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필드 - 197 >
“오른쪽에서 숀 라이트-필립스, 반대편으로 크로스!! 주, 달려들면서 헤더!! 알무니아의 선방!”
스페인을 상대로 인생 경기를 펼치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든 성배는 리그로 돌아와서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을 찾아온 아스날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중이었고, 아스날의 핵심 중 한 명인 사냐와의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했다.
“맨체스터 시티, 아스날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력이 굉장합니다.”
그리고 성배와 함께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 역시 아스날을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
비록 아스날이 최근 몇 년 동안 우승이 없고 전력이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하던 클럽 중 하나였다.
엄연히 맨체스터 시티보다 클라스가 높은 명문 클럽이었다.
“오늘 경기가 갖는 의미는 굉장히 커요. 맨체스터 시티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공격적인 투자로 전력을 강화했을 때, 말들이 많았거든요? 이번 전력 보강으로 맨체스터 시티가 빅4를 위협할 정도로 강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래도 아직은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돈으로 클래스를 살 수 있느냐, 하는 주제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가장 핫한 논쟁거리였다.
물론 맨체스터 시티 때문이었다.
“맞습니다. 자본의 지나친 간섭이 스포츠의 순수성을 해친다는 사람들은 아무리 돈을 많이 투자해도 오랜 시간을 투자해 역사와 전통을 앞세워 완성된 명문 클럽의 저력을 따라갈 수 없다고 했죠.”
반대로 현대 스포츠에서 자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람들은 좋은 선수들을 끌어모은 맨체스터 시티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 모두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가 처음으로 만난 빅4 클럽인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그것이 증명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리고 오늘 경기, 맨체스터 시티는 아스날을 완전히 압도하는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력 보강이 충분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스날이거든요? 오늘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력은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오늘 경기에서 보여주는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력은 일단 자본의 힘을 인정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가까웠다.
아스날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경기를 압도, 3-1로 앞서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력은 이번 시즌 우승 경쟁에서 다크호스가 되기에 충분했다.
[꺼져라, 배신자! 꺼져버려!]
[너희 어머니는 지금...%&^#$%*^%*&^]
‘쯧. 이건 좀 심한데.’
다만, 경기장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아스날과 결별해 맨체스터 시티로 합류하는 과정이 좋지 않았던 아데바요르 때문이었다.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음 구석에 자리 잡은 아스날 팬들은 아데바요르를 향해 갖은 욕설과 비난을 쏟아부었다.
심지어 아데바요르의 가족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폭언까지 퍼부을 정도였다.
‘표정이 좋지 않아.’
아데바요르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굳어져 있었다.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걱정되었다.
-뻐-억!
‘이런, 아프겠다.’
아스날 팬들의 계속된 조롱과 비아냥, 가족에 대한 욕설까지 들으며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아데바요르는 결국 플레이 중 화를 참지 못하고 반 페르시의 얼굴을 발로 밟았다.
아데바요르를 백업해주기 위해 바로 뒤에 자리 잡고 있었던 성배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얼굴이 다 욱신거렸다.
‘저건 거의 일부러 한 건데?’
반 페르시의 태클은 깊긴 했지만, 볼을 제대로 겨냥해 들어갔다.
아데바요르가 저렇게까지 화를 낼만한 것은 아니었다.
‘뭐,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
물론 잘못된 행동이었다.
그래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아데바요르가 아스날을 떠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에게 피해만 오지 않는다면.
‘이 정도면 아웃되려나?’
얼굴을 감싸 쥐며 들것에 실려 나가는 반 페르시였다.
아스날의 핵심 스트라이커인 반 페르시가 이렇게 경기장 바깥으로 나가게 되면 맨체스터 시티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 최대한 이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반 페르시는 곧 치료를 받고 복귀했다.
아스날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었집만, 그렇다고 해도 바뀔 것은 없었다.
“적당히 하지. 정신없다고.”
아스날의 주전 센터백 베르마엘렌이 성배에게 하소연했다.
세 골이나 허용한 아스날 수비진은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경기가 거의 끝나가는 가운데, 맨체스터 시티가 3-1로 앞서가면서 승부는 거의 갈렸다.
아스날 선수들도 이젠 의욕을 잃었다.
“그럴 순 없지. 맨체스터 시티 팬들에게 빅4와의 경기는 중요한 의미니까.”
여기서 끝을 낼 순 없었다.
오늘은 아스날과의 경기가, 그리고 바로 다음 경기는 맨체스터 시티 팬들이 이를 갈며 기다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빅4를 연달아 만나는 일정인데 분위기를 잡은 오늘, 분위기를 끌어올려 최상의 컨디션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만나야 했다.
“주의 코너킥! 중앙에서 아데바요르!! 골! 골입니다! 아데바요르의 득점! 친정팀에게 비수를 꽂는 아데바요르입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득점은 세 골에서 멈추지 않았다.
네 번째 득점의 주인공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아스날에서 이적한 아데바요르.
안 그래도 아스날 팬들의 미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아데바요르였는데, 팬들이 버틸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선 네 번째 득점까지 기록하면서 마지막 점까지 찍어버렸다.
‘뭐야, 어디가냐.’
득점에 성공한 아데바요르는 골을 넣자마자 갑자기 반대편 골대를 향해 미친 듯 뛰어갔다.
좋지 않은 감정으로 헤어진 친정팀을 상대로 골을 넣어 기쁜 것은 이해하겠지만, 골 세리머니가 좀 과했다.
“아데바요르, 어디까지 달려가는 겁니까? 무릎으로 멋지게 슬라이딩! 아!! 아스날 원정 서포터 앞입니다!!”
반대편 골대를 넘어서까지 달려간 아데바요르는 멋지게 무릎으로 미끄러지며 관중들을 향해 포효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네 골을 실점하며 악에 받친 아스날 서포터들이 있었다.
“어? 어어? 위험해요! 안전요원들이 관중들의 폭주를 통제하느라 고생하고 있네요!”
아스날 서포터즈는 잉글랜드 내에서는 그렇게 거칠지 않은 편이지만, 훌리건의 나라답게 절대적으로 보면 절대 얌전하다고 할 수 없었다.
아데바요르의 도발은 그런 아스날 서포터즈를 제대로 건드렸다.
이미 악밖에 남지 않은 아스날 서포터즈들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우르르 몰려 내려왔고, 그런 수천 명의 사람을 막아야 하는 안전 요원들만 죽어났다.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의 사이는 사실 좋지 않거든요? 아데바요르, 별로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었어요.”
빅4임에도 매년 경쟁자들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이적예산 지출로 전력 강화가 미비했고, 그것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해 불만이 쌓인 아스날 팬들이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무시무시한 자금력이 부러우면서도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데바요르와 투레의 이적까지 겹치면서 현재 아스날 팬들과 맨체스터 시티 팬들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다행히 어찌 저찌 수습되는 모습입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상황은 다행히 안전 요원들의 목숨 건 저지로 겨우 수습되었다.
안전 요원들이 정말 목숨을 걸고 막지 않았다면, 또 한 번의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역시. 멘탈킹.’
성배는 그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옆에서 지켜본 결과 인성이 나쁜 선수는 아니었지만, 좋은 동료는 분명 아니었다.
‘어쨌든 아직 기량은 좋으니까.’
어차피 아데바요르가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자신에게 어시스트를 만들어준 것처럼 맨체스터 시티의 성적과 자신의 성적에 도움만 된다면 저런 모습도 얼마든지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봐 줄 수 있었다.
* * *
[맨체스터 시티, 아스날에 4-2 대승!]
[예상 밖의 경기력. 맨시티, 올 시즌 리그 판도 흔드나?]
[완전히 달라진 맨시티. 이제 더는 무시할 수 없다.]
아스날과의 경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달라진 맨체스터 시티의 모습을 증명한 경기였다.
더 이상은 중동 갑부의 돈질로 강해진 클럽이라며 맨시티를 비하할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아스날을 4-2로 잡아낸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력이 너무나 좋았다.
맨시티를 계속 비하한다는 건 그런 맨시티에게 대패한 아스날까지도 비하하는 것이었다.
언론 입장에서는 비록 비아냥도 많이 듣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팬들을 보유한 아스날을 비하한다는 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빅4 클럽의 팬들도 비슷한 위치에 있는 아스날을 잡아낸 맨체스터 시티를 더는 무시하지 못했다.
[맨체스터 더비, ‘절대강자’ 맨유의 수성인가, ‘자본의 힘’맨시티의 반격인가.]
[퍼거슨 경, “맨시티와의 경기 특별한 의미 없어.”]
[마크 휴즈, “맨체스터의 주인 자리를 가져올 때.”]
그리고 다음 경기는 맨체스터 더비였다.
맨체스터 시티는 4연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번리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4승 1패를 달리고 있었다.
공통점은 두 팀 모두 홈에서 아스날을 잡아냈다는 것.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번 시즌 초반 네 경기를 통해 신흥 강호로 급부상한 맨체스터 시티의 맨체스터 더비에 프리미어리그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양 팀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오히려 우승 경쟁자인 첼시나 아스날, 리버풀을 더욱 견제하고 맨체스터 시티에게는 그렇게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에 비해 오랫동안 같은 동네의 맨유에게 치여왔던 맨체스터 시티 팬들의 관심이 더욱 격렬한 것은 당연했다.
* * *
“주성배 선수, 퍼거슨 경의 인터뷰를 보셨나요?”
경기 전날, 맨체스터 시티의 훈련장에 첼시와 방송국 카메라가 찾아왔다.
경기 전 인터뷰를 위한 방문이었다.
“네. 봤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맨체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앞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어떠신가요?”
“음... 굉장히 건강하시던데, 왜 내일 돌아가실 것처럼 말씀하시는지 그게 의문입니다. 속상하네요. 오래 건강하셔야 할 텐데 말이죠.”
당장 내일 죽지 않는 이상, 퍼거슨이 살아있는 동안 맨유를 제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성배의 발언은 꽤나 이슈가 될 터였다.
“아, 그리고. 맨체스터의 주인은 오래전부터 맨체스터 시티였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트래포드의 주인이죠.”
성배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항상 맨체스터 시티 팬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발언한 것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연고지는 행정구역 상 맨체스터시가 아닌 그레이터 맨체스터 주의 트래포드였다.
맨체스터시에 연고를 두고 있는 클럽은 맨체스터 시티가 유일했다.
“진정한 맨체스터의 주인을 가리자는 이야기는 의미가 없습니다. 맨체스터의 주인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시티 뿐입니다.”
성배의 도발에 방송국 직원들은 큰 건수를 건졌다는 뜻 함박웃음을 지었다.
< 낭만필드 - 19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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