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207 >
“맨체스터 시티, 새로운 감독과 함께하는 첫 경기입니다. 만치니 감독, 감독 데뷔전을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홈에서 펼치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만치니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 감독 데뷔전은 맨시티의 홈구장에서 펼쳐졌다.
5만 명의 홈팬들 앞에서 새로워진 맨시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홈팬들의 응원을 업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데뷔전인데 상대는 그다지 좋지 못하네요.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첼시가 맨체스터에 방문했죠? 최근 경기력이 좋지 못한 맨시티 입장에서는 좀 아쉬운 일정입니다.”
원정팀 라커룸에서 첼시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막판, 히딩크와 함께 살아났고, 이번 시즌 안첼로티 감독과 함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첼시는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맨체스터 시티는 수비만 안정되면 충분히 강한 팀이거든요? 공격은 사실 7연속 무승부 행진을 달리는 동안에도 큰 문제가 없었고요. 관건은 수비가 얼마나 정돈되었을지, 하는 것이겠네요.”
수비진 정돈에는 일가견이 있는 만치니 감독이지만, 일단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고작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일단 수비수들의 기용에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쉬운 모습들을 계속 보여준 레스콧이 빠지고 콤파니가 대신 출전했습니다.”
“콤파니의 선발 출장은 이번 시즌 두 번째이고, 센터백으로 출전하는 건 첫 번째네요. 국가대표팀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과연 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가죠?”
만치니 감독 부임 후 첫 경기, 콤파니는 선발 센터백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인 데다가 상대도 만만치 않은 오늘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는 건, 앞으로도 중용될 것임을 의미했다.
“콤파니의 기용으로 오른쪽,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리차즈의 활약도 기대가 되네요. 일단 오늘은 맨시티가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지, 첼시를 상대로 어느 정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 * *
안첼로티 감독도 만치니 감독과 마찬가지로 4-4-2 다이아몬드를 즐겨 사용하는 감독이었다.
덕분에 이전까지는 전력에서 제외되어 있었던 데쿠가 본격적으로 중용되고 있었다.
시즌 초반, 데쿠의 활약은 전성기의 향기 정도는 느끼게 해주었다.
“데쿠, 전방으로 볼 투입! 콤파니에게 걸립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기회를 잡고 경기에 출전한 콤파니의 활약이 만만치 않았다.
중앙에 집중하는 첼시의 전술 특성상 맨시티의 중앙 수비를 뚫어내야 했는데, 분노의 맹활약을 펼치는 콤파니와 파트너가 바뀐 투레의 수비력이 심상치 않았다.
“콤파니의 발에 맞고 흐른 볼이 왼쪽의 주에게! 주, 조금씩 올라갑니다.”
첼시의 중앙 미드필더인 램파드와 발락은 이번 시즌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며 측면 윙어의 부재로 인한 수비에서의 빈틈을 잘 메워주고 있었다.
다만, 완전히 빈틈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 빈틈은 양쪽 풀백의 활약으로 메웠다.
그리고 애쉴리 콜이 맡은 왼쪽에 비해 오른쪽이 조금 더 헐거웠다.
“주, 데 용에게, 그리고 다시 받아줍니다.”
측면에서 맨시티가 우세를 점하고 있는 것만큼, 첼시는 중원에서 우세를 점했다.
그래서 수적 열세에 빠진 맨시티의 중앙 미드필더들을 도와 비교적 널널한 양쪽 풀백들이 중앙을 지원했다.
“반대편으로 벌리면서 첼시 미드필더들을 퍼뜨립니다. 주, 시야가 좋네요.”
성배는 공격 전개를 서두르지 않았다.
중원에 단단하게 자리 잡은 첼시 미드필더들의 전열을 흐트러뜨리는 것이 먼저였다.
“리차즈, 달립니다! 빠른 드리블!”
하지만 리차즈는 성배와 생각이 다른 듯했다.
성배에게서 볼을 건네받은 그는 바로 앞으로 튀어 나갔다.
“램파드, 수비해보지만,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그리고 그 위력도 상당했다.
살짝 서두르는 느낌에 램파드가 이때다, 싶어 달려들었지만, 리차즈는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
‘저런 건 계산 못 하지.’
성배의 상식으로는 리차즈가 보여주는 저런 위력을 상상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여러 괴물 같은 선수들을 만나봤지만, 리차즈는 또 차원이 달랐다.
성배의 계산을 뛰어넘은 리차즈는 램파드를 튕겨내면서 반대편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라이트-필립스에게 연결! 애쉴리 콜과 일대일에서 이겨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시 배리에게!”
리차즈의 파워풀한 드리블 돌파 이후 라이트-필립스에서 끝이 났지만, 옆으로 흐른 볼이 다시 배리에게 연결되며 공격 기회가 이어졌다.
“배리, 다시 반대편으로! 벨라미가 잡습니다. 이바노비치가 마크합니다.”
오늘 맨체스터 시티는 첼시의 중원과 정면으로 부딪칠 생각이 없었다.
괜히 첼시가 강한 쪽에서 부딪힐 이유가 없었다.
‘이거 잘하면 기회 나오겠는데?’
배리가 왼쪽 측면을 바라본 순간, 성배는 기회가 나올 거라 직감했다.
그리고 벨라미를 돕기 위해, 크로스 찬스를 만들기 위해 사이드라인에 바짝 붙어 빠르게 올라갔다.
“벨라미가 주에게! 주, 러닝 크로스!”
벨라미는 볼을 받느라 멈춰있었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듯 이미 속도가 붙은 성배에게 볼을 넘겼다.
성배를 의식하고 있었던 이바노비치 역시 바로 성배에게 넘어왔다.
‘이럴 땐 역시.’
당장이라도 크로스를 올릴 것처럼 발을 들었던 성배는 이바노비치의 움직임을 주시하다가 몸을 날리는 순간 발목을 틀어 볼을 접었다.
발목을 확 꺾은 성배는 볼을 반대편으로 꺾으면서 오른발을 맞췄다.
“한 번 접고! 오른발로 크로스!”
성배는 발밑이 좀 둔감한 편이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급격하게 볼을 꺾으면서 볼의 속도를 조절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반대편 발을 일단 맞추는 것.
그럴 경우 지금처럼 반대편 발에 맞고 볼의 스피드가 죽으면서 딱 크로스 올리기 좋은 위치로 볼이 흘렀다.
“아데바요르, 헤더! 골! 골입니다! 아데바요르! 시즌 6호 골! 주의 크로스를 받아 머리로 선취 골을 기록합니다!”
훈련장에서는 트러블 메이커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라운드 위에서의 경기력은 여전히 뛰어난 아데바요르였다.
아데바요르가 없었다면 지금 맨체스터 시티의 순위는 더욱 밑에 있었을 것이었다.
“일단 선취 골을 기록하면서 기분이 좋아진 맨시티입니다. 만치니 감독의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싶을 텐데, 일단 지금까지는 분위기 좋습니다.”
아직 전반전도 끝나지 않았지만, 만치니 감독의 감독 데뷔전은 일단 지금까지만 보면 합격이었다.
콤파니의 기용과 리차즈의 포지션 변경만으로도 수비가 많이 안정되었고, 수비가 안정되자 원래 나쁘지 않았던 공격력이 더욱 매서워졌다.
“콤파니의 활용이 괜찮은 선택이었네요. 지금까지 왜 출전하지 못했던 건지 의문이 들 정도의 경기력이죠? 그리고 리차즈는 역시 측면에서 빛이 나네요.”
감독 교체라는 강수의 영향으로 선수들이 정신을 차린 건지, 아니면 정말로 콤파니와 리차즈의 투입이 변수를 만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확실한 건 지난 일곱 경기와 오늘의 경기력은 확실히 달랐다.
* * *
“데쿠, 전방의 아넬카에게. 아넬카, 돌파하려는 것 같습니다.”
지난 시즌, 부진과 불화 등으로 고전하던 첼시를 살린 것은 히딩크였다.
그리고 히딩크는 말루다와 발락, 이바노비치, 알렉스, 칼루 등 겉돌던 선수들을 부활로 이끌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업적은 아넬카와 드록바, 두 명의 뛰어난 공격수들의 공존에 대한 힌트를 제시했다는 점이었다.
“측면으로 움직이면서 천천히 전진하려는 아넬카. 주가 이동해서 수비합니다.”
드리블 능력과 활동량, 시야, 패싱 능력 등 아넬카는 수비진을 뒤흔드는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마무리는 드록바가 맡아주었다.
이 두 명의 투톱은 절대 공존할 수 없다는 스콜라리 감독의 확언과 달리, 꽤 호흡이 잘 맞았다.
‘혼자서 뚫어보겠다고? 자신감이 넘치는군.’
슬금슬금 전진하는 아넬카를 상대하기 위해 자세를 낮췄다.
“적극적인 수비! 조금씩 측면으로 밀려나는 아넬카!”
성배는 중앙으로 올라가는 길목을 막아 세우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적극적인 수비에 아넬카는 조금씩 측면으로 밀려났다.
‘이쯤에서 한 번 열어줘 볼까.’
조금 더 밀어내면 볼을 돌릴 것 같았기에 성배는 중앙으로 올라가는 길목으로 조그마한, 아주 조그마한 틈을 열어주었다.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조그만 틈이었지만, 아넬카라면 아마 눈치챌 것이었다.
“빠르게 돌아서면서 중앙으로!”
역시나.
성배의 기대대로 아넬카는 그 조그만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돌리며 돌파를 시도했다.
그리고.
“콤파니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볼 빼내서 데 용에게!”
그곳에는 성배와 합심해 함정 수비를 펼치던 콤파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호흡을 맞추는 두 선수의 함정 수비에 아넬카가 속아 넘어갔다.
“좋았어. 역시, 시키는 대로 잘하네.”
콤파니의 백업이 마음에 들었던 성배는 웃었다.
“시키긴 누가 시켰다고. 네가 못 미더우니까 내가 뒤를 받쳐준 거지.”
호흡이 그 어떤 포지션보다 중요한 수비진에서 두 선수의 호흡은 분명 큰 메리트였다.
콤파니의 오늘 활약은 흠잡을 곳이 없었고, 성배의 활약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기에, 두 선수 모두 주전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주, 앞으로 스루 패스! 벨라미, 열립니다! 바로 크로스!”
오랜만에 빅4를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팀다운 경기력을 선보이는 맨시티였다.
홈경기에서 멋진 경기력을 선보이는 맨시티에게 팬들 역시 오랜만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주었다.
“아데바요르, 머리로 떨궈주고, 테베즈 슈팅!! 골! 골입니다! 테베즈의 시즌 3호 골! 맨체스터 시티, 2-0으로 앞서 나갑니다!”
맨시티는 추가 골까지 터뜨리며 두 골 차이로 앞서 나갔다.
성배와 벨라미의 호흡과 아데바요르, 테베즈의 호흡이 돋보인 득점 장면이었다.
“만치니 감독이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등권 팀과 세 골씩 주고받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멋진 경기력을 선보이는 맨시티입니다.”
테베즈의 두 번째 골로 7연속 무승부 행진을 깨는데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섰다.
그리고 오늘 맨시티의 경기력을 보니 두 골을 내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대로 종료 휘슬 울렸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첼시를 2-0으로 꺾고 드디어 승리를 거둡니다! 지난 9월 28일 웨스트햄전 이후 2달 반 만에 승리를 거두는 맨체스터 시티! 지긋지긋한 7경기 연속 무승부 행진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딱히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깔끔한 승리였다.
경기 내내 첼시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친 끝에 2-0 리드를 지켜낸 맨시티는 드디어 승리를 기록했다.
정말 오래 걸린 승리였다.
승리 자체도 기분 좋았지만, 승리하는 과정부터 빈틈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좋았다.
운이 좋아서 거둔 승리가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끝에 얻어낸 승리였기 때문에 이제부터 반격을 시작할 거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첫 부임 경기부터 팬들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면서 기분 좋게 맨체스터 시티 생활을 시작했다.
< 낭만필드 - 20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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