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268화 (169/356)

< 낭만필드 - 268 >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0-2 패배.

이 애매한 패배가 맨체스터 시티의 계획을 꼬이게 했다.

차라리 세 골이나 네 골 차이로 패배했다면 4강 진출을 아예 포기했을 것이고, 한 골 차이였다면 2차전에 전력을 다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두 골의 애매한 차이는 맨체스터 시티가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불안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일단은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하려고. 홈에서 두 골 차이 정도는 충분히 만회할 수 있어.”

만치니 감독의 선택은 챔피언스리그였다.

챔피언스리그 8강도 대단한 성과였지만, 4강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축구는 그렇지 않지만, 다른 대부분의 스포츠 대회에서 4강 정도면 메달권이었고, 8강은 아무것도 없어서, 어쩌면 그 차이일 수도 있었다.

“글쎄요. 제 생각에는 리그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챔피언스리그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한 골도 내주지 않고 두 골을 넣어야 하고, 한 골이라도 내주면 네 골을 넣어야 합니다. 확률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성배의 선택은 리그였다.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순위는 2위.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이는 없었고, 골 득실의 차이만 있었다.

리그 최다 득점을 달리는 맨유의 골 득실은 +33, 리그 최소 실점을 달리는 맨시티의 골 득실은 +30.

우승 확률을 따져봐도 5:5 정도였다.

“리그에 집중하는 게 낫다, 라...”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만치니 감독은 코칭스태프들의 의견만큼이나 성배의 의견을 참고했다.

테베즈의 이탈 대비, 보아텡과 라키티치, 사발레타의 중용 등 성배의 의견을 따랐다가 잘 풀린 경우가 많았기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리그는 우승 가능성이 지금 충분합니다. 맨유는 남은 일곱 경기에서 아스날과 첼시를 상대해야 하고, 우리는 가장 강한 상대가 토트넘, 리버풀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언제 또 찾아올지 모릅니다.”

남은 일정도 맨체스터 시티에게 웃어주고 있었다.

리그 5위의 토트넘과 7위인 리버풀이 남은 경기 중 가장 강한 상대인 맨시티에 비해 맨유는 아스날과 첼시를 상대해야 했다.

양 팀 모두와 경기가 남은 에버튼이 맨시티에게 특히 강하다는 게 변수긴 했지만, 어쨌든 맨시티의 우승 가능성이 최소한 50%보다 높은 건 확실했다.

“후우. 우승 가능성이 높은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게 또 그렇게 쉬운 건 아니야. 너 정도 되면 잘 알고 있을 텐데.”

하지만 단순히 이런 계산으로 선택하기에 챔피언스리그라는 무대가 너무 컸다.

이성적인 선택이 항상 정답일 수는 없었다.

“그건 그렇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도로 넘어갈 수는 있지 않습니까?”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선전에 시티즌들이 굉장히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리그를 위해서라고는 해도 챔피언스리그를 사실상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팬들의 실망이 작지 않을 것이었다.

그게 맨시티와 만치니 감독의 걱정거리였다.

“글쎄. 그렇게 어영부영 넘어가려다가 리그와 챔스, 둘 다 놓쳐버릴 수도 있는데.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2-0의 애매한 스코어가 이래저래 힘들게 만들었다.

리그와 챔스.

거기에 이 둘 만큼은 아니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는 FA컵까지.

오랜만에 너무 많은 대회가 남아서 그런지 머리가 아파왔다.

“10일이 리버풀, 13일이 레알, 16일이 맨유. 진짜 골치가 아프네요.”

4월 10일에는 안 필드에서 펼쳐지는 리버풀과의 원정 경기, 13일에는 COMS에서 펼쳐지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심지어 16일에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맨유와 FA컵 4강전까지 예정되어 있었다.

3일 간격으로 리버풀과 맨체스터, 런던을 순회하며 유럽 탑클래스의 명문 클럽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 말이야. 어떻게 이런 식으로 경기 일정이 잡힌 건지.”

어느 한 경기도 쉬운 경기가 없었다.

그나마 지난 시즌부터 원래의 포스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리버풀이 상대하기 쉬운 편이었지만, 안 필드에서의 리버풀은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그나마 맨유랑 레알 마드리드도 같은 상황이라는 게 다행이네요. 그게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코파 델 레이에서 바르셀로나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고, 맨유 역시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해 첼시와 만난 상황이었다.

레알이 바르셀로나와의 우승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일단 그 정도로도 한숨은 돌릴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고민이야. 챔피언스리그, 리그, FA컵 어느 하나 놓치기 싫은데.”

또 그렇게 되니까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 상황인 것 같아 쉽게 뭘 버리기가 아쉬웠다.

만치니 감독도 아직 42세의 젊은 감독이었다.

경험이 적은 것도 아니고 최상위 클럽에서 성공을 맛본 감독이었지만, 이런 선택은 언제나 어려웠다.

“메이렐레스의 크로스! 캐롤, 헤더!! 골! 골입니다! 앤디 캐롤! 데뷔 골을 터뜨리자마자 바로 2호 골까지! 멀티 골로 그간의 우려를 씻어냅니다!”

만치니 감독은 결국 리버풀과의 경기를 1.5군으로 치르는 판단을 내렸다.

리버풀전에서 살짝 쉬고 레알전과 맨유전에 전력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었다.

최근의 리버풀이라면 1.5군으로도 이길 수 있다는 판단한 것이기도 했다.

“많은 논란을 남기며 리버풀로 이적했고, 그렇게 큰 금액으로 이적했음에도 부상으로 한동안 이탈하면서 여러 비난을 받아왔던 캐롤이지만,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멀티 골을 폭발시키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실패였다.

1.5군으로 승리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지만, 무려 세 골을 내주면서 대패를 당한 것이었다.

‘아. 최소한 무승부만 거두었어도 성공인데.’

성배는 팀이 0-3으로 대패하는 것을 관중석에서 보고 있었다.

이제 피지컬도 상당히 강해진 성배의 몇 안 되는 단점 중 하나가 체력이었다.

활동량과 지구력은 뛰어난 편이지만, 시즌을 치러나가는 체력은 별로 뛰어나지 못했다.

‘내가 뛸 수 있었으면 뭐가 바뀌었으려나.’

그래서 성배는 다른 팀의 핵심 선수들처럼 한 시즌 50경기, 60경기씩 소화하는 게 힘들었다.

만치니 감독도 성배는 따로 관리를 해주고 있었다.

성배와 실바, 배리에 지난 레알전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보아텡까지 빠진 스쿼드였다.

보아텡이 실수 때문에 빠진 것은 레스콧에게 주어진 절호의 찬스이자 마지막 기회였지만, 레스콧은 세 골 실점의 원흉이 되며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렇게까지 출혈이 클 줄이야.’

평소 만치니 감독은 성배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어디까지나 감독이었기 때문에 성배의 의견과 다른 결정을 내린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만치니의 결정은 성배의 의견과 달리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하는 것이었고, 리버풀전은 어느 정도 욕심을 버리고 나섰다.

하지만 이 정도로 대패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챔피언스리그를 무조건 이겨야겠는데.’

이 정도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챔피언스리그를 준비했으니 무조건 이겨야 했다.

4강에 진출하지는 못하더라도 일단 이기는 건 필수였다.

최소한 한 골 차이로라도 이겨서 이번 선택에 대한 팬들의 분노를 잠재워야 했다.

***

“아, 레알 마드리드의 오른쪽 측면에 호날두가 배치되었습니다. 디 마리아의 출전이 결국 불발되면서 호날두가 오른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2차전.

양 팀 모두 1차전 선발 명단에서 한두 명 정도를 교체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그 명단 속에서 작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호날두와 주의 맞대결이 오랜만에 나오네요! 2년 만에 두 선수의 대결이 성사되었어요.”

디 마리아의 컨디션에 살짝 문제가 생기면서 이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윙어진이 초토화된 상황이라 무리뉴 감독은 마르셀루를 윙어로 올렸다.

당연히 마르셀루는 왼쪽이었다.

자연스럽게 왼쪽 윙어 호날두가 오른쪽으로 위치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원래 호날두가 주의 천적이지 않았습니까?”

호날두와 성배의 맞대결.

최소한 잉글랜드에서만큼은 굉장히 큰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잉글랜드만큼은 아니어도 다른 나라의 팬들 역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네, 그렇죠. 분명 주가 토트넘에서 활약할 때까지는 호날두에게 전혀 힘을 쓰지 못했죠. 하지만 주는 맨체스터 시티 이적 이후 더 크게 성장했거든요? 맨시티 이적 이후 첫 대결이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어요.”

토트넘 시절에 비해 성배의 평가는 상당히 뛰어오른 상태였다.

호날두 역시 맨유 시절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비슷한 수준의 뛰어난 수비수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은 여전했다.

“어쨌든 재미있는 대결입니다. 호날두는 이제 세계 축구를 이끌어나가는 최고의 선수이고, 주 역시 본인의 포지션에서는 세계 최고를 다투는 선수입니다. 오늘 맨시티의 왼쪽, 레알의 오른쪽 측면에서의 주도권 싸움의 승자가 곧 경기의 승자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벤제마가 출전하기는 했지만,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

마르셀루는 본업이 수비수.

외질도 지난 1차전에서 데 용의 압박에 고전했었고, 알론소도 마찬가지.

오늘 호날두의 어깨는 상당히 무거웠고, 그만큼 성배의 역할도 중요한 상황이었다.

***

“레알 마드리드, 시작부터 호날두에게 볼을 넘겨주면서 공격을 맡깁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성배와 호날두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호날두가 익숙한 맨체스터의 팬들 앞에서 두 선수의 맞대결이 열린 것이었다.

‘벤제마랑 외질이 어디에 있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이후, 호날두의 스타일은 상당히 많이 바뀌어 있었다.

맨유 시절의 호날두가 측면에서 플레이하는 드리블러 스타일이었다면 레알의 호날두는 동료와의 연계를 통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으로 침투해 마무리하는 피니셔 스타일이었다.

즉, 89분 동안 꽁꽁 묶어놔도 한 순간의 침투로 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호날두 하나에게 분위기를 내줄 일은 없겠지만, 경기를 내줄 일은 생기겠어. 끝날 때까지 긴장해야겠다.’

맨유 시절처럼 혼자만의 플레이로 경기 분위기를 가져가긴 힘든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골을 넣으면 승리할 수 있는 경기였기에 승리를 가져가긴 더 편한 스타일이기도 했다.

“호날두, 과감하게 돌파 시도!”

물론,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해서 돌파 빈도가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화려한 테크닉으로 돌파하던 맨유 시절과 달리 스피드와 단순 테크닉으로 돌파를 시도한다는 게 달라졌을 뿐이었다.

“옆으로 바짝 따라붙습니다! 그리고 태클! 간단하게 걷어내는 주성배!”

하지만 성배도 쉽게 돌파를 허용하진 않았다.

호날두는 타고난 신체 능력을 가진 선수였지만, 영리한 수비수라면 신체 능력이 조금은 부족해도 막아낼 수 있었다.

‘벌크업한 몸으로 돌파하려는 생각은 접어.’

레알 이적 후 스타일을 바꾸면서 벌크업을 꽤 많이 한 호날두였다.

예전보다 힘은 강해졌겠지만, 스피드와 민첩성은 당연히 떨어졌다.

쉽게 돌파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 낭만필드 - 268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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