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242 >
테베즈와 성배의 연속 골로 앞서나가기 시작한 맨체스터 시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전반전에 두 골을 득점한 뒤, 후반전에도 똑같이 두 골을 기록했고,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를 4-0의 대승으로 마무리 지었다.
“맨체스터 시티,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 무려 네 골을 폭발시키며 4-0의 대승을 거둡니다!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그런 걱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데다가 주전 선수들까지 대거 빠진 베르더 브레멘은 맨시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중소 클럽의 한계로 스쿼드가 두껍지 못한 브레멘이었고, 주전 센터백 없이 맨시티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경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챔피언스리그 무대의 부담감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선취 골이 터지고 두 번째 골이 터지고 골이 계속되면서 부담감을 잊는 모습이 보였죠. 첫 경기에 대승을 거두면서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챔피언스리그를 기대하게 하네요.”
사실 징크스라거나 공포증 같은 것들은 굉장히 사소한 징후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맨체스터 시티를 괴롭힌 챔피언스리그 징크스.
그리고 맨시티는 대진운이 안 좋기로도 유명했다.
아직 징크스가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았고, 최고의 대진표를 받아들었기에 이번 시즌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맨시티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를 완벽하게 시작했습니다. 이것보다 더 완벽한 시작은 없습니다.”
브레멘에게 거둔 4-0의 승리.
완벽한 승리로 챔피언스리그 첫 승을 거두면서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무대 데뷔에 쏠린 관심에 부응했다.
“오늘 경기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의 시작인 것처럼 이번 대회는 맨시티의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거든요? 이번 대회 성적에 따라 앞으로 맨체스터 시티의 챔피언스리그 성적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어요. 이번 대회는 정말 신경 써서 치러야 해요.”
일단 시작은 좋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승리에 일단 급한 걱정을 덜어낸 맨시티는 좋은 분위기로 잉글랜드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
챔피언스리그 브레멘 원정에서 돌아온 맨시티를 기다리고 있는 다음 상대는 위건 애슬레틱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 약한 팀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은 있었다.
위건은 전력이 강하다고는 할 수 없는 클럽이었다.
독일 원정에서 돌아와 4일 만에 경기를 치르게 되어 부담스러웠던 맨시티는 다행히 한 수 아래의 위건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며 세 경기 만에 리그 승리를 추가했다.
“저 친구 어때? 호흡이 좀 잘 맞겠어?”
벤치에 앉은 성배가 옆자리의 배리에게 물었다.
위건과의 경기 다음은 칼링컵 1라운드였다.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리그 우승권 클럽으로 성장한 맨시티는 칼링컵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성배는 물론이고 열한 명의 선수 명단 전부를 백업 선수로 채운 맨시티는 웨스트브롬과의 칼링컵 1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나쁘지 않은데? 확실히 재능이 있어.”
성배와 배리는 라키티치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이후 오늘에서야 데뷔전을 치르는 라키티치였다.
훈련장에서 본인의 재능을 증명한 라키티치였다.
그런 라키티치의 데뷔전에 성배는 물론이고 동료들과 코칭스태프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저 정도면 단독으로는 무리라도 다비드를 도와주는 정도는 충분하겠어. 패스도 괜찮고, 활동량도 훌륭하고. 밸런스가 좋은데?”
물론, 성배가 기억하는 라키티치의 모습은 아니었다.
88년생으로 아직 어린 나이라 성장이 좀 더 필요하기도 했고, 샬케 시절 계속해서 경쟁에서 밀리고 포지션을 내주면서 자신감이 떨어진 것도 아쉬웠다.
“그래. 생각보다도 훨씬 괜찮네. 저 정도면 도움이 좀 되겠어.”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원 장악형 미드필더들로 가득한 맨시티의 중원에 다른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 라키티치의 존재는 굉장히 중요했다.
라키티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특히나 만치니 감독이 굉장히 기대했다.
“어때. 저 정도면 괜찮을 것 같지?”
역시나 만치니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성배에게 말했다.
성배가 오늘 벤치에 앉은 이유였다.
양쪽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까지, 세 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만치니는 백업 선수들에 대한 성배의 생각을 듣고 싶어했다.
“충분합니다. 저 정도면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주겠네요. 다만, 강팀과의 경기에서 활용하기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아직 주전으로 활용할 만큼 기량이 올라온 것은 아니었다.
일단은 전술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선수라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해. 당장 쓰자고 데려온 선수는 아니니까.”
라키티치의 기량이 전술적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한 만치니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
테베즈가 공격에서 맡은 역할이 너무 많다는 것은 만치니도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라키티치의 등장은 맨시티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
라키티치, 보야타, 벤 미, 구이데티 등 유망주 위주로 경기를 치른 맨시티였지만, 산타 크루즈, 조, 존슨 등 백업이라기엔 과분한 선수들 역시 출전했다.
유망주를 대거 내보냈기 때문에 웨스트브롬이 주전 선수들을 내보냈다면 맨시티도 위험했겠지만, 웨스트브롬 역시 애초부터 칼링컵을 포기하고 리그 잔류에 올인한 상황이었다.
덕분에 웨스트브롬을 2-1로 꺾은 맨시티는 칼링컵 2라운드에 진출했다.
“첼시가 강팀이기는 하지만, 우리도 이제 첼시를 이겨야 하는 클럽이니까 무조건 잡을 생각하고.”
그리고 웨스트브롬전에서 휴식을 취한 주전 선수들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첼시전을 준비했다.
2008/09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첼시가 상대라면 어느 정도 패배를 감수하고 뛰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맨시티는 첼시를 이겨야 하는 클럽이었다.
우승을 두고 경쟁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해봐야 입만 아플 말을 하시네.”
평소 발로텔리의 말에 거의 동의하는 경우가 없었지만, 이번엔 성배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동의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최근까지 첼시보다 훨씬 아래에 있었던 클럽인 것은 맞았다.
하지만 지금 맨시티 선수들은 그 당시 있었던 선수들이 아니었다.
이미 예전부터 첼시에게 무서움을 느끼지 않았던 선수들이 지금 맨체스터 시티에 합류해 있었고, 그때의 맨체스터 시티와 지금의 맨체스터 시티는 완전히 다른 클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감독을 참 민망하게 하는 선수들인데? 하하.”
만치니 감독은 혼자만 첼시전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머리를 긁적였다.
맨체스터 시티에는 멘탈갑이 많았다.
그 이야기는 선수들 대부분이 넘치는 자신감을 자랑한다는 이야기와 같았다.
“첼시는 원래 이기는 거 아닙니까? 원래 이기는 건 줄 알고 있었는데.”
성배가 던진 한마디에 선수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실제로 맨체스터 시티는 이상하게 첼시에 강했다.
지난 시즌에 첼시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첼시와의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었다.
안첼로티 감독의 첼시 전술과 맨체스터 시티 만치니 감독의 전술이 상극이라도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 그래. 좋아.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편해지겠지. 첼시는 가볍게 이긴다는 생각으로 하라고.”
맨체스터 시티가 챔피언스리그에서 그랬던 것처럼, 징크스라는 것은 생각보다 별것 아닌 일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 첼시는 맨체스터 시티 징크스가 시작되기 직전에 있었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게 전패한 첼시였다.
이번 시즌에도 현재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4위 맨체스터 시티를 쉽게 볼 수 없었다.
***
“에시앙의 패스가 하미레즈에게 연결됩니다. 아! 빨리 처리해야 합니다!”
램파드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는 하미레즈가 대신 출전하고 있었다.
첼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해주는 램파드가 이탈했기 때문에 하미레즈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했다.
“데 용과 배리의 압박! 하미레즈,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미레즈는 램파드가 아니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첼시가 영입한 선수 중 거의 유일한 즉전감 선수가 하미레즈였다.
그렇지만 램파드의 빈자리를 메워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데 용이 볼 따냅니다! 콤파니에게 밀어주면서 다시 공격을 시작합니다.”
첼시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안첼로티 감독의 첼시는 중앙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클럽이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두 명의 중원 장악형 미드필더와 한 명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를 활용했기 때문에 적어도 중원 싸움에서만큼은 절대 패배하지 않았다.
“첼시의 자랑인 중앙 공격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는 전혀 통하지 않네요. 첼시, 전술에 변화가 필요해요. 물론, 지금 꺼내 든 전술이 가장 자신 있는 전술이겠지만, 중앙을 노려서는 뚫기가 힘들어 보이죠?”
말로 하기는 쉽지만, 이것을 실제로 실현해내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첼시가 시즌을 앞두고 준비해왔던 전술이 중앙을 핵심으로 하는 지금의 전술이었다.
중앙 공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도 바로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이 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측면을 노리는 맨시티의 플레이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 보입니다.”
안첼로티 감독도, 만치니 감독도 중앙을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독들이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 역시 미켈과 에시앙의 첼시 중원을 뚫기 힘들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가 유리한 이유가 있었다.
“아넬카가 오른쪽에서 볼 잡았지만, 아, 바로 빼앗깁니다!”
바로 측면의 위력 차이였다.
첼시에서 오늘 양쪽 측면 공격을 맡은 선수는 왼쪽의 말루다와 오른쪽의 아넬카였다.
말루다는 리차즈의 부상으로 대신 출전한 사발레타와 그나마 팽팽하게 붙어주고 있었지만, 아넬카가 문제였다.
“오늘 승부는 측면에서 날 것 같은데요, 측면의 힘은 분명 맨시티가 한 수 위죠?”
아넬카는 기본적으로 중앙에서 활동하는 선수였다.
드록바와의 호흡을 위해 쉐도우 스트라이커처럼 뛰고 있었는데, 문제는 첼시의 중앙 공격이 맨시티 수비형 미드필더들에게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만으로도 고전하는 첼시 중앙 공격에 성배의 수비까지 더해지니 오른쪽 측면 공격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었다.
“지난 시즌에도 승부는 측면에서 났거든요? 항상 주를 비롯한 맨시티 측면 자원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는데, 오늘도 지금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죠?”
양 팀 모두 제대로 힘을 준 중원에서는 서로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측면 싸움에서는 맨시티가 한 수 앞서 있었다.
레프트백인 콜은 분명 리그 최고의 선수였지만, 오른쪽의 이바노비치는 아직 리그 적응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고, 말루다와 아넬카는 각각의 이유로 상대 풀백에게 묶여 있었다.
‘다비드랑 잘만 하면 오늘도 한 건 할 수 있겠는데...’
특히 이바노비치를 공략하는 실바와 성배의 호흡이 좋았다.
경기 전부터 맨시티가 주력으로 생각했던 루트이기도 했다.
< 낭만필드 - 24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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