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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사라진 필드-195화 (306/356)

< 낭만필드 - 195 >

“아자르, 논스톱 슈팅!!”

아자르의 스피드는 확실히 알아줘야 했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스피드 하나만큼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아르벨로아를 가볍게 제치며 침투한 아자르는 볼을 따라잡아 왼발로 강력하게 때렸다.

‘이쪽으로 튀어나오는 것도 대비해야지.’

아자르가 침투에 성공해 슈팅을 시도했지만, 성배는 박스 안으로 들어왔다.

완벽한 기회였지만, 카시야스라면 환상적인 선방을 보여줄 수도 있었고, 그럴 경우 튀어나오는 공을 노려야 했다.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몰랐기에 어떻게든 이번 기회를 살려야 했다.

“카시야스, 멋진 선방!!”

걱정했던 대로 카시야스가 아자르의 슈팅을 막아냈다.

그리고.

“주가 달려듭니다! 완벽한 포지셔닝!”

성배를 향해 굴러왔다.

‘꽂혀라!’

피케와 카프데빌라가 발을 뻗었고, 카시야스 역시 누운 채로 몸을 튕겨 볼을 향해 팔을 뻗었다.

“강력한 슈팅!!”

그 견제들을 모두 피하려면 강하게, 높이 슈팅을 때릴 수밖에 없었다.

볼은 하늘로 솟구쳤다.

-탱!

‘됐다!’

성배의 슈팅은 강하게 크로스바를 때렸다.

하지만 성배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꽉 쥐며 포효했다.

“으아아아!!”

“좋아! 역시 네가 최고다!”

“어때? 잘했지? 네가 시킨 대로 머리 써서 플레이했다고!”

성배의 슈팅은 크로스바 아래쪽을 강하게 때린 뒤, 바닥으로 떨어지며 골라인을 넘어갔다.

골을 넣고 포효하는 성배를 향해 벨기에 동료 선수들이 달려들었다.

“골대가 아직도 흔들립니다! 주의 강력한 슈팅이 스페인의 골문을 열었습니다!”

“단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는 벨기에! 그 선봉에는 역시나 주성배 선수가 있습니다! 멋진 슈팅! 전반전에는 살짝 부진했던 주가 벨기에의 첫 찬스를 살려냈어요! 요즘 득점력에 물이 올랐습니다!”

단 한 번의 기회.

벨기에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스페인이 열 개의 슈팅을 날려 한 골을 넣는 동안 벨기에는 단 한 개의 슈팅으로 한 골을 만들어냈다.

결국, 두 팀은 동점이 되었다.

“동점이 되었지만, 여전히 경기는 스페인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동점이 되었다고 해서 경기 양상도 동등해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경기는 스페인이 주도해서 끌고 나갔다.

“알론소, 전방으로 길게 넘겨줍니다! 토레스에게! 반 바이텐이 먼저 걷어내고 토레스, 밀려서 쓰러집니다!”

하지만 벨기에의 수비는 한층 더 단단해졌다.

1-1, 동률을 만들어낸 뒤, 사기가 오른 덕분이었다.

반 바이텐과 콤파니, 두 명의 강력한 수비수들은 자신들의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스페인 선수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실바, 중거리 슈팅!”

-탱!

“크로스바 맞고 나갑니다! 위협적인 슈팅! 벨기에,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하지만 스페인도 가만히 보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라인을 한계까지 내리고 수비에 집중하며 몇몇 선수들만 앞으로 내보내 대놓고 역습만 노리는 벨기에를 상대로 조금씩 중거리 슈팅 비율을 높였다.

벨기에 수비수들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스페인, 점점 더 중거리 슈팅을 자주 시도하고 있는데, 그렇게 정확하진 않습니다.”

“실바나 알론소, 사비의 중거리 슈팅 능력이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무시할 수는 없어요. 어쨌든 조금 더 바깥으로 나오긴 해야 할 거예요.”

다행히 스페인의 미드필더 중 중거리 슈팅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없었기에 위협적인 상황이 자주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라 기회를 주는 건 좋지 않았고, 벨기에 수비수들도 조금씩 앞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허억, 허억... 이제 좀 힘들다.”

후반전도 중반을 넘어서 종반으로 향했다.

전반 초반부터 밀리는 기량을 커버하기 위해 지금까지 미친 듯 뛰었던 벨기에 미드필더들은 점점 지쳐갔다.

스페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패스를 중심으로 하는 스페인 선수들보다 몸으로 때워야 하는 벨기에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훨씬 더 심했다.

“힘들지 마. 아직 20분도 더 넘게 남았어. 너는 힘들 자유도 없다.”

옆에서 펠라이니가 앓고 있음에도 성배는 단호했다.

펠라이니는 사비를 전담 마크하면서 거친 플레이로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최전방까지 올라가 타겟맨 역할까지 수행했다.

쉴 새 없이 뛰어야 하는 역할 자체만으로도 힘들었는데, 거기서 계속 몸을 날리고 부딪쳤으니 체력이 빨리 소진될 수밖에 없었다.

“뭐, 그래. ”

그러나 맡은 역할이 많은 만큼 지금 지치면 바로 벨기에가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펠라이니를 대체할 선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뛰어주어야만 했다.

“카프데빌라의 스로인! 스페인, 다시 공격을 시도합니다.”

스페인의 티키타카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상대 선수들이 계속해서 패스를 따라 다니느라 체력이 소진되었을 때, 압박이 약해진 순간 스페인의 진면목이 나타났다.

벨기에 입장에서는 이제부터가 진짜 위험한 타이밍이었다.

“부스케츠, 사비 알론소에게 횡패스. 펠라이니, 정말 열심히 뜁니다.”

“지금까지 동점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는 펠라이니의 활약이 큰 역할을 해주었죠. 정말 열심히 뛰어주고 있고, 활동량도 굉장해요. 정말 지치지 않네요.”

방금 전까지 성배에게 힘들다고 투덜댔던 펠라이니는 경기가 재개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미친 듯 뛰어다녔다.

나이를 속일 수 없는지 시몬스는 살짝 활동량이 줄어든 모습을 보였지만, 데푸르도 아직 제 몫을 해주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버티는 것이 가능했다.

“알론소가 사비에게! 살짝 짧습니다! 펠라이니, 태클! 아! 사비, 높게 떴다가 떨어집니다!”

그때, 알론소가 사비에게 넘겨준 패스가 살짝 짧았다.

흔히 말하는 ‘죽으라고 주는 패스’, 받으려는 선수도, 빼앗으려는 선수도 위험한 패스였다.

그리고 역시나 펠라이니와 사비가 충돌했다.

“주심, 펠라이니에게 경고를 꺼내 듭니다! 스페인에게 프리킥이 주어집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스페인이 프리킥을 얻어냈다.

그렇게 좋은 자리도 아니었다.

게다가.

“아, 사비! 괴로워 보입니다!”

“이런, 부상인가요? 부상은 어떤 경우에도 있으면 안 되는데요?”

사비의 부상이라는 큰 악재까지 겹쳤다.

“파브레가스의 절묘한 패스!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는 비야의 절묘한 침투! 그대로 슈팅! 아... 골이네요. 골입니다. 스페인, 한 골을 추가하며 다시 앞서나갑니다.”

사비의 부상은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절뚝이기는 했지만, 자기 발로 걸어나갔다.

그래도 펠라이니의 계속된 전담 마크로 피로가 누적되었기 때문에 델 보스케 감독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사비를 빼고 파브레가스를 투입했다.

의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교체 투입된 파브레가스가 멋진 패스로 골을 만들어냈네요. 역시, 파브레가스의 과감한 패스는 위력적이죠?”

아직 사비와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기에 주전으로 나서지는 못했지만, 공격적인 패스 만큼은 사비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 파브레가스였다.

이번에도 파브레가스의 과감한 패스는 지금까지 잘 버텨왔던 벨기에 수비진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실점은 했지만... 파브레가스라면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어.’

하지만 성배는 좌절하지 않았다.

파브레가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고, 벨기에의 미드필더들은 그런 파브레가스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인원 배치를 자랑했다.

“파브레가스, 볼 잡았습니다. 데푸르의 압박! 파브레가스, 벗어나지 못합니다!”

파브레가스의 첫 번째 약점, 바로 탈압박 스킬의 부재였다.

사실 파브레가스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완벽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 한 가지, 탈압박 능력이 형편없었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뛰어야 했다.

오늘의 벨기에처럼 중앙 미드필더들을 마당쇠 스타일로 꽉 채운 팀과 상대하면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펠라이니, 뒤에서 접근해서 볼 빼냅니다!”

데푸르의 압박에 움직임이 멈춰버린 파브레가스는 결국 뒤에서 다가온 펠라이니의 압박에 볼을 빼앗기고 말았다.

“마루앙!”

스페인이 공격 쪽으로 나오려던 상황, 오랜만에 찾아온 역습기회였다.

성배는 오른쪽 측면을 통해 빠르게 올라와 손을 들었다.

“펠라이니, 오른쪽으로! 주!”

당연히 펠라이니는 성배에게 볼을 내주었다.

역습의 시작을 알리는 패스였다.

‘어림없지.’

성배가 벨기에 역습의 시발점이라는 건 스페인 선수들도 잘 알고 있었다.

볼이 성배에게 이어지자, 카프데빌라가 패스를 방해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잠깐 지나간다.’

옆으로 볼을 빼면서 패스할 것처럼 페인트를 주자, 카프데빌라가 발을 뻗었다.

“다리 사이로 볼 빼냅니다! 주, 다시 볼 차지하고, 바로 전방으로 길게!!”

카프데빌라가 발을 뻗으면서 생긴 다리 사이 공간으로 볼을 빼낸 성배는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당기며 그를 지나쳤다.

그리고 다시 볼의 소유권을 얻어내자마자 반대편 측면을 향해 길게 패스를 투입해주었다.

“아자르, 엄청난 스피드로 올라갑니다! 아르벨로아가 따라가지만, 역부족!!”

그리고 드디어 아자르의 스피드가 빛을 발했다.

첫 번째 득점 상황에서 한 번 보여준 이후 이렇다 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아자르지만, 드디어 한 건 해주려는 듯했다.

아자르가 아르벨로아를 일찌감치 제쳐준 덕분에 성배의 패스도 평소보다 깊숙이 투입되었다.

스페인 수비수들이 따라잡기 힘들 정도의 위치였기에 안정적이었다.

“아자르, 볼 잡자마자 푸욜! 푸욜이 태클로 걷어냅니다! 벨기에의 코너킥!”

완벽하다 싶었는데, 어느새 나타난 푸욜이 태클로 볼을 차단했다.

볼을 펠라이니가 볼을 빼앗았을 때부터 아자르를 지켜본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도착할 수 없을 시간이었다.

‘역시. 대단해.’

같은 수비수로서 푸욜에게는 배울 점이 많았다.

축구 지능이 뛰어나 수비수로서 지능적인 플레이가 장점인 성배도 푸욜에게는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그래도 벨기에가 제공권에서는 훨씬 더 뛰어나거든요? 스페인의 가장 대표적인 약점이 제공권이에요. 이 기회를 꼭 살려야죠!”

경기 종료까지는 10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 경기를 통틀어서 겨우 두 번째 코너킥이었다.

어쩌면 동점을 만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이 기회는 무조건 살린다.’

펠라이니와 콤파니, 반 바이텐 모두 엄청난 제공권과 피지컬을 자랑하는 선수들이었다.

이들 중 한 명만 동료로 있어도 듬직할 텐데, 이들 세 명이 함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어디로 올려도 누군가 득점에 성공할 듯한 느낌이었다.

“콤파니, 헤더!! 골! 골입니다! 콤파니의 헤더! 벨기에, 경기 종료 10분 전에 다시 동점을 만듭니다! 벨기에의 극적인 동점 골!!”

“이걸로 동점이에요! 벨기에, 예상을 깨고 경기를 원점으로 돌립니다! 굉장한 선전을 보여주네요!”

예상대로 벨기에는 코너킥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성배와 함께 한 팀에서 활약하는 콤파니가 성배의 코너킥을 멋지게 받아먹으며 득점에 성공,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두 번째 슈팅에 두 번째 골.

벨기에의 슈팅은 스페인이 시도한 슈팅의 1/8에 불과했지만, 두 번의 슈팅을 모두 득점으로 연결하며 스페인과 동률을 이루었다.

‘어쩌면...’

토레스가 리에라로, 사비가 파브레가스로 바뀌었을 뿐이지만, 스페인의 전술은 유기적인 패스와 조직력이 중요했기에 경기력의 타격은 상당했다.

그래도 여전히 강력했지만, 이 정도라면 벨기에도 승리를 노려볼 수 있었다.

< 낭만필드 - 195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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