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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214화 (214/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214)

“……!”

열렬하게 쏟아지는 햇빛에 태현은 번쩍 눈을 떴다.

“…….”

눈을 뜬 뒤 어제 무언가를 먹은 흔적이라고는 종이 봉투밖에 없는 부엌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원래라면 전날에 먹은 음식들과 마시다 잠들면서 흘린 와인 때문에 난장판이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풍경은 그야말로 ‘깔끔’.

아침에는 청소하시는 분이 오지 않기 때문에 이럴 리가 없는데…….

태현은 나지막이 의심되는 존재를 읊었다.

“우렁각시……?”

아직 잠이 덜 깨서 어젯밤 은호가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였다.

다행히 은호의 존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눈치챌 수 있었다.

“안, 안 돼. 난 사람이야!!!”

헉, 허억.

은호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버럭 소리쳤다.

가쁜 숨을 내쉰 은호는 얼굴부터 어깨, 가슴, 허리, 배를 순서대로 만지며 몸을 확인했다.

다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한 듯, 은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은호?”

태현이 은호를 부르자, 소파에 앉아 있던 은호가 고개를 돌려 태현을 바라봤다.

“어…… 형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

태현과 은호 사이에 서로 민망할 정도로 삭막한 인사가 오갔다.

* * *

깨어난 뒤 30분 후.

은호는 태현의 개조한 각그랜X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미안하다. 어젠 취해서.”

“괜찮아요. 다른 것보다 형 그 창문들 커튼 잘 안 걷었었다고 했었죠.”

“응.”

“……그거 잘한 거 같아요. 창이 넓은 게 장점만 있지는 않더라고요.”

“왜?”

은호는 두 번 겪고 싶지는 않다는 듯 한숨 섞인 웃음을 흘렸다.

“햇빛이 직빵으로 쏘여서 어우. 저 오늘 말라 가는 쥐포 체험 꿈꿨어요…….”

하하하!

태현이 웃음을 터뜨리자 은호는 민망한 듯 밤 동안 자란 밤송이 같은 짧은 턱수염을 어색하게 쓸었다.

“어쩐지 눈 뜨자마자 비명부터 지르더라.”

“진짜, 생생하게 말라비틀어져서 눈 뜨자마자 확인했잖어요.”

“하하하하.”

어지간한 악몽이었는지, 은호는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댔다.

“그나저나 식탁에 음식들은 네가 치운 거지?”

“아, 네. 왜요? 잘못 치웠어요?”

“아니. 난 아침에 무슨 우렁각시라도 왔다 간 줄 알았어.”

“하하핰. 다 치워 놔서요?”

“어. 원래는 완전 난장판 돼서 청소하러 오시는 분한테 자주 혼났거든.”

은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제 형이 엎기 예상해서 들고 있던 와인 잔 겨우 붙들어서 살았죠. 그거 다 엎었으면 못 치웠어요.”

“미안하다. 어제 이야기하면서 홀짝거렸더니…….”

“안 그래도 갑자기 한 병 더 딸 때부터 불안했어요.”

“크흠.”

은호가 웃자, 태현은 동생 앞에서 취한 모습을 보인 게 민망한 듯 괜히 헛기침하며 인사했다.

“……정리해 줘서 고맙다.”

“얻어먹은 값 한 거죠.”

“그래. 근데 은호야.”

“네.”

“넌 근데 무슨 종이 접시까지 깨끗하게 씻어 놓냐.”

“아, 하하.”

태현은 아침에 은호가 정리한 것들을 살펴보다, 은호가 치워 둔 종이 접시들이 하나하나 재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양념 하나 안 묻은 채 깨끗하게 닦여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많이 놀랐었다.

태현의 이야기에 은호는 웃으며 답했다.

“그거 그렇게 해야 재활용될 확률이 높다고 배웠거든요. 그렇게 들은 이후로 매일 그랬더니 손에 익어서요.”

배웠다는 이야기에 태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대표님한테?”

“아뇨. 예전에 말씀드렸던 그 빵 아저씨한테요.”

“아하.”

“짐승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려면 사람처럼 행동하라고…….”

은호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이해했다는 듯 태현도 잡담을 멈추고 다시 운전을 이어 갔다.

잠시 후.

차는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다.

“어제 은지한테는 연락 안 왔네. 외박에 예민하다며.”

“그러게요. 원래는 불안하다고 난리 치면서 전화하던 애가 웬일로 잠잠했네요.”

은호가 휴대폰을 바라보며 답하자, 태현은 그런 은호를 힐끔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제 물어보려다 말았는데, 둘이 ‘이번엔’ 왜 싸운 거야?”

태현은 두 사람이 매일 싸우는 건 알지만, 은호가 이렇게 집을 뛰쳐나온 건 처음이라 그런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아…….”

연탄이 말을 하는 고양이라는 것부터 말했다간 어떤 취급을 받을지 뻔히 보이니까.

은호는 어떻게 말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키우는 고양이 때문에 싸웠어요.”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서, 대충 중요한 부분만 쏙 빠진 사실을 전했다.

“고양이 하니까 생각난다. 애들―톡신 멤버들―끼리 같이 지낼 때…….”

태현은 고양이를 키우는 것 때문에 싸운 줄 알았는지, ‘승연이가 새끼 고양이를 데려왔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사정도 안 좋은데 고양이까지 키우자고 하니, 주송민이 무섭게 반대했던 이야기였다.

그렇게 화를 내긴 했지만, 정작 새끼 고양이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 줄 때.

주송민은 데려온 서승연보다 깐깐하게 따져 가며 정말 좋은 주인을 찾아 줬더랬다.

“와, 송민이 형은 그 츤데렌가 뭔가 그거예요?”

“하하, 그렇지. 송민이가 아닌 척하면서 잔정이 많아서.”

한참 떠들며 달리니 어느새 태현의 차는 익숙한 골목 앞에 멈춰 섰다.

“감사합니다, 형님.”

속도를 줄이는 차를 따라, 은호도 안전띠를 풀며 태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별말씀을. 조심히 들어가라. 조만간 촬영 때 보자.”

“네. 감사했습니다. 들어가세요, 형님.”

“그래.”

태현은 은호가 내리자 아쉬움 없이 곧장 창문을 닫고 차를 출발시켰다.

떠나는 각그랜X를 보며 은호는 문득 태현의 ‘톡신 마지막 활동’ 이야기를 다시 떠올렸다.

‘꿈.’

그 단어가 뭐라고.

이것 때문에 악몽을 꾼 건가 싶을 정도로 어젯밤에는 생각이 정말 많았다.

‘순위에 관심이 없으면서 난 왜 1위를 바란다고 생각했는가’부터 시작해서, 늦은 저녁까지 소파에 누워 야경을 보며 많은 일을 되감아 봤다.

그리고 그 끝엔 시작부터 끝까지 탄탄대로였던 회귀 전 은지가 있었다.

이은지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였다.

하지만 정작 1위가 되는 건 은지 본인은 바라던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는 1위에 관심이 있나?

은지를 놓고 보면, 글쎄.

‘내가 바라는 일.’

잠깐이긴 했지만, 문득 자신이 빈 껍데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껍데기는 아니었다.

태현이 지금껏 쌓아 온 커리어를 모두 내칠 만큼 강하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았듯.

은호도 밤새 고민을 해봤다.

그 밤샘 고민의 해답은 ‘아직’ 없었다.

회귀 전 후회했던.

살아난 동생과 같이 음악을 하는 지금, 이 이상 더 행복할 일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삶이니까.

하지만 태현 선배가 그렇듯 은지가 어느 날 꿈을 좇기 위해 떠난다면, 그땐 나도 무언가가 생길까.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문득 떠오른 ‘그런데…….’라는 의문이 발목을 잡기 전까진.

회귀했던 그날.

‘같은 날짜가 다시 돌아왔을 땐 어떻게 되는 걸까?’

설마.

혹시라도,

알고 보니 모든 게 꿈이었다던가.

그렇게 모든 게 날아가진 않을까.

심장이 불안하게 뛰어 댔다.

숨이 턱턱 막혀 왔다.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 보려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쥐포가 되는 꿈을 꿨다.

“…….”

은호는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싶진 않았는지, 고개를 저으며 대문을 넘었다.

그러고 보니까, 연탄이한테 악몽에 대해서도 물어봐야 하는데…….

“나 왔다.”

계단을 오르고, 은호가 인사하며 문손잡이를 잡은 그때였다.

덜컹거려야 할 문이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열렸다.

심장이 철렁거렸다.

‘이 가시나가 미쳤나……!’

문은 잠그고 자야 할 거 아니냐고.

잔소리를 퍼부을 기세로 은호가 집 안에 들어서자, 은지의 방 안에서 익숙한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은지의 방문을 열자, 전화로는 ‘변태 새끼’니 뭐니 하더니…….

“참 나…….”

잔소리는 커녕.

딱 달라붙어 잠든 둘을 보며 은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연탄, 이 녀석도 내가 온 줄도 모르고 깊이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아직 일정까지는 시간도 남았겠다.

‘더 자라고 냅둬야지.’

은호는 은지의 방을 나와 제 방으로 향했다.

은지의 방문이 조용히 닫히자, 연탄이 슬쩍 샛노란 눈을 뜨며 은호를 확인했다.

은호인 줄 알고는 있었는지, 연탄은 이내 다시 눈을 감으며 다시 은지의 품을 파고들었다.

* * *

아침 5시 30분.

화랑은 눈을 뜨자마자 은호와 은지에게 식사 꼭 하시라는 인사를 깨톡으로 보낸 뒤 하루를 시작하는데…….

항상 하는 일이었음에도 화랑의 표정이 오늘따라 음울했다.

“이걸 이야기해야 할까…….”

화랑은 휴대폰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아임(I'm)>

작사, 이은호.

작곡, 이은지.

강렬한 베이스가 주가 되어, 훅에서는 심장과 같은 박자로 뛰며 숨통을 조이는 기분이 들도록 만든 은지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화랑의 싱글 앨범.

애초에 당시 크게 성공했던 를 긴 세월이 흐르고 실력이 향상된 후 다시 다듬은 만큼 처음과 같은 풋풋한 느낌은 사라졌지만, 완성도는 월등히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자연히 음원 사이트 1위로 증명됐다.

<아임>이 1위를 찍은 그날.

화랑을 그 누구보다 응원하던 어머니는 목 놓아 우셨다며 아버지가 전했다.

화랑에게 가수의 길을 반대하던 친지들의 분위기 또한 그 이후로 손바닥을 뒤집듯 뒤바뀌었다.

물론 몸값이 올라갔으니 얼른 시집가라던가.

여전히 못난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남아 있긴 했지만…….

삐끗하다 꺾여 버린

바보 같던 나를 알아도

실패 끝에 여기 왔어

벼랑 끝 몰려 있던 나는

이제 없어

은호가 써 준 가사 그대로.

그런 말에 흔들리던 화랑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한편, 분위기가 달라진 건 화랑에게 결혼하라며 운운하던 첫째 아들 김호랑 반응 또한 마찬가지였다.

Stop worrying

Stop worrying

같은 핏줄 타고난

첫째가 말해

헛짓거리 그만해

호랑은 본인 이야기가 가사에 나오자, 처음엔 부끄러운 줄은 아는지 화를 냈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예상치 못하게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던 새언니가 ‘동생한테 주둥이를 어떻게 놀리고 다녔으면 아가씨가 마음고생을 저렇게 했겠냐!’라며 보란 듯 호랑을 휘어잡아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줬다.

심지어 NRY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걸 알자, 새언니는 E-UNG의 팬이었는지 더더욱 나를 아껴주셨다.

그렇게 화랑은 최근 스케줄이 빌 때면 자주 본가에 내려갔다.

이번 일 역시 화랑이 추석에 맞춰 오랜만에 본가를 찾아갔을 때 들은 이야기였다.

「“야, 김화랑. 너 이응 멤버들이랑 친하냐?”」

「“자주 밥 같이 먹는 정도긴 한데, 왜.”」

굳이 말하자면 밥 좀 드시라고 억지로 끌고 나와서 떠먹이는 역할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번에 회사에 경상도 살던 애가 한 명 올라왔거든.”」

「“근데?”」

「“이야기하다가 너 얘기가 나왔는데…….”」

김호랑이 어디 가서 머리라도 맞았나 싶었다.

뭘 잘했다고 내 이야기를 떠들고 다니냐고 투덕거리다, 한참이 지나서야 본론을 들었다.

「“걔가 이응 애들이랑 같이 학교를 나왔다고 하더라고.”」

「“그 여자애 쪽이 학교 폭력으로 유명했다고 하던데―.”」

화랑은 호기심에 호랑이 이어 하는 이야기를 듣다, 황당한 숨을 터뜨렸다.

「“그런 개소리한 새끼 이름이 뭔데.”」

「“조광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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