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252화 (339/356)

< 낭만필드 - 252 >

[페르난도 토레스, 첼시 이적? 이적 요청서 제출.]

[리버풀, 5,000만 파운드 이하로는 팔지 않을 것.]

1월 말, 갑작스럽게 리버풀의 스트라이커, ‘엘 니뇨’ 페르난도 토레스를 둘러싼 이적설이 잉글랜드를 뜨겁게 달구었다.

토레스가 먼저 클럽에 이적을 요청한 것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던 클럽,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떠나 리버풀로 이적할 때와 같은, ‘우승을 하고 싶다.’는 본인의 야망 때문이었다.

사실 토레스는 지난 여름에 이미 이적 요청서를 제출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3,500만 파운드를 제시한 첼시 때문이었다.

당시 새로운 구단주를 찾는 중이었던 리버풀이었기에 투자를 약속함과 동시에 클럽에 대한 존경심을 요구했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 시 바이아웃 5,000만 파운드 조항을 삽입해 재계약을 맺었다.

이번 시즌의 리버풀은 지난 시즌에 비해 전혀 나아진 것이 없었고, 7위까지 밀려 있었다.

첼시는 다시 영입을 제안했고, 토레스는 이번에도 이적 요청서를 제출했다.

[토레스 이적은 리버풀과 첼시 모두에게 손해.]

하지만 전문가들은 토레스의 이적이 리버풀에게도, 첼시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우선 겨울 이적시장 종료까지 고작 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팀의 핵심 스트라이커를 잃게 되는 리버풀에게 큰 타격인 것은 당연했다.

수아레즈를 영입하긴 했지만, 수아레즈는 토레스를 지원하는 역할이지, 대체하는 역할이 아니었다.

첼시에게 손해인 이유는 간단했다.

쉽게 말하면 가성비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월드컵 직전, 작지 않은 부상을 입었지만, 토레스는 출전을 강행했고,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그런 토레스를 꾸준히 기용했다.

스페인 선수치고는 투박한 테크닉을 스피드를 앞세운 뒷공간 침투 능력과 라인 브레이킹 능력으로 커버하던 토레스는 그 부상의 여파로 이번 시즌 폼이 많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그런 토레스에게 5,0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투자하는 건 손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첼시의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유망주 다니엘 스터리지나 주전 공격수 니콜라 아넬카를 포함한 딜로 5,000만 파운드를 채우려 하고 있었다.

[안첼로티 감독, “토레스도 좋지만 루이즈가 더 급해.”]

그리고 현재 첼시에 시급한 선수는 수비진의 과부하를 해결해줄 수비수의 영입이었다.

지난 시즌에서의 우승에 취한 첼시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조용하게, 별다른 보강 없이 보내는 안일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 결과, 이번 시즌 성적은 전반기가 끝나고 후반기도 꽤 지난 지금까지 리그 4위.

안첼로티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수비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브라질 출신의 벤피카 수비수, 다비드 루이즈를 영입하려 했다.

이적시장이 열렸을 때부터 안첼로티는 수비수만 영입하면 바로 이적시장이 닫혀도 상관없다고까지 말했을 정도로 수비수에 매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독단적으로 이 협상을 중지시키고 토레스에 매달리고 있었다.

이는 무리뉴의 말년을 연상케 했다.

당시 무리뉴는 페페와 같은 수비수를 영입하고 싶어했지만, 아브라모비치의 욕심 때문에 셰브첸코가 영입되었고, 무리뉴가 원치 않던 4-4-2 포메이션을 가동해야 하는 상황과 셰브첸코의 적응 실패가 겹치는 처참한 실패를 맛봐야 했다.

주축 선수들이 조금씩 나이가 들기 시작했다는 약점이 있는 첼시는 젊은 즉전감 선수들을 영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토레스에게만 5,000만 파운드를 투자하는 건 굉장히 큰 문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드록바와 토레스의 공존, 아넬카, 스터리지, 칼루 등 공격진 과포화 문제도 앞을 가로막을 것이었다.

[리버풀, 앤디 캐롤 영입으로 토레스의 빈자리 메운다.]

토레스의 첼시행이 사실상 확정되자, 리버풀은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뉴캐슬의 앤디 캐롤을 노렸다.

사실, 앤디 캐롤은 3개월 전 뉴캐슬과 5년 계약을 맺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리버풀은 그 주급의 3.5배를 제시했고, 여기에 혹한 캐롤은 3개월 만에 다시 재계약을 요청했다.

뉴캐슬은 당연히 이를 거부했고, 뉴캐슬이 재계약을 거부하자 캐롤은 이적 요청서를 제출했다.

토레스가 이적요청서를 제출한 것이 1월 29일이었고, 리버풀이 처음으로 캐롤 영입을 제안한 것은 1월 31일 오전이었다.

캐롤의 몸값은 하루만에 2,000만 파운드에서 3,500만 파운드까지 올랐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뉴캐슬은 리버풀의 돈지랄을 비웃었다.

그러나 캐롤이 구단의 허락도 받지 않고 리버풀 관계자와 만나 협상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결국, 뉴캐슬은 캐롤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적시장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캐롤은 헬기를 타고 리버풀에 입성했다.

[페르난도 토레스, 첼시 이적! 리그 역사상 최대 이적료!]

그리고 캐롤의 이적이 마무리되자 곧바로 토레스의 이적도 이루어졌다.

페르난도 토레스의 이적료는 5,000만 파운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대 이적료였다.

엄청난 규모의 이적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처음부터 리버풀은 토레스의 가격을 앤디 캐롤 +1,500만 파운드로 정해놓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캐롤의 몸값을 3,500만 파운드까지 올린 것이었다.

캐롤의 몸값이 다비드 비야보다 비싸고, 즐라탄, 호비뉴, 카사노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는 건 리버풀에게 아무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캐롤은 토레스-1,500만 파운드였기 때문이었다.

캐롤 영입 이후에야 토레스 이적이 마무리되었고, 토레스의 이적료는 캐롤+1,500만 파운드인 5,000만 파운드였다.

***

이번 겨울 이적시장의 주인공은 토레스와 첼시, 리버풀이었지만, 다른 팀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리버풀이 토레스를 판 5,000만 파운드의 돈으로 앤디 캐롤을 3,500만 파운드에 영입했고, 뉴캐슬은 캐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볼튼 원더러스의 요한 엘만더를 노렸다.

볼튼은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첼시에서 스터리지를 임대했다.

첼시의 토레스 영입으로 시작된 나비효과가 결국 첼시에서 끝난 것이었다.

그리고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토트넘에서도 쥐세페 로시에게 3,5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비드를 넣었다.

이적시장 마지막 날의 이러한 태풍을 지켜본 한 기자는 단 한 마디를 남겼다.

[The world’s gone mad.]

세계가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드디어 미쳐 돌아가던 겨울 이적시장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이적시장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 페르난도 토레스였다.

토레스와 캐롤이 순서대로 최대 이적료 1위와 2위를 기록했고, 3위는 맨체스터 시티의 에딘 제코였다.

그리고 그 다음이 루이스 수아레즈와 결국 첼시로 이적한 벤피카의 다비드 루이즈.

그리고 아스톤 빌라가 공격력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클럽 레코드인 2,400만 파운드에 영입한 대런 벤트가 이적료 순위 6위를 차지했다.

1위부터 6위까지가 모두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영입이었는데, 이는 현대 축구에서 가장 경제력이 강한 리그가 프리미어리그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안드레아 라노키아, 지암파올로 파찌니 등을 영입하며 부진에서 탈출하려 하는 인테르가 그나마 프리미어리그 바깥에서 선수영입에 활발했던 클럽이었다.

프리미어리그의 돈지랄이 풍성했던 이번 이적시장에서 그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맨체스터 시티는 오히려 조용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영입한 에딘 제코를 끝으로 이번 겨울 이적시장을 일찌감치 마무리한 맨시티는 방만해진 스쿼드의 정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선 가장 골치를 썩였던 엠마누엘 아데바요르를 레알 마드리드로 임대 보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 주포 이과인의 시즌 아웃과 벤제마의 끝없는 부진으로 공격진에 구멍이 뚫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데바요르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성배의 영입과 동시에 자리를 잃고 밀린데다가 이번 시즌에는 라이트백이 원래 포지션인 사발레타에게 백업 자리까지 내준 브리지 역시 팀을 떠났다.

선덜랜드로 임대를 떠난 것이었다.

테리와의 비극적인 사건 이후, 눈에 띄게 흔들리며 폼이 저하된 것은 안타까웠지만, 클럽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루케 산타 크루즈 역시 계속된 부진 끝에 부활했던 블랙번으로 임대를 통해 다시 돌아갔다.

아직 정리를 끝내지는 못했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

제코의 합류와 함께 마지막 퍼즐을 맞춘 맨시티였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바로 선수들의 체력 저하였다.

이제 쉬어야 할 타이밍에 FA컵에서의 무승부로 쉴 타이밍을 잃어버린 맨시티는 재경기 끝에 진출한 FA컵 2라운드, 풋볼 리그1, 3부 리그 소속의 노츠 카운티와의 경기에서 또 한 번 무승부에 그치며 다시 재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체력적인 부담으로 리그 15위 아스톤 빌라에게 패배, 리그 17위 버밍엄과 무승부에 그친 맨시티는 웨스트 브롬을 홈으로 불러들여 3-0으로 대파했다.

그걸로 3경기 연속 무승 행진은 끊었지만, 이어진 맨체스터 더비에서는 1-2로 패배, 22라운드 아스날전부터 27라운드 맨유전까지 6경기 2승 2무 2패의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맨유전에서의 패배는 어느 정도 각오한 것이었다.

그 어떤 경기보다 중요한 맨체스터 더비였지만,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원정경기이기도 했고, 지금 당장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경기가 있었다.

[맨시티, AC 밀란과 챔피언스리그 16강전 앞둬.]

[첫 출전에 8강 진출? 전통의 명가 AC 밀란과 맞대결.]

바로 챔피언스리그 전통의 강자, AC 밀란과 맞붙게 된 챔피언스리그 16강이었다.

***

맨체스터 시티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의 목표를 조별리그 통과로 잡았다.

그리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며 1차적인 목표를 이룬 상황이었다.

하지만 목표를 이뤘다고 해서 챔피언스리그를 가볍게 여길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16강 상대인 AC 밀란이 최근 침체기에 빠진 상황이라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이기도 했다.

세리에 A를 초토화시켜버린 칼치오폴리 스캔들과 주축 선수들의 심각한 노쇠화로 침체기에 접어든 AC 밀란이 16강 상대로 결정되었을 때, 만치니 감독과 성배를 비롯한 맨시티 관계자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비록 이브라히모비치와 호비뉴, 카사노 등을 영입한 이번 시즌에는 그나마 좀 좋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미드필드진의 노쇠화는 여전했기 때문에 맨시티가 충분히 8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티즌 역시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맨체스터 더비를 사실상 포기한 만치니의 결정을 이해해주었다.

어느 정도 비난이 따르기는 했지만, 맨체스터 더비를 포기했음에도 고작 이 정도의 비난으로 끝났다는 것은 평소였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선택은 만치니가 배수진을 친 것이라고 봐야 했다.

챔피언스리그 8강에 무조건 진출해야 한다고 자신과 선수들에게 선언, 물러날 자리를 없애버린 것이었다.

맨체스터 더비까지 포기한 이상, 맨시티는 AC 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승리해야만 했다.

< 낭만필드 - 252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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