 입장에서 바닥까지 끌어모아 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변수가 있다면 역시 그것이었다.
[만치니 감독, “테베즈, 맨시티 떠나려면 떠나도 돼.”]
[맨시티 주장 주성배, “테베즈없어도 우승할 수 있어.”]
[오랜만에 하나된 맨체스터. 테베즈 유니폼으로 화합해.]
여전히 테베즈는 아르헨티나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최근 맨체스터 시티의 부진이 테베즈의 부재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라키티치와 제코가 자리를 잡았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맨체스터 시티라는 팀은 전술의 중심에 테베즈를 배치한 팀이었다.
테베즈의 이탈로 인한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테베즈에게 매달리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끌려다닐 만큼 끌려다녔고, 이제는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아직 이적시장이 열리지도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대체자를 찾는 한편, 발로텔리와 제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가며 전술도 수정했다.
테베즈의 이탈과 체력 저하가 겹치면서 경기력이 떨어진 것은 분명했지만, 그래도 승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것도 맨시티의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었다.
카를로스 테베즈의 영향력은 맨시티에 그치지 않고 맨유게도 영향을 미치면서 맨체스터를 하나로 만들어주었다.
맨유의 스폰서인 Betfair에서 이벤트로 테베즈의 유니폼을 버리면 다른 선수의 새 유니폼으로 교환해주었고, 맨유 스폰서의 이벤트에 시티즌들까지 대거 참여한 것이었다.
버려진 테베즈의 유니폼은 아르헨티나 빈민촌에 기부되었기 때문에 결과만 보면 맨체스터가 대동단결해 좋은 일을 한다고 볼 수 있었다.
[야야 투레, “형을 위해 반드시 FA컵 우승할 것.”]
그리고 투레는 아직 정식 징계 수위가 나오지 않아 경기를 뛸 수도 없고 기약조차 없는 콜로 투레를 위해 우승을 다짐했다.
전체적으로 부진한 맨시티 선수단에서 그나마 제 몫을 해주는 선수 중 한 명인 야야 투레가 이렇게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는 것은 맨시티에겐 호재였다.
***
“주, 파블로. 측면을 잘 부탁한다. 힘들겠지만, 너희 둘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만치니 감독은 FA컵 결승전인 오늘, 투톱을 들고 나왔다.
이번 시즌 50경기가 넘게 치르면서 투톱을 꺼내 든 것은 다섯 번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피지컬을 중심으로 한 축구를 전개하는 스토크 시티에게 맨시티 수비수들이 쉽게 당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에 투톱을 들고나올 수 있었다.
“제가 언제 실망하게 만든 적 있습니까. 오늘도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비록 성배가 강철 체력을 가진 선수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관리만 받으면 시즌 막판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 결과, 성배는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이는 중이었다.
성배는 시즌 후반에도 맨시티 선수단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제대로 제 가치를 보여드리죠.”
맨시티 커리어의 시작이 좋지 않았던 사발레타지만, 본인의 기량으로 조금씩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양쪽 풀백을 모두 소화하며 궂은일을 도맡아 신뢰를 쌓았고, 불규칙한 출전 기회 속에서도 안정적인 활약을 보이며 조금씩 위상을 올렸다.
아직 그 위상이 리차즈에게 미치지는 못했지만, 맨시티 영입 직후와 비교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한 상태였다.
“좋아. 그러면 측면은 저 둘한테 맡겼으니, 미드필더들은 마음 놓고 발라버려. 알겠지?”
성배와 사발레타, 두 명의 믿음직한 선수에게 측면을 맡긴 만치니 감독은 데 용, 투레, 라키티치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투입해 중원의 완벽한 장악을 노렸다.
피지컬을 앞세운 스토크 시티에게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라키티치 덕분에 밸런스가 완벽히 잡힌 이 미드필드진에 약점은 없었다.
“뭐, 굳이 세 명이나 썼어야 했나, 싶긴 하지만, 열심히 해보죠, 뭐.”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투레였지만, 오늘만큼은 다른 선수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혹시나 싶은 걱정거리 하나도 남겨놓지 않겠다는 듯 세 명의 정상급 미드필더를 투입한 만치니 감독의 선택이었다.
모든 선수가 중원 싸움의 승리를 확신했다.
‘에딘은 점점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고, 투톱 전술이라면 마리오도 좋은 선수고. 다비드야 뭐, 말할 필요도 없고.’
원톱으로는 다들 아쉬운 활약을 보였지만, 투톱이라면 제코와 발로텔리도 부족한 것 하나 없었다.
그리고 중앙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설 실바는 굳이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이었다.
투톱과 중앙 올인이라는 약점 때문에 강팀을 상대하긴 힘들겠지만, 스토크 정도가 상대라면 걱정할 필요 없었다.
“자, 지난 시즌에 칼링컵 우승했으니 이번 시즌에는 FA컵 차례잖아? 거뜬하게 가져와. 그래야 다음 차례인 리그 우승컵도 우리 것이 될 테니까.”
35년간 이어졌던 무관의 한을 지난 시즌 칼링컵 우승으로 해소한 맨체스터 시티.
칼링컵에 이어 FA컵까지, 단계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만약 이번 시즌에 FA컵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다면, 그다음 단계인 리그 우승 트로피도 왠지 차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사실, 맨체스터 시티도 굉장히 오랜 기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클럽이지만, 스토크 시티는 한 수를 넘어 두 수 이상 더 암울했고, 더 간절히 이번 결승전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1863년 창단으로 영국 클럽 중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졌고, 세계 축구계의 위대한 전설인 스탠리 매튜스 경이 34시즌을 활약한 클럽.
스토크 시티의 영광은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우승 경험은 1927년 풋볼 리그 컵 우승이 전부, 결승 진출도 1972년 풋볼 리그 컵 준우승 이후 경험해보지 못한 클럽이었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스토크 시티, 나름 잘 버티고 있습니다만, 리그 경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상대가 아무리 강팀이라고 해도 버티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전술은 스토크 시티의 허를 제대로 찔러버렸다.
피지컬과 제공권을 중시하는, 상당히 전통적인 잉글랜드식 축구를 구사하는 스토크 시티였다.
하지만 맨시티 중원의 깡패들을 피지컬로 압도하지 못하고 자랑하는 공격진의 제공권 역시 맨시티 수비수들을 압도하지 못하니 힘을 받을 수가 없었다.
“로리 델랍, 오른쪽으로. 저메인 페넌트. 하지만 주의 수비를 뚫지 못하고 다시 뒤로 물립니다.”
그나마 맨체스터 시티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측면이지만, 스토크 시티 역시 측면이 강한 팀은 아니었다.
저메인 페넌트와 매튜 에더링턴, 두 선수로는 성배와 사발레타를 뚫어낼 수 없었다.
“중간 차단! 라키티치, 바로 공격으로 전환합니다!”
중원 싸움에서 점점 밀리면서 스토크 시티는 쉽게 볼을 전방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볼이 자꾸 뒤에서 돌게 되었고, 중간에 패스가 끊길 위험성도 높아졌다.
“라키티치, 한 번에 길게! 제코의 머리로!”
하필이면 라키티치에게 패스가 끊기면서 바로 위협적인 롱패스를 얻어맞은 스토크 시티였다.
성배, 보아텡과 함께 뛰어난 롱패스 능력을 자랑하는 라키티치의 킥은 정확히 제코의 머리를 노렸다.
“제코, 뒤로 떨궈주고 실바가 잡습니다! 실바, 다시 옆으로 내주고, 투레의 로빙 패스! 발로텔리!! 쇼크로스가 간발의 차이로 막아냅니다! 쇼크로스, 거의 한 골을 막아냈습니다!”
스토크 시티가 무실점으로 버티는 것은 전적으로 쇠렌슨 골키퍼와 쇼크로스 덕분이었다.
두 명이 최선을 다해 맨시티의 공격을 막아주면서 그나마 아직 실점만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제 슬슬 골이 필요한데.’
언제든,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골이 터질 수 있었기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도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일단 리드를 잡아놓을 필요가 있었다.
“인간 투석기 델랍, 스로인! 콤파니가 먼저 클리어합니다!”
“뱅상 콤파니, 이번 시즌 후반기를 기점으로 프리미어리그 탑클래스 센터백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어요.”
맨시티 선수들의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하락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승리를 챙겨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몇몇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주며 팀을 이끌어준 덕분이었다.
그중 한 명의 선수는 지난 시즌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다가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완벽하게 자리 잡은 콤파니였다.
“콤파니를 포함해 주, 야야 투레, 실바. 이 네 명의 선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특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비력은 물론이고 수비수답지 않은 공격 포인트 개수, 거기에 뛰어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끄는 성배.
타고난 피지컬과 공격 가담 능력, 게임으로 말하면 꽉 찬 육각형 미드필더의 전형을 보여주는 야야 투레.
맨체스터 시티의 약점이었던 창의적인 플레이 메이킹을 완벽히 메워주고 테베즈까지 이탈한 지금 맨시티의 2선을 이끄는 다비드 실바.
이들은 이번 시즌 맨시티의 성공에 높은 지분을 가진 핵심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원래부터 이 정도 활약을 기대했던 선수들이거든요? 시즌 중반부터 지금까지 위기가 계속 이어졌던 맨시티가 지금까지 이렇게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건 생각지도 못한 선수들의 등장 덕분이죠.”
테베즈의 이탈로 공격진이 완전히 붕괴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 다른 옵션을 만들어준 이반 라키티치.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여준 레스콧과 약물 적발로 시즌 아웃된 콜로 투레로 인해 수비진이 위기에 빠졌을 때 나타나 오히려 그들보다 뛰어난 활약으로 맨시티 수비진을 EPL 최강으로 만드는 데 한 발 보탠 제롬 보아텡.
그리고.
“실바, 오른쪽으로! 사발레타, 절묘한 오른쪽 돌파!”
잦은 부상으로 결장 횟수가 적지 않았던 리차즈와 빽빽한 경기 일정으로 체력관리가 필요했던 성배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채워준 파블로 사발레타.
“크로스 시도! 제코, 헤더!! 들어갔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드디어 선취 골을 기록합니다!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음에도 무득점에 그치다가 이제야 선취 골을 뽑아냈습니다!”
후반기 영입 이후 6골로 크게 좋은 활약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6골 중 3골이 결승 골에 오늘도 결승 골이 될 확률이 높은 골을 득점하며 순도 높은 득점들을 올려준 에딘 제코.
이들은 난세의 영웅이었다.
“제코! 또 한 번 중요한 득점을 올려줍니다! 정말 순도 높은 득점력을 보여주는 에딘 제코! 고작 여섯 골에 불과하지만, 20골과도 바꿀 수 없는 6골입니다!”
FA컵 우승 트로피가 눈앞에 놓여있는 결승전.
결승전의 주인공은 핵심 선수들이 아닌 난세의 영웅들이었다.
< 낭만필드 - 27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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