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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사라진 필드-206화 (312/356)

< 낭만필드 - 206 >

사실 휴즈 감독은 만수르가 처음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할 때부터 클럽의 야망에 어울리지 않는 감독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마크 휴즈 감독의 능력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EPL 탑을 노리는 맨체스터 시티의 야망을 이뤄줄 감독으로 어울리는 사람도 아니었다.

호비뉴까지 영입한 지난 시즌 초반에는 강등권까지 떨어지기도 했고, 빅4의 아성을 노려볼 수 있다고 했던 이번 시즌에는 7연속 무승부라는 금자탑을 세우기까지 했다.

경질이 그리 놀랍지 않은 이유였다.

[마크 휴즈 감독의 후임은 전 인테르 감독, 로베르토 만치니.]

[‘삼프도리아의 신’, 로베르토 만치니는 누구?]

[만치니의 영입, 맨시티, 다시 한 번 돈 보따리 여나?]

사실 맨체스터 시티 내부에서는 버밍엄과 무승부를 거두었을 때, 이미 휴즈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그리고 차기 감독 인선을 시작했다.

휴즈 감독에게도 언질이 있었고, 덕분에 휴즈 감독 경질과 동시에 만치니 감독을 선임할 수 있었다.

로베르토 만치니.

현재 맨체스터 시티에 소속된 선수들은 대부분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이었지만, 만치니 감독의 선수 시절을 따라갈 수 있는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만치니는 현역 시절 엄청난 선수였다.

1946년 두 클럽의 합병으로 탄생한 삼프도리아의 최다 출장 기록, 최다 득점 기록 등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삼프도리아가 경험한 모든 우승은 만치니가 삼프도리아를 이끌었던 시절에 만들어낸 것이었다.

마라도나의 나폴리보다도 더 허약한 팀이었던 삼프도리아는 만치니의 존재 하나만으로 7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며, 챔피언스리그와 역사를 공유하는 유로피언 컵에서 준우승을 차지, 악명높은 세리에 7공주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이런 유머도 있었다.

디에고 마라도나 : 신(GOD)이 말씀하시길, 내가 최고의 축구 선수라고 했다.

삼프도리아 팬 : 웃기고 있네. 신(만치니)은 너에게 한마디 말도 건넨 적 없다!

그 정도로 만치니의 존재는 삼프도리아 팬들에게 남달랐다.

이후 다른 팀의 감독으로 삼프도리아 홈구장을 찾아도 삼프도리아 팬들은 만치니에게 엄청난 환호를 보내주었다.

다만, 리그에서의 명성에 비해 국가대표팀에서의 임팩트는 형편없이 작아서 비교적 과소평가받기도 하지만, 리그에서만큼은 마라도나 못지않은 지배력을 가졌던 선수였다.

그리고 2001년 은퇴 후 잠깐의 수석코치 시절 이후 2001년부터 피오렌티나의 감독직을 맡으며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고, 피오렌티나에서 바로 코파 이탈리아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라치오로 자리를 옮겨 2003/04시즌 코파 이탈리아 우승컵을 또 선물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04년 여름부터 이탈리아 3대 명문, 인테르의 감독직을 맡았고, 2005/06시즌부터 3년 연속 세리에A 우승, 두 번의 코파 이탈리아 우승 등 4년간 다섯 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선수생활을 마치자마자 감독으로 바로 성공한 것이었다.

하지만 리그에서의 빛나는 성과와는 달리,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죽을 쑤자, 인테르는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성공을 위해 만치니를 경질했고, 그렇게 맨체스터 시티의 새로운 감독이 되었다.

*   *   *

[만치니의 첫 번째 살생부는 레스콧 or 브리지?]

[벨라미, “만치니 감독의 훈련, 마음에 들지 않아.”]

[만치니, “미드필더와 수비수 영입할 것.”]

만치니 감독의 부임과 함께 맨체스터 시티의 다음 행보에 모두의 눈이 집중되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어느새 그 정도 위치에 올라 있었다.

계속된 파격적인 행보로 새로운 이슈 거리를 원하는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한 것이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다.

마크 휴즈 감독의 애제자로 국가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신뢰를 쌓고 영입 당시 휴즈 감독이 팀에 사비를 빌려주면서까지 영입한 크레이그 벨라미는 휴즈 감독의 경질에 분노했다.

그리고 훈련 첫날부터 만치니 감독에게 불만을 표출하며 충돌했다.

‘빡세긴 빡세네...’

첫 훈련에서는 성배도 좀 놀랐다.

선수 시절, 이탈리아 남자답게 다혈질적이고 한 성깔 했던 만치니 감독은 감독으로 전향한 이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선수 장악력에 문제는 좀 있을지언정, 선수 자율을 중시하고,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도록 뒤에서 받쳐주는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훈련장에서는 달랐다.

“지금 뭐하는 거야! 훈련이라고 허투루 하지 말라고 했잖아! 훈련도 실전처럼 뛰어! 훈련에서 어정쩡한 사람들은 경기에 못 나간다!”

만치니 감독의 훈련은 실전의 연장선에 있었다.

훈련에서도 경기장 위에서와 같은 수준의 경기력을 요구했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질책이 이어졌다.

훈련 시간은 다른 클럽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후 일찍 끝났지만, 그 강도는 상당했다.

“수비수들! 더 신경 쓰라고! 수비가 모든 것의 기본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했잖아! 맨체스터 시티는 수비부터 잡는다! 화려한 공격은 그다음이야!”

빗장수비, 카테나치오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감독답게 만치니는 맨체스터 시티에 부임하자마자 수비진의 안정화를 선언했다.

그 자신은 전형적인 이탈리아의 ‘판타지 스타’형 공격수였고, 트레콰르티스타로서 화려한 플레이를 펼쳤지만, 감독 만치니는 전술의 기본을 수비로 여겼다.

그리고 수비진을 안정화시키는 능력도 뛰어났다.

“뱅상! 좀 더 정신 차려! 경기 감각이 벌써 떨어진 거야? 어?”

수비진 안정을 위한 만치니 감독의 선택은 콤파니였다.

성배의 어필에도 불구하고 휴즈 감독이 중용하지 않았던 콤파니를 첫 훈련에서부터 주전 팀의 센터백으로 기용하며 앞으로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었다.

“좋아! 그거야! 그렇게 하라고!”

그리고 콤파니는 그런 만치니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훈련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콤파니 본인도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

“좋아, 그거야! 좀 더 빠르게 튀어 나가라고!”

그리고 콤파니의 센터백 투입으로 인해 리차즈가 라이트백, 본인의 자리를 찾아간 것 또한 큰 수확이었다.

리차즈가 훈련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드디어 본인의 괴물 같은 탄력과 스피드를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한 리차즈의 움직임은 무서울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리차즈와 나. 오른쪽, 왼쪽의 밸런스가 무서울 정도군.’

괴물 같은 피지컬과 스피드, 본능적인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돌파가 압도적인 라이트백, 마이카 리차즈.

무서울 정도로 영리한 플레이와 축구 지능, 정교한 킥을 기반으로 한 공격 지원이 위협적인 레프트백, 주성배.

활동량이 뛰어난 두 명의 풀백이 경기 내내 쉴 틈 없이 보여줄 오버래핑 역시 맨체스터 시티의 위협적인 공격 옵션이 될 것이었다.

‘저기만 좀 해결되면 좋을 텐데.’

일단 가장 급한 불이었던 수비진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가는 추세였다.

2,4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지출했고, 11만 유로의 주급을 받는 졸리온 레스콧 때문에 골치가 아팠지만, 주전 라인업에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는 나았다.

문제는 공격진에 있었다.

‘저 둘도 참 어지간하다.’

훈련장 무단이탈 사건과 잉글랜드 적응 실패로 3,000만 유로짜리 골칫거리가 된 호비뉴.

휴즈 감독의 경질로 분노한 벨라미.

두 선수 모두 맨체스터 시티의 왼쪽 측면을 맡아주는 선수들로, 성배가 호흡을 맞춰야 할 선수들이었다.

*   *   *

“부르셨습니까?”

훈련 직후, 성배는 만치니 감독의 부름에 감독실을 찾았다.

전에는 1년에 한 번 정도 찾는 곳이었는데, 이번 시즌 들어 3개월 만에 벌써 두 번째 방문이었다.

“아, 거기 앉아.”

성배를 호출한 만치니 감독은 책상에 앉아 일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민이 많아 보이십니다.”

시즌 중반, 그것도 문제점이 드러나 부진에 빠진 팀을 맡았으니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 남자답게 패션 센스가 뛰어난 미중년, 만치니 감독 역시 스트레스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하하, 그렇지, 뭐. 감독직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니니까.”

무서울 게 없었던 선수 시절의 그 성격을 다 버리고 관리직이 되어 선수들을 관리하려니 힘들기도 할 것이었다.

성배의 앞에 앉은 만치니 감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늦게 부른 건 미안해. 어쩔 수 없더군. 문제가 있는 선수들부터 먼저 불러서 대화를 하다 보니, 아무 문제도 없는 자네 같은 선수들의 순서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어.”

현재 맨체스터 시티에서 경기력이 가장 좋은 선수 중 한 명이고, 사생활이든, 훈련장에서든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선수였기 때문에 성배의 면담이 늦어진 것이었다.

호비뉴, 아데바요르, 벨라미, 배리, 기븐 등 면담이 급한 선수들이 많은 맨체스터 시티였기에 성배의 순서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밀렸다.

“뭐,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도 여기서 특별히 할 말은 없으니까요.”

팀에 딱히 불만도 없고, 유일한 불만이었던 콤파니의 기용 문제도 만치니 감독이 알아서 잘 해주고 있으니 성배가 따로 요구할 건 없었다.

“좋아, 그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나는 자네를 우리 맨시티의 키 플레이어로 삼을 생각이야.”

성배의 존재는 모든 감독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뛰어난 수비, 돌파력, 경기 조율 능력, 롱 패스, 크로스, 프리킥, 코너킥 등 수비수가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 부족함이 없는 선수였다.

언제든 뭔가를 맡기면 기대 이상은 아니더라도 기대만큼의 결과는 안겨줄 수 있는 선수.

이런 선수를 중용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키 플레이어라. 정확히 제게 어떤 역할을 원하시는 겁니까?”

당연히 기쁘긴 했다.

어느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감독을 싫어할 수 있을까.

다만, 워낙 재주가 많아 여기저기 다용도로 쓰이다 보니 슬슬 지치기도 했다.

“팀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미안하지만 좀 많은 역할을 해줘야겠어. 벨기에 대표팀에서 맡은 역할에서 플레이 메이킹만 빼면 팀에서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겠지.”

호비뉴의 부진으로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를 차지한 벨라미는 측면보다 중앙으로 움직이는 스타일이었다.

측면 공격에서도 성배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레스콧, 투레는 빌드업 능력이 그리 좋지 않아 후방 빌드업도 성배에게 맡기려 하는 듯했다.

“음... 뱅상이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겁니다. 그 친구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빌드업 능력이 많이 늘었거든요.”

하지만 성배 입장에서는 한 개라도 짐을 덜어야 했다.

성배는 자신을 잘 알았다.

자신의 체력으로 이런 많은 역할을 감당하다가는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퍼져버릴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콤파니가 앞으로 중용될 것 같다는 점.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 시즌 정도를 뛰면서 콤파니의 빌드업 능력치가 많이 올라왔기에, 롱패스를 제외한 후방 빌드업은 콤파니에게 맡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호오, 그것도 훈련에서 일단 확인을 좀 해봐야겠군. 만약 사실이라면 좋은 소식인데? 일단, 좋은 정보 고마워.”

성배에게 너무 많은 역할이 주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던 만치니 감독 역시 반기는 기색이었다.

“자, 내게 물어볼 건 없나? 앞으로 팀 운영에 궁금한 거라든지.”

만치니가 다시 물었다.

“궁금한 거라. 앞으로 맨시티의 전술은 어떻게 됩니까? 중앙 쪽에 힘을 주는 걸 선호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맨시티도 중앙 집중으로 갑니까? 아니면 지금처럼 4-2-2-2로 갑니까?”

만치니는 본인의 포지션이었던 트레콰르티스타를 중심으로 공격 전술을 짜는 감독이었다.

지금 맨시티에서 트레콰르티스타로 뛸 수 있는 선수는 테베즈와 호비뉴가 있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다이아몬드 4-4-2로 전술을 바꿀지, 아니면 윙어 전술을 고수할지 궁금했다.

“고민은 좀 해봤는데, 아무래도 잉글랜드에서는 윙어를 버릴 수 없을 것 같더군. 그래서 윙어를 쓸 생각이야. 지금 맨시티에는 좋은 윙어 자원들도 많고. 일단 이번 시즌에는 4-2-2-2와 4-3-3을 병행할 생각이지. 답변이 되었으면 좋겠군.”

확실히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스쿼드로는 윙어 전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겨울 이적시장에서 여름 이적시장만큼의 이적료를 지출해야 할 것이었다.

이후에도 성배와 만치니의 대화 분위기는 괜찮았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딱히 불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대화를 진행했고, 만족스럽게 면담을 마칠 수 있었다.

< 낭만필드 - 206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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