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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261화 (261/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261)

유 PD는 ‘최고의 방송’이 출연진들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시청자를 사로잡는 장면’을 만들 수 있는, 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같이 쫌 살자’는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

유 PD는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같이 쫌 살자’ 고정 멤버들의 성격이나 성향 역시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파악했다.

단 두 사람.

‘이응’ 남매만 빼고.

은지는 한없이 바보 같고 번번이 실수만 연발한다.

하지만 반전으로 순간순간 소름 끼칠 정도로 예리한 구석이 있다.

그 좋은 눈치 덕분에 깜짝 계획이 무산되거나 은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 일이 적잖을 정도로 잦았다.

‘은지 하나로도 방송이 어디로 튈지 예상이 힘든데…….’

여기엔 한 명이 또 더 있다.

은지와 전혀 반대의 성향인 은호.

계산되지 않는 둘이 추가되면서 방향성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그 막막한 기분을 아는가.

은호는 분명 두루두루 잘 지내기도 하고 착한 녀석 같기도 한데…….

‘벽이 느껴진달까.’

은지는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면 은호는 도대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그 고민은 자막을 달아야 할 때 가장 막막해진다.

은호가 등장하는 컷에서만 어떤 자막을 달지 공들여 고민해야 한다.

그로 인해 떨어지는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유 PD는 도움이 필요했다.

이 남매들을 가장 잘 알 법한 사람.

‘NRY 엔터테인먼트 박창석 대표.’

두 사람을 어릴 때부터 키웠다던 그.

「“좋습니다. 아유, PD님인데 당연히 환영이죠.”」

그와 간단한 식사 자리를 만들었을 때.

박 대표는 은지처럼 만사에 서글서글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그 여유로운 부분을 이용해 파고들려 하면?

박 대표는 은근하게 주제를 돌려 이야기를 밀어냈다.

‘마치 은호처럼.’

제대로 찾아왔다는 건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곧 ‘이응’ 남매의 성격 그 자체였으니까.

“하하. 글쎄요. 애들을 나름 오래 봐 온 저도 항상 어디로 튈지 모를 녀석들이라서…….”

하지만 그런 창석에게서까지 ‘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유 PD는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여기서라면 어떻게 해답이 있을 줄 알았는데…….

“대신 팁은 있는데.”

막막하던 와중에 한 줄기 빛과 같은 한마디.

유 PD는 간절하게 눈을 빛내며 테이블 너머의 창석을 바라봤다.

“은호나 은지가 예측하지 못하는 일을 만드세요.”

“예측 못 하는 일……이요?”

창석은 막 익은 차돌박이에 젓가락을 뻗으며 말을 이었다.

“은호랑 은지한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둘만의 공식 같은 게 있는데―.”

그간 아득바득 미션을 클리어하면서 포인트를 얻던 다른 멤버들.

하지만 그런 멤버들과 달리 은호와 은지는 ‘이자’라는 본인들이 만든 시스템을 잘 이용하여 손쉽게 ‘실내 취침권’을 얻어 왔다.

‘어릴 적에 시골에서 지냈다던가?’

시골 생활에 필요한 불을 피우거나 작물을 구분하는 등.

그 외에도 미션을 진행하는 것에 있어, 유독 두 사람은 다른 멤버들에 비해 ‘자연’과 관련된 능력이 뛰어났다.

그간 대응이 힘들었던 만큼, 유 PD에겐 박 대표와의 짧은 식사 자리가 상당한 도움이 됐다.

가장 먼저 유 PD는 은호와 은지의 ‘포인트 이자’ 패턴을 박살 내기로 했다.

포인트에 대한 변동 사항을 알리자, 박 대표가 이야기했던 그대로 은호는 은지를 찾았다.

「“은호와 은지는 각각으로 나뉘어 있으면서도 본인들이 예측하지 못한 순간엔 버릇처럼 서로의 의견을 제일 먼저 확인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싸워도, 세상에 믿을 건 둘뿐인 거죠.”」

평소보다 사이가 안 좋아 보이기에 싸운 건가 싶었는데…….

그런데도 서로를 찾는 걸 보니 역시 저 두 사람을 몇 년간 키워 왔다는 박창석 대표의 말은 믿을 만했다.

하지만 이후 토론을 예측했던 유 PD의 생각과 달리 은호와 은지는 일찍 조용해졌다.

너무 조용해서 오디오 감독에게 헤드셋까지 받았건만…….

두 사람은 정말 긴 시간 동안 별 대화가 없었다.

‘뭐지?’

혹시 촬영 때 종종 그랬듯이 입 모양과 보디랭귀지로 대화하는 건가 싶었다.

혹시나 해서 모니터로 확인해 보려던 그때.

휙.

은지가 몸을 돌려 스태프들이 모여 있는 방향으로 다가왔다.

‘불안한데…….’

다가오는 은지의 얼굴은 평소의 능글맞은 표정이었지만, 무슨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피디님!”

“뭐, 뭐죠.”

“저희 이번에 미션 두 개 있잖아요.”

은호와 은지가 키운다던 고양이가 촬영에 추가되면서 기왕이면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메인 작가와 머리를 맞대 고민 끝에 낸 두 가지 미션.

멤버들은 연탄이의 호감을 얻어야 하고, 은호와 은지는 멤버들의 행동에 연탄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해야 했다.

“예…….”

“그거 저한텐 의미가 없어서요.”

당당한 은지의 말에 유 PD는 순간 뒤통수가 조금 아렸다.

* * *

은지가 유 PD에게 다가가기 전.

“빨리 멤버들 돌아오기 전에 작전이나 정보나 뭐든 풀어 봐. 우리 이자 받아먹던 거 끊기게 생겼으니까.”

은호와 은지는 유 PD가 예상했던 대로 다툼을 뒤로하고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은지는 놀란 얼굴을 하더니 이내 히죽거리며 웃었다.

멤버들에게 ‘남매 사기단’이라는, 듣기 좋지만은 않은 별명이 생기긴 했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이자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당시 은지가 말을 잘 던졌고, 은호가 재빠르게 잘 낚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바뀐 지금.

편해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 상황을 타파할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은호는 걸치고 있던 겉옷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손끝에 곱게 접힌 종이 하나가 손에 쥐어졌다.

소원 수리권

이걸 받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 ‘소원 수리권’은 포인트라는 제도가 생기던 날.

당시 유 PD가 일찍 깨어 있었던 멤버들에게 나눠 준 ‘가게에 원하는 물건을 들여올 수 있는 쿠폰’이었다.

소원 수리권을 받은 사람은 은호와 은지.

그 외에도 승연, 태현, 지키가 있었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다들 일찍이 이 ‘소원 수리권’을 사용했다.

태현은 받은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승연의 닦달에 못 이겨 버너에 넣을 가스를 등록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저녁 식사 미션에 실패한 승연은 저녁에 몰래 따로 챙겨 먹을 생각이었는지 ‘구멍가게’에 ‘소원 수리권’을 이용해서 컵라면을 등록했다.

하지만 이 ‘소원 수리권’에는 결국 단순한 ‘물품 등록권’에 불가하다는 함정이 있다.

구멍가게에 ‘소원 수리권’을 소모하며 등록한 그 물건은 다른 멤버들도 구매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덕분에 승연이 등록한 컵라면은 당시 포인트가 가장 많았던 은지가 구매했고, 승연의 소원 수리권은 은지의 배만 불렸다.

‘다른 멤버들도 살 수 있다라…….’

문득 머리에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흠.”

고민 중인 듯 팔짱을 낀 채 미간을 구기고 있었다.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을 더 못생겨졌다.

‘블롭피쉬.’

아무리 생각해도 저 내려간 입꼬리가 특히 닮았다고 생각하던 그때였다.

“뭐야. 왜 기분 나쁘게 내 얼굴 보고 히죽거려.”

“못생겨서.”

깜짝아.

생각대로 말이 나간 것 같은데 상대가 은지라서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니가 더 못생겼거든?”

“쫌.”

“……오빠가 더 못생겼거든?”

“어, 그래.”

“…….”

은호가 무심하게 대꾸하자 은지는 발끈하며 다른 말을 하려다 입을 닫았다.

이제 막 화해한 참에 또 싸우고 싶지 않아서였다.

다만, 그렇다고 티를 안 내는 건 힘들었던 모양.

은지의 턱에는 호두 같은 복숭아 씨앗을 닮은 못난 주름이 소리 없이 불만을 드러냈다.

“말하려던 거나 마저 해.”

더 삐치기 전에 말을 돌리자 은지는 ‘내가 뭘 말하려고 했더라’라는 얼굴이 됐다.

“빡―.”

빡대가리야.

금붕어의 기억력만도 못하다고 놀리려던 찰나에 은지가 말을 이었다.

“빡, 뭐?”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다급하게 놀리려다 말고 은지의 눈을 피했다.

은지는 도끼눈을 뜬 채 쏘아보다, 날 선 한숨을 흘리며 하려다 말았던 말을 마저 이었다.

“내가 연탄이한테 명령하는 건 어때?”

갑자기 명령?

뜬금없이 등장한 이야기에 당황한 것도 잠시.

난 이은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이해했다.

멤버들의 미션은?

연탄이 자신들을 따르게 하는 것.

그걸 애초부터 막는다면?

‘이건 된다.’

그냥 일반적인 고양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연탄은 그냥 고양이가 아니니까.

그것도 이은지 말이라면 죽는 척이라도 할 것처럼 끔찍하게 따르는 연탄이다.

“그럼, 니가 PD님한테 이야기 좀 해 봐. 난 그동안 이걸로 우리가 무조건 이길 수 있게 계약서 하나 만들어 둘게.”

“계약서?”

난 그간 아껴 둔 ‘소원 수리권’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였다.

“이걸 아직도 안 썼냐?”

“이럴 때 쓰려고 아껴 놨지.”

“대―단하다, 이은호. 독하다, 진짜.”

“시끄러워.”

비꼬는 듯하지만 이건 ‘이은지의 언어’로는 나름의 칭찬이었다.

나는 이걸 이용해서 우리의 부족한 계획에 ‘권력’을 부여할 생각이었다.

정확히는 ‘나’를 위한.

‘대표님은 자주 말씀하셨지. ‘계약서에 함부로 사인하는 거 아니다.’라고.’

한편, 은호와 은지를 조용히 촬영하던 카메라맨은 새삼 ‘둘이 남매가 맞구나’ 싶었다.

특히 사악하게 웃는 지금 얼굴이 마치 거울이라도 비춘 듯 똑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그거 저한텐 의미가 없어서요.”

앞서 은호와 회의 후.

‘딜’을 위해 은지는 유 PD에게 다가갔다.

“제가 연락드릴 때, 연탄이가 특별한 고양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연탄아!”

은지의 부름에 따뜻한 햇볕 아래 뻗어 있던 연탄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연탄은 이어서 ‘냐옹’거리며 나른한 울음소리를 냈다.

“잠깐 이리 와 봐.”

연탄의 동공에 작은 지진이 일었다.

은지가 평범한 고양이인 척하라던 명령 때문이었다.

“연탄아, 어서.”

은지가 재촉하자, 연탄은 은지의 부름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짧지만 깊은 고민 끝에 본능을 따랐다.

판단을 내린 순간.

마치 검은 탄환이 날아들듯 연탄이 은지에게 몸을 내던졌다.

“잘했어. 아이 착해.”

은지는 달려온 연탄을 품에 받아 들며 칭찬했다.

“자, 이번엔 쩌―기 카메라 감독님한테 가서 포즈!”

“냥……?”

은지의 손길에 푹 빠져 있던 연탄은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굳었다.

이어서 ‘내가 뭘 들은 거지?’라는 표정으로 은지를 돌아봤다.

“얼른! 네가 얼마나 대단한 냥이인지 보여 줘!”

연탄의 노란 눈동자에 큰 지진이 일었다.

‘진심?’

‘어서.’

연탄과 은지는 시선을 통해 짧은 텔레파시를 나눴다.

하지만 역시 연탄이랄까.

연탄은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은지의 갑작스러운 요구를 얌전히 따랐다.

다만, 연탄은 은지에게 날아들던 때와 달리 도도한 걸음으로 카메라 앞으로 다가갔다.

‘……이게 맞나.’

은지는 명령하면서 연탄이 단순히 카메라 앞에 갔다 오는 것만 생각하고 말했다.

포즈를 취하라느니, 그건 농담이었단 말이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처음 카메라 앞으로 다가간 연탄은 당당히 꼬리를 부풀리며 정말로 ‘나 멋있지?’라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꺄악.”

“어머, 어머.”

“하하하.”

유 PD를 포함한 스태프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래서였을까.

이쯤 되니 유 PD와 스태프들은 연탄의 특별한 쇼에 당연히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연탄은 본인이 더 즐기고 있는 듯, 딱히 은지가 시키지도 않은 ‘두둠칫’ 등 별별 포즈를 다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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