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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사라진 필드-272화 (173/356)

< 낭만필드 - 272 >

"이봐, 그렇게까지는 하지 말라고.”

경기가 끝난 이후, 발로텔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과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을 향해 유니폼을 들어 보였다.

자신들이 이겼다는 세리머니였다.

경기에서 패한 것도 서러운데 농락까지 당하자 참지 못한 안데르손이 다가와 말렸다.

상황과 심정에 비하면 한없이 신사적인 반응이었다.

“뭐, 손대지 마, 자식아.”

하지만 발로텔리가 안데르손을 밀친 순간, 상황이 험악해졌다.

안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맨유 선수들은 일순간에 울컥해 다가왔다.

“이 자식이 지금 뭐하자는 거야!”

그리고 가장 흥분해 달려온 선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벽, 리오 퍼디난드였다.

맨유와 팬들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그는 정식 주장 네빌의 경기 출전 횟수가 적은 관계로 오늘도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고, 주장에 어울리는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아, 발로텔리! 지금 윙크를 한 건가요?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입니다.”

그리고 발로텔리는 그런 퍼디난드에게 능욕의 윙크를 날렸다.

그야말로 겨우 붙잡고 있던 퍼디난드의 멘탈을 멀리 보내버리는 한 방이었다.

“아니, 이 새끼가!”

당연히 퍼디난드는 더욱 흥분해 달려들었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기 직전이었다.

“리오, 참아! 너무 흥분하지 마.”

박인진과 비디치가 달려들어 퍼디난드를 붙잡았다.

그리고 퍼디난드 못지않게 한 성질 하는 에브라도 달려왔다.

“일단 진정하자고. 이번 건 마리오가 잘못했고, 미안하다.”

주장인 성배가 나섰다.

일단 지금 상황은 100% 발로텔리의 잘못이었기 때문에 딱히 맞대응하기도 힘들었다.

일단 사과하고 분위기를 정리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마리오. 사고 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맨유 선수들이 퍼디난드와 에브라를 진정시켰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진정되자, 성배는 발로텔리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자동차를 몰고 영국 여성 교도소를 난입한 사건이나 에릭 칸토나 급의 쿵푸킥 사건 등 연달아 사고를 터뜨리고 다니는 발로텔리였다.

만치니 감독만큼이나 주장인 성배도 골치가 아팠다.

“지난번에 사고 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사고냐. 언제까지고 참아줄 생각은 없어.”

성배는 기본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라면 얼마든지 참아주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대체가 불가능한 선수일 경우에 그랬다.

그래서 테베즈가 사고를 쳤을 때 그냥 넘어가 준 것이었다.

하지만 발로텔리는 대체가 불가능한 자원도, 팀에 크게 도움이 되는 자원도 아니었다.

“내가 뭘? 나는 그냥 세리머니를 했을 뿐이야.”

발로텔리는 전혀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래. 세리머니는 좋은 거지. 그런데 세리머니랑 도발은 좀 구분을 해주는 게 어때?”

원래 다음 시즌까지는 적절한 활약을 보여줬던 발로텔리였다.

하지만 성배가 합류하고 라키티치까지 합류했으며, 루카쿠 영입 가능성도 높아진 지금 상황에서 발로텔리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아게로 영입을 감안하면 테베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 시즌만 끝나봐라.’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FA겁 우승 트로피를 모두 시야 안에 두고 있는 이번 시즌만 끝나면 두 사람을 향한 인내심도 끝이었다.

***

“으악!!”

바르샤와의 4강 1차전을 앞두고 훈련에 매진하던 맨체스터 시티 훈련장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바르샤 상대법을 고민하던 만치니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성배가 한눈을 판 사이 일어난 일이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만치니 감독이 가장 먼저 달려가 상황을 파악했다.

성배 역시 비명을 지른 유스 선수에게 달려갔다.

“이게 뭐야.”

팔을 감싸 쥔 유스 선수의 앞에 다트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손을 치우고 확인해보니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니었고, 살짝 긁힌 정도에 불과했지만, 사람을 향해 다트가 날아왔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마리오. 너냐?”

다트판 옆에 있는 사람은 발로텔리가 유일했다.

전적도 화려하다 보니 아무래도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음... 그냥 장난이었는데? 심심해서.”

발로텔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별것 아닌 일로 왜 그렇게 난리들이냐는 표정이었다.

“정신 나간 자식. 이게 사람한테 던질 물건이냐.”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만치니 감독은 이마를 감싸쥐며 고개를 저었다.

화가 난 성배는 발로텔리를 향해 걸어갔다.

“아아, 미안, 미안. 맞출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그냥 좀 놀라게 한다는 게 잘못 던져버렸다니까. 맞추려고 한 거 아니야.”

발로텔리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변명했다.

하지만 성배를 비롯한 동료들의 눈초리는 그리 곱지 않았다.

“이 끝을 봐. 아무리 맞출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잘못 맞으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을 거라 보이는데. 내가 잘못 본 건가?”

선수들이 가끔 가지고 노는 다트판이고, 나름 고급형이었기 때문에 다트 끝이 쇠였고, 날카로웠다.

아무리 장난이었다고는 하지만, 잘못 맞아서 눈과 같은 약한 부위에 맞았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아, 나도 그 정도는 안다니까! 애초에 혹시나 잘못 맞아서 다쳐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위치로 날린 거라고. 나를 무슨 바보로 알아?”

적반하장.

발로텔리는 오히려 성배에게 화를 냈다.

자기가 그런 것도 생각하지 못할 바보냐는 것이었다.

‘방법이 없어. 빨리 대체자를 구해놓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맨시티니까 가능하겠지.’

지금 발로텔리급의 선수를 구하는 게 쉬울 리 없었다.

선수의 기량도 기량이지만, 몸값도 상당했다.

그리고 테베즈, 제코, 발로텔리로 구성된 공격진에 그런 선수가 쉽게 합류할 리도 없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것이었다.

“감독님! 감독님! 큰일 났습니다!”

그리고 그때, 클럽하우스의 문을 박차고 구단 직원이 급하게 들어왔다.

성배는 뭔가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

[유스 선수에게 다트를? 발로텔리, 사건일지 한 줄 추가!]

[만치니 감독, “부상자는 없으니 내부 징계로 마무리.”]

발로텔리는 또다시 언론에 이름을 올렸다.

선수를 향해 다트를 던졌다는 황당한 사고가 딱 발로텔리다운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선수의 부상이 크지 않았기에 따로 징계가 내려지지는 않았고, 맨시티 자체 징계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다.

[발로텔리 내부 징계 결정. 2주 급료 지급 정지.]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해프닝으로 끝났기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의 징계도 강하게 나가진 않았다.

오히려 2주 급료 지급 정지도 강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천명했기 때문에 조금은 강력한 징계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발로텔리를 향한 징계가 강해진 이유가 있었다.

[테베즈, 아르헨티나로 무단 출국! 결별 수순?]

[발등에 불 떨어진 맨시티, 테베즈 이탈에 격렬한 분노!]

이번에도 카를로스 테베즈였다.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만치니 감독에게 항명하며 2주 출전 징계를 받은 테베즈는 이번 바르셀로나전부터 출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전을 며칠 앞두고 완전히 팀을 이탈해 아르헨티나로 떠나버렸다.

원래대로였다면 다음 시즌 초반에 있었을 일이 반 시즌 당겨진 것이었다.

테베즈가 완전히 아르헨티나로 떠나버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 말미를 보내던 맨시티의 플랜이 모두 꼬여버렸다.

***

“빌어먹을. 도저히 방법이 안 나오는데.”

만치니 감독의 머리는 그야말로 뻥! 하고 터지기 직전이었다.

테베즈의 이탈은 그만큼 큰 타격이었다.

“하아. 카를로스가 결국 대형 사고를 쳤군요.”

쉽게 상상하기조차 힘든 사고였다.

선수가, 그것도 등번호 10번에 팀의 에이스이고, 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주장완장을 찼던 선수가 저지른 일이라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바르셀로나전도 문제지만, 리그랑 FA컵도 큰 문제야. 도대체 이번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 건지...”

세 개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맨체스터 시티였기에 지금부터는 한명 한명의 이탈이 치명적이었다.

백업 선수가 이탈해도 치명적이었는데, 백업은커녕 핵심 중의 핵심, 공격진의 에이스가 이탈해버렸으니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휴우... 어쨌든 카를로스와는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대로 계속 넘어가 줄 수는 없어요. 아무리 에이스라지만 확실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성배는 맨시티에서 테베즈를 정리하길 바라고 있었다.

컨트롤하기도 힘들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선수가 사라지는 데다가 루카쿠의 자리까지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다음 시즌부터는 테베즈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정리할 수 있었다.

“하아. 실력은 정말 확실한 친구인데.”

저런 멘탈을 가지고도 벌써 몇 년째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참 놀라운 일이었다.

보통 저런 선수들이 금방 기량을 잃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타고난 선수는 타고난 선수였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언제까지나 특별 취급해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팀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대체자 알아보고 영입 요청하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선수단 관리에 있어서 상당 비율 성배에게 일임한 만치니 감독이었기 때문에 성배의 의견이 꽤 크게 작용했다.

덕분에 선수단이 점점 성배와 잘 맞는 선수들로 채워지는 중이었다.

“그래, 뭐, 그건 그거고. 일단은 바르셀로나전에 집중하자고.”

이번 시즌, 그야말로 극강의 모습으로 세계 축구계를 맹폭중인 바르셀로나였다.

리그에서도 벌써 레알 마드리드를 승점 8점 차로 제쳐내며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아직 맨체스터 시티가 상대하기 버거운 것은 맞았다.

“뭐 딱히 방법은 없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는데.”

테베즈가 이탈한 이상, 맨체스터 시티에게는 선택이 없었다.

1차전은 홈경기였고, 어쨌든 승리를 노려야 했다.

그런데 제코와 발로텔리 모두 원톱으로는 뭔가 아쉬운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투톱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투톱인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그래도 괜찮으려나...”

그 어느 팀보다도 강한 중원을 보유하고 있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자신들의 장점인 강력한 중원 장악력을 보여줄 수 없다는 건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득점을 노려야 하는 맨시티 입장에서 둘 중 선택하려면 어쩔 수 없이 공격진을 선택해야 했다.

“음... 4강도 충분히 엄청난 성적이고, 생각도 못 했던 결과인데, 이쯤에서 만족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성배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과에 이미 100% 만족하고 있었다.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불운은 시작조차 되지 않은 채 사라졌고, 첫 출전에 4강은 말도 안 되는 성공이었다.

말도 안 되는 포스를 내뿜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무리하다 우르르 무너지기보다는 차라리 리그와 FA컵에 집중하는 게 나을 수 있었다.

“4강인데 어떻게 포기를 하겠어. 4강에서 포기하면 모두에게 비웃음당할걸.”

하긴.

전 세계 축구팬들의 축제인 UEFA 챔피언스리그, 그것도 4강전에서 시작도 전부터 포기한다면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것이었다.

이래저래 곤란해진 맨시티였다.

< 낭만필드 - 272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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