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239화 (239/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239)

오전 7시 30분.

대문 앞에 선 유 PD는 아침부터 대문 너머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들으며 갸웃거렸다.

PD와 뒤따라온 스태프들이 대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평상에 엎어져 있는 승연이었다.

“아, 비켜! 머리 감으러 갈 거야!”

“와, 말로 안 되니까 이젠 튀냐?”

성장했다고는 하나, 아직 은호를 이기기까진 무리였는지 은지는 오늘도 졌다.

“똥이 드러브서 피하지 무서브서 피하냐?”

“오, 우리 호박이 웬일이야? 그런 말도 알고?”

“아, 아악!”

끝까지 뒤따라오는 은호의 비꼼에 은지가 버럭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PD와 스태프들이 적지 않은 인원이 마당에 들어섰음에도 멤버들은 워낙 정신이 없었던 탓인지 누구 하나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유 PD는 마당 한구석에 설치된 텐트로 눈길을 돌렸다.

스태프들이 잠들어 있는 텐트였다.

텐트의 입구는 반쯤 열린 채 누군가 들어가고 나온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촬영 준비를 8시 넘어서부터 할 거라며 연락을 해 두긴 했으나, 그건 출연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출연자들에게는 촬영을 10시 이후부터 시작할 거라고 말을 해 뒀던 상황.

그런데 스태프들도 아직 깨어나지 않았건만 출연자들 절반이 벌써 말똥거리는 눈으로 장난까지 치면서 대기 중이라니.

유 PD는 여전히 자신을 눈치채지 못한 멤버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다들 일찍 일어나셨네요.”

“오셨어요?”

“어떻게 일어났어요? 휴대폰 알람도 다 끄고 주무시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유 PD의 질문에 은호가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몸에 배서 그런지 다른 곳에 와도 6시면 눈이 떠지더라고요. 집에서는 4시 기상이라 나름 늦잠 잤어요.”

“4시…….”

유 PD가 감탄하던 그때였다.

“누구 오셨어?”

방 안으로 들어갔던 은지가 방문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며 은호에게 물었다.

고개를 내민 은지는 안에서 산발이었던 머리를 조금이나마 정리한 듯 훨씬 깔끔하게 등장했다.

은호는 입을 닫고 비켜섰다.

가려진 유 PD가 나타나자, 은지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아하, 감독님 오셨어요?”

유 PD는 놀란 눈으로 은지를 바라봤다.

창석에게 전달받은 참고 사항 중, 은지는 늦잠을 많이 자는 데다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있다고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출연자들 절반 이상이 깨어 있으니, 유 PD로서는 조금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거 큰일이네요.”

“왜요?”

“그게…….”

유 PD는 멤버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기상하는 선착순으로 포인트를 나눠 주는 것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벌써 다섯이나 일어났기 때문에 순서를 정하기가 애매해졌고, 인원 또한 계획했던 셋보다 훨씬 많았다.

“그럼 다 똑같이 나눠 주시면 안 되나요?”

은호는 웃으며 엄지를 세우더니 등 뒤의 큰 방들을 가리켰다.

“지금 주무시는 다른 분들은 제외하고요.”

어제저녁 유 PD와의 통화로 ‘포인트’에 대한 설명은 들었었는지, 은호의 의견에 깨어 있는 멤버들은 조용히 동조했다.

“의외다. 이런 성격이셨구나.”//돋움체

“어떻게 생각했는데요?”

우연히 지키의 혼잣말을 들은 태현이 유려한 발음으로 물었다.

“동생한테는 장난을 잘 치지만, 항상 침착하고 다정한, 친절한 사람 같아서 모두에게 포인트를 챙겨 달라고 할 줄 알았어요.”

“하하, 은호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면 앞으로 많이 놀랄 거예요.” //여기까지 돋움체

태현의 경고(?)에 지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갸웃거렸다.

한편, 유 PD는 은호의 의견에 일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건 준비하는 동안 조금 고민해 보도록 하죠.”

* * *

은호와 은지가 스케줄을 위해 떠난 아침.

집에 홀로 있던 연탄은 편안한 사람의 모습으로 흰 티셔츠에 검은 7부 반바지─은호 옷 훔쳐 입음─ 차림으로 거실에 뻗어 있다.

사람의 모습이긴 하나, 본래는 신묘한 힘을 가진 존재이기에 감각만큼은 웬만한 동물들보다도 뛰어나다.

지금 막 대문 앞에 멈춰 선 사람의 기운 정도는 굳이 알아채려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정도는 되었다.

낯선 소리에도 불구하고 연탄은 여전히 느긋하게 누워 배를 긁적거리다 몸을 돌렸다.

원래라면 항상 긴장하고 있었을 테지만, 사생팬들이 집을 뚫은 일이 있는 이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을 자식처럼 아끼는 창석이 ‘직접’ 주위 경계를 삼엄하게 관리하면서 최근 들어선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집에 접근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

또는 우편함에 볼일이 있는 사람들.

그 외에는 대문의 처마에서 비를 피하려 이 집 앞에 서 있는 정도뿐이었다.

‘연서라도 두고 가려는가.’

그렇게 대문 앞에 사람이 있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었기 때문인지, 연탄은 낯선 이의 기척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느리게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들려선 안 될 소리가 들렸다.

철컹.

“……엉?”

하품하던 연탄은 입도 닫지 못할 만큼 당황했다.

지나가는 손님인 줄로만 알았던 그가 묵직한 대문의 복잡한 잠금장치를 익숙하다는 듯 막힘없이 열어 버렸기 때문이다.

연탄은 황급히 검은 실오라기 같은 연기를 내뿜으며 고양이의 형태로 모습을 바꿨다.

널브러진 바지는 입으로 물었고, 티셔츠는 방바닥을 닦다시피 발바닥으로 끌어 옮기며 은지의 방 한구석에 놓인 자신만의 비밀 상자에 숨겼다.

이후 그는 대문으로 들어와, 1층을 맴돌다 2층 계단에 올랐다.

연탄은 조용히 현관문 앞에 대기했다.

어느새 현관문 앞으로 다가온 그는 열쇠는 어디서 난 건지, 집 현관문의 잠금장치까지 막힘없이 열었다.

달칵.

잠금장치가 돌아가고, 연탄은 문이 열리는 즉시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탄은 도약을 위해 뒷발에 힘을 실었다.

문이 열린 그 순간.

연탄은 온 힘을 다해 튀어 올랐다.

“읏차! 잡았다!”

문이 열리고, 단발머리의 여자가 웃으며 연탄을 가뿐히 붙잡아 안았다.

“요요, 말썽꾸러기! 이럴 줄 알았어.”

연탄은 반가운 사람이라도 본 듯 그녀의 목에 머리를 비볐다.

“잘 지냈니?”

연탄이 반긴 이는 철수 PD였다.

은호와 은지의 촬영이 이번 회의로 인해 일정이 변경되면서 짧으면 이틀, 길면 사흘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잠시 일이 없는 철수가 연탄을 대신 돌보기 위해 찾아왔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 터라, 연탄도 이젠 철수가 익숙하다 못해 은지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은호보다는 좋아하는 순위가 높은 사람이었다.

“너도 여기가 훨씬 편하겠지만, 아무래도 매일 찾아와 줄 수가 없어서 며칠만 같이 이모랑 지내러 같이 가려고 왔어.”

연탄은 철수 PD를 반기던 몸짓을 멈췄다.

‘가자고? 어딜?’

은지와 은호가 떠난 뒤, 편안하게 늘어져 지내던 연탄에게는 오히려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철수 PD는 연탄을 안은 채 쪼그려 앉으며 바닥에 내려 뒀던 켄넬 가방의 문을 열었다.

“악!”

연탄은 철수의 어깨를 할퀴며 뛰어내렸다.

항상 친절하게 대해 준 철수한테 이러기 싫었지만, 그만큼 이 편한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햐악!

연탄은 온몸의 털을 바짝 세우고 부풀리며 철수를 경계했다.

“음. 역시 이렇게 되네.”

다행인지, 철수는 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체념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 보래도, 필요하다니까…….”

철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내가 가지고 가야 한다고 했잖아.”

연탄은 바쁘게 눈을 굴리며 상황을 판단했다.

“응. 바로 올라와.”

철수는 대답을 마친 뒤, 연탄의 경계를 조금이나마 풀어 보려는 듯 통화를 끊고 현관문 앞에 앉았다.

“불편하지 않게 연탄이 혼자만 쓸 방을 따로 준비해 뒀어.”

‘내 방을?’

연탄은 신기한 기분이었다.

이 작은 미물이 뭐라고…….

왜 그렇게까지 챙겨 주는 건가 싶었다.

“나올 땐 자유롭게 나올 수 있는 문도 있어.”

갇혀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었다.

“연탄이가 불편하지 않게 나도 베란다로 연결된 쪽을 통해서 화장실하고 밥만 줄 테니까. 응?”

연탄은 여기까지 들었을 땐 솔직히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하지만 큰 한 방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바쁘게 2층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가지고 왔어!”

창석이었다.

철수가 밝게 웃으며 기다렸다는 듯 창석에게 검은 봉지를 받아 들었다.

이후 철수는 켄넬 안에 있던 스테인리스 그릇에 검은 봉지를 털었다.

연탄은 사료도 캔 통조림도 나쁘진 않았지만 본래 먹거리는 그쪽이 아니었다.

게다가 은호는 일부러, 은지는 혹시 몰라서 자신에게 사람의 음식을 주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 때문일까.

철수가 쏟아부은 건 가득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많은 큐브 형태의 고깃덩어리들이었다.

조금 전까지 경계하던 녀석은 어디로 사라지고, 연탄은 침까지 흘리며 스스로 켄넬 안으로 향했다.

켄넬 문이 닫히는 것도 모른 채 연탄은 고깃덩어리를 허겁지겁 눈물까지 흘리며 씹어 삼켰다.

그렇게 연탄은 철수의 집으로 향했다.

* * *

“다녀오겠습니다!”

은지가 평상에 앉아 떠들던 멤버들에게 양손을 흔들었다.

“잘 다녀와!”

승연이 인사하자, 은호는 손 대신 고개를 숙이며 꾸벅 인사했다.

‘같이 쫌 살자’ 촬영 일정이 이번에 ‘포인트’ 제도를 추가하며 하루 내내 긴 회의가 이어지면서 3일로 변경됐다.

이런 방식이 소음 하나 없이 가능한 건 NRY 엔터테인먼트와 DI 뮤직이 작정하고 투자한 판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은호와 은지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때로, ‘같이 쫌 살자’를 촬영 중이긴 하지만 현재 ‘저주’ 활동과 중간의 이틀 차 스케줄이 겹쳐 있었다.

문제가 있는 건 은호와 은지뿐인 만큼 택한 방법은 이곳 경북에서 경기도까지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너희가 고생을 좀 해야 할 거야.”」

창석은 미리 경고했다.

은호와 은지는 당시에는 “괜찮아요.”라며 편하게 대답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자 갈 길이 까마득하게 멀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바쁜 건 당사자인 은호와 은지 외에도 먼 길을 운전해야 하는 현우와 코디인 슬기도 있었다.

어떻게 보자면 둘은 은호와 은지보다도 바쁜 사람들이었다.

슬기는 누군가와 통화를 마치며 조수석에 올랐다.

현우는 슬기가 안전벨트를 맨 즉시 달리기 시작했고, 슬기는 달리는 동안 일정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의상은 대기실에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까 도착해서 갈아입으실 거고, 메이크업은 가는 길에 휴게소에 멈춰서 기초하고 도착하면 마무리까지 진행할 거예요.”

“네.”

“네에.”

휴.

한시름 놓은 듯 슬기가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그나저나…….”

“……?”

슬기가 몸을 돌리며 은지를 돌아봤다.

“말실수하면 큰일 나. 알지?”

“응. 이제 괜찮아. 나 요즘 바른 말, 고운 말만 하잖아.”

은지가 당당히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한편, 잘 채비를 하던 은호는 물론 슬기와 운전하던 현우까지 백미러로 ‘그건 아닌데’라는 눈빛을 보냈다.

“아, 진짜로 요즘은 이은호가 나보다 더 심하거든!”

“은호는 적어도 방송에선…….”

“은호 씨는 적어도 방송에선…….”

현우와 슬기가 동시에 똑같은 말을 하자, 은지의 표정이 억울하게 와락 구겨졌다.

그때, 은지의 표정을 보며 은호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와, 멸종 위기라는 블롭피쉬가 여기 있네.”

“그게 뭐야.”

낯선 이름에 은지는 갸웃거리다 휴대폰에 ‘블롭피쉬’를 검색했다.

잠시 후, 은지는 고속도로가 울릴 정도로 큰 목청으로 소리쳤다.

“이, X새끼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