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273화 (174/356)

< 낭만필드 - 273 >

“발로텔리! 하지만 마스체라노의 압박! 맥없이 뒤쪽으로 볼을 돌립니다.”

결국, 맨체스터 시티는 투톱을 가동했다.

제코와 발로텔리를 전면에 두고 실바와 투레, 배리와 밀너가 뒤에서 지원하는 포메이션이었다.

“배리가 제코에게 넘겨줍니다. 아, 또 마스체라노! 그리고 피케가 빼냅니다.”

하지만 제코도, 발로텔리도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영 힘을 쓰지 못했다.

제코는 원래 역사보다는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적응이 느린 느낌이었고, 발로텔리는 바르셀로나의 빠르고 강한 압박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제길. 경기가 영 안 풀리는데.’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직 경기 중반이었지만, 오늘 경기의 결과가 대충 눈에 보였다.

이 정도 뛰어보면 선수들은 대충 각을 볼 수 있었다.

경기의 승패는 예상하기 힘들지만, 경기 내내 수세에 처할 것이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사비, 부스케츠, 그리고 다시 사비에서 케이타에게!”

바르셀로나 특유의 빠르고 정확한 패스가 맨체스터 진영을 헤집으며 전방으로 전달되었다.

그나마 이니에스타와 푸욜이 부상으로 이탈한 게 다행이었지만, 이니에스타와 푸욜이 없어도 바르셀로나는 여전히 강력했다.

“케이타, 오른쪽의 비야에게! 비야와 주의 맞대결!”

페드로, 메시, 비야로 구성된 바르셀로나의 삼각편대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위력을 갖춘 공격진이었다.

그리고 성배는 그중 비야와 함께 부딪히게 되었다.

‘후반기니까.’

비야의 후반기 부진은 유명했다.

기본적으로 체구가 작고 체력도 좀 부족한 편이라 시즌 막바지가 되면 항상 체력이 확 떨어졌다.

스페인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불리면서도 단 한 번도 피치치, 라 리가 득점왕을 차지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비야의 돌파 시도!”

본래 돌파를 즐기지 않고 패스를 받아 해결하는 플레이를 즐기는 비야였지만, 양발을 모두 잘 사용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돌파에 이은 크로스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 돌파를 허용해도 위험하지 않았지만.

‘굳이 기세를 살려줄 필요는 없겠지.’

바르셀로나라는 팀의 특성상 크로스를 허용해도 그리 위험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상대 핵심 공격수의 기세를 살려줄 이유는 없었다.

생각을 마친 성배는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어깨를 먼저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먼저 어깨가 들어갑니다! 비야, 주의 등에 부딪히면서 돌파 실패! 주, 콤파니에게, 콤파니는 다시 보아텡에게 볼 넘기고 제코의 머리를 향한 롱패스!”

후반기의 비야는 전반기의 비야와 다른 선수였다.

그리고 그런 비야의 돌파는 성배가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오른쪽 날개라도 꺾어보자.’

타이트한 일정이 이어지면서 리차즈의 폼도 좀 떨어진 상황이었다.

바르셀로나 쓰리톱의 날개 한쪽만이라도 꺾어야 했기에 성배의 역할이 중요했다.

***

“사비, 메시에게. 메시가 또 한 번 볼을 잡습니다.”

한쪽 날개를 꺾어도 바르셀로나에는 메시가 있었다.

혼자서도 날개의 역할은 물론이고 최전방과 2선의 역할까지 다 해내는 슈퍼맨 메시의 움직임에 맨시티 선수들은 모두 고전하는 중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흔들릴 수는 없는데.’

이번에 메시가 볼을 잡은 곳은 오른쪽 측면.

바르셀로나는 페드로와 메시, 비야 세 명의 공격수가 끝없는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메시를 앞세운 그 활발한 스위치는 항상 상대를 박살 내곤 했다.

“돌파 시도! 볼이 발에서 떨어지질 않습니다.”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빠르게 달리면서도 볼이 발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성배도 정상급에서 나름 오래 활약했지만, 수준이 다른 드리블이었다.

‘이런.’

드리블을 막기 위해 발을 뻗어봤지만, 간단한 양발 드리블만으로 성배의 태클을 간단히 피해버린 메시였다.

“한 명! 두 명! 세 명! 그리고 슈팅!! 골! 골입니다! 리오넬 메시! 드리블로 세 명을 제쳐내고 가볍게 골을 만들어냅니다.”

성배뿐만이 아니었다.

성배와 배리, 콤파니가 연속으로 제쳐지면서 메시에게 돌파를 허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감아찬 왼발 슈팅으로 정확히 골대 안에 볼을 집어넣었다.

“역시 메시... 여기서 골을 넣네요. 역시 메시, 메시다운 득점이었어요.”

바르셀로나가 경기를 주도하고 있긴 했지만, 공격이 잘 풀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비야는 후반기 슬럼프에 성배의 수비가 겹치며 크게 활약하지 못했고, 페드로 역시 리차즈와 투레의 협력에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메시는 혼자 힘으로 골을 만들 수 있는 선수였다.

“맨시티 수비진이 절대 허술한 수비진이 아니거든요? 이번 시즌 32라운드까지 26실점으로 최소실점을 달리는 강력한 수비진이 바로 맨시티의 수비진이에요. 그런데도 혼자서 세 명을 제쳐내고 하트의 손까지 피해내네요.”

프리미어리그 최고,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진이라 평가되는 맨시티의 수비진이 한 명에게 농락당했다.

‘차라리 뭔가 화려했으면 그냥 인정하고 넘어갈 텐데.’

한없이 간단한 움직임이었다.

드리블 좀 한다는 선수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드리블이었다면 차라리 인정하고 넘어가기 쉬웠을 것이었다.

하지만 메시의 드리블은 한없이 간결했다.

그리고 그 간결한 드리블에 맨시티 선수들은 추풍낙엽처럼 무너져내렸다.

‘저래서 세계 최고라고 하는 건가.’

이번 플레이 단 한 번으로 메시의 클래스를 느낄 수 있었다.

플레이의 바리에이션이 워낙 넓은 선수였기 때문에 예측해서 수비한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바리에이션도 넓은데 모든 플레이가 뛰어나다 보니 수비하기가 정말 까다로웠다.

“맨시티, 홈에서 선취 골을 실점합니다. 누캄프 원정을 남기고 있는 맨시티 입장에서는 홈경기를 꼭 잡고 싶을 텐데요. 선취 실점을 해버리네요.”

누캄프 원정은 그야말로 지옥의 원정경기였다.

홈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원정으로 넘어간다면 결승 진출을 포기하는 게 맞았다.

“메시가 기선을 제압합니다. 맨체스터 시티, 버티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배리는 물론이고 맨시티 수비의 핵심인 콤파니, 성배까지 홀로 제쳐버린 메시였다.

맨시티 수비에서 성배와 콤파니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맨시티에게 큰 불안요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

“투레의 전진 드리블! 깊숙하게 파고듭니다!”

맨시티는 만회 골이 급했다.

맨시티 선수들 또한 홈 경기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 골을 먼저 실점한 순간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부스케츠 따돌리고, 마스체라노! 마스체라노가 걷어내고 푸욜이 멀리 차냅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상황에서 뚫어내지 못했던 것을 급한 마음으로 뚫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투레의 전진 빈도가 점점 높아졌다.

중원에서 큰 역할을 맡은 투레의 전진에 맨시티 라인이 전체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보아텡이 일단 먼저 따냅니다. 배리, 전방으로 길게! 제코, 머리로 떨궈주고 실바!”

그래도 제코가 일단 머리를 대준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머리에 맞출 수 있다면 억지로 욱여넣을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마스체라노의 압박, 실바, 측면으로 밀려납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이 틈을 주지 않았다.

제코가 떨어뜨려 준 볼을 받은 실바가 슈팅을 노려봤지만, 마스체라노의 강한 압박에 다시 측면으로 밀려났다.

‘지금 라인이 너무 올라온 것 같은데.’

수비라인의 위치를 걱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오버래핑에 참여한 성배였다.

전체적으로 라인이 다 올라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혼자 라인을 지키겠다고 뒤에 있으면 오히려 더 문제가 생겼다.

“실바, 왼쪽으로 빼주는 패스가, 아아!”

마스체라노의 압박에 고전하던 실바는 오버래핑해 올라온 성배에게 볼을 넘겨주었다.

그런데 부스케츠가 뒤에서 달려들면서 발을 뻗었고, 발끝에 볼이 스치며 꺾였다.

“알베스! 끊어냅니다!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알베스!”

부스케츠의 방해 때문에 성배에게 이어지던 패스가 끊겼고, 그건 바르셀로나의 라이트백, 다니 알베스에게 이어졌다.

그리고 비야가 측면이 아닌 중앙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공격형 풀백, 알베스가 바로 앞으로 치고 나갔다.

“가레스!!”

순식간에 이뤄진 일이었다.

부스케츠의 방해와 알베스의 커트, 그리고 오버래핑까지.

본능적인 반응과 움직임이 느린 성배가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본 순간, 알베스는 이미 저 멀리 달리고 있었다.

일단 성배가 할 수 있는 것은 배리에게 백업을 부탁하며 최대한 빠르게 복귀하는 것뿐이었다.

“거침없는 돌파! 배리, 무력하게 길을 내줍니다!”

하지만 배리는 성배의 기대만큼 알베스의 속도를 늦춰주지 못했다.

배리의 수비를 시간 낭비 전혀 없이 뚫어낸 알베스는 오른쪽 측면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 비야, 메시, 페드로 역시 빠르게 역습에 가담했다.

‘차라리 중앙으로 가야겠어.’

배리가 알베스를 막지 못한 순간, 성배가 알베스를 따라잡을 수 있는 확률 역시 사라졌다.

성배를 대신해 콤파니가 측면으로 이동하며 커버했고, 성배는 중앙으로 경로를 바꿔 그런 콤파니의 자리를 메우려 했다.

“알베스, 얼리 크로스! 비야! 한 번 접고!”

꽤 먼 거리를 달린 알베스였기에 콤파니까지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콤파니가 측면으로 이동하고 아직 성배가 도착하지 못해 중앙이 빈 것도 있었다.

어쨌든 알베스의 빠른 크로스는 중앙의 비야에게 이어졌다.

‘좋아, 도착했어.’

다행히 투레가 몸을 던지면서 막아내지는 못했어도 반대편으로 볼을 접게 만들어 시간을 끌어주었다.

그리고 그사이 성배가 페널티박스에 도착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지만, 비야의 슈팅을 막을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아...’

하지만 비야는 가까스로 도착해 몸을 던지며 안도의 한숨을 쉬던 성배를 농락했다.

한 번 더 볼을 바깥으로 치면서 성배의 태클을 피해낸 것이었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 투레에 이어 성배의 태클까지 피해낸 비야는 여유롭게 중앙으로 연결해주었다.

“한 번 더 칩니다! 중앙으로 투입! 메시!!”

그리고 어느새 중앙에서 조용히 자리 잡고 있던 메시에게 볼이 연결되었다.

그리고 메시가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두 번째 골! 리오넬 메시!! 오늘만 두 골째! 바르셀로나가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 원정에서 두 골을 먼저 넣었습니다!”

메시의 두 번째 골로 스코어는 2:0.

사실상 이번 4강전의 승자를 결정지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골이 터지고 말았다.

챔피언스리그 8강, 레알 마드리드 전에서도 1차전의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맨시티가 지난 8강전에서도 기적과 같은 역전을 보여주긴 했지만, 글쎄요, 상황이 더 어려워 보이는 건 사실이죠? 한 골을 만회해도 쉽지는 않겠지만, 무조건 만회 골을 넣어야 해요.”

바르셀로나, 그리고 리오넬 메시의 벽은 너무도 높았다.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기세도 굉장히 좋았고,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팀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객관적으로 전력 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 낭만필드 - 273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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