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245 >
인테르를 2-0으로 잡아내며 드디어 챔피언스리그 두 번째 승리를 기록한 맨시티는 잉글랜드로 돌아와 웨스트브롬을 잡아내며 다시 연승행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12라운드에서 맨유를 COMS로 불러들여 최대의 라이벌을 상대로 3연승에 도전했다.
“주의 오버래핑! 아, 하파엘의 위험한 태클입니다! 깊게 들어간 태클!”
지난 맨체스터 더비를 승리로 마친 이후, 만치니 감독과 성배는 퍼거슨 감독을 겨냥해 심리전을 펼쳤다.
그 심리전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원래 나니와 박인진을 함께 활용할 때는 나니가 오른쪽, 박인진이 왼쪽에서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오늘은 전술적 가치가 높은 박인진이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 성배를 최대한 귀찮게 했다.
그리고 라이트백 하파엘의 수비가 굉장히 거칠었다.
‘예상했던 대로 움직여서 좋기는 한데, 까딱하면 부상 당하겠는데. 조심해야겠어.’
일단 맨유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도록 했다는 것은 성공적인 결과였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라 판단한 성배는 부상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몸을 사리기로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현재 상황은 그렇게 좋다고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최근 급성장한 맨체스터 시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도 버거운 상대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내홍을 겪고 있었던 것이었다.
“2007/08시즌 정도부터 퍼거슨 감독과 함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왕국을 세웠던 핵심 선수들이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노쇠화의 조짐이 보이고, 테베즈, 호날두의 이탈 이후 파괴력이 급감한 공격진도 큰 문제죠.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에이스인 루니의 이탈이에요.”
반 데 사르, 스콜스, 퍼디난드 등 핵심 선수들이 점점 노쇠화의 기미를 보이는 것, 미드필더들이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어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것, 베르바토프의 계속된 삽질로 공격진의 파괴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루니와 관련되어 있었다.
“지난 시즌, 맨유의 공격은 사실상 루니가 거의 다 해주었다고 봐도 되거든요? 그런데 그 루니가 이탈해버렸어요. 이 공백을 채우는 건 거의 불가능이라고 봐야죠.”
지난 9월, 루니의 커리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바로 와이프가 임신한 시기, 콜걸을 불러 성매매를 했다는 것이었다.
지난 2004년에도 한 번 성매매 스캔들이 터져 고생했는데, 또 한 번 관련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게다가 맨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루니가 클럽에 이적 요청을 하는 충격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라이벌 클럽인 맨시티로 이적하겠다고 어깃장을 놓는 등, 이래저래 맨유와 루니 모두에게 어수선한 시즌이 되고 있었다.
‘역시 이 정도로 흔들리면 퍼거슨도 어쩔 수 없구나.’
지금의 맨시티는 지난 경기에서 걸어놓은 심리전만으로도 맨유를 상대로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클럽이었다.
하지만 맨유가 알아서 흔들려준다면 감사한 일이었다.
***
맨유의 이런저런 불안 요소들을 설명했지만, 사실 11라운드까지 6승 5무를 기록, 무패를 달리며 리그 2위에 올라 있었다.
7승 2무 2패로 승점에서 동률을 이룬 맨시티에게 골 득실 차이로 앞서있기까지 했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꾸역꾸역 승점을 따내는 퍼거슨 감독다운 팀 운용이었다.
“위험한 태클! 아, 주가 공중으로 크게 떠오릅니다!”
퍼거슨 감독은 하파엘에게 거친 태클을 시도해서라도 성배의 플레이를 위축시키라 지시했다.
하파엘의 거친 플레이에 부상 위협을 느낀 성배는 안전하게 플레이했고, 이는 맨유가 원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맨유의 전술이 성배에게 맞춰졌기 때문에 맨시티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크으... 아프긴 한데, 지금 내가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성배는 거친 플레이를 피하기 위해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경기를 펼쳤는데, 하파엘의 계산에 없었던 일이었다.
거칠게 견제하라는 퍼거슨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하파엘은 성배가 조심스럽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거칠게 몰아붙이려 했고, 조금씩 무리한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거친 태클에 붕 떠올랐던 성배는 하파엘의 몸 위로 떨어졌다.
‘이거 어디 하나 문제 생겼겠는데.’
떨어지는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자신의 몸은 아니었지만, 떨어지는 순간에 하파엘의 몸에서 느껴진 감각이 낯설었다.
상대 선수 몸 위로 떨어진 경험은 많았다.
어떤 감각이 느껴져야 하는지, 뻔히 알고 있었다.
“의료진!! 부상!!”
일어나자마자 하파엘에게 다가간 성배는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하파엘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그리고 곧바로 의료진을 호출했다.
고통스러워하는 하파엘의 모습과 심각한 표정의 성배를 본 주심은 바로 의료진의 투입을 허가해주었다.
“아, 하파엘.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갑니다. 상체도 일으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부상이 가벼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들것에 실려 나가는 동안에도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 부상의 정도를 말해주었다.
최소한 오늘 경기에 다시 뛰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맨시티의 프리킥으로 경기가 재개되겠습니다. 주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파엘에게 성배의 집중마크를 지시했던 것이 패착이 되고 말았다.
성배의 스피드와 기량이 부담스러워 그나마 따라갈 수 있는 하파엘을 투입하고, 부족한 부분을 박인진으로 메우려던 계획이었지만, 차라리 네빌이나 브라운을 투입하는 쪽이 나을 뻔했다.
‘하파엘의 일은 안됐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사실 잘잘못을 따지자면 무리해서 태클을 시도한 하파엘의 잘못이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부상을 당한 이유는 성배가 위로 떨어져서였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거기까지였다.
“맨체스터 시티 공격의 제공권은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제공권은 상당하지 않습니까? 맨유도 조심해야 합니다.”
콤파니와 투레가 가세하는 맨시티의 세트피스 공격력은 상당했다.
비디치와 퍼디난드가 버틴다고 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프리킥 올라옵니다! 콤파니!! 골! 골입니다! 콤파니의 헤더! 선취 골! 맨체스터 시티가 더비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선취 골을 넣고 앞서 나갑니다!”
콤파니는 성배가 선호하는 움직임을 잘 알고 있었다.
성배도 사람이었기에 프리킥을 아무리 자주 올린다고 해도 선호하는 위치와 형태, 방식이 있었다.
그리고 성배와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선수는 콤파니였다.
그래서 콤파니가 있으면 편했다.
“주와 콤파니의 호흡은 국가대표팀에서도,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변함이 없습니다.”
믿음직한 맨시티의 수비라인 두 명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성배의 영향력을 경기에서 지워 내려 했던 퍼거슨 감독은 엄청난 속도로 껌을 씹으며 심리상태를 표현했다.
***
“어? 에브라도 부상인가요? 일어나질 못합니다!”
10여 분 뒤, 밀너와 에브라의 충돌이 일어났다.
그리고 금방 일어난 밀너에 비해 에브라는 아직도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에브라까지 부상이면 이거 문제가 심각해지는데요? 이미 하파엘의 부상으로 교체 카드 한 장을 소모했거든요? 그런데 에브라까지 부상 당하면 교체 카드도 한 장밖에 안 남고 양쪽 풀백이 모두 바뀌거든요?”
맨유에 악재가 겹쳤다.
혹시나 하고 기다렸지만, 결국 에브라도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하파엘이 브라운으로, 에브라가 오셔로 바뀌면서 양쪽 측면 풀백 모두 풀백이 원래 포지션이 아닌 선수로 구성되었다.
“아, 맨유의 측면이 버티질 못합니다. 실바, 브라운을 농락하며 볼을 빼앗기질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맨시티가 측면을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실바와 밀너, 성배와 리차즈는 각자 자신의 스타일대로 맨유의 측면을 공략했다.
브라운과 오셔가 최선을 다해봤지만, 한계가 있었고, 박인진은 물론이고 평소 수비에 잘 가담하지 않는 나니까지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중앙으로 볼 투입! 투레가 비었습니다!”
측면이 흔들리는데 중앙이라고 버틸 리 없었다.
함께 라인을 이뤄줘야 할 측면 수비가 흔들리면서 중앙가지 같이 흔들렸다.
어떻게든 버티고는 있었지만, 이미 리드를 빼앗긴 상황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버티는 것도 조금씩 힘겨워지는 중이었다.
“라키티치에게 이어지는 패스! 아, 파울 선언됩니다! 스콜스의 파울! 맨시티, 프리킥을 얻어냅니다.”
맨유의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맨시티는 자신감을 찾았다.
리드를 잡고 있음에도 데 용을 라키티치로 교체해주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중앙에서도 거칠게 몰아붙이기 시작하면서 이젠 선수생활 황혼기에 접어든 스콜스의 체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맨시티의 볼 흐름을 따라가려다 보니 몸이 따라주지 않았고, 위험한 위치에서 파울을 범하고 말았다.
“아, 여기서 프리킥을 내주면 안 되는데요. 비록 이번 시즌에는 아직 리그 득점이 없지만, 주의 프리킥은 굉장히 위협적이거든요? 챔피언스리그와 A매치에서는 프리킥으로 세 골을 넣고 있기도 하고요.”
11라운드까지 단 한 개의 프리킥도 성공시키지 못한 성배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협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제 한 골 넣을 때도 되지 않았어? 오늘은 한 골 넣어보라고.”
오른발 프리킥을 맡고 있는 테베즈가 다가와 놀렸다.
아직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한 성배에 비해 테베즈는 이미 두 골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그래. 알았다. 하나 넣어주지.”
성배도 어느 정도는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전담 키커로 있으면 적어도 한 시즌 다섯 골 정도는 넣어주어야 했다.
‘반 데 사르도 슬슬 나이 든 티가 나고 있으니까 무난하게만 때리자.’
일단 부담은 적었다.
반 데 사르가 전성기의 기량을 상당 부분 잃었기 때문이었다.
성배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자세를 잡았다.
“주의 프리킥!! 아! 골대 모서리로 정확히 빨려 들어갑니다! 주! 선취 골을 어시스트, 그리고 추가 골은 직접 기록합니다!”
벽을 세운 선수들의 머리 위를 스치며 지나간 성배의 킥은 정확히 골대의 꼭짓점을 공략하며 그물을 흔들었다.
반 데 사르의 다이빙은 미세하게 박자가 늦었고, 성배의 프리킥도 워낙 정확했다.
완벽한 프리킥으로 맨체스터 더비에서 시즌 첫 골을 기록한 성배였다.
‘결과적으로 기록은 오늘이 제일 좋네.’
하파엘의 거친 플레이 때문에 몸을 사렸었지만, 결과적으로는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맨시티의 모든 골에 관여한 성배였다.
하파엘을 활용해 성배의 영향력을 줄이려던 퍼거슨 감독의 계획은 잘 이뤄지는 듯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지지난 시즌을 생각하면 너무 건방진 건가.’
비슷한 기억이 있었다.
바로 토트넘 시절, 맨유와의 경기에서 호날두를 잘 막아냈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개의 공격포인트를 헌납했던 기억이었다.
경기 전체적으로는 평소보다 못해도, 결과적으로는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선수.
언제부턴가 성배 역시 그런 선수가 되어 있었다.
< 낭만필드 - 24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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