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이 사라진 필드-188화 (299/356)

< 낭만필드 - 188 >

[테베즈, 주성배에 러브콜! “비난 신경 쓸 필요 없어.”]

[주의 절친으로 알려진 콤파니, “주는 곧 합류할 것.”]

[“좀 더 함께 뛰고 싶다.”, ‘주바라기’ 베일, 아쉬움 토로.]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클럽과 그 팬들의 반응과 같은 선수들의 반응은 달랐다.

같은 프로 선수의 입장이기 때문에 성배의 선택을 100% 이해해주면서 이적 그 자체에 대해서만 반응했다.

성배와 함께하면서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자리를 잡기 시작해 이제는 거의 팬클럽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베일과 성배와 함께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었던 모드리치는 성배를 붙잡기 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금 토트넘의 상황에서 성배가 빠지면 어떻게 될지 뻔했기 때문에 그들도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성배를 붙잡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저 성배와 함께 뛰고 싶은 베일은 좀 달랐지만.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성배를 격렬하게 반겼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수비진에 있었다.

던, 리차즈, 콤파니, 사발레타, 브리지 등으로 이루어진 수비진은 나쁘지 않았지만, 던은 중상위권 클럽에 어울리는 선수였고, 리차즈, 사발레타는 아직 성장 중인 유망주였다.

성배의 합류를 반길 수밖에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 협상입니다. 어떤 결과든 오늘은 무조건 결론이 납니다.”

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멈춰선 버크만이 성배에게 말했다.

버크만의 말처럼 오늘은 협상 마지막 날이었다.

계약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고, 다음 협상을 마지막으로 하자는 대전제에 양측이 동의했기 때문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 상황에 대해 다시 한 번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는 버크만이 알아서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오늘은 성배도 합류해 있었다.

마지막 협상에 참석하고 계약이 이루어질 시, 바로 메디컬 테스트에 임하기 위해 직접 맨체스터를 방문한 것이었다.

개인 훈련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는 빠져 있었고, 이제 마지막 협상임이 확실시되었기 때문에 이제야 얼굴을 비추었다.

“지금까지는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급한 쪽은 맨체스터 시티지, 저희가 아니지 않습니까?”

잉글랜드 이적시장은 평균적인 유럽 리그의 이적시장보다 열흘 정도 빨리 열렸다.

그리고 이적시장이 열림과 동시에 맨체스터 시티는 성배의 바이아웃 금액을 제시했다.

하지만 협상은 장기화되었고, 3주가 지난 지금에서야 마지막 협상을 남겨두고 있었다.

협상이 장기화된 이유는 이번 협상에서 누가 약자인지를 확실하게 알아챈 성배와 버크만이 배짱을 부렸기 때문이었다.

“처음 맨체스터 시티는 85,000유로의 주급과 8,000유로의 출장 보너스 등을 제시했습니다. 브리지보다 약간 낮은 조건이었죠.”

브리지는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당연히 계약 조건에 잉글랜드 프리미엄이 붙어 있었다.

처음에 맨체스터 시티가 제시한 계약 조건은 브리지의 계약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엄을 뗀 수준이었다.

물론, 그 수준에서 계약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고 협상을 통해 브리지 수준 정도에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사전 무브였다.

하지만 성배와 버크만은 브리지 정도의 계약 조건에 그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난번에 의논했던 대로 저희 쪽의 초기 요구는 주급 12만 유로에 15,000유로의 승리, 출장 보너스였습니다. 지금은 11만 유로로 낮춘 상태입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제안은 9만5천 유로까지 올라왔습니다.”

성배와 버크만의 목표는 한 가지였다.

10만 유로 이상의 주급.

그것을 위해 2만 유로를 올려 첫 협상에 나섰고, 일단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면 10만 유로 정도는 가볍게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아니, 그래도 11만 유로는 너무하지 않습니까? 세계 최고의 레프트백이고 잉글랜드 국적에 부동의 국가대표 주전 선수인 애쉴리 콜이 14만 유로를 받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3,100만 유로로 역대 수비수 이적료 2위에 오른 아우베스가 11만 유로 받습니다.”

풀백의 평균 몸값과 연봉은 모든 포지션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했다.

일반적으로 중앙 포워드나 측면 윙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등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들의 몸값이 특히 높았고, 그다음으로는 센터백, 골키퍼 혹은 중앙 미드필더, 풀백 순이었다.

세계에서 10만 유로 이상의 주급을 받는 풀백은 5명도 채 되지 않았다.

성배가 지금 전 세계의 풀백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건 저희에게 뭐라 할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주급 체계를 만든 건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일견 듣기에는 맨체스터 시티 협상 담당자의 말이 옳은 것처럼 들렸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런 상식적인 주급 체계를 무너뜨린 건 맨체스터 시티였다.

“우리는 웨인과 비교할 수밖에 없고, 좋은 선수지만, 잉글랜드 국가대표 선발도 슬슬 위험해졌고, 나이도 서른을 향해 가고 있는 브리지보다는 좋은 조건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배의 비교 대상은 다른 클럽의 다니 알베스가 아니었다.

같은 클럽의 웨인 브리지, 그리고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콜로 투레 정도가 성배의 비교 대상이었다.

“웨인을 무슨 은퇴 직전의 선수라고 생각하시는 것 아닙니까? 웨인은 이제부터 전성기에 접어들 선수입니다.”

브리지의 나이는 아직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제 전성기에 접어들 시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수비수의 전성기가 비교적 늦게 시작해 늦게 끝난다는 것은 성배의 전생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선수를 전성기의 선수와 아직 성장 중인 선수로 단순히 나눌 순 없습니다. 그래서, 전성기인 웨인의 지난 시즌 성적은 어땠습니까? 성장 중인 주의 지난 시즌 성적은 어땠습니까? 비교가 가능한 수준입니까?”

애초에 브리지의 나이를 건드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브리지가 전성기에 접어든 나이라는 건 버크만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이 이야기를 꺼낸 건 할 말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브리지의 성적이... 어디 보자. 여기 있군요.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 시절을 포함해 22경기 출전에 공격 포인트는 전무. 반면, 주는 35경기 출전에 5골 11어시스트군요.”

아무래도 세트 피스를 전담했던 성배와 수비만 했던 브리지의 공격 포인트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애초에 성배가 세트 피스에 목숨을 걸었던 이유도 이런 상황에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서였고, 당연히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평균 평점 역시 주는 35경기 7.37로 전체 18위, 풀백 중 애쉴리 콜에 이어 2위입니다. 브리지는... 어디 보자... 7.02로 전체 143위군요.”

공격 포인트가 많고 경기에 관여하는 비중 자체가 높으니 성배의 평점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평점이 선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지표도 아니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이 7위까지 올라갔던 것은 성배가 있었던 덕분이었다.

성배의 평가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이 7위, 맨체스터 시티가 10위를 차지했고, 그리 승점 차이가 크지도 않았습니다. 주가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맡은 역할을 감안한다면 만약 주가 이적했을 때, 두 클럽의 위치가 바뀔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11만 유로를 아깝다고 생각하시진 않으시겠죠?”

마지막 협상이다 보니 버크만도 꺼낼 수 있는 모든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 무기가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된 브리지와 성배의 가치를 비교하자 맨체스터 시티 담당자가 어떻게 반박하기 힘들어진 것이었다.

수비진에 뚫린 구멍을 해결하고 클럽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잉글랜드 국가대표 레프트백을 노렸고, 오버 페이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잠시만. 중요한 전화가 와서 잠시 받고 오겠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담당자는 전화를 들고 자리를 비웠다.

협상 중간에 전화를 받는 것은 당연히 실례였다.

보통 중간에 전화기를 들고 나가는 이유는 정해져 있었다.

구단주나 단장 등 윗선에서 전화가 오는 경우였다.

아마 지금도 그런 경우일 듯했다.

“이거... 조짐이 좋습니다. 일이 잘 풀릴 것 같네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잠시 협상이 중단되자, 버크만이 고개를 돌려 성배에게 속삭였다.

“조짐이 좋다... 아마 만수르의 전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제 생각도 같습니다. 구단주가 직접 전화한 걸 겁니다. 만수르라면 그 정도의 관심은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가요.”

두 사람은 지금의 전화가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 만수르의 전화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아마 만수르가 직접 전화한 것이라면 지금 이 협상은 금방 끝날 확률이 높았다.

“만수르가 고작 1, 2만 유로 때문에 약한 모습을 보일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하.”

성배의 생각도 버크만과 같았다.

만약 정말로 만수르라면, 고작 1, 2만 유로 때문에 협상을 접으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오히려 1, 2만 유로 정도는 그냥 들어주라고 지시할 확률이 높았다.

“아,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계약서를 다시 뽑아 오느라...”

예상대로 맨체스터 시티의 계약 담당자는 통화를 마치고 계약서까지 새로 뽑아서 가져왔다.

지금 이 상황에서 새로운 계약서를 가져왔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계약서를 가져왔다는 건 새로운 계약 조건을 성배 측이 받아들일 거라는 확신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는...

[계약 조건]

급료 : 주급 112,000유로 (약 1억 7,000만 원)

계약 기간 : 이적이 성사된 날 - 2013년 6월 30일

계약금 : 120만 유로 (약 18억 원)

부가 옵션

출전 수당 : 11,000유로 (약 1,700만 원)

승리 수당 : 11,000유로 (약 1,750만 원)

공격 포인트 기록 시 15,000유로 (약 2,300만 원) 지급.

최소한 성배 측에서 요구한 계약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준비했다는 뜻이었다.

“어떻습니까? 이게 저희의 마지막 제안입니다.”

마지막 제안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담당자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보통 마지막 제안이라고 하면 최후통첩이라는 뜻으로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 테이블을 엎겠다는 의미인데, 지금의 마지막 제안에는 그런 압박이 전혀 없었다.

담당자도 협상 체결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무조건입니다. 하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버크만은 담당자와 악수를 나눈 뒤, 바로 성배에게 계약서를 넘겼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만큼 전혀 당황하지 않고 물 흐르듯 이어진 과정이었다.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즐기려던 맨체스터 시티 관계자들은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역시 알랭. 믿음직해.’

이번 계약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었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예상을 했더라도 놀랄 수밖에 없는 계약 조건이었지만, 버크만은 전혀 놀란 기색 없이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버크만에 대한 신뢰가 또 한 번 높아졌다.

“구단주님께서 그러시더군요. ‘Prophet’을 모셔오는데 흥정이 길어질 필요는 없다고. 그래서 주의 조건에 사죄의 의미로 2,000유로를 더했고, 계약금과 옵션도 올렸습니다.”

“입단식 때 꼭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야겠군요.”

회의실을 배경으로 사인한 계약서를 깔아놓고 악수하는 사진을 찍었다.

이제 곧 맨체스터 시티 홈페이지를 시작으로 이 사진과 함께 오피셜이 뜰 것이었다.

드디어 성배는 염원했던 세계 최고 중에서도 최고의 무대에 발을 들여놓았다.

‘함께 올라가자고.’

물론, 아직은 아니었다.

하지만 곧 그렇게 될 것이었다.

< 낭만필드 - 188 > 끝

ⓒ 미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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