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210화 (316/356)

< 낭만필드 - 210 >

“음와루와리의 침투 패스를 받아 마무리하는 테베즈! 두 번째 득점, 그리고 음와루와리의 세 번째 어시스트!”

맨체스터 시티는 전형적인 되는 집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즌이 개막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공격수 과포화 상태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그 선수들이 없었으면 상승세가 꺾일 위기를 겪었다.

“아데바요르의 이탈로 위기를 맞이할 뻔했는데, 오랜만에 출전한 음와루와리가 어시스트만 세 개 기록하면서 그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워주네요.”

향수병과 적응 실패를 이유로 계속 징징대는 호비뉴,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에 참가했다가 기관총 테러라는 끔찍한 사고를 겪고 잠시 안정을 취하고 있는 아데바요르.

두 명의 주전 공격수가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었다.

하지만 ‘되는 집안’ 맨체스터 시티였기 때문에 두 명이 이탈한 빈자리는 백업이라고 생각했던 크레이그 벨라미의 각성과 묵혀두었던 벤자니 음와루와리의 깜짝 활약으로 메웠다.

“음와루와리가 이런 활약을 펼쳐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 겨우 두 번째 출전인데도 불구하고 세 개의 어시스트를 폭발시키며 아데바요르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었다.

같은 아프리카 선수로서 그를 돕고 싶다더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신년을 맞아 꿀 같은 휴가를 보내고 온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은 테베즈의 해트트릭과 벤자니의 어시스트 해트트릭을 앞세워 블랙번을 4-1로 꺾었다.

블랙번전에서의 승리로 맨체스터 시티는 리그 5연승을 이어갔다.

되는 집안의 질주가 이어졌다.

*   *   *

[더러운 놈들, 발라버려!!]

[지저분한 빅클럽 녀석들을 완전히 조져버려!!]

[WELCOME TO MANCHESTER!!]

칼링컵 4강전, 맨체스터 시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으로 불러들였다.

전반기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렸던 맞대결은 큰 논란거리를 남겼다.

그 경기 이후로 맨체스터 시티의 서포터들은 맨유와의 홈경기만을 손꼽아 기다렸고, 드디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을 찾았다.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의 분위기가 정말 뜨겁습니다. 만약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살인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맨시티의 팬들은 일제히 엄청난 야유를 보내며 그들을 반겼다.

중계진의 말대로 당장 살인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그런 무서운 분위기였다.

“칼링컵이지만 아무래도 맨체스터 더비라는 의미가 있다 보니 양 팀 모두 베스트 일레븐에 가깝게 선발 명단을 가져왔습니다. 의외로 칼링컵에서 두 팀의 정면 승부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맨체스터 시티도 이 게임을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맨유는 센터백 듀오의 체력 문제로 웨스 브라운과 조니 에반스가 출전한 것을 빼면 모두 주전 선수들이 출전했다.

맨시티 역시 두 명만 백업 선수를 출전시키고 나머지는 모두 주전들을 기용했다.

“후우, 후우...”

지난 블랙번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되어 3분을 뛰면서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데드릭 보야타가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맨체스터 시티가 미래의 중심 수비수로 키우고 있는 선수였다.

“너무 긴장하지 마. 내가 옆에서 받쳐줄 테니까 긴장하지 말고 너 할 것만 하면 돼.”

데드릭 보야타는 맨체스터 시티뿐 아니라 벨기에가 기대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에는 센터백 콤파니와 레프트백 성배, 두 명의 주전 수비수가 보야타와 같은 벨기에 국적의 선수들이었다.

“뱅상이 시키는 대로만 뛰어. 자리만 잘 잡으면 네 기량도 프리미어리그에서 충분히 통하니까.”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맨체스터 더비, 그리고 칼링컵 4강전이라는 중요한 경기에서 보야타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콤파니와 성배는 기량도 기량이지만, 수비진을 조율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피지컬이 뛰어나지만, 경험이 적다는 보야타의 약점을 충분히 커버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여기도 참 오랜만이군. 이거 떨리는데?”

오늘 출전한 백업 선수 중 한 명은 콜로 투레를 대신해 출전한 생짜 신인 데드릭 보야타였고, 나머지 한 명은 이번에 새로 영입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4년 6개월 만에 프리미어리그 무대로 돌아온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트리크. 안 어울리게 무슨 약한 모습이에요. 정작 경기 시작하면 다 발라버릴 사람이.”

파트리크 비에라.

아스날과 프랑스의 전성기를 이끌고 수비형 미드필더의 가치를 몇 단계 위로 끌어올렸다는 그 선수가 맨체스터 시티에 합류했다.

“이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오랜만에 감상에 좀 빠져보려고 했더니 주변에서 영 안 도와주는구먼.”

말과는 달리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 보이는 비에라였다.

10년 가까이 세계 최고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자리를 지켰고, 최고의 자리에 군림한 비에라가 고작 경기 하나에 긴장할 리 없었다.

비록 나이가 들면서 전성기의 기량을 많이 잃어버린 비에라였지만, 탑을 찍은 선수의 여유까지 사라질 리 없었다.

“경기 뛰는 거 확실히 도와줄 테니 도움은 거기서 기대해요. 파트리크.”

배리, 데 용에 비에라까지 합류한 맨시티의 중원은 수비력에서만큼은 부족할 게 없었다.

공격력은 좀 아쉽긴 하지만, 공격력이라면 벨라미-테베즈-라이트-필립스 라인으로 충분했다.

“캐릭, 볼 잡고 앞으로 전진, 비에라가 옆에서 바디 체크! 볼 옆으로 튑니다!”

비에라와 데 용, 배리가 지키는 중원은 맨유의 중원을 상대로 수적인 우위에서 오는 이점을 앞세워 유리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었다.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전술의 핵심인 윙어들을 앞세워 반격하긴 했지만, 전체적인 경기 주도권은 아무래도 중원을 장악한 맨시티에게 있었다.

“아! 어느새 내려온 루니가 흐르는 볼을 따냅니다! 볼 따내자마자 바로 측면으로 침투 패스! 긱스, 중앙으로 잘라 들어오면서 볼을 받아냅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호락호락하게 게임을 내주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가 방심한 타이밍을 노려 전방에서부터 빠르게 내려온 루니가 비에라의 바디 체킹 후 옆으로 흐른 볼을 따냈고, 맨시티의 단단한 미드필더들이 붙기 전에 논스톱으로 볼을 연결해주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때, 보야타의 긴장이 풀렸고, 그 틈으로 패스가 긱스에게 연결되었다.

“긱스, 왼발 슈팅! 골망을 찢어버릴 것처럼 흔들어버립니다! 계속 밀리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선취 골을 기록합니다!”

단 한 번의 빈틈이었다.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맨시티가 잠시 긴장의 끈을 놓친 그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은 맨유의 저력이 빛난 장면이었다.

“확실히 호날두 선수가 이적한 이후 전면으로 나선 루니는 자신에게 에이스의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순간마다 골은 물론이고 패싱과 중원 가담까지 안 하는 게 없습니다.”

확실히 이번 시즌의 루니는 무서웠다.

호날두가 도맡았던 골게터 역할까지 대신하면서 본인이 원래 수행했던 중원과 최전방을 오가는 플레이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왜 잉글랜드의 에이스라 불리는지 확실히 증명하는 모습이었다.

“괜찮아. 이번 건 웨인이 워낙 잘했다고 넘어갈 수 있어. 이런 거 말고 내주지 않아도 되는 것만 내주지 않으면 돼.”

일단 성배는 보야타가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었다.

센터백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보야타가 흔들리면 한 골을 내준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타격이 생길 것이었다.

한 골 정도는 언제든 따라갈 수 있지만, 보야타가 흔들리면 한 골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   *   *

“긱스의 크로스! 보야타의 헤딩 클리어! 보야타, 선발 데뷔전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성배와 콤파니가 잘 달래준 덕분인지 자신의 실수로 첫 골을 헌납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안정적인 수비를 이어가는 보야타였다.

“비에라, 베르바토프를 밀어내고 먼저 볼 따냅니다! 그리고 이미 출발한 주에게 넘겨줍니다!”

오늘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발렌시아는 성배에게 막혀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인진과 치열하게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미세하게 밀리는 발렌시아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답답해도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패스 타이밍 좋고.’

비에라의 패싱은 별로 기대할 게 못 되었지만, 경험은 허투루 쌓인 것이 아니었다.

최소한 그때 그때 안정적인 패싱은 보여줄 수 있는 선수였고, 성배에게 연결된 지금의 패스도 타이밍은 좋았다.

“가볍게 트래핑! 주, 빠르게 전진합니다!”

성배의 전진에 발렌시아와 플레처가 수비를 위해 달려왔다.

‘지금 여기가 문제는 아닐 텐데.’

에브라를 제외하면 백업 수비수인 하파엘, 에반스, 브라운이 출전한 수비진은 아무래도 원래 맨유의 수비진과 비교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특히 하파엘은 브라질리언 풀백답게 공격력은 정상급, 수비력은 낙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주, 대지를 가르는 패스! 왼쪽 측면의 벨라미에게!”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의 왼쪽 측면 윙어는 불화와는 별개로 테베즈와 함께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벨라미였다.

‘어이구, 풀백이 그렇게 쉽게 몸을 날리면 안 되지.’

성배의 패스에 위협을 느낀 하파엘은 그 위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날려버렸다.

벨라미에게 붙어 방해해줘야 할 하파엘이 몸을 날렸고, 심지어 볼을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벨라미에게 공간이 생겨버렸다.

“벨라미, 부드럽게 앞으로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아! 에반스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는 벨라미! 주심, 페널티킥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하파엘이 무너지면서 에반스까지 덩달아 당황, 성급하게 다리를 뻗고 말았다.

당연히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하파엘의 아쉬운 선택이 결국 페널티킥까지 이어집니다! 맨시티, 동점을 만들어낼 절호의 찬스를 잡았습니다.”

페널티킥이 실패할 확률은 굉장히 낮았다.

그리고 일반적인 생각대로 맨시티의 키커로 나선 테베즈는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네 실수 때문에 실점하니까 열 받아 죽겠나 보네.’

그리고 성배는 하파엘의 표정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남미 선수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실수로 오늘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리드를 잃게 되자, 하파엘은 표정에서부터 흔들린다는 게 드러났다.

‘그러면 또 가만히 놔둘 수 없지.’

멘탈이 흔들리는 어린 풀백, 그리고 그 선수가 막아야 할 우리 쪽 선수는 컨디션과 폼이 좋은 벨라미와 자신.

그렇다면 그냥 놔둘 수 없었다.

“동점이 된 이후부터 맨체스터 시티가 경기를 지배한 끝에 2-1로 승리를 거둡니다.”

보야타의 멘탈을 케어해 줄 수 있는 콤파니와 성배가 있는 맨시티와 에반스, 하파엘의 멘탈을 돌봐줄 선수가 없는 맨유의 차이였다.

실수한 하파엘과 에반스는 자신들의 실수로 인해 실점한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수비진이 흔들리면 승리하기는 힘들죠. 바로 그것을 캐치하고 하파엘과 에반스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맨체스터 시티의 선택도 좋았어요.”

하파엘의 표정을 놓치지 않은 성배로 인해 맨체스터 시티는 편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정도로 유리한 경기를 펼쳤다.

“오늘 분위기면 2차전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경기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맨체스터 시티는 기분 좋게 올드 트래포드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 낭만필드 - 210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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