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240 >
“아! 주가 두 경기 연속으로 프리킥에 성공합니다! A매치 10호 골!! 벨기에 축구 역사상 수비수로서 가장 많은 골을 성공시킨 선수로 올라섭니다!”
이어진 안도라와의 2차전에서도 벨기에는 한 수 아래의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마케도니아전 마지막에 국가대표 데뷔 골을 터뜨린 루카쿠가 탄력을 받아 선취 골을 터뜨렸고, 콤파니도 한 골을 추가했다.
“정말 대단하네요! A매치 35경기 출전에 벌써 10호 골이라뇨! 공격수라고 해도 빠른 페이스인데, 주는 수비수죠! 그렇다고 수비력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오히려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 불리는 선수거든요? 정말 엄청난 선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나란히 골을 추가한 성배와 반 바이텐은 A매치 9골로 벨기에 대표팀 수비수 최다 골 타이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성배가 팀의 세 번째 골을 프리킥으로 집어넣으면서 10호 골로 한 발자국 앞서나가게 되었다.
“이제 데뷔한 지 6년도 되지 않은 어린 선수지만, 벌써부터 벨기에의 레전드를 향해 빠르게 전진하고 있습니다. 스물세 살에 A매치 35경기 출전과 10호 골, 심지어 주장완장까지 찼습니다.”
벨기에는 의외로 A매치 관련 기록들의 커트라인이 낮은 편이었다.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고, 역대 최다 출전 기록 1위가 얀 클레망스의 96경기였고, 70경기만 넘기면 TOP 10에 들어갈 수 있었다.
최다 득점 기록 역시 마찬가지였다.
버나드 부어후프와 폴 반 힘스트가 공동 1위였는데, 30골에 불과했다.
마크 빌모츠와 요셉 메르망스가 28골로 그 뒤를 따랐다.
10위 릭 코펜스는 고작 21골.
성배도 노려볼 만한 수치였다.
“주가 아니더라도 현재 벨기에를 이끌어나가는 주력 선수들 대부분이 그런 가능성을 가지고 있죠. 갑자기 뛰어난 유망주들이 우르르 나타났거든요? 이들 모두 레전드가 될 수 있고, 레전드가 모인 이번 세대에 엄청난 뭔가를 이뤄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벨기에 역사상 세 번째로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로 데뷔한 로멜루 루카쿠, 여덟 번째로 어린 나이에 데뷔한 뱅상 콤파니, 아홉 번째로 어린 나이에 데뷔한 에당 아자르 등 어린 나이부터 잠재력이 폭발한 뛰어난 재능들이 쏟아져나온 세대였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황금세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데뷔했던 반덴 보레가 망가진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성배를 비롯해 베르마엘렌, 베르통헨, 미랄라스, 펠라이니 등 그 외에도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기에 벨기에 팬들의 기대감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벨기에의 각성이 정말 무섭습니다. 2010년 월드컵 진출을 눈앞에 두고 플레이오프 패배로 아쉽게 실패했을 때, 아쉽지만 분명 다음에는 다를 거라 확신했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빠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마케도니아전 5-0 승리에 이은 안도라전 3-0 승리.
두 경기에서 여덟 골을 집어넣는 압도적인 공격력을 오랜만에 보여주었고, 수비진은 한 수 아래의 상대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두 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철벽 수비를 선보였다.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어려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 덕분이죠. 작년과 올해 보여주는 기량이 완전히 달라요.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유망주 티를 벗지 못했던 선수들인데, 이번 시즌에는 유망주와 같은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요.”
믿을 수 없는 변화였다.
아무리 벨기에 국가대표팀이 유망주가 주축이 된 팀이라고 해도, 그 많은 유망주 모두가 이렇게 빨리 성장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어쨌든 이것으로 굉장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며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두 경기 2승, 그리고 여덟 골에 무실점. 이보다 더 좋은 시작은 있을 수 없습니다.”
유로 2012 예선, 벨기에의 시작은 완벽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메이저 대회 복귀를 노리는 벨기에에게 청신호가 들어왔다.
***
[신생 벨기에는 예상보다 더 강력했다.]
[빌모츠와 주의 팀, 두 경기 연속 대승 거둬.]
[주, A매치 10호 골! 역대 벨기에 수비수 최다 득점.]
벨기에의 모든 축구팬들은 유로 2012 예선 개막을 눈이 빠져라 기다려왔다.
지난 월드컵 예선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았고, 그 경쟁력이 폭발할 이번 유로 예선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첫 두 경기는 팬들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경기였다.
ㄴ 와... 진짜 끝내준다. 언제부터 우리 공격이 이렇게 강했지?
ㄴ 우리의 수비진은 이미 유럽 최고 수준으로 꼽히고 있죠. 그런데 공격진이 오늘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벨기에의 부활은 훨씬 빨라질 것 같네요.
ㄴ 그것보다 나는 주가 팀원들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게 더 놀라웠어. 솔직히 말해 주는 10대 후반에 넘어온 귀화 선수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직 많이 어렸으니까.
ㄴ 그것도 예상 못 했다고? 말도 안 돼. 축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옛날부터 뱅상이나 토마스는 자기보다 어린 주에게 지시를 받으며 움직였어. 그게 아무런 이유가 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ㄴ 어쨌든 이번 경기에서 증명된 가장 정확한 것 한 가지는 이거야. 벨기에가 충분히 메이저 대회를 노릴 만큼 강력하다는 것. 기대된다.
경기력에 대한 팬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원래부터 강력했던,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 평가받았던 수비진은 예상했던 대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팬들의 시선은 공격진에게로 향했다.
두 경기에 무려 8득점.
지난 시즌까지 수비진의 발목을 잡아왔던 공격진이 드디어 폭발하기 시작, 팬들의 시선을 독점했다.
그리고 신생 벨기에의 탄생 과정에 가장 깊숙이 관여했고, 주장완장까지 찬 성배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원래 뛰어난 선수였고, 벨기에 최고의 선수였지만, 빌모츠 감독을 선임하자고 나섰던 선견지명과 귀화 선수 출신으로 완벽하게 선수단을 통제한 리더십은 이번에 처음 보여준 것이었다.
당연히 벨기에 내에서 성배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벨기에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 불렸던 마크 빌모츠는 분명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세계 최고의 자리를 시선 안에 담은 적이 없었다.
반 바이텐 등 다른 레전드들도 마찬가지였다.
즉, 세계 최고의 레프트백 자리를 가시권에 둔 성배는 벨기에 역사의 그 어떤 선수보다 높은 위치에 오른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믿음직한 리더의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그야말로 센세이션이 일어났다.
벨기에 내에서 성배의 위치는 이젠 더 이상 건드릴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
아직 조직력이 정돈되지 않은 맨시티는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수비라인이 버텨준 덕분에 최소한의 안정감은 가져가고 있었지만, 볼이 주로 도는 중원과 공격이 이뤄지는 전방에서 호흡이 어긋나면서 기대했던 대로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컨디션이 좋아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상대 선수들을 확실히 앞서거나 상대 역시 라인을 끌어올려 맞불을 놓았을 때는 기대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보였지만, 이외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위력 증명하나.]
맨체스터 시티가 4라운드까지 리그에서 기록한 성적은 1승 2무 1패.
승점 4점으로 리그 8위에 그쳐있었다.
그리고 9월 중순, 맨시티는 챔피언스리그로 개편된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다.
[맨시티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유럽대항전 참가 자체가 거의 없었기에 UEFA 랭킹 포인트가 없는 맨시티는 4번 시드를 받아 디펜딩 챔피언인 인테르, 분데스리가의 강자 베르더 브레멘, 에레디비지에의 트벤테와 한 조에 속했다.
굳이 따지자면 운이 좋은 대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인테르는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이번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에 빠져 있었다.
베르더 브레멘과 트벤테는 전력상 맨시티가 충분히 해볼 만했다.
***
“우리가 진짜 강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리그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챔피언스리그 성적 역시 중요해. 다들 알고 있겠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는 베르더 브레멘과의 원정경기였다.
이제 막 강팀으로 올라서기 시작한 맨체스터 시티에게는 그 어떤 대회보다 중요한 대회가 챔피언스리그였다.
“브레멘이 지난 시즌에 리그 3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해. 외질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브레멘은 분데스리가 중위권 정도의 팀일 뿐이야.”
메수트 외질과 마르코 마린을 앞세워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3위를 차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베르더 브레멘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질을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보냈다.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영입한 베슬리와 아르나우토비치는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마린도, 헌트도, 피자로도 좋은 선수지만, 외질이 없으면 지난 시즌처럼 뛰진 못할 거야.”
외질은 지난 시즌에 리그에서만 9골 15어시스트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성적에서 보이지 않는 활약 역시 대단했다.
그런 외질이 빠진 상황에서 브레멘이 지난 시즌의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하긴 힘들었다.
“토어스텐은 정말 대단한 선수지만, 나랑 한 세대도 차이나지 않는 노장이지. 이젠 1년 1년이 다른 선수라는 말이야. 피자로도 마찬가지고.”
브레멘의 정신적 지주인 토어스텐 프링스는 정말 좋은 선수지만, 이미 30대 중반을 넘어선 노장이었다.
핵심 공격수인 피자로 역시 서른을 훌쩍 넘어섰다.
“즉, 지난 시즌 브레멘이 보여주었던 모습은 촛불이 꺼지기 전, 마지막으로 밝게 빛나는 현상이었다는 거지. 장담컨대, 이번 시즌의 브레멘은 분명 크게 위력적이지 않을 거다.”
만치니 감독은 브레멘의 몰락을 확신했다.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 결과가 나왔을 때, 그 누구보다 환호했던 이유가 있었다.
“가레스. 오늘 너는 토어스텐을 전담으로 마크해. 기량이 떨어진 토어스텐 정도는 충분히 마크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래도 되지?”
“물론! 편하게 구경만 하시죠.”
외질이 없고 헌트가 가벼운 컨디션 이상으로 선발 명단에서 빠진 상황, 브레멘 공격의 컨트롤 타워는 프링스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느새 30대 중반에 들어선 프링스는 전성기에 비해 활동량 등 많은 능력치들이 떨어져 있었고, 배리의 성실함을 견디기 힘들 것이었다.
“마이카. 마린은 너한테 맡긴다. 뭐, 할 수 있냐고는 안 물어볼게. 무조건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브레멘의 핵심 공격자원 중 한 명인 마린은 몸싸움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상대는 피지컬 괴물 마이카 리차즈.
브레멘에게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자, 우리들의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다. 사람들한테 인상적인 모습 한 번 보여주고 와라.”
맨체스터 시티가 본격적으로 유럽 무대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로 구성된 맨체스터 시티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오늘 첫 경기가 앞으로의 행보에 아마 큰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 낭만필드 - 240 > 끝
ⓒ 미에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