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235 >
[맨시티, 함부르크의 제롬 보아텡 영입하며 러쉬 시작!]
2010/11시즌을 앞둔 맨체스터 시티의 첫 번째 영입은 함부르크의 제롬 보아텡이었다.
이적료는 단돈 1,000만 유로였고, 5년 계약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해 스물한 살의 어린 선수임에도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며 독일의 주전 레프트백으로 나서 독일의 4강 진출에 한 팔을 보탰다.
보아텡의 영입 소식을 들은 순간, 성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원래 보아텡은 프리 시즌 부상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출전 기회가 부족해진 것과 자신을 라이트백으로 활용하는 만치니 감독의 기용에 불만을 품어 1년 만에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뒤, 탑클래스의 센터백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성배는 어떻게든 만치니 감독을 설득해 보아텡을 센터백으로 활용하게 하여 그가 팀에 남게 할 생각이었다.
콤파니와 보아텡의 센터백 조합.
그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듬직함이 느껴졌다.
[맨체스터 시티, 다비드 실바 영입 발표]
맨체스터 시티의 두 번째 영입은 다비드 실바였다.
사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다비드 실바는 시장에 나오지 않을 선수였다.
선수 자체가 발렌시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선수였고, 발렌시아 역시 그 위상과 전력이 맨체스터 시티에 크게 밀리지 않는 클럽이었다.
하지만 유럽발 금융위기로 인해 발렌시아 소유의 부동산 가치가 반 토막 나버렸고, 심각한 재정난을 겪게 되었다.
이번 위기의 결과를 알고 있는 성배에게는 재산을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불릴 수 있는 호재였지만, 발렌시아에게는 클럽이 위태로워질 정도로 엄청난 위기였다.
발렌시아는 이미 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 다비드 비야를 4,000만 유로, 역대 이적료 순위 6위에 해당하는 금액에 바르셀로나로 보냈다.
그리고 다비드 실바마저도 맨체스터 시티로 보내고 말았다.
레알 마드리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등이 다비드 실바를 노렸지만, 실바는 이들 클럽을 모두 거절하고 맨체스터 시티를 선택했다.
만수르가 ‘리얼부’의 위엄을 보여주며 이적료를 일시불로 지급하겠다 선언했고, 당장 돈이 시급한 발렌시아에게는 일시불로 지급될 3,200만 유로가 절실했다.
발렌시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실바에게 이것보다 더 중요한 조건은 없었다.
다비드 실바는 성배가 그렇게 원했던 창조적인 플레이 메이커였다.
실바의 영입은 맨체스터 시티의 가장 큰 약점을 메워주는 완벽한 무브였다.
[야야 투레, “맨유를 거절하고 맨시티를 선택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세 번째 영입은 바르셀로나에서 부스케츠에게 밀려 입지가 애매해진 야야 투레였다.
2007년 바르셀로나에 합류한 투레는 2009년까지 주전으로 활약하다가 잠시 부상으로 주춤한 사이 부스케츠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투레가 실력으로 밀렸다기보단 사비-이니에스타의 역대급 미들라인을 보유한 바르셀로나에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인 투레보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부스케츠가 더 어울렸기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바르셀로나를 나오는 과정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섭섭함을 토로한 투레는 이미 정상에 오른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팀을 정상에 올려놓고 싶다고 인터뷰했다.
비록 그 의미는 아직 맨유가 맨시티보다 위에 있다는 뜻이었지만, 야야 투레 정도의 선수가 맨유를 거부하고 맨시티를 선택했다는 것에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
“네 말대로 주장완장은 카를로스에게 주기로 했다.”
결국, 2010/11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주장완장은 카를로스 테베즈에게 주어졌다.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나은 선택이었다.
만치니 감독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었다.
“단, 팀의 부주장은 너야. 카를로스가 실력으로 보여주고 앞에 나서는, 대외적인 의미의 주장이라면, 너는 뒤에서 실질적으로 경기를 조율하고 선수들을 이끌면 돼.”
하지만 테베즈의 성향이 주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만치니도, 성배도, 팬들도, 하늘도, 땅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누군가는 부주장으로서 테베즈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어야 했고, 만치니의 선택은 부주장 성배였다.
“부주장이라. 카를로스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냥 주장과 다를 게 없지 않습니까?”
아무리 봐도 실질적인 주장 역할은 혼자 다 하고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테베즈에게 쏠릴 분위기였다.
다행히 테베즈의 멘탈을 모두가 알고 있어서 성배가 이룬 성과가 테베즈의 것으로 둔갑할 리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손해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조금 손해 보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주장완장을 차는 것과 한 발자국 떨어지는 건 그 차이가 꽤 커. 나이 많은 동료들의 거부감도 좀 덜할 거고, 언론의 주목도 좀 덜하겠지. 짐의 무게가 가벼워질 거고, 본격적으로 주장완장을 차기 전에 먼저 적응하기도 좋을 거야.”
지난번에 성배가 말했던 것처럼 만치니 감독은 이번 시즌을 성배의 주장 체제로 가기 전의 과도기처럼 활용하려 했다.
한 발자국 물러선 부주장 직을 맡아 실질적인 주장 역할에 익숙해질 시간을 준 것이었다.
이미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에 성배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은 좀 부담스럽지만, 할 수 없죠. 한 번 최선은 다해보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된 이상 허투루 할 수는 없었다.
진짜 주장처럼 본격적으로 할 생각도 없었지만, 최소한 훈련장과 그라운드 위에서는 제대로 한 번 해볼 생각이었다.
***
“여어, 카를로스!”
마지막 프리시즌 경기였던 도르트문트와의 경기를 마친 맨시티 선수단은 버스를 타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버스에서 성배가 테베즈를 불렀다.
“응? 나 불렀어?”
사실 테베즈와 성배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별로 친분이 없는 사이였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와 친한 박인진이 다리가 되어주면서 어느 정도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영어를 못하는 테베즈의 통역으로 스페인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에브라가 나왔는데, 한 하늘을 이고 같이 못 사는 맨체스터 라이벌 클럽의 주전 레프트백들이었기 때문에 성배와는 계속 어색한 분위기였다.
“카를로스, 너도 이제 주장인데 새로 온 친구들 환영 파티 정도는 해줘야지. 시즌도 곧 시작하는데.”
야야 투레, 다비드 실바, 제롬 보아텡.
스타들을 끌어모은 맨체스터 시티 스쿼드에서도 단연 탑클래스를 달리는 선수 두 명과 세계 최고의 센터백 유망주 중 한 명이 영입되었으니 기존의 선수단과 좋은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주장이 앞장서서 맡아줘야 할 역할이었다.
“이적생들 환영 파티 하자는데?”
에브라의 역할, 그러니까 통역의 역할을 맡은 맨시티 선수는 사발레타였다.
맨시티의 스페인어권 선수 중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유일한 선수였기 때문에 통역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환영파티? 됐어. 아직 이적시장도 안 끝났고, 그런 거 안 해도 다들 잘할 친구들인데, 뭘.”
테베즈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적시장도 3주 이상 남아 있었고, 무엇보다 테베즈 자체가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 듯했다.
“그렇다는데?”
사발레타의 통역에 성배의 표정이 굳어졌다.
월드컵 이후, 갑자기 축구에 흥미가 떨어졌다는 둥, 재미가 없다는 둥 이상한 말을 늘어놓기 시작한 테베즈였다.
이번 시즌 맨시티 선수단의 주장이자 전술의 핵심으로 떠오른 테베즈에게서 느껴지는 이상징후는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제길. 주장이 선수단 관리를 해야지, 관리는커녕 관리를 받고 있네.’
부주장으로서 수행하게 된 첫 일거리가 주장의 멘탈 관리라니.
성배는 이 놀라운 일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파블로. 너는 어때? 올 수 있어?”
일단 지금은 그것보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선수단이 모여 팀워크를 다질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급했다.
식사와 함께 가볍게 맥주 한 잔 정도 하는 자리를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에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이번 생에는 나만 생각하면서 이기적으로 살겠다고 했는데.’
처음 과거로 돌아왔을 때, 성배는 자신의 이름값과 팀 내 비중이 이렇게 커질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혼자서 이기적으로 살겠다고 다짐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과거로 돌아와 보니 16년의 경험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자산이었고, 자신은 어느새 벨기에와 맨시티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이기적으로 살겠다고 다짐조차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
그나마 이기적으로 살겠다고 다짐한 덕분에 이 정도에서 그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이번 생 역시 남들 눈치나 보면서 나이스가이 콤플렉스로 혼자 속을 썩였을 것이었다.
전생의 경험은 성배에게 팀의 중심 역할과 주장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클럽 관계자에게 부탁해 적당한 식당을 예약한 뒤, 시간이 되는 선수들끼리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번에 새로 영입된 세 선수는 모두 참여했고, 기존 선수단 중에서도 이적이 확실한 선수들을 포함해 몇 명을 제외하면 모두 참여했다.
“하하, 며칠 뒤면 라마단인데, 다행이야! 하마터면 환영 파티에 참여도 못 할 뻔했어.”
“그러게. 어색할 뻔했군.”
야야 투레가 합류한 이후, 콜로와 야야, 투레 형제는 거의 함께 다녔다.
며칠 뒤면 이슬람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라마단이 시작되었고, 투레 형제는 모두 독실한 이슬람으로, 운동선수는 보통 예외가 인정됨에도 충실히 라마단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아마 시즌 초반 두 선수의 경기력에는 크게 기대하기 힘들 것이었다.
“제롬! 같이 뛰게 되어 기쁘다. 하하.”
저쪽에서는 새로 영입된 센터백 보아텡에게 콤파니가 말을 걸고 있었다.
보아텡이 센터백으로 뛰게 하고 싶었던 성배가 콤파니에게 넌지시 언질을 준 것이었다.
‘야야는 콜로에게, 제롬은 뱅상에게 맡기면 되겠어.’
비록 성배의 존재로 인해 주장직에서 멀어져 버린 콤파니였지만, 그 가락이 어디 간 것은 아니었고, 구단 관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수비진의 핵심이자 선수단에서도 파워가 강한 성배와 콤파니가 함께 주장하면 만치니 감독과 클럽 측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었다.
“만나서 반갑다, 다비드.”
성배는 실바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넸다.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만치니 감독이 4-3-3 전술을 활용하게 되면, 실바의 위치는 왼쪽 측면이 될 것이었다.
성배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뜻이었다.
“아. 그래. 반갑다.”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게 될 투레와 보아텡은 성배와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각각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코트디부아르, 영어를 사용하는 가나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성배와 호흡을 맞춰야 할 실바는 스페인어밖에 하지 못했다.
“파블로! 파블로, 어디 있어?”
성배는 다급히 사발레타를 호출했다.
딱 봐도 아주 심하게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 보이는데, 말까지 통하지 않았다.
언젠가 우연히 보았던, 모두의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부끄럽다는 실바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리고 성배 자신도 그랬지만, 실바 역시 맥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있었다.
시작부터 뭔가 싸한 느낌이었다.
< 낭만필드 - 23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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