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304화 (304/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304)

많은 이들의 배려 덕분에 그간 나름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은 다른 누구보다 은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이젠 더 미룰 수 없는 것도.

가슴 속 이유 모를 허전함은 여전했다.

하지만 은지의 허전함을 메운 건 다른 것도 아닌 팬들의 보고 싶다는 응원이었다.

무대에 선다는 것은 은지에게 업무의 영역이었으므로 은호처럼 즐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팬들의 존재는 달랐다.

은지의 곡을 깊이 있게 해석하는 영상.

은지의 의상을 모아 둔 스타일링 추천.

그 외에도 회사를 통해 전달된 적지 않은 양의 손 편지.

‘내가 뭐라고…….’

그런 팬들의 선물과 마음을 볼 때면, 은지는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공허함을 잠시나마 뒤로하고 다시 활동을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 그런 팬들의 소소하지만 절대 작지 않았던 응원 덕분이었다.

그래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E%’들이 원하는 건 은호의 솔로 곡이 아닌 E―UNG의 곡이었으니까.

* * *

E―FAN 애플리케이션에는 한동안 의미 모를 고요함만 맴돌았다.

팬들 사이의 소통은 여전했으나, 이상할 정도로 NRY 엔터테인먼트 자체의 부재가 커진 탓이었다.

공지도, 특별한 기사도.

팬들끼리 소통하는 자유 게시판 외에는 그 어디에도 무엇 하나 뜨는 것이 없던 와중이었다.

“어? 뭐야?”

화면을 보던 주연은 갑자기 먹통이 된 ‘E―FAN’ 애플리케이션에 당황했다.

그것도 잠시.

화면이 치직거리며 마치 퍼즐 조각처럼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당황하던 주연은 떨리는 눈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바라봤다.

퍼즐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자, 화면 속에는 검고 작은 방이 하나 생겨났다.

그 끝에는 검은색 상자 위 반짝이는 금색의 리본이 묶인 상자가 놓여 있었다.

한편, 금색 리본에는 붉은 카드가 하나 매여 있었다.

붉은 카드 속에는 검은 글씨로 ‘Sorry’라고 쓰여 있었다.

주연이 화면 속 선물 상자를 터치하자, 화면은 작은 폭죽이 터지며 폭죽들의 불빛이 글자를 빚어냈다.

E-UNG The 1st Full Album

「GIFT」

이어서 나온, 얼마 남지 않은 날짜에 주연은 기쁨을 감출 수 없는지 입을 틀어막으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런 예상치 못한 화려한 이벤트도 감동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첫 정규 앨범 발매 소식은 은지가 휴식기를 끝내고 다시 활동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은호만을 좋아했던 주연이었으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은지도 은호 못지않게 소중해졌기에 걱정이 많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은호 하나만을 향했던 애정이 어느새 ‘E―UNG’이라는 남매 자체를 향하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며칠 뒤, 주연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E―FAN에서도 동시에 생방송으로 뮤직비디오의 오픈 전 시간을 비춰 주고 있었다.

정확히 30초가 남았을 때부터 화면에는 한가득 ‘30’이 떠올랐다.

생방송 채팅은 서버 문제 때문인지 일부러 잠깐 시간을 늦춘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올라가는 글들이 너무 빨라, 눈으로 좇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래도 뜻은 다들 같은 듯 그 수많은 채팅 대부분이 은호와 은지를 응원하는 글귀거나 곧 나올 뮤직비디오를 기대하는 반응들이었다.

3, 2, 1.

시간 초가 사라진 순간.

칙―.

라이터를 켜는 소리가 나며 동시에 화면 속에는 작은 불씨가 생겼다.

구두 소리와 함께 불씨의 시점이 이어졌다.

불씨는 난로 속 쌓여 있는 장작 위로 던져졌다.

화면이 불에 타듯 붉어지더니 자연스럽게 붉은 카펫이 깔린 배경으로 바뀌었다.

카펫을 따라 카메라 시점이 이동하던 그 끝에는 낯익은 은호와 은지가 있었다.

붉은 립스틱을 바른 은지의 입이 클로즈업된 순간, 은지의 입술이 열렸다.

My hand

your hand

짝, 짝짝.

은지가 얹는 노래에 맞춰 일정한 박자의 손뼉 소리가 얹어졌다.

My foot

Your foot

이어서 은지의 화려한 검은 구두가 박자에 맞춰 또각거리는 듣기 좋은 탭댄스 스탭을 만들어 더했다.

My butt

Your butt

‘찰싹’ 소리가 나옴과 동시에 일정했던 박자 위에 베이스와 화려한 드럼 소리가 추가됐다.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듯 은지가 활짝 웃으며 레드 카펫에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밋밋하던 레드 카펫에는 은지의 발끝을 시작으로 화려한 붉은 튤립이 피어났다.

하지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붉었던 튤립은 금세 노랗게 색이 바뀌었고 은호가 은지와 함께 걸음을 옮기자 또 한 번 하얀색으로 바뀌었다.

이건 오직 너만을 위한 퍼레이드

아직 보지 못한 우리만의 에피소드

토요일이 다가오는 불금의 늦은 밤처럼

붉은 원피스 차림의 은지가 손을 뻗으며 아무것도 없는 검은 하늘에 별을 만들었다.

이어서 별들을 모아 초승달을 하나 띄우니 검은 방은 어느새 드넓은 밤하늘이 되었다.

은지는 드넓은 밤하늘 아래에서 높은 구두를 벗고 맨발로 달려 나갔다.

한편, 달리는 은지는 그대로 화면 밖으로 사라지고 멈춰 서 있던 은호가 노래를 이어 갔다.

Enjoy the 이 밤처럼

like like that Play with me

Stay with me like that

은지와 달리 검은 정장 차림의 은호는 어깨를 털며 눈앞의 튤립이 눈에 띈 듯 허리를 숙였다.

이후 은호가 나긋하게 흥얼거리며 튤립 평원에서 붉은 튤립들을 골라 꺾어, 작은 꽃다발 한 아름을 만들어 냈다.

거기에 ‘후’ 숨결을 불어 넣은 그 순간.

은호의 입김이 닿은 튤립은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Enjoy the 그래

어릴 적 네가 좋아하던 장난감처럼

마치 화면 너머의 사람이 보인다는 듯 은호는 화면 너머로 손수 만든 보라색 튤립 꽃다발을 내밀며 노래를 이어 갔다.

오늘 밤이 지나면 그러면

미치게 지치게 넌 Never 날 잊지 못해

은호가 씨익 웃자, 꽃다발이 전달되었다는 듯 강한 바람이 불어오며 튤립 꽃다발을 흩트렸다.

은호는 날아가는 튤립을 보며 고개를 돌렸다.

화면은 이어서 날아가는 보라색 튤립의 꽃잎 하나에 손을 뻗은 은지를 비췄다.

튤립 꽃잎 하나를 붙잡은 은지가 웃으며 그걸 손에 꽉 쥔 후 다시 펴자, 꽃잎은 금빛으로 빛나는 가루가 되어 증발했다.

I like your appearance like that

난 네 그런 모습이 좋아

은지는 화면을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후 신난다는 듯 튤립밭에서 일정한 박자에 맞춰 발을 내디뎠다.

Well, well, to the music

Well, well, to the dancing

한편, 다시 비친 은지의 몸에는 마치 인형극 속 인형처럼 여러 개의 실에 얽혀 있다.

은지는 실이 당겨지면 당겨지는 대로 이끌려 가며 튤립 정원을 거닐었다.

Turn around go round and round

돌아와 돌아봐 오랜만에 놀아 봐

날 가지고 놀아 봐

그런 네 모습이 like

한편 실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은 듯 은지의 표정은 오히려 자신을 다루는 하늘 위 누군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like a toy Like that toy

you like Like that toy

Enjoy the 그것처럼

은지의 이야기가 조금 무난하게 흘러간다 싶을 무렵.

은지의 몸에 엉켜 있던 가느다란 실들은 붉은 리본이 되더니 이어서 가죽끈으로 바뀌었다.

신비했던 풍경은 모습을 감추고 쏟아지는 섬찟한 붉은 조명.

신비하던 조금 전과 달리 왠지 위험해 보이는 야릇한 분위기.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베이스 연주와 드럼 또한 율동적으로 바뀌었다.

원피스 차림이었던 은지의 옷은 어느새 가죽 재킷에 위험해 보이는 체인을 걸고 있는 검은 바지 차림으로 바뀌었다.

I like the way you look

Look at me

위험을 증명하듯 은지의 붉은 눈동자가 사납게 번뜩였다.

한편, 그런 위험해 보이는 은지의 목에 걸린 목줄은 화면과 연결되어 화면 너머의 상대가 조종하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걸 알고 있다는 듯, 은지는 카메라 화면을 붙들며 가까이 다가왔다.

굴러가는 눈동자를 멈춰 봐 여길 봐

그래 봐 나를 봐 나만 봐 바라 봐

가사 따라 은지밖에 보이지 않는 화면이었다.

신경 끄고 놀아 봐 자든 깨든 즐겨 봐

천진난만 나사 빠진 놈들끼리

아까운 이 시간을

곧 화면을 집어삼킬 것 같던 은지를 화면에서 멀리 떨어뜨린 건 어느새 은지의 목줄을 쥐고 있던 은호였다.

은지는 지지 않겠다는 듯 주인이 없던 은호의 목줄을 잡아챘다.

은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노래를 이어 갔다.

Enjoy 그러니

like like that Play with me

Stay with me like that

Enjoy the 그래

네가 좋아하던 장난감처럼

마치 서로를 통제하듯 은호와 은지는 한 몸처럼 활동적인 안무를 이어 갔다.

크게 몸을 쓰면서도 신기할 정도로 서로의 목줄이 팽팽해지는 일은 없었다.

화면은 다시 튤립 평원으로 바뀌었다.

평원의 중앙에는 은호와 은지가 잠이 든 듯 누워 있었다.

이제 노래와 함께 뮤직비디오도 끝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그때였다.

Turn around go round and round

돌아와 돌아봐 오랜만에 놀아 봐

날 가지고 놀아 봐

그런 네 모습이 like

하이라이트 부분이 다시 흘러나오며 은호와 은지의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NG가 이어졌다.

뮤직비디오 중간.

달려 나가던 은지가 속도 조절에 실패하며 드레스를 입고 흙바닥을 나뒹굴었다.

은지의 바보 같은 모습에 진지하게 연기하려던 은호는 눈물이 맺힐 정도로 깔깔거리며 웃음이 터진 듯 보였다.

이후에는 은지가 끈에 연결된 장면을 촬영 중인 듯했다.

한편, 은지는 시험 삼아 끈을 당기자 끈이 끊어지고 그때 놀라며 위를 쳐다봤다.

이어서 미술팀으로 보이는 스태프가 울상이 되어 은지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장면이 비쳤다.

이후 은지는 자신이 만든 작품인 ‘부숴 버린 장치’를 화면에 비춰 주며 머쓱하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은호와 은지가 서로의 목줄을 잡는 NG 장면이 나올 때였다.

지금껏 격렬하던 노래는 발라드에 가까울 정도로 속도가 느려졌다.

오늘 밤이 지나면 그러면

미치게 지치게

넌 날 절대 잊지 못할 테니까

속삭임에 가까운 마지막 가사가 이어지고, 화면에는 은지가 손에 목줄을 감아 물어 당기는 모습이 비쳤다.

한편 은호는 그런 은지를 못 말린다는 듯 바라보며 평범하게 은지의 목줄을 당기며 웃었다.

그 장면을 끝으로 흑백 사진처럼 멈춰 버린 장면 이후, 화면에는 검은 종이로 작은 상자가 하나 만들어졌다.

한편, 일전에 애플리케이션에서 ‘Sorry’라고 쓰인 카드 위에는 앨범 제목인 ‘Gift’가 새겨져 있었다.

선물 상자를 끝으로 화면이 검게 변하고, ‘Enjoy’의 제목이 손 글씨로 쓰이고 난 후에서야 정말 뮤직비디오가 끝났다.

주연은 휴대폰을 천천히 내려 두며 크게 심호흡을 내뱉었다.

다시 숨을 들이켠 그때, 주연은 내쉬는 숨과 동시에 큰 소리로 외쳤다.

“목줄, 진짜 미쳤나 봐!!!”

뮤직비디오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주연뿐만이 아닌지 이후 팬들의 게시판 반응 또한 들썩거리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뮤비 보다가 목줄 장면 때

개인적으로 SM 플레이 별로 안 좋아해서 내 안의 유교 걸이 ‘오바다...’ 하고 있었거든?

근데 ㅁㅊ 랑이가 지지 목줄 잡아당기는 순간 유교 걸 어퍼컷 맞고 날아감]

└ 격공 ㅋㅋㅋㅋㅋㅋ

└ 난 목줄 나오고 지지가 나만 보라고 할 때 밥 먹는 중이었는데 밥 씹다 말고 ㄹㅇ 남은 시간 동안 지지만 봄

└ ㅋㅋㅋㅋㅋㅋㅋㅋ

[하 NRY 내가 정장이랑 라이더 패션이랑 정장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아서 하....]

└ 코디... 최고야

└ 진심 한 컷 한 컷 다 소장각이라고 ㅠㅠㅠㅠㅠㅠ

[이번에 목줄 컨셉 하자고 한 사람 누구야!!!!!!

당장 튀어나와!!!!!!

빛창석이라도 머리 벗겨진 곳에 뽀뽀해 버리려니까!!!!!

론나 잘했어!!!!]

└ 도랏냐곸ㅋㅋㅋㅋㅋㅋ

└ 진짜 X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

한편, ‘목줄’에 대한 격한 반응 이외에도 뮤직비디오 속 의미를 해석하기 위함인지 꽃말에 대해 진지하게 정리 글을 올린 E%도 있었다.

[뮤비 해석 덕후라 엔조이 뮤비 속 튤립 색 꽃말 궁금해서 찾아봄.

튤립

―과거 귀족들이나 돈 많은 사람들한테 어마어마하게 인기를 끌었었음. 그래서 신분 상승과도 관련되어 있다고 하는데

지지와 랑이의 과거사를 보면 ㄹㅇ 신분 상승 격이라 넣은 게 아닐까 싶음 (아니면 말고)

색깔별 꽃말

빨강 ― 열정적인 사랑

노랑 ― 헛된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하양 ― 실연, 순결, 새로운 시작

(아마 이 세 가지 중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추측 중)

보라 ― 영원한 사랑

결론: 각자 알아서]

└ 악 결론도 써 줘!!!

└ ㅎㅎ 각자 생각하는 내용이 다를 것 같아서 안 쓸랭

└ 고마워!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이벤트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래서... 앨범 언제부터 나온다고?]

└ 이틀 뒤부터 예약이래 ㅋㅋㅋㅋ

└ 이번에도 비북―비하인드 사진을 모아서 낸 책― 같은 거 넣어 주려나?

└ 그건 모르겠는데 일단 이번 포카는 반드시 챙겨야 하는 건 알겠다 ㅋㅋㅋㅋㅋ

[NG 장면 ㅋㅋㅋㅋㅋㅋ 은지 튀어 나가다가 뒹구르는 겈ㅋㅋㅋㅋㅋㅋ 은지다워서 나도 은호랑 같이 오열함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나돜ㅋㅋ

└ 힘 조절 못하고 줄 끊어 버리는 것돜ㅋㅋㅋㅋ

└ 스태프가 은지 빵댕이 때릴 때 현웃 뿜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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