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249화 (336/356)

< 낭만필드 - 249 >

맨체스터 시티가 첼시만 만나면 힘을 내는 것처럼, 에버튼은 맨체스터 시티만 만나면 없던 힘까지 발휘했다.

대부분의 경기가 뒤로 밀린 덕분에 1위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에버튼에게 패배하면서 승점 차를 벌릴 기회에 도망가지 못했다.

벌써 에버튼에게만 몇 번을 연속해서 패배하고 있었다.

에버튼은 새롭게 프리미어리그의 우승 후보로 떠오른 맨체스터 시티의 천적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박싱데이가 시작된 크리스마스 다음 날 벌어진 뉴캐슬과의 원정 경기에서 테베즈가 복귀했다.

“역시 이 선수는 맨시티 팬이라면 싫어할 수가 없겠어요. 아무리 하루가 멀다고 사고를 쳐도, 결국 맨체스터 시티 공격의 핵심은 테베즈죠?”

테베즈가 아무리 많은 사고를 친다고 해도 팬들은 테베즈에게 환호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경기 시작 후 겨우 5분.

테베즈는 배리의 첫 골을 어시스트하고 두 번째 골을 직접 집어넣으며 5분 만에 두 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렇게까지 멘탈에 문제가 많은 선수가 계속해서 폼을 유지하는 건 정말 대단하면서도 놀라운 일이었다.

“열흘 동안 훈련에도 나오지 않았던 선수가 맞습니까? 공백 따위는 전혀 없다는 듯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활약을 보여줍니다.”

경기에 나서기만 하면 그 누구보다 좋은 활약을 펼쳐주는 테베즈.

이러니 보드진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고 얄미운 선수인데, 도저히 이 선수를 대체할 방법이 없었다.

“아, 제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겁니까? 프리미어리그 최강이라는 맨체스터 시티의 쓰리 미드필더가 뉴캐슬의 쓰리 미드필더에게 압도당하고 있습니다.”

테베즈의 복귀와 동시에 맨체스터 시티는 이전의 전술로 돌아갔다.

중앙에 힘을 준 4-3-3 전술을 들고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뉴캐슬을 상대한 오늘, 만치니 감독이 자랑하는 쓰리 미드필더는 뉴캐슬의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바튼, 놀란, 티오테. 세 선수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벤 아르파의 복수라도 하려는 것처럼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모습이고, 맨시티가 전의에서 밀립니다.”

전반기 있었던 대결에서 데 용의 살인 태클에 프랑스의 신성, 아템 벤 아르파가 시즌 아웃되어 버린 일이 있었다.

그 일은 크게 논란이 되었었다.

벤 아르파의 원소속팀인 마르세유가 데 용을 고소했고, 네덜란드 대표팀의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불필요한 태클이었다며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데 용을 퇴출했다.

반년 동안 선수 두 명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사비 알론소의 가슴팍을 발로 걷어차는 등 살인 태클이 난무했고, 꾸준히 옹호해주던 판 마르바이크 감독도 더 이상은 옹호해주지 못한 것이었다.

오죽하면 데 용 못지않게 거칠기로 유명한 판 봄멜마저 비난 행렬에 동참했을 정도였다.

“데 용에게... 아! 거친 태클! 워워, 두 선수, 조금 진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경기는 다른 의미로 엄청난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원래 거친 선수로 유명하긴 했지만, 올해 완전히 폭발한 니헬 데 용과 축구 선수 중 역대 최고의 시한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조이 바튼이 붙었기 때문이었다.

“아, 중원에서 경합이 펼쳐질 때마다 제 심장이 다 아프네요. 제발 오늘은 좀 무사히 경기가 끝났으면 좋겠는데요.”

그리고 예상대로, 혹은 기대대로...

두 선수는 부딪힐 때마다 날 선 반응을 보이며 보는 사람들을 긴장시키거나 만족시켰다.

“데 용도 바튼이랑 붙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하.”

조이 바튼.

왕성한 활동량과 엄청난 체력, 강력한 투지로 잉글랜드에서 손꼽히는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다만, 성격이 워낙에 다혈질이고 거칠었기 때문에 국가대표와는 거리가 멀었고, 실력도 그 성질에 가려져 있었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자기 관리도 잘하는 선수거든요? 욱하는 성질만 좀 참으면 좋을 텐데요.”

그런데 의외로 바튼은 멘탈이 안 좋은 대부분의 잉글랜드 선수와는 달리 여자를 밝히지 않았으며, 어릴 때 몇 번 사고를 친 뒤로는 술도 입에 대지 않았다.

문제는 다혈질적인 성격.

영국에서 가장 생활환경이 나쁜 곳 TOP 10을 꼽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 막장 동네에서 태어난 바튼은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공격성을 지녀야만 하는 곳.’이라고 고향을 평가하며 자신의 성격에 대해 해명한 적도 있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이복 동생은 5년 전에 흑인 청년을 찔러 죽이고 인종 차별에 의한 살인으로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으며, 2년 전에는 사촌 형 두 명이 살인 혐의로 구속되었다.

바튼이 축구를 하지 않았다면, 비슷한 삶을 살았을 확률이 높았다.

“좀 말려봐.”

안더레흐트 유스 시절, 잠깐 함께 뛰었던 셰이크 티오테는 이번 시즌 뉴캐슬로 이적해 뛰고 있었다.

훌륭한 활약을 보여주며 완벽히 자리 잡은 상태였다.

“내가? 농담이지?”

그런 티오테도 바튼은 건드릴 수 없었다.

팀 동료 폭행으로 두 번이나 구치소에 수감된 적이 있고, 2군 선수의 눈을 시가로 지져버린 사건, 15세의 에버튼 팬을 폭행한 사건 등 전력이 화려한 바튼이었다.

대부분 일방적인 건 아니고 먼저 시비가 걸린 끝에 바튼을 이기지 못한 상대가 발려버린 경우가 많았지만, 어쨌든 성격이 시한폭탄과 같다는 것은 확실했다.

“지도 만만치 않게 거친 주제에.”

이번 시즌 뉴캐슬은 전반기에만 첼시, 아스날, 리버풀을 잡아내며 강팀에게 강하고 약팀에게 약한 도깨비 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앤디 캐롤의 머리를 노리는 롱볼 축구를 통해 이런 면모를 과시했는데, 이런 피지컬 축구가 통할 수 있었던 건 중원이 강력하기 때문이었다.

“뭐, 나야 플레이만 거칠게 하는 거지, 사람은 부드럽다고. 조이랑은 완전히 다르지.”

중원을 거칠게 장악해주는 티오테와 바튼이 없었다면 그 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두 명은 상대 미드필더들을 날려버리며 듬직하게 중원을 지켰고, 그 덕에 강팀들을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니헬도 미안해서 그런 건가. 평소랑 비교하면 영 아닌데.’

2-0으로 앞서고 있긴 하지만, 경기 초반 뉴캐슬이 헤매고 있을 때를 노려 운 좋게 넣은 골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뉴캐슬이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 있었고, 맨시티가 끌려가는 중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패할 것 같다는 건 아니었다.

캐롤의 머리만 노리는 단순한 전술로 맨시티의 수비를 뚫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오른쪽에서 크로스 올라오고, 테베즈!! 다이빙 헤더로 또 한 골을 추가합니다! 오늘 개인의 두 번째,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완벽한, 환상적인 복귀전을 펼치는 카를로스 테베즈!!”

전반전과 후반전 중반까지 맨체스터 시티는 뉴캐슬에게 꽤 고전했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캐롤에게 만회 골을 허용하며 한 골 차이로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조금씩 밀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복귀한 테베즈는 속죄라도 하려는 듯 왕성한 활동량으로 전방과 중원을 오가며 뛰어다녔고, 덕분에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아! 맨시티가 추가 골을 넣었네요! 이건 쐐기 골이라고 봐야겠는데요? 복귀한 테베즈가 원맨쇼를 펼치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어요.”

그리고 후반전 초중반에 활약이 저조했던 데 용을 빼고 라키티치를 투입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라키티치의 앞과 옆에서 투레와 배리가 보호해주고, 라키티치의 발에서 볼이 전개되기 시작하면서 투박한 팀 컬러의 뉴캐슬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다시 분위기를 잡아나가기 시작한 맨시티는 한 골 차이를 지키며 무리하지 않았고, 급해진 뉴캐슬이 라인을 올린 순간, 존슨과 테베즈의 역습으로 쐐기 골을 터뜨렸다.

“역시 테베즈가 맨체스터 시티 공격의 핵심이라는 것을 확인한 경기였습니다. 아무리 사고를 쳐도 맨시티의 에이스는 역시 테베즈입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서포터들은 오늘 경기를 보면서 복잡한 기분을 느꼈다.

하는 짓이 참 마음에 안 드는데, 실력이 뛰어나니 또 싫어할 수가 없었다.

맨시티 이적이 인생 최악의 선택이었다고까지 이야기하며 비난을 한몸에 받았던 테베즈는 단 한 경기로 자신에 대한 비난을 잠재웠다.

***

[볼프스부르크 에딘 제코, 맨시티에 직접 영입 제안.]

겨울 이적시장이 다가오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코를 둘러싼 이적설 떡밥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2008/09시즌, 리그 32경기 출전에 26골 10어시스트의 괴물과도 같은 활약을 보여주었을 때부터 매 시즌 이적시장의 페이크 주인공이 되어 수많은 떡밥만 생산하고 정작 이적하지는 않았던 제코였다.

그리고 2009/10시즌에도 리그 22골 7어시스트로 득점왕에 올랐고, 이번 시즌 초반에도 볼프스부르크가 완전히 망해 하위권으로 떨어졌음에도 전반기 10골로 제 몫을 다해주었다.

그런데 최근 볼프스부르크와 제코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불화설까지 흘러나오면서 이번에야말로... 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게다가 경쟁자였던 AC 밀란과 유벤투스가 각자 이브라히모비치 임대와 자금 부족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제코가 직접 맨시티에게 영입 제안 메일을 보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맨체스터 시티도 공격수 천국이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공격수 자원이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이었다.

2,100만 유로에 영입한 산타 크루즈는 300만 유로 수준에 시장에 내놓았고, 2,800만 유로의 아데바요르 역시 이젠 벤치에도 앉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조는 여전히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이라 맨시티도 제코 영입이 시급했다.

[제코, 드디어 이적! 3,000만 유로에 맨시티로 이적!]

그리고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기 직전, 맨체스터 시티와 볼프스부르크, 제코의 합의가 이뤄졌다.

볼프스부르크가 걸어 놓은 4,000만 유로의 바이아웃에 AC밀란,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 등이 부담을 느끼고 망설이는 사이, 맨체스터 시티가 재빠르게 협상을 마무리한 것이었다.

정확히 3,000만 유로는 일시불, 거의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챔피언스리그 진출 시 500만 유로 추가 지불 옵션이 포함되어 3,500만 유로라고 봐야 했다.

에딘 제코와의 개인 협상 만을 남겨둔 가운데, 제코 측은 20만 유로 수준의 주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맨시티가 제코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최고 수준의 조건으로 계약할 것은 확실해 보였다.

‘제코라... 드디어 마지막 퍼즐이 갖춰진 건가.’

제코의 영입은 이번 시즌 우승을 노리는 맨체스터 시티의 마지막 빈틈을 채우는 영입이었다.

아데바요르와 산타 크루즈의 부진으로 쓸만한 타겟형 스트라이커 부재에 시달렸던 맨체스터 시티였다.

테베즈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제공권이 뛰어난 스트라이커는 경기 후반에 조커로라도 중요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런 선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었다.

‘크로스를 받아줄 선수가 없다는 게 아쉬웠는데, 이젠 좀 편해지겠어.’

그리고 성배 개인에게도 제코의 영입은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정확도가 뛰어난 크로스를 보유한 성배였기에 타겟형 스트라이커가 없는 현 상황은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제코의 영입은 크로스를 통한 어시스트 개수를 높일 기회였다.

‘투톱도 쓸 수 있겠고, 발로텔리를 살릴 수도 있을 거고. 이래저래 활용도가 높겠어.’

제코의 가세로 발로텔리와의 투톱도, 테베즈를 측면이나 2선으로 빼고 제코를 원톱으로 놓는 4-2-3-1도 활용이 가능해졌다.

전술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었던 맨시티였기에, 리그 우승 경쟁과 FA컵에 챔피언스리그 16강까지 남은 상황에서 약점이 될 수 있었다.

제코의 영입으로 위기감을 느낀 경쟁 클럽들도 슬슬 이적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제코 외에도 수아레즈, 다비드 루이즈, 대런 벤트, 안드레아 라노키아, 루이즈 구스타보 등 여러 매물이 있었지만, 역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선수는 따로 있었다.

[페르난도 토레스, 리버풀 떠나나?]

첼시와 안첼로티 감독, 그리고 바르셀로나가 큰 관심을 표하고 있는 토레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 낭만필드 - 249 > 끝

ⓒ 미에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