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256화 (256/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256)

“인사해. 이쪽은 아라 카드사에서 오신 분이시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은호와 은지는 일단 인사는 하긴 했지만, 갸웃거리며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아라 카드는 한국의 많은 카드사 중, 꽤 이름 있는 카드사였다.

그런데 그 카드사에서 갑자기 왜?

창석의 표정이 싱글벙글한 것을 보아하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일단 앉으시죠.”

창석은 이후 여유가 있는 직원들에게 커피 좀 타 와 달라며 간단한 부탁을 전달했다.

“너희도 어서 앉고.”

“…….”

은호와 은지는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

“곧 톡신 녀석들 뮤직비디오도 나오니까.”

뮤직비디오랑 카드사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요?

은지는 창석을 뚫어 버릴 것처럼 빤히 노려봤다.

그때, 창석은 더는 웃음을 감출 수 없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연말에 맞춰서 콘서트를 열 생각이다.”

“……네?”

은호와 은지는 곧바로 이해하진 못한 듯 약 3초 늦은 반응을 보였다.

“콘서트요?”

“콘서트!”

은호는 갸웃거렸고, 은지는 벌떡 일어나며 기뻐했다.

그때였다.

“듣던 대로 밝은 분들이시네요.”

카드사 직원이 그런 은지에게 놀라는가 싶더니 재미있다는 듯 신기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은지는 뒤늦게 카드사 직원의 눈치를 보며 얌전해졌다.

“오, 역시 NRY에서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네요.”

뜬금없는 커피 후기에 테이블에 앉은 모두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아, 실례.”

DI 뮤직의 어석배 대표였다.

어석배 대표가 커피가 들어 있는 머그잔을 가볍게 들며 사과했다.

은지는 그런 어석배를 불편하게 바라봤다.

그때, 은지는 눈은 그대로 어석배에게 고정한 채 고개만 창석이 있는 방향으로 돌리며 손을 들었다.

소곤거리며 귓속말이라도 할 생각인지, 입을 가리는 손이었다.

“저분이 들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창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예의는 둘째치고서, 귓속말인 줄 알았건만.

속닥거릴 줄 알았던 은지의 목소리가 마치 어석배 대표 들으란 듯 컸다.

“은지야……! 고막 나가는 줄 알았다!”

“아, 죄송해요.”

기차 화통 삶아 먹은 것 같은 은지의 큰 목소리가 직통으로 창석의 고막을 꿰뚫었다.

하하하.

카드사 직원이 웃자, 창석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은지가 눈치를 준 어석배 대표는 여유롭게 차 한잔의 시간을 이어 갔다.

그때, 어석배 대표는 여유롭게 커피 한 모금을 더 넘기고 입을 열었다.

“우리랑 같이하는 건데, 듣는 게 뭐 어때서.”

“…….”

놀란 은지만큼이나 은호도 눈썹이 들썩였다.

“DI 뮤직이랑 같이요?”

은지의 질문에 카드사 직원이 끼어들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네…….”

은지는 말똥거리는 눈을 깜빡이며 카드사 직원을 바라봤다.

“저희 아라 카드에서 이번에 문화 사업 측면에서 콘서트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아.”

“NRY 엔터테인먼트 박 대표님께서 때마침 좋은 제안을 해 주셨고…….”

카드사 직원의 이야기는 상당히 길었다.

정리하자면 카드사에서 ‘아라’라는 자신들의 기업 홍보를 위해 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이 기획을 어디서 알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박 대표가 자신들에게 먼저 연락을 줬고.

박 대표 측에서 꺼낸 제안이 상당히 좋은 제안이어서 이렇게 자신이 이 자리에 오게 됐다.

그리고 온 겸 겸사겸사 두 분이 근처에 거처하고 계신다기에 팬이라 얼굴이라도 뵙고 싶어서 이렇게 모시게 됐다.

‘어쩐지 갑자기 제대로 씻고 내려오라고 하시더라니…….’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고 불려 내려온 탓에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모든 게 이해됐다.

문제는 카드사 직원이 이 이야기를 알아봐야 쓸모도 없는 많은 TMI(Too Much Information)와 함께 약 한 시간 동안 전했다는 것이다.

“저희 이사진 측에서도 이야기를 듣더니 다들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주도하긴 했지만…….”

게다가 그는 단순히 아라 카드사의 ‘직원’이 아니었다.

‘아라 기업’의 중요 이사진 중 하나로.

그걸 알게 된 건 오히려 그가 이만 돌아가 봐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아 참. 사진 한번 같이 찍어 주시겠습니까?”

“네, 그럼요. 물론이죠.”

“……네.”

은호와 은지는 지나친 그의 입담에 혼미한 정신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후에는 떠나는 그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그가 떠나고, 반쯤 영혼이 가출해 있던 은호는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합동 콘서트를 연다는 말이에요?”

“그 와중에 핵심만 잘 들었구나.”

창석은 은호의 첫 질문에 감탄하며 웃었다.

“사실 그 외에는 한 귀로 흘러 버려서 성함도 기억 안 나긴 해요…….”

“뭐, 됐다. 본론은 그거니까. 아무튼 아라 카드의 지원으로 DI 뮤직과 우리 NRY 엔터테인먼트 합동 콘서트를 개최할 생각이다.”

“근데 왜 굳이 DI 뮤직이랑…….”

창석의 이야기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은지가 중얼거리며 말을 얹었다.

그때, 어석배 대표는 은지의 직설적인 질문이 익숙한 듯 웃으며 답했다.

“박 대표님한테 정보를 준 사람이 나니까?”

은지는 무언가 더 이야기하려다 가장 중요한 ‘정보 제공자’였다는 한마디에 도로 입을 닫아야만 했다.

* * *

소식을 전해 들은 그날 오후 5시 무렵.

[은지 ― 그래서 콘서트 연대요.]

[내 아래 브론즈(송민) ― 오 잘됐다]

[주송민 브딱(승연) ― 그럼 우리 DI 뮤직이랑 합동 콘서트 한대?]

[은지 ― 그렇대요]

[주송민 브딱 ― 언제?]

[은지 ― 어........ 언제랬더라?]

[주송민 브딱 ― ????]

[은호 ― 형님 죄송한데 닉네임 좀....]

은호는 가만히 채팅방을 지켜보다 더는 못 참겠다 싶었는지 이야기를 꺼냈다.

[내 아래 브론즈 ― ㅋㅋㅋㅋㅋㅋㅂㅅ]

그런 은호의 경고에 주송민은 보란 듯 승연을 비웃었다.

하지만 은호에게 주송민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은호 ― 형님도 같이요]

[내 아래 브론즈 ― (상처받은 것 같은 표정이 풍부한 하얀 얼굴 캐릭터)]

[승연 ― ㅋㅋㅋㅋㅋㅋㅋㅋ]

[은호 ― 형 바꾸기 전엔 이야기 안 할래요]

[내 아래 브론즈 ― (눈물 글썽거리는 고양이 캐릭터)]

[은호 ― 진짜 안 해요]

[내 아래 브론즈 ― 알았어 ㅠ]

[승연 ― 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아래 브론즈 ― 웃지 마라 브승연]

[승연 ― ㅋㅋㅋㅋㅋ싫은데ㅗㅋㅋㅋ]

잠시 후.

소식이 궁금하긴 했는지, 시무룩하게 조용해진 송민의 닉네임이 정상적으로 바뀌었다.

닉네임이 정상적으로 수정됐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은호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은호 ― 날짜는 1월 중순이고 준비는 형들 클리셰 발표하기 전부터 들어갈 거래요]

[승연 ― 아 설렌다]

[오현 ― 어디서 한대?]

[은호 ― 잠실 실내 체육관이요]

[오현 ― 예약 다 차서 무리일 거 같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따냈대...]

[은호 ― 아라 카드 측에서 도와주신 덕분이죠 ㅋㅋㅋ]

[송민 ― 오오.... 주님]

[승연 ― 너 무교잖아]

[송민 ― 광고‘주님’은 믿어야지]

어이없는 농담에 잠시 채팅에는 승연과 송민의 ‘ㅋㅋㅋㅋ’로 가득 찼다.

은호는 자연스럽게 까무러치게 웃는 둘을 무시하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은호 ― DI 뮤직이랑 저희까지 합동 콘서트로 하는 거라서 참여는]

[오현 ― 참여는?]

[은호 ― 저희랑 형들이랑 화랑 씨, DI 뮤직 측에선 지키, 자일리톨, 에이슬, 엘핀 그 외에 한두 그룹 더 나오는 걸로 알아요]

[승연 ― 역시 DI 뮤직 쪽 가수가 많네]

[은호 ― 어쩔 수 없죠 ㅋㅋ]

아쉽지만 정말 어쩔 수 없었다.

회사 크기도 크기인 데다, NRY 엔터테인먼트는 톡신을 데려오면서 많은 부분에서 포기해야 했던 점도 있었으니까.

현재 NRY 엔터테인먼트에서도 부랴부랴 연습생을 키우고 있다고는 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세상에 내어 보이기까지는 족히 몇 년은 지켜봐야 했다.

콘서트에 관한 소식을 전한 뒤 채팅은 오랜만이다, 설렌다, 본인들은 무대에서 어떤 느낌으로 연출하고 싶다 등등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은호는 시간을 돌아보며 휴대폰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야, 밥 닭가슴살이랑 고구마랑 토마토, 브로콜리 정도 한다.”

“흐에에, 그게 무슨 밥이야. 간에 기별도 안 가겠다―.”

“그럼 관리하지 말던가.”

“그 말이 아니잖아아아. 아, 튀김, 떡볶이, 찜닭, 닭볶음탕 또 뭐야…… 아무튼 맵고 짜고 기름진 거 X나 땡긴다.”

“어차피 니 입에서 나오는 고기류는 다 닭인데 그냥 닭가슴살이나 먹지?”

거실로 나온 은호는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은지를 내려다보며 ‘못생겼다’라고 생각하던 그때였다.

“아핰핰핰, 이은호 이 각도에서 X나 못생겼어.”

“퍼진 수제비 같은 니 얼굴보다야.”

은호가 간단히 반박하며 싱긋 웃었다.

은지는 재수 없는 얼굴에 일부러 박치기할 심보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아깝게도 은호가 아주 약간 빨리 한 발자국 물러서면서 은지의 복수는 실패했다.

“연탄아―.”

『컹. 엉?』

뜨끈한 바닥에 빈대떡처럼 퍼져 있던 연탄이 은지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저 인간 물어!”

『……예?』

은지가 연탄에게 자연스럽게 명령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은호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며칠 전까지 내쫓을 거라느니 별 X랄 다 하더니…….”

연탄은 사람과 똑같아지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비슷한 형상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들켰을 때.

「“이 변태 새끼야, 당장 안 나가!”」

연탄은 그날 이후로 똑같은 고양이의 모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은지의 방에 발 하나조차 들이지 못하게 됐다.

은지는 그간 변태 자식을 집 안에 들였다며 분개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오, X발! 쪽팔려서 집구석에 들어가지를 못하겠네. 진짜아아악!”」

「“우리 집인데 왜 내가 저 변태 새끼 때문에 눈치를 봐야 해!”」

그동안 연탄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오히려 수치스러워서 되레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했다.

거실로 나온 연탄은 밤마다 잠결에 몽유병이라도 있는 건지 내 방문을 스크래쳐 삼아 긁어 댔다.

밤마다 그러니 잠을 못 자서 더는 못 견디겠다 싶던, 일주일째가 되던 날.

은지와 연탄의 사이는 집에 들이닥친 한 불청객으로 인해 해결됐다.

* * *

“아아아아아악!!!”

아침부터 집이 울렸다.

웬 사이렌 같은 비명에 벌떡 일어난 그때였다.

“오빠아아악!!!”

어지간히 급한 일인듯, 웬일로 ‘오빠’라고 똑바로 부르나 싶었다.

“바퀴벌레에에엑!!!”

이은지는 산발인 상태로 울면서 내 방문을 걷어찼다.

다시 누우려던 나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야 했다.

“뭔데.”

“허어어어엉―!”

아주 서럽게 운다.

내 방문 앞에서.

“이번 달에 약 안 쳤어?”

“편곡하는 거 바빠서, 끅, 허엉, 빼먹었다가, 허어엉.”

“애도 아니고, 뚝 해. 시끄러워.”

“X발, 놀릴 거면 빨리 잡기나 해!!!”

옥탑방은 노출되어 있지만, 의외로 벌레는 잘 안 들어온다.

수시로 약을 친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달은 일이 바빠서 소홀해진 틈을 타 ‘바 선생’이 들어온 모양이다.

숨을 곳이 많다 보니 지저분한 이은지 방에 자리를 잡은 듯한데…….

‘물건 들었을 때 갑자기 튀어나오는 건 싫은데.’

은지한테 떠밀려서 꺼림칙하게 은지의 방문을 열었다.

그때였다.

“내가 잡았어.”

연탄은 급하게 사람화를 하며 옷을 주워 입은 듯 후드 모자가 앞으로 와 있었다.

“바, 밖에서 밟고 변기에 버리, 아니. 밖에, 밖에 쓰레기통에 버리고 와!!!”

연탄은 은지의 호들갑에 잠시 당황한 듯했다.

“나 이 모자 써도 돼?”

“어.”

하지만 이후 은지의 부탁대로 내 모자를 빌려 쓰고 밖으로 나가더니 ‘잘’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손, 손 씻어!”

“응.”

연탄은 잘 훈련받은 개처럼 얌전히 은지의 명령을 따랐다.

그 모습에 감동이라도 받은 건지…….

그때부터였다.

변태 새끼니 뭐니 했던 일은 전부 까맣게 잊은 듯 이은지는 연탄을 전과 똑같이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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