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218)
[「온라인에 게시된 ‘유명 남매 아이돌 저격, ‘학창 시절 일진’ 논란」
「[10월 둘째 주 연예 핫 뉴스] 이은지, 학교 폭력 의혹 수면 위로, NRY 측 “사실 확인 중”」
이거 무슨 말이야?
이거 이은지 이야기하는 거 아니지?]
E-FAN에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하나의 글이 만들어 낸 작은 부채질은 이내 큰 폭풍이 되어 번져 갔다.
[나 이제 기사 봤는데, 저거 진짜야?]
└아니야 절대 아니야! 지지가 그럴 리가 없잖아
└헐ㅋㅋ 이은지 어쩐지 인상 ㅈ1나 세 보이더라니 ㅈ1ㄴ 양아치였고ㅋㅋ
└너 신고
└응~ 신고해~~~빠순아ㅋㅋ
└사실관계 확인되기 전까지는 되도록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맞아 이팬은 깨끗하게 유지하자ㅠ
└깨끗 ㅇ1ㅈ1ㄹ~ ㅋㅋㅋㅋ
└왜 시비?
└이퍼야 분탕 무시하고 신고만 넣자
[얘네 역겨웠는데 그럼 그렇지~~~]
└니가 지지에 대해서 뭘 안다고 입 텀?
└지는ㅋㅋㅋㅋ
└지금 이 사람 아까부터 곳곳에서 악플 달고 있는 사람이에요. 할 짓 없는 백수 놈 무시하고 신고만 넣어요!
└ㅋㅋㅋㅋ응~ 나 백수 아닌데? 그리고 이은호랑 이은지는 니 얼굴도 몰라
└넌 존재조차 몰라 벌레야
└ㅋ 아닌데? 이은호 학교 다닐 때 내 따까리였는데?
└캡쳐 고소미 맛있게 드셔
└ㅋㅋㅋㅋㅋ 해 보시든가
└빛창석 제발 이 사람 인실ㅈ 해 줘 ㅠㅠㅠㅠㅠㅠ
└이1새1끼들 어차피 이미지 지켜야 해서 고소 못 해~
[E% 여러분!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 기재된 정보들을 알아봤는데 현재 은지님을 모함하는 기사는 실제 기자님께서 작성하신 기사가 아닙니다!
누군가 은지님을 악의적으로 모함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짜 기사예요!
지금 분탕질하는 인간은 무시하시고 신고만 넣어 주세요!]
└헐
└소름;;;
[은지 연관 검색어 정화!
아래 이미지 파일 확인해 주세요!
「이은지 연관 검색어 정화
* PC
―익스플로러
> InPrivate 모드 (Ctrl + Shift + P)
…….
* 모바일
―Android
> 인터넷 브라우저 > 더보기 > 설정……」
「※주의점※
키워드 여러 개 X (한 개씩만!)
검색 시 자동 완성 X (직접 쳐야 해요!)
PC와 모바일은 별도 집계입니다!
(둘 다 참여해 주세요!)
게시물 및 기사는 최신 것 위주!」
「하나! > 네이X 등 포털사이트 로그인
둘! > 이은지 검색! (자동 완성 [X])
셋! > 이은지 + 키워드 검색
(자동 완성 [X])
[키워드: 직캠, 사랑해, 남매, 천재, 작곡, 네일, 듀오]
좋은 게시물 및 기사 클릭!
좋은 반응 및 응원 댓글 달기!
창 닫기.
이제 위와 같이 반복하면 돼요!」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요!
E% 화이팅! 이응이들 화이팅!
지지야 무너지지 마!]
└넹!!!!
└천사님 ㅠㅠ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E-FAN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개중 유독 난리를 피워 대는 병아리 마크를 단 한 명 때문에 더더욱 난장판이었다.
병아리 마크는 E-FAN에 가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람이라는 표식으로, 그가 E-FAN에 가입한 목적은 오롯이 분탕질이라는 증거기도 했다.
시작은 단 한 명이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분탕을 목적으로 날뛰는 병아리 단원들이 약 다섯 정도로 늘어났다.
한편, 다행히 여론은 일단 NRY 엔터테인먼트의 공지를 기다려 보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E%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라며 연관검색어가 더럽혀질 것을 생각해서 총공격을 준비했다.
일부 E%들은 E-FAN의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을 이용해, NRY 엔터테인먼트 및 은호와 은지에게 직접 연락하며 어떻게 된 일인지, 은지는 괜찮은 건지 등.
은지의 상태를 걱정하며 동시에 해명을 호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팬들의 간절한 부탁에 NRY 엔터테인먼트의 공지가 올라왔다.
「안녕하십니까.
NRY 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창석입니다.」
올라온 공지의 내용은 평소와 같은 듯했지만, 그 내용은 단순하면서도 단호했다.
첫째로는 현재 E-FAN 내외의 비판이 아닌 오롯이 비난과 조롱의 이유로 작성된 악성 댓글 및 글은 ‘전부’ 소송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경고.
두 번째는 그런 글에 괜히 팬들의 귀한 힘을 낭비하지 말고, 새로 생긴 ‘신고 게시판’을 만들었으니, 그곳에 PDF 파일로 증거를 게시해 주면 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E%들에게 지금껏 봐 온 은호와 은지의 모습을 믿어 달라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당당한 NRY 엔터테인먼트의 공지에 이리저리 기울어지던 팬심이 어느 정도는 은지를 믿는 쪽으로 방향이 기울었다.
한편 여전히 중립을 유지하겠다는 사람도 있긴 했으나, 중립인 사람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부가 이 정도인데 E-FAN의 바깥은 더더욱 최악인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일을 벌인 주동자의 상상에 따르면 당연한 일이어야 했다.
하지만 사실 실제 바깥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어디 한 곳에서 기사가 올라오는 일은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도리어 뜬금없이 시작된 E% 팬들의 총공격으로 은지와 E-UNG의 이름 및 각종 키워드가 손쉽게 포털사이트의 순위에 나란히 줄 세우기를 성공해 버렸다.
* * *
은호와 이야기를 나눈 이후 며칠 뒤, 창석은 오늘도 지지 않고 찾아온 DI 뮤직 대표 어석배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 대표님.”
“예. 오늘은 받아 주시는 겁니까?”
“그건 아니고…… 뭐, 받을 ‘기회’라고 생각하시고, 잠깐 제 사무실에서 이야기 좀 나누시죠.”
창석은 일부러 기회라고 강조하며 언급했지만 어석배는 이미 기회를 얻은 것처럼 활짝 웃었다.
‘요즘 혈액순환이 더 안 되시나.’
창석은 웃는 어석배의 따로 색이라도 칠한 듯한 시체 같은 검은 입술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생각했다.
허연 얼굴에 검은 미소가 걸리니 공포 영화를 따로 보지 않아도 될 듯한 서늘함이 들었다.
어석배가 먼저 창석의 사무실에 들어가 있는 그동안 창석은 안전을 위해 대표로 한 직원에게 20만 원을 건네며 단체로 강제적인 쉬는 시간을 줬다.
“간식이라도 드시고들 오세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쉬는 시간에 기뻐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도넛 어때요?”
“크리X피?”
“오, 크리X피 좋다. 여기 근처 가게들 더즌 다 쓸어 와서 저희 직원 휴게실 냉동실에 가득 채워 둘까요?”
“하하하. 그거 좋네요!”
“같이 가시죠. 대표님 중요한 문제 이야기하시려고 저희 내보내는 것 같은데.”
“그래요. 그래요.”
무엇을 사 먹을지 조잘거리며 직원들이 우르르 사옥 밖으로 나갔다.
전 직원들이 나가고, 회사 사무실에 어 대표와 창석만 남아 고요해지고 나서야 창석은 입을 열었다.
“얼마나 중한 말씀을 하시기에 직원들까지 내보내시고.”
“중한 일이죠. 이번 일을 어 대표님께서 도와주신다면, 일전에 제안 주셨던 협업, 해 보자는 제안이니까요.”
“오호, 그건 이응 남매들의 생각이기도 한 건가요? 이전에 거절하신 이유가 남매들의 거절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맞습니다. 은호가 DI 뮤직의 어석배 대표님이라면 가능할 거라고 콕 집어 이야기했거든요.”
창석은 솔직히 DI 뮤직 대표의 힘을 믿지 않았다.
이미 과거에 겪긴 했다만 새로운 기사로 덮는 것과는 완벽히 새지 않게 하는 것은 다르니까.
「“……어석배 대표님을 이용하면 막을 수 있을 거예요.”」
은호는 마치 DI 뮤직과 깊이 얽혀 본 적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했다.
문제는 일단 은호의 뜻을 따르려고는 하는데, 과연 어석배가 받아들일지가 걱정이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제가 도와드렸으면 하는 일이 뭡니까.”
“유출을 막아 주십시오.”
“유출? 무슨 유출 말씀이십니까?”
창석은 곧 E-FAN에 벌어질 일을 간단하게 전달했다.
자세한 건 언급하지 않고, 최근 은지를 음해하려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가짜 찌라시를 퍼뜨리려 하니 막아 달라는 정도로만 이야기를 전달했다.
“좋습니다.”
어석배는 창석의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흔쾌히 ‘OK’를 말했다.
“그렇게만 해 드리면 저희 이슬, 아니, DI 뮤직과 이응 남매들이 협업할 ‘기회’를 주시는 겁니까?”
어석배는 은연중 갑을 관계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어석배 쪽에서 많이 굽혀 주고 있다는 무언의 경고 같기도 해서, 창석은 마른침을 삼키며 답했다.
“예. 잘 막아 주신다면, 그때 합시다. 협업.”
“좋습니다.”
그때, 창석이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잠시만요. 일이 잘되었을 때, 협업은 하되 조건은 있습니다.”
“어떤?”
“DI 뮤직의 지원을 무조건 받는 협업은 진행하지 않을 겁니다. DI 뮤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제가 아무리 그래도 대표인데 일방적으로 상대한테 손을 빌리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거든요.”
창석의 대답에 어석배는 눈을 휘며 흐뭇하게 웃었다.
“좋습니다. 애초에 그래서 박 대표님이 마음에 들었던 거니, 협업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받아들일 겁니다.”
어석배가 특유의 허옇게 질린 얼굴로 미소를 만들어 보였다.
“이제야 이슬이를 볼 낯이 생기겠군요.”
자주 마주해서 그런가.
창석은 이제 어느 정도 어석배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는 DI 뮤직의 전신이었던 ‘누님’분을 신에 가까울 정도로 동경하고 있었다.
그 동경은 자연히 그녀의 딸인 에이슬에게 표출됐고, 애정을 ‘바르게’ 표현할 수 없던 그는 어린 에이슬에게 지금껏 돈으로 모든 것을 해 주려 하고 있었다.
자꾸 이런 식이라면 원하든 원치 않든 은호와 은지와는 일로써 주기적으로 엮이게 될 텐데…….
창석은 개인적으로 버릇없는 친구와 함께 일을 시키고 싶진 않았다.
‘안 그래도 살짝 삐딱해지는 순간 일낼 녀석들인데, 어디서 나쁜 걸 배워 왔다가 어떻게 될 줄 알고…….’
이건 대표로서도, 남매의 부모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도 걱정인 부분이었다.
그래서 입을 뗐다.
“……거, 제가 전에도 말했지만, 애들이 해 달라고 부탁하는 거 곧이곧대로 다 들어주면 버릇 나빠집니다.”
“그렇습니까?”
의외로 어석배 대표는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에 대해 그다지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창석의 잔소리를 7시간 내내 얌전히 집중한 상태로 듣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솔직히 그땐 창석조차 잔소리를 하면서 어석배가 이래서 DI 뮤직 같은 큰 기업을 운영하는 건가 싶어, 그가 대단하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어석배 대표의 사회적인 자리 때문인지 그의 주변에서 그저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모양.
누님을 신처럼 따르는 이유 역시 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이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박 대표님도 이은호 군과 이은지 양이 부탁하면 다 들어주고 싶잖습니까.”
“…….”
창석은 그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없었다.
이번 일도 은호가 처음으로 떼 아닌 떼를 써서 들어주고 있는 일이었으니까.
「“대표님, 그럼 어떻게 해야 ‘실’보다 ‘득’이 더 커질까요?”」
거기서부터 술술 방법을 불어 버린 게 문제였다.
「“내부에서 문제를 모두 마무리하고 난 뒤에 비슷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을 후원하면서, 오히려 진범의 얼굴을 앞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오호.”」
「“다만 그건 내부에서 문제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막았을 때 일이지. 그게 가능할 리 없잖냐.”」
「“그거라면 어석배 대표님을 이용하면 막을 수 있을 거예요. 혹시나 유출된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막을 힘도 있으시니까, 마침 계속 협업 제안도 하고 있다고 하셨으니 이걸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은호가 회귀 전 에이슬과의 거래를 모르는 창석으로선 은호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일은 터졌고, 은호가 바라던 대로 됐으니 이젠 잘 수습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