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227)
NRY 엔터테인먼트 안.
창석은 인터뷰 취재를 온 기자님 앞에 앉아, 카메라를 마주 보며 영업성 미소를 띠고 있다.
“핼러윈까지 며칠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E-UNG의 신곡이 발표되고, 핼러윈이 지난 지금. E-UNG가 발표한 이번 <저주>와 뮤직비디오가 굉장한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기자님의 이야기에 창석은 찰나였지만 ‘헤벌쭉’한 얼굴이 잠시 스쳐 갔다.
“이번 앨범이 NRY 엔터테인먼트 내의 한 프로젝트와도 연관이 있다고 하던데,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정확한 이야기는 앞으로 나올 저희 NRY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보시면 차차 알아 가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오,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두 번째 질문으로는 현재 NRY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톡신’과 솔로 데뷔와 동시에 음원 차트를 집어삼킨 ‘화랑’ 그리고 E-UNG(이응) 남매가 활동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화랑 양의 <아임>과 이후 톡신의 곡 또한 이응 남매가 작사, 작곡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입니까?”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물론 그분들에게도 함께 작업을 청할 것입니다.”
“아, 그럼…….”
기자가 다급하게 결론을 내리려 하자, 창석은 기자의 말을 단호하게 가르며 답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아무래도 우리 은호와 은지의 도전이 좋은 결과를 보이고, 좋은 곡과 좋은 가사가 나오기에 작업을 하는 거라서…….”
“아하.”
“그리고 은호가 지금 맡은 분야는 작사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영역도 책임지고 있어서, 화랑이와 톡신의 다음 작품까지는 함께할 것 같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석이 웃으며 말을 마치자, 기자는 원했던 대답이었는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종이를 살폈다.
“개인적인 호기심에, 죄송합니다. 뒤에 나올 질문을 너무 앞서 해 버렸네요.”
“하하. 괜찮습니다.”
인터뷰는 다시 초기 질문으로 돌아왔다.
“혹시 현재 이응 남매라고 불리는 이은호, 이은지 양과의 첫 만남이 어땠는지…….”
창석과 은호, 은지와의 만남은 대부분 NRY 엔터테인먼트 활동 이후에 대해서만 알려져 있었다.
은호와 은지가 과거에 관해 이야기하던 그때도, “이후에는 대표님을 만나서…….”라며 말을 줄인 터라, 알려진 바가 없었다.
창석은 은호, 은지와의 만남을 떠올린 듯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입을 열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
기자의 눈빛이 기대에 부풀었다.
“아주, X랄 맞았―.”
“네?”
“아니, 하하 죄송합니다. ‘예민한’ 녀석들이었죠. ‘예민한’. 아주.”
기자와 카메라를 든 조수는 ‘방금 우리가 뭘 들은 거지?’라는 표정으로 눈을 끔뻑거렸다.
창석은 그런 와중에도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이야기를 이어 갔다.
“제가 톡신과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워낙 시끄럽던 시기라 잘 아실 겁니다.”
“아, 네!”
창석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직원들 중 몇몇은 푹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의 ‘TMI’, 즉.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슬슬 올라온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창석은 인터뷰로 주어진 1시간 중 약 10분간을 TaKa 엔터테인먼트에 다니게 된 계기와 그곳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때 다니던 기획사를 관두고 고향에 내려가서 지내다가 데뷔하는 가수들을 보니, 근질근질한 마음에 결국 다시 상경했습니다.”
이제 드디어 본론이 나오나 싶을 무렵.
“그때 NRY 엔터테인먼트를 세우긴 했지만, 아직 바탕은 부족할 때라, 홍보차 겸사겸사 TaKa 엔터테인먼트에 잠시 방문했어요.”
기자는 ‘제발, 그만’이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애써 누르며 긴 시간을 버텼다.
그리고 그때.
긴 고행을 견딘 끝에서야 드디어 질문의 요지였던 은호와 은지의 이야기가 나왔다.
“건물에 딱 들어가려고 하는 그때, 굉장히 눈에 띄는 똑 닮은 남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지금에 비해선 허름한 구석이 많았지만, 척 봐도 보석이었죠.”
‘보석’이라고 생각하면서 첫 만남에 알아본 건 은지였지만, 결국은 둘 다 소중한 보물이 되었기에 창석은 그 부분은 조용히 넘어가며 그때의 이야기를 이어 갔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두 사람은 제가 아직 TaKa에서 일을 했을 때라면, 받아들이지 못했을 겁니다.”
“왜죠?”
기자가 묻자, 창석은 그때 당시 사납기 그지없던 날카로운 남매를 떠올리며 씁쓸히 웃었다.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어디 엮기가 힘들잖아요. 혼자만 두면 그건 또 그것대로 폭탄이고.”
“아하.”
기자는 창석의 대답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야 다듬어져 있다고는 하나, 은호와 은지를 처음 마주한 순간.
두 사람이 입을 열지 않고 가만히 보기만 한다면 솔직히 ‘기가 눌린다’랄까.
그런 인상과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이은호의 다정한 분위기가 반전으로 더 크게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와 반대로 닮은 얼굴이긴 하나, 이은지는 어딘가 나사 하나 빠져 있는 듯한 ‘맹함’과 동시에 본업에서는 천재적인 면모가 드러나며 팬들을 더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혼자라면 ‘폭탄’이라는 말도 맞는 말인 것이.
입이 폭탄인 은지의 억제제는 은호인 것처럼, 방송에서 팬들에게 ‘노잼 폭탄’이라고 놀림 받을 만큼 재미가 없는 은호에게는 은지가 시비를 걸면서 나오는 그 ‘캐미’를 이용해 ‘재미’를 뽑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마침 저는 신생 기획사 대표였고, 그렇기에 강한 이미지를 가진 아티스트야 아주 대환영이니 데려오기 위해서 별별 노력을 다했었죠.”
“아하, 그럼 그 이후로…….”
“네. 뭐. 중간에 도망치기도 하고, 미끼를 내걸기도 하고 겨우 다시 잡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습니다.”
“예?”
“그 고생으로 탈모가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잃은 머리카락만큼의 은혜는 갚아 주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하하.”
기자는 ‘도망쳤다’, ‘미끼’라는 이야기에 파고들려고 했지만, 창석은 더 자세하게는 이야기하지 않을 건지 일부러 농담 아닌 농과 함께 웃으며 주제를 넘겼다.
기자도 더 파고들기는 어려울 것 같았는지 질문의 방향을 틀었다.
“대표님께선 이응 남매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남매 아이돌로서의 데뷔를 생각하신 건가요?”
“글쎄요. 처음부터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지금이야 홀로 데뷔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겠지만…….”
창석은 은호의 실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시기를 떠올렸다.
남매 데뷔를 제안했던 그 당시였다.
“얘들을 갈라 두면 그건 그것대로 아쉬워서요.”
“하하.”
“둘이 매일 쌈닭들처럼 푸덕거리지만 그 싸움이 음악에서만큼은 정말 맛깔나게 살아나서 오히려 호흡이 좋죠.”
기자님도 E-UNG의 팬이었는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박 대표의 의견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솔직히 처음 제안하던 당시에는 어떤 반발이 일어날지 몰라서 걱정이 정말 컸습니다.”
“그래요?”
“네. 하지만 의외로 은호가 꽤 단호하게 은지를 설득하며 남매 데뷔를 이끌어 나가서 놀랐었죠.”
“은호 씨가, 오호?”
“어떻게 보자면, ‘E-UNG’가 은호 덕분에 활동할 수 있었던 거죠.”
“은호 씨 덕분에 저희는 좋은 곡이자 재미있는 남매를 만날 수 있었군요.”
“하하. 그렇죠. 실제로 은호와 은지는 힘든 시절을 둘이서만 버텨 온 만큼 거칠긴 하지만, 그 내면만큼은, 두 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다 보면 아실 거예요. 서로가 서로에게 라이벌이자, 기둥이자, 둘도 없는 반쪽이라는 거.”
“어머.”
“뭐. 두 사람은 절대 인정하진 않겠지만. 하하하.”
창석이 장난스럽게 한숨을 흘렸다.
기자는 창석의 장난에 웃으며 대꾸했다.
“그게 이응 남매의 매력이기도 하죠.”
기자의 대답에 창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표님께서는 이응 남매의 데뷔 이후 두 사람을 따로 데뷔시키지 않은 부분에 대해 실망하신 적은 없으세요?”
“하하. 실망이라? 전혀요. 그 매력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두 사람을 함께 데뷔시킨 대표로서 전 대만족 중입니다.”
기자는 이후로도 많은 질문을 이어갔다.
“이응 남매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알게 되는 것 같네요. 자, 그럼 이번 질문은 ‘TIME’ 앨범에 관한 질문입니다.”
“네.”
“이 앨범이 ‘전곡’ 뮤직비디오가 발매됐잖아요?”
“그렇죠. 처음엔 큰 화제가 되진 못했지만, 차츰 많은 이목이 이끌렸지요. 그때 생긴 팬분들께서 이번 <저주>도 크게 홍보를 해 주신 덕분에 더 좋은 성적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하하.”
NRY 엔터테인먼트 측에서도 많은 홍보를 하긴 했지만, E%들의 지원 역시 거대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CG로 구현했던 은지의 드레스를 고작 3, 4일 만에 실물로 제작한 팬부터.
은호가 세심하게 참여한 뮤직비디오 속 포인트들을 보고서에 가까울 정도로 세세하게 쓴 글.
그 외에도 <저주> 뮤직비디오 안에 등장한 장면들이 <듀오>와는 어떤 장면이 겹쳤는지 비교하거나 , <해가>, <더운 오후>, , , <이 길 위>까지 제각각 어떤 스토리이며 어떻게 연관이 있다는 등.
NRY 전 직원이 감동했던 뮤직비디오 해석 영상까지.
“그런데 말이죠.”
“네.”
기자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E-UNG는 방송사 내에서 최근 섭외 1순위였잖아요?”
“그렇죠.”
조광수 소송 일과 <저주>까지 겹쳐, 은호와 은지의 출연을 부탁하는 곳이 대단히 많았다.
하지만 창석은 일절 거절하거나 오히려 화랑과 톡신 멤버들 중 방송 출연을 원하는 멤버를 출연시키는 등.
눈에 띄게 E-UNG의 방송 출연을 피하고 있었다.
신곡이 나왔으니 홍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소극적인 모습.
‘드디어 말을 할 때가 왔구나.’
창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우리 애들은…….”
“……?”
“맵습니다.”
“…….”
기자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입을 벌렸다.
은호는 딱히 그런 요구가 없지만, 은지는 최근 예능을 챙겨 보는지, 자신도 나가고 싶다며 표현했다.
그때마다 창석은 은호에게 ‘보내 줄까?’라고 물었다.
은호는 지난 ‘체인지 파트너’ 때를 회상하며 답했다.
「“방송국에 독을 풀 생각이세요?”」
체인지 파트너에서는 은지의 발작에 가까운 욕설들이 TTS 목소리를 통해 굉장히 재미있게 살려졌으나, 솔직히 출연 자체는 도박에 가까웠다.
악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굉장한 미끼를 던진 셈이 되니까.
창석도 그 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은호에게 물었고, 은호는 은지가 입을 잘 열 수 없는 ‘공연’이 주가 되는 예능이나 창석의 계획 아래에 짜인 판인 예능에만 출연하곤 했다.
하지만, 곧 있을 일정은 그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나가야 하기에…….
“조만간 출연이 잡힌 것이 몇 가지가 있기는 한데, 혹시 그 방송에서 우리 은지가 실수하더라도 모쪼록 그저 웃고 지나가 주시길 대표로서 간절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