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247 >
[“맨시티 입단은 인생 최대의 실수”, 테베즈 이적 신청.]
[테베즈, 공식 이적 신청! “수뇌부와 관계 회복 불가능.”]
[산타 크루즈, “테베즈는 향수병으로 고생해왔다.”]
볼턴전에서 격한 불만을 표출했던 테베즈는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대놓고 맨시티 이적이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까지 이야기하면서 공식적으로 이적을 요청한 것이었다.
아르헨티나를 떠난 지 오래되었고, 잉글랜드 생활이 4년째에 접어드는데도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등 잉글랜드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과 가족이 보고 싶다는 것 역시 테베즈 측에서 내세우는 이유였다.
[열정이 사라진 테베즈, 은퇴 고려 중?]
[스페인? 이탈리아? 아니면 진짜로 아르헨티나?]
[맨체스터 시티, 테베즈 대체자 구하기에 총력.]
사실, 남미나 이탈리아처럼 날씨가 좋고 국민성이 활발한 나라에서 온 선수들은 잉글랜드 특유의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테베즈의 향후 행선지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가장 유력하게 꼽혔고, 향수병을 토로한 만큼 아르헨티나 복귀설도 조그맣게 제기되고 있었다.
인자기와 파투의 장기 부상으로 공격수 보강이 필요한 AC 밀란, 이과인의 장기 부상으로 공격수가 벤제마밖에 없는 레알 마드리드도 후보 중 하나였다.
보카 주니어스 복귀설도 있었지만, 이건 거의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맨체스터 시티도 테베즈의 이탈을 대비해 대체자 구하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었다.
2009/10시즌부터 맨체스터 시티에서 활약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테베즈는 벌써 몇 번이나 팀을 떠나겠다며 클럽을 협박했다.
맨체스터 시티도 이 이상은 테베즈에게 끌려다닐 생각이 없었다.
[테베즈, 벌금 체납으로 법정 소환. 영어 이해 못 해.]
[만수르, “테베즈 은퇴하면 1,100억대 소송할 것.”]
[에딘 제코에게 접근하는 맨시티. 대체자 구하나?]
테베즈가 수뇌부에 불만이 많은 것처럼 수뇌부 역시 테베즈에게 불만이 많았다.
툭하면 자신들이 이끄는 클럽을 떠나겠다 이야기하고 심지어 인생 최악의 선택이라고까지 말했으니 불만이 없을 수 없었다.
잉글랜드 생활 4년 차인데 벌금 고지서조차 이해하지 못해 법정 소환까지 당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만수르는 지금까지와 달리 강하게 나왔고, 적극적으로 대체자 구하기에 나섰다.
다만,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전술에서 테베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대단했기에, 일단은 달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맨시티의 참을성이 거의 바닥을 보이는 것은 분명했다.
***
“일단 다음 경기부터는 네가 주장완장을 차.”
테베즈의 이탈로 만치니 감독 역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테베즈의 이탈은 단순히 주전 공격수의 이탈로만 설명할 수 없었다.
맨체스터 시티 공격의 절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감독 입장에서는 테베즈의 이탈이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제가 부주장이니 그거야 당연한 거겠죠. 하하. 그것 때문에 부르신 건 아닌 것 같고,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성배가 부주장이 된 이후, 만치니는 성배와 자주 면담을 가졌다.
테베즈와는 대화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었기에 선수단 대표로 성배와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성배와의 대화가 도움도 되고 있었기 때문에 점점 빈도도 늘어나는 중이었다.
“그래. 일단 앉아봐.”
성배에 이어 콤파니도 와서 앉았다.
테베즈가 없는 동안 성배를 보조해 부주장 역할을 수행할 선수로 콤파니를 꼽았기 때문이었다.
“카를로스의 이탈은 생각보다 타격이 커. 그래서 지금 고민이 많은데 코치들이랑 이야기는 많이 해봤는데, 선수들 생각도 들어보고 싶어서 불렀어.”
테베즈의 이탈로 맨체스터 시티 코칭스태프들은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지금 맨체스터 시티의 전술은 테베즈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테베즈가 없으면 도저히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는 중이었다.
“뭘 어떻게 해요. 크게 바뀌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뜯어고쳐야지.”
성배는 단호했다.
단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 테베즈가 없으면 애초에 공격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는 전술이었다.
“뜯어고쳐야 한다라... 시즌 중이고, 이제 곧 박싱데이인데 그게 가능하겠어?”
그런데 문제는 시즌 중반에 전술을 바꾸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었다.
지금 맨체스터 시티가 사용하는 전술은 프리시즌부터 꾸준히 사용하며 발을 맞춘 전술이었다.
아무리 만치니가 플랜B가 없는 감독이라고 하더라도 아예 훈련을 쉰 것은 아니었기에 있긴 있었다.
다만, 그것도 테베즈에게 맞춘 전술이라는 게 문제였다.
“힘들어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카를로스의 빈자리를 채워줄 선수라고 해봤자 마리오나 엠마누엘 정도인데, 둘 다 테베즈의 역할을 해주기엔 무리죠.”
콤파니도 성배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테베즈를 대신하려면 루머대로 진짜 루니를 데려와야 했다.
“으음... 머리가 아프다, 진짜.”
생각보다 오래 버텼다, 싶었다.
테베즈와 발로텔리, 두 명의 최강자들을 데리고 있는데 12월에야 첫 번째 사건이 터지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도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었다.
“좋아. 그럼 일단 전술을 바꾼다 치자고, 시즌 시작하기 전에 면담할 때 이야기했었지? 지금 전술에서 카를로스가 빠지면 미드필드에 다비드를 도와줄 조력자가 필요하다고.”
이 일은 유럽 축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성배도 기억하고 있었고, 시즌 시작 전에 넌지시 만치니 감독에게 이야기했었다.
그렇게 영입된 선수가 바로 라키티치였다.
“개인적으로 아직 이반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너희 생각은 어때?”
라키티치는 칼링컵이나 챔피언스리그 트벤테전처럼 부담이 없는 경기에 주로 출전했다.
그 외에도 경기 후반에 전술적으로 변화를 줄 때, 교체로 투입되어 쏠쏠하게 활약해주고 있었다.
다만, 만치니는 아직 데 용이나 배리가 더 윗줄에 있다고 평가했다.
“저는 주전으로 투입해도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반도 좋은 선수죠. 무엇보다 니헬이나 가레스같은 스타일보다 지금 상황에 더 필요한 선수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라키티치의 전성기를 알고 있는 성배였기에 좀 더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본다고 보는데도 어느 정도는 편견이 섞일 수밖에 없었다.
“뱅상. 네 생각은 어때?”
이번에는 콤파니에게 물었다.
성배도 콤파니의 평가가 궁금했다.
자신과 다르게 오로지 지금의 모습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충분할 것 같은데요? 기량은 아직 니헬이 좀 더 나을 수 있어도, 전방에 카를로스가 없을 때 누가 더 팀에 도움이 되냐고 물으면 이반이 더 낫겠죠.”
콤파니 역시 라키티치를 중용하자는 입장이었다.
테베즈 없이 현재의 쓰리 미드필더를 가동하면 공격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이반 라키티치라.”
수비와 중원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만치니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라키티치도 활동량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장악력과 수비력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라키티치가 들어갈 경우 빠지게 될 데 용과 비교하면 부족했다.
“이반을 쓰는 게 불안하시면 아예 투톱을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데바요르나 조, 루케보다는 이반이 낫지 않습니까?”
확실한 건 지금 상황에서는 지금의 4-3-3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격수가 많기는 하지만, 테베즈와 발로텔리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모두 폼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성배가 투톱 전술보다 라키티치 활용을 선호하는 이유였다.
“그건 그렇지. 공격수도 고민이야.”
아데바요르, 산타 크루즈 등 처분해야 할 선수가 너무 많았다.
그런데 기량은 너무 많이 떨어졌고, 주급은 너무 많이 받아서 처분하기도 쉽지 않았다.
승점 1, 2점 차이로 1위 경쟁을 펼치는 지금 상황에서 그들을 팔기 위해 출전시키는 것도 무리였다.
“일단 그 고민은 나중에 해도 될 것 같고, 당장은 미드필드 쪽이 급하죠.”
맨시티 쪽이 좀 심한 편이기는 했지만, 팀을 운영하면서 이 정도 고민은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미중년 만치니 감독이 감독 전향 후 늙은 이유가 있었다.
“어떻게 다른 방법이 없을까. 미드필더 세 명으로 중원을 장악하는 게 핵심 전술인데. 중원 움직임을 처음부터 다시 짜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고.”
공격과 수비에 모두 기여하는 미드필드 전술을 짜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만큼 선수들이 전술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다.
만치니 감독이 전술 변화를 꺼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중원 장악력 좀 약해져도 수비 안 약해집니다. 지금 우리 수비라인은 리그 최고 수준입니다.”
콤파니도 옆에서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투레에게 징계를 때렸을 때 수비 약화를 걱정했지만, 한 달이 지나자 보아텡이 투레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수비가 더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투레가 돌아와도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였다.
“로베르토. 제롬 때도 그렇지 않았습니까? 망설이다 중용하니까 어떻게 됐습니까?”
콤파니는 오늘 옆에서 성배를 철저히 서포트해주고 있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호흡을 사무실에서도 보여주며 약을 파는 두 사람의 설득에 만치니 감독도 결심을 굳히는 듯했다.
“뭐, 어쩔 수 없나.”
일단 코칭스태프들과 다시 한 번 대화를 나눠야겠지만, 만치니 감독도 라키티치의 활용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
“잘 뛰어. 기회인 건 맞지만,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을 테니.”
결국, 웨스트햄전에 선발로 나선 라키티치였다.
주장완장을 찬 성배가 옆에서 라키티치를 격려해주었다.
테베즈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얼마 뒤면 겨울 이적시장도 열리기 때문에 라키티치에게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알고 있어. 그리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경기에 나서면 당연히 열심히 뛰어야지.”
크로아티아 출신이고 독일에서 활약했지만, 영어가 유창한 선수였기에 대화에는 문제가 없었다.
사실, 지금 라키티치의 위상은 샬케 시절의 위상보다도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스타일이 겹치는 선수가 많았던 샬케에 비해 플레이 메이커 자원이 부족한 맨체스터 시티였기에 팀을 옮긴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노려왔던 기회였다.
“그래. 내 생각에 너는 다른 미드필더한테 밀리지 않아. 오늘 그걸 제대로 보여주라고.”
라키티치가 제대로 적응해주기만 한다면 실바가 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었다.
“아, 감독한테 날 쓰라고 이야기해줬다는 건 들었어. 고맙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뭘 생각했든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뛸게.”
뭐, 범인은 콤파니일 것이었다.
굳이 비밀로 한 것도 아니었고, 비밀로 할 생각도 없었다.
아마 그걸 눈치채고 자신의 입으로 대신 말해주었을 것이었다.
‘이렇게 호흡이 잘 맞는 선수가 있으니 편하네.’
이런 식으로 팀에 자신의 사람이 늘리는 것이었다.
곧 임시 주장이 아닌 정식 주장으로 올라설 것이었고, 그 전까지 최대한 자신의 사람들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 낭만필드 - 24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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