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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219화 (219/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219)

동네에서 나쁘지 않게 잘나가는 식당의 발레파킹 직원.

배운 기술도 없고, 가진 거라곤 운전면허뿐인 내가 아는 형님의 소개로 겨우 잡은 일자리였다.

“야. 오랜만이다, 은호야.”

“누구세요.”

그곳에서 이은호를 다시 만났을 때.

모른 척하는 이은호가 황당했다.

“이야, 이젠 그지 티가 많이 뱃겨졌네.”

난 주제를 알라는 경고의 의미로 툭 한마디를 던진 그때였다.

“여긴 직원이 손님한테 거지니, 뭐니, 말이 험하네.”

지예찬.

그 유명인이 이은호 편을 들 땐 조금 주춤했다.

하지만 이은호, 넌 네 주제를 알아야지.

“야, 너 나 알잖아, 이은호.”

너 내 밑이었잖아.

그때 그 거지 새끼보단 지금의 난 훨씬 나은 사람이어야 하니까.

자존심이었다.

그래서 이은호가 모른 체했을 때 황당하기보단 화가 먼저 솟아났다.

네가, 감히?

이후 이은호가 떠올렸다는 듯 반응했을 때 직감했다.

이 새끼.

알고 있었는데 모른 척했구나.

“야, 미안하다. 내가 못 알아봤네.”

이은호는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어릴 땐 나보다 작았던 놈이었다.

키가 좀 빨리 크는 것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지금은 170대 초반인 내가 살짝 고개를 들어야 눈이 맞는 높이 차.

“중학교 때, 일진 놀이에 취해 있던 걔구나.”

일진, 놀이?

“그, 그, 이름이 조광어였나?”

광어?

하, 헛웃음과 함께 부글부글 끓는 속이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그때였다.

이은호가 내 명찰을 직접 손으로 집어서까지 확인하더니 그제야 “아 광수였구나.”라며 똑바로 내 이름을 읊었다.

“반갑다, 광수야.”

처음 차에서 내렸을 땐 놀라기도 했고, 쪽팔린 것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조금 반가운 기분도 없진 않았었다.

와, 나한테 X 발리던 새끼가 이젠 좀 잘나가네 싶어서.

떡고물을 바란 거냐고 묻는다면.

어. 좀?

내가 이 새끼한테 못 해 준 것도 아니고, 못 받아먹을 건 없잖아.

‘어릴 때라 장난을 좀 치긴 했었지만, 그래도 X새끼 주제에도 안 맞게 데리고 다녀 준 거에 감사해야지.’

그래.

이름을 늦게 알아차린 거야, ‘그럴 수 있다’ 치고 마음 넓은 내가 넘어가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이어서 이은호는 X같이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으며 말했다.

“좋아 보이네.”

익숙한 행동이었다.

내가 어릴 적 이은호한테 수시로 했던 행동이었으니까.

‘이 새끼가, 돌았나.’

난 이어진 이은호의 한마디에 이성이 잡고 있던 줄을 놓았다.

“이, X발 새끼가!!!”

당장이라도 주먹 한 방 먹이고 밟아 버릴 생각이었는데, 이은호의 앞을 매니저로 보이는 덩치 좋은 남자가 가로막았다.

그때였다.

“이게 다 무슨 짓거리고!”

익숙한 매니저 형의 목소리에 나는 잠시 집 나갔던 이성의 줄을 되찾았다.

“아이고, 아이고.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매니저 형을 보며 난 조졌다고 생각했다.

형한테 죄송했고, 이게 다 이은호 그 X새끼 때문이라고 원망했다.

형은 일단 나더러 돌아가 있으라고 했지만, 그날 저녁.

형에게 문자가 왔다.

[미안하다. 앞으로는 안 나왔으면 한다. 너도 오늘 한 짓이 있으니까 양심이 있으면…….]

주절주절 늘어 두긴 했지만 결국 내가 잘렸다는 말이었다.

“X발!!! 이은호, 그 거지 새끼 때문에!!!”

형이 보낸 문자의 뒷 내용은 읽지도 않고 열 받아서 본능대로 휴대폰을 냅다 던져 버렸다.

수리비 걱정에 휴대폰을 다시 주웠을 땐 액정은 이미 금이 간 후였다.

이것도, 저것도 다 이은호 때문이다.

내 인생이 이렇게 X된 것도 다 이은호, 이은지 그 X 같은 남매 새끼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 한번 X 돼 보라는 생각으로 익명으로 인터넷에 글이라도 싸질러 볼까 싶어서 컴퓨터를 켰다.

“이 형이 웬일이지.”

그때였다.

놈들이 운이 좋은 건지, 내가 운이 좋은 건지.

때마침 한 게임 메신저로 아는 형한테 연락이 왔다.

토X 사이트를 하나 운영 중인데, 관리할 만한 애가 필요하다고 소개해 줄 지인이 있냐는 이야기였다.

마침 잘됐다 싶어 내가 하겠다고 했다.

이후 나는 일을 하면서 형에게 틈날 때마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이은호에 대한 원망은 운이 좋게도 일이 잘 풀리게 되면서 잠시나마 잊고 살았다.

이후 시간이 흐르고, 나름대로 실력이 생긴 만큼 난 그때 배운 기술로 PC 및 모바일 웹사이트 서버 관리 및 제작하는 한 중소기업 ‘호랑’에 지원했다.

이후 합격 소식과 함께 위 지방으로 상경했다.

호랑의 직원의 수는 약 열 명 정도로 회사 자체의 인원과 크기는 작지만, 실적은 좋아서 업계에서의 평가는 나름 좋은 회사였다.

입사 첫날.

멀뚱히 어떤 일을 하는지 구경만 내내 한 날이었다.

그날 저녁.

입사 기념은 아니고 그냥 회식 일정이 있는 주였는지 출근 첫날에 회식을 하게 됐다.

딱딱한 분위기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자유로운 회식 자리였다.

“내 동생이 화랑이라고, 요즘 뜬 ‘아임’이라는 곡이 있거든?”

“아유, 사장님 또 또 시작이다.”

“알아요. 알아. 취하기만 하면 저러신다니까.”

“아우. 대표님, 동생 자랑 지겹지도 않아요?”

술에 취한 호랑 대표를 가볍게 놀리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회사 내부의 분위기도 나름 가볍고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음원 사이트 ‘수박’에서 1위 찍는 게 얼마나 대단한데!”

“그렇게 자랑하시는 분이 예전엔 동생분 노래하는 거 반대했으면서.”

“크흠, 그, 그건……. 이응이가 있는 회사에 동생이 들어가기 전이니까!”

“예, 예. 그러시겠죠~.”

“거, 참! 너희 ‘이응’이라고 알아?”

“에이, 알죠. 당연히. 여기 E%였나, 이응 팬클럽인 분 하나 있잖아요.”

“누구?”

호랑이 묻자, 귀여운 분위기의 여직원이 번쩍 손을 들며 외쳤다.

“저요! 우리 이응이들 노래도 잘하고 얼굴 맛집이죠!”

“……이응?”

이야기하는 걸 봐선 가수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이름이 이응이라니.

하하. X신같이 이름 X나 대충 지었네.

조광수가 이응이라는 이름을 비웃고 있던 그때였다.

“거기 신입!”

“네?”

호랑이 이야기에 끼지 못하는 조광수를 부르며 물었다.

“넌 연예인 중에 아는 사람 있어?”

“아, 전…….”

연예인은 시골 바닥 이제 겨우 탈출했는데 알리…….

잠깐만, 생각해 보니까 이은호 그 새끼도 지금 연예인이잖아?

조광수는 잠시 고민하다 거들먹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은호라고, 옛날에 제 따까리인 애가 있긴 한데―.”

“이은호?”

“이응에 남자애, 얘 아니야?”

“오빠 쪽, 맞지?”

어째 회사 사람들 반응이 이상했다.

조광수는 그 ‘이응’이라는 이름이 왜 다시 나오는 건가 싶었다.

같은 팀 사수가 휴대폰으로 이응을 검색하더니 남자 사진 하나를 띄우며 확인시켰다.

“광수 씨가 안다는 사람, 이 사람 맞아?”

아, 사내새끼한테는 관심 없는데.

조광수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사진을 확인했다.

은호의 ‘이 길 위’, ‘해가’로 활동하던 당시의 꽃을 든 채 무게 잡고 찍은 그 사진이었다.

사진을 본 조광수는 조금 놀랐다.

‘이 새끼 와꾸가 이 정도였나?’

그때 레스토랑 앞에서 마주쳤을 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맞아?”

그때, 사수가 재촉하며 물었다.

그 E%인지, 2%인지 이응의 팬이라던 얼굴이 반반한 여직원까지 눈을 빛내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예. 맞네요. 이은호.”

“세상에, 우리 랑이 학교 다닐 때는 어땠어요?”

랑이?

팬이라던 직원이 들떠 하며 물었다.

조광수는 은호의 애칭이 랑이라는 사실은 몰랐지만, 대충 은호를 부르는 별명이라는 건 알 것 같았다.

한편, E%인 직원은 과하게 기뻐한 것이 조금 민망했는지, 다급하게 “미안해요. 들떠 가지고…….”라며 민망해진 상황을 추스르려 했다.

주변의 직원들은 그런 그녀의 반응에 웃어 주며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는 걸 도왔다.

‘잠깐, 잠깐.’

조광수는 이때를 그 여직원의 눈에 들 기회라고 여기며 허세를 장착했다.

“이은호 학교 다닐 때 어땠냐고요? 하하, 걔 완전 찐따 새끼라―.”

조광수는 은호를 내려찍으며 자신이 얼마나 잘나갔는지 자랑을 늘어 뒀다.

“그래서 이은호한테 나오라고 하고―.”

“이은호 씨가 아니라 광수 씨가 나와야겠는데?”

그때였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호랑 대표의 한마디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예?”

당황한 조광수가 되묻자, 호랑은 단호하게 한마디를 얹었다.

“그 정도만 하라고. 좋은 이야기도 아닌데.”

“아니, 이게 나쁜 건 아니―”

대표가 뭘 모른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는 잘만 듣고 있는데, 왜 혼자 분위기 깨고 X랄이냐고.

“그 정도만 하는 게 좋지 않겠어?”

하지만 대표 혼자만의 의견은 아니었는지, 사수가 조광수의 어깨를 은근히 힘을 실어 누르며 말했다.

“어릴 때 일진이었다는 게 그렇게 인생의 자랑거리가 될 만한 일은 아니잖아요.”

이응의 팬인 여직원이 굳은 표정으로 말하자, 조광수는 당황하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조광수는 입 밖으로는 “죄송합니다.”만 내며 속으로는 ‘하여간 다들 X발 찐따 새끼들이었으니까. 공감을 못 하지.’라며 구시렁댔다.

조광수는 이후 직원들 틈에서 눈치가 보였는지, 묵묵히 혼자 홀짝거리며 술에 취해 갔다.

늦은 밤 조광수는 지내고 있는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상경을 하니, 지방보다 월등히 높은 집값에 그 대안으로 겨우 잡은 고시원이었다.

[나 ― X나 빠순이 년이 ㅅㅂㅋㅋㅋㅋ]

조광수는 깨톡으로 고향 녀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 이야기를 꺼낸 건 술김이었다.

[나 ― 가짜 기사라도 만들어서 퍼뜨려 볼까?]

[사마귀 ― 그게 돼?]

[나 ― X바 뭐 어려운 일이라고]

― 기사 짜깁기하는 거 코드 그냥 복붙만 하면 사이트 하나 뚝딱임 ㅋㅋㅋㅋㅋ]

[이구아나 ― 오오]

과거 은지와 싸우다 도망친 수치를 당했던 두 사람도 함께 있었기 때문일까.

농담처럼 던진 이야기가 상당히 진지하게 흘러갔다.

조광수의 무리들은 ‘이퍼’, ‘이응’을 검색하다 보니 자연스레 ‘E-FAN’ 어플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

[사마귀 ― 기사 터뜨리고 여론 전 ㄱ?]

[나 ― 재밌겠네ㅋㅋㅋㅋㅋ]

조광수는 곳곳의 기사를 짜깁기해 가며 뚝딱 가짜 기사 두 장을 써 냈다.

게임을 위해 사 뒀던 도메인 및 서버를 이용해, 실제 언론사 홈페이지의 코드를 뽑아 제작했더니 진짜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었다.

[곱등이 ― ㅋㅋㅋㅋ와 리얼인데?]

[이구아나 ― 이거 그 어플에 올려 보잨ㅋㅋㅋㅋㅋㄱ]

[나 ― ㅋㅋㅋㅋㅋㅅㅂ 쓰는 건 내가 했으니까 니들 중 아무나 올려 봐]

― 후발 지원함 ㅋㅋㅋㅋ]

들뜬 조광수의 무리들은 일을 짜기까지는 신나서 진행했지만, 정작 일을 치기엔 다들 하나같이 조심스러웠다.

긴 회의를 거쳤지만, 끝끝내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었다.

[나 ― 일단 자러 가자]

[사마귀 ― 야 그 가짜 기사 안 내려도 괜찮아?]

[나 ― ㄱㅊ 우연히라도 퍼지면 개꿀이지 ㅋ]

그리고 며칠 뒤.

E%에 올라온 기사는 조광수가 썼던 기사와는 조금 다른, 키워드 몇 개가 빠진 기사가 업로드되어 있었다.

본인들이 아니고서야 올릴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조광수와 그 무리들은 소식을 접한 뒤 이때다 싶어 화력을 몰았다.

당연히 그 난리를 쳐 뒀는데, 밖으로 퍼질 거로 생각했다.

적어도 이은호랑 이은지, 두 사람의 이미지는 제대로 조졌을 거라고.

하지만 소름 돋을 정도로 고요한 외부를 보며 조광수와 그 들러리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나 ― 근데 이거 처음에 올린 새끼 누구냐?]

[사마귀 ― ???

― 너 아니야?]

[나 ― ㅇ? 나 아닌데?]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조광수와 그 무리들은 함정에 걸린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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