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200 (8권) >
“주심! 시간 이미 다 지났지 않습니까!!”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홈 프리미엄도 정도가 있지!!”
오언의 골이 들어간 이후, 올드 트래포드는 완전히 난리가 났다.
팬들은 올드 트래포드가 무너져라 날뛰었고, 맨유 선수들은 지옥 문앞에서 돌아온 상황에 흥분하며 골을 자축했다.
그리고 맨시티 선수들은 주심을 둘러쌌다.
“맨시티 선수들, 크게 흥분해서 주심을 둘러싸고 거칠게 항의합니다. 주심, 맨시티 선수들을 피해다닙니다.”
주심도 아무래도 맨시티 선수들의 얼굴을 보기가 껄끄러웠는지 몰려오는 선수들을 피했다.
사실 추가 시간은 주심의 재량으로, 성배의 득점이 90분 이후에 이루어진 것에 대한 추가 시간의 추가 시간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다만, 그렇게 치더라도 성배의 득점 시 1분 만에 경기가 재개되었기 때문에 본래보다 3분을 더 준 것은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어차피 항의해도 안 바뀌어.’
주심은 경기 종료 휘슬을 불지 않았고, 항의는 했지만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도 경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수비도 하고 있었다.
‘아쉽네. 1분만 더 버텼으면 좋았을 텐데.’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경기는 맨유에 대한 편파 판정까지 포함되어있는 것이었다.
결국, 오늘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력은 좋긴 했지만, 홈 콜을 극복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내가 영웅이 될 기회였는데.’
다만, 성배도 당연히 주심에게 화가 났다.
주심 때문에 맨체스터 더비의 영웅이 되어 한 번 더 화제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참을 뿐이었다.
* * *
[추가 시간이 10분? 맨체스터의 끝나지 않는 추가 시간.]
마지막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시계가 나타내고 있는 경기 종료 시간은 90:00 +09:27.
무려 9분 27초의 추가 시간이 주어졌다는 표시였다.
...
이에 맨체스터 시티의 주전 레프트백 주성배는 “추가 시간은 주심의 재량이라고 알고 있다. 뭐, 문제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가 심판을 보았던 석 달 전 경기에서 추가 시간에 골이 나왔는데도 연장은 없었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니까 그새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 수 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추가 시간 득점 때문에 추가 시간을 연장한 적이 없었지만, 사람이니까 마음이 변할 수 있다. 이해한다. 설마 우리가 이기는 게 싫어서 일부러 그랬겠느냐.”라고 말하며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나타냈다.
...
ㄴ 맨유, 더러운 녀석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ㄴ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 어제 BBC 기사 나온 것도 못 봤냐? BBC 기사면 진실이다, 임마. 음모론 날조하지 마라.
ㄴ 아쉽지만, BBC가 공신력이 높다는 건 이적설 한정 아닌가요? 오래전부터 빅4, 특히 맨유한테 편파적인 기사 작성한 건 이미 유명한데 말이죠.
ㄴ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가 얻어낸 페널티킥 숫자랑 원정팀이 얻어낸 페널티킥 숫자만 비교해도 답 나온다. 심판들 계좌 추적해봐라. 70% 이상은 분명 걸려들어 갈 거다.
ㄴ 그것보다 주도 대단하네. 저 비꼬는 거 봐. lololololol. 아니라고 하면서도 확실히 화는 많이 난 것 같네. 하긴, 화가 날 수밖에 없겠지. 정상적으로 끝났으면 영웅이었을 텐데.
맨체스터 더비의 후폭풍은 상당히 강렬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만수르에게 인수된 맨체스터 시티가 본격적으로 돈의 힘을 보여주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맨체스터 더비였고, 양 팀 도합 8골이 터진 난타전에 추가 시간 7분에 터진 홈팀이자 판정 논란이 많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동점 골.
마지막으로 결국 10분 가까이 되어 버린 후반 추가 시간까지 논란이 될 이유가 넘쳐났다.
사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항상 판정 논란에 시달려온 팀이었다.
우선 이렇다 저렇다 말은 많아도 명실상부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엄청난 위상을 가지고 있는 최고 인기 클럽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가장 많은 안티를 가지고 있는 클럽이기도 했다.
판정 논란 외에도 이런저런 논란들을 항상 몰고 다닐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판정 논란은 여러 루머 중 가장 큰 의심을 받고 있었다.
지난 11년 동안 올드 트래포드에서 원정팀이 얻어낸 페널티킥은 5개, 반면, 지난 시즌 단 1년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얻어낸 페널티킥은 무려 9개였다.
이외에도 맨유가 앞선 상황에서의 추가 시간 총합과 맨유가 뒤진 상황에서의 추가 시간 총합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아무리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내는 횟수가 많은 맨유가 페널티킥을 더 많이 얻어낼 수 있다고 하지만, 1년 만에 원정 팀이 11년 동안 얻어낸 것의 두 배 가까이 얻어낸 것은 분명 의문스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의혹 수준이었고, 확실한 결론이 난 것은 아니었기에 언론에서 이슈를 만드는 용도와 팬들과 안티 팬들이 서로 배틀을 벌이는 용도 이상은 되지 못했다.
맨체스터 더비 종료 직후 며칠 정도는 퍼거슨 감독과 휴즈 감독, 여러 언론들을 필두로 엄청 시끄러웠지만, 다음 라운드 일정이 다가오자 곧 사그라들었다.
* * *
“젠장. 협회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기분 나쁜 무승부를 거두긴 했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이후에도 리그 1승 1무, 칼링컵 2라운드 승리를 거두는 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10월, 드디어 벨기에의 명운을 결정지을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마지막 9차전과 10차전 일정이 찾아왔다.
“동감. 그렇게 감독이 없었으면 차라리 프랭키를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던가.”
불만을 토로하는 콤파니에게 성배도 동의를 표했다.
그사이 벨기에는 임시 감독이었던 베우스만테른을 해임하고 정식 감독을 선임했다.
그리고 이 정식 감독 선임에 대해 벨기에 국가대표 선수 절반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
“프랑스계랑 네덜란드계 사이 안 좋은 거 뻔히 알면서 감독으로 네덜란드인을 선임하다니.”
벨기에 축구협회가 선임한 새로운 감독은 네덜란드인, 딕 아드보카트였다.
성배도 콤파니도 아드보카트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었다.
사실 현재 벨기에 국가대표팀의 위상으로는 딕 아드보카트 이상의 감독을 선임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감독 능력이나 명성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겨우 선수끼리 융화되고 있는데, 여기서 감독 국적이 한쪽으로 쏠려버리다니. 최악이야.”
성배와 콤파니는 정말 대단한 감독이 아니라면 차라리 이번 월드컵 출전권을 포기하더라도 네덜란드계와 프랑스계를 융합할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하길 원했다.
하지만 당장 시야에 월드컵 출전권이 보이기 시작하니 협회 입장에서는 성적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월드컵 출전권만 생각하자고.”
“그래. 미리 걱정해봤자 뭐가 바뀌진 않겠지. 일단 이렇게 된 이상 월드컵만 보고 가는 수밖에.”
벨기에 축구협회의 선택이 2010 월드컵 출전 티켓 확보라면 선수들도 그와 함께 발을 맞춰야 했다.
일단 선택이 내려졌고, 그 선택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선택의 방향이 어디가 되었든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 선수의 역할이었다.
* * *
“경기 끝났습니다! 벨기에! 터키에게 승리를 거두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갑니다! 벌써 3연승! 지역 예선 초반의 부진을 딛고 어느새 리그 2위를 사정권 안에 두었습니다!”
아드보카트 체제로 처음 치른 경기는 터키와의 2010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9차전 경기였다.
터키와의 9차전 경기에서 벨기에는 훌륭한 경기력으로 2-0 승리를 거두었다.
“오랜만에 복귀한 음펜자 선수의 활약이 인상적이었어요. 두 골을 혼자 넣으면서 벨기에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음펜자의 활약 덕분에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마지막까지 끌고 갈 수 있었네요.”
오늘 경기 전까지 승점 13점으로 조 3위를 달리던 벨기에는 승점 15점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게 2점 차이로 바짝 따라붙어 있었다.
두 팀은 오늘 나란히 승리를 거두며 여전히 승점 2점 차이였고, 최종전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 진출 팀이 정해지게 되었다.
“터키가 많은 걸 선물해주었습니다. 정말이지 선물이라도 거하게 보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하, 그러게요. 우리에게 승점 3점을 안겨주었고, 지난 경기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게 이겨주면서 승점 차를 2점으로 줄여주었죠. 국가적인 차원에서 선물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네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승점 5점 차까지 벌어졌었지만, 터키가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려준 덕분에 2점까지 따라잡은 것이었다.
터키가 이기지 못했다면 이번 경기에서 이미 플레이오프가 좌절되는 상황이었다.
만약 두 팀이 비겼으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승점은 이미 19점, 벨기에가 산술적으로 따낼 수 있는 승점이 최대 19점이었기 때문에 상대 전적에서 2전 전패로 밀리는 벨기에는 최대 조 3위까지 밖에 올라갈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승점 2점을 앞선 상황이긴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유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죠?”
그리고 이제는 오히려 앞서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더 초조해졌다.
이는 양 팀의 마지막 경기 상대 때문이었다.
“자, 앞으로 남은 중계 일정입니다. 마지막 10차전을 남겨두고 있는데, 에스토니아와의 원정 경기는 생중계, 종료 이후 바로 스페인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경기를 녹화로 보내드립니다.”
[2009.10.14 : 에스토니아 vs 벨기에 - TV 생중계]
[2009.10.14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vs 스페인 - 녹화중계]
* * *
“스페인이 이겨주겠지?”
베르마엘렌의 말에 다른 모든 선수들이 동의를 표했다.
스페인이 전력상 더 강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미 스페인은 이미 월드컵 진출 티켓을 확보한 상황이었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플레이오프라도 나가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었다.
독립 이후 월드컵 진출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도 그 어느때보다 간절했다.
“후우, 후우...”
“흐읍, 흐읍.”
경기 전 라커룸, 벨기에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긴장한 모습으로 몸을 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8년 만에 월드컵 복귀를 위한 첫 관문 통과가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글쎄. 그것보다는 일단 오늘 경기부터 이기는 게 먼저가 아닐까? 스페인 쪽 경기 결과는 우리 경기를 이긴 다음에 보자고. 우리가 못 이기면 그쪽은 볼 필요도 없으니까.”
선수단의 주장은 시몬스였지만, 선수단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선수는 역시 반 바이텐이었다.
반 바이텐은 살짝 어수선한 벨기에 선수단의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성배 역시 젊은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준비했다.
그 어떤 경기보다도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붕 떠버린 선수단의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은 아드보카트 감독도, 코칭 스태프도 아닌, 리더 역할을 맡은 선수들의 몫이었다.
"어이! 다들 뭘 그렇게 쫄아있어?"
하지만 감독은 아니어도 그런 선수들을 이끌어줄 사람이 등장했다.
< 낭만필드 - 200 (8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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