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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97화 (197/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97)

폭풍의 눈

[(스포O) 등혈 4화 예고편에

셈데셈타(Same day, Same time)가 지지가 쓴 듀오 가사에 랑이가 답가로 쓴 가사라니 미친 거 아니냐고ㅠㅠㅠㅠㅠ]

[이응이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으면서 살아온 거야 ㅠㅠㅠㅠㅠ]

[빛창석 지지가 아빠라고 부를 때 어떻게 반응했을까 ㅋㅋㅋㅋ]

[등혈 아니었으면 이런 이야기 어케 듣냐…]

[셈데셈타 등혈에서의 기타 버전 너무 좋은데 얘들아 이거 앨범 내주면 안 될까 진ㅉ ㅏㅠㅠㅠㅠ 음원이 필요하다]

[랑이 저음 개치인다…]

[지지가 랑이 맞춰 주는 거 감동이고 ㅠㅠ 애잔하고 사랑스럽고 니들 다 해 먹어 ㅠㅠ 우리 이응이 애정해]

회의 전, E-FAN 어플을 확인하던 창석은 중간에 보이는 ‘지지가 ‘아빠’라고 부를 때’ 반응을 궁금해하는 한 E%의 게시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지가 아빠라고 했다고?”

하하.

창석은 웃으며 휴대폰을 넣었다.

아이들이 출연한 방송을 일일이 챙겨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하지만 창석은 현재 톡신을 유입한 괴물 신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화제에 화제가 더해지니 감당이 힘들 정도로 바쁜 상황이었다.

거기다 은호와 은지의 ‘TIME’ 앨범 배송이 시작되면서 더 바빠져 이제 대표인 자신은 물론 직원들 또한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지경이었다.

구성할 때는 좋았는데…….

구성품에서 하자가 생겨 배송 후 그게 문제가 됐다.

기분이 좋던 것도 잠시 창석은 눈 그늘이 짙은 콧대를 꾹꾹 누르며 한숨을 흘렸다.

그때.

기다리던 방 안으로 들어선 검은 정장의 한 남자.

깐깐하리만큼 깔끔하게 끌어 올린 머리.

허여멀겋다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창백한 피부.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닌 듯, 눈가의 그늘이 창석보다도 심해 보였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회의가 미뤄져서.”

“괜찮습니다.”

창석은 가볍게 허리를 일으켜 상대를 맞았다.

다시 자리에 앉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무거운 공기가 짓눌렀다.

방 안의 공기가 불편하리만큼 숨이 턱턱 막혀 왔다.

창석은 어느 때보다 경계를 띤 상태였다.

하지만 그만큼 친절한 미소로 얼굴을 무장하고 있었다.

상대는 입꼬리조차 움찔거리지 않은 채 굳어 있는 표정을 유지했다.

‘…….’

창석의 목울대가 꿀렁였다.

‘에이슬’로 활동 중인 조카가 최근 차트 1위에 올랐던가.

그 외에도 여러 아이돌을 거느리며 활발히 활동 중인 DI 뮤직 엔터테인먼트 대표.

‘어석배.’

눈앞의 검은 정장 차림의 그는 평소에도 멍청함이 슬슬 새어 나오던 TaKa 엔터테인먼트의 송 대표와는 종족이 다른 느낌이었다.

애초에 TaKa는 톡신의 이름으로 크게 성장하며 중견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 쪽에서는 대기업의 대우를 받았었다.

DI 뮤직은 영향력 자체는 TaKa 엔터테인먼트와 비슷하지만, 그 영향력에 손을 끼치는 깊이가 달랐다.

‘위험한 축이지.’

거슬린다면 나락으로 보내 묻어 버리고 쓸모가 있다면 반짝이라도 최고의 자리에 올린다.

내부 소문으로는 곳곳에 운영하는 ‘손’들이 있다고도 하지만, 대중에겐 봉사 활동부터 기부 활동도 적지 않게 하면서 이미지까지 챙긴, 기가 막히게 철저한 회사.

어석배는, 그가 운영하는 DI 뮤직은 그런 곳이었다.

‘나쁘게 보여 봐야 좋은 일은 없으니까.’

욕심 있는 어린 사장들이 DI 뮤직의 힘을 어설프게 이용하려다 반대로 회사 말아먹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운이 좋은 것도 있지만 은지의 실력 때문인지 그간 DI 뮤직 측에선 은지의 곡을 팔라며 여러 차례 제안을 보내 왔었다.

은지의 곡은 남아돌 정도로 굉장히 많다.

은지가 작곡가로서 활동하는 편이 얼마나 이득인지, 창석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피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공장장 같은 우리 은지의 작곡 실력이야, 알려지면 좋다.

톡신은 DI 뮤직이 손대기가 힘들겠지만.

은호와 은지, 솔로로 활동 중인 화랑이를 추락시키는 일쯤은 손쉬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였다.

다른 곳에서 좋은 조건의 제안이 와도 거절했던 이유였다.

괜히 은지가 DI 뮤직에 미움받을까 봐.

아직은 그만큼 회사의 힘이 강해지지도 않았으니까.

창석은 웬만해선 DI 뮤직과 애초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얽혀도 나중의 나중으로.

우리 애들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회사의 힘이 강해지던가.

적어도 맞설 수 있는 하나 정도는 준비되어 있을 때쯤까지 버텨 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 X친 놈들은 NRY 엔터테인먼트에 꿀이라도 발라 뒀나.

가히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DI 뮤직은 집요했다.

‘대표가 직접 나오겠다는데 어떻게 피해…….’

망할.

그렇게 성사된 자리가 오늘이었다.

DI 뮤직 사옥 안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지각까지 하시고 말이다.

“질문하실 게 있으십니까?”

“오히려 제가 여쭤야 할 말인 것 같은데, 하하.”

창석의 웃음기 섞인 도발에 어석배 대표의 입꼬리가 움직였다.

“시작 전에 먼저 받겠다는 의미였습니다.”

무거운 침묵이 맴돌았다.

어지간했으면 어석배 뒤에 선 경호원들도 숨이 막히는지 얼굴에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그럼, 마침 질문할 게 있냐고 여쭤 주시니, 왜 그렇게 은지의 곡을 원하셨는지 여쭤보겠습니다. 하하.”

창석이 농담처럼 이야기를 던지자, 원하는 질문이었다는 듯 어석배가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제 조카를 아시는지요.”

“에이슬 양 말씀이십니까.”

“예.”

여기서 에이슬이 왜 나오는 건지, 창석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다크오션 프로덕션, 페이옵 등.

DI 뮤직은 그간 E-UNG와 작업했던 회사를 무서울 정도로 뒤쫓았다.

현재 함께 작업 중인 롱잉 프로젝트의 김명훈 감독에게도, 심지어 철수 PD에게도 커넥션이 들어올 정도였다.

철수와 결혼을 하면서 그 소식을 일찍이 접하지 않았더라면 그럴 수 있다며 넘어갔을 일이지만, 이쯤이 되면 스토킹은 넘어선 수준이니까 미리 파악해 둬야만 했다.

“우리 이슬이가, NRY사 측의 남매 그룹을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아…….”

이슬이?

남매 그룹?

창석은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듯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어석배 대표를 바라봤다.

어석배는 무슨 문제 있냐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

창백한 얼굴에 미소가 생기니 어쩐지 살짝 섬뜩하기까지 했지만, 굳어 있는 얼굴보다는 숨통이 트였다.

“그― 저희 E-UNG 녀석들을, 그, 그렇군요.”

창석은 무너질 뻔한 얼굴 근육을 어떻게든 붙들며 ‘아하!’라는 얼굴을 만들어 냈다.

‘설마 조카가 좋아해서 그동안 거래처를 뒤따라 채 갔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속마음은 난리가 따로 없었지만, 이런 자리에서 그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간 어떤 이미지를 뒤집어쓸지 모르니 극도로 조심하려 애썼다.

“이슬이가 이응의 곡과 뮤직비디오를 굉장히 좋아하기에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이슬이의 곡은 다크오션에서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알고 있었지만, 창석은 일부러 모른 척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원하는 건 다 쥐여 주고 싶은 마음인지라…….”

원한다고 다 쥐여 주면 버릇 나빠질 텐데.

“작곡가님의 곡을 받으면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 제 욕심에 대표님을 번거롭게 만들었습니다.”

“아…….”

“이렇게 자리가 만들어진 이상.”

‘이상’.

뭐요.

“곡만 사기에는 서운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아니요.

안 서운합니다.

중간중간 끼어들어 성질대로 대답하고 싶은 심정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창석은 조용히 웃으며 답을 아꼈다.

밉보여 봐야 손해는 우리만 클 테니까.

심지어 직접적으로 은호와 은지에게 관심을 드러낸 이상 더더욱 목표물은 두 사람이 될 터.

“찾아보니 E-UNG 그룹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톡신의 예찬 씨나 OST 협업 작업을 종종 하셨던 것 같은데.”

“예. 아무래도 아이들의 인지도가 부족하던 시기였다 보니…….”

“NRY 엔터테인먼트 측에도 충분히 좋은 조건일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뭔, 뭘?

창석은 당황하며 고개를 들어 어석배를 바라봤다.

“같이 작업 하나 해 보시죠.”

어석배는 서늘한 눈을 드러내며 음흉하게 웃어 보였다.

* * *

“X친.”

“욕 하지 마, 이은지.”

어석배의 조건은 은호와 은지가 참여할 것.

앨범 작업이든, 싱글 작업이든, 심지어 콘서트까지도 DI 뮤직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도 안 될 정도로 X친 조건.

문제는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닌 탓에 일단은 고민해 보겠다며 창석은 자리를 물렸다.

어석배와의 미팅 이후 창석은 이 소식을 팬 사인회 회의 겸, 은호와 은지가 회사에 온 날 그대로 전달했다.

자신이야 걸리는 점이 있어서 찝찝했다지만, 은지와 은호는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은호와 은지의 반응은 예상외로 충격을 크게 맞은 얼굴들이었다.

“누구라고요? X친 거 아니야?”

“진정해. 일어나기 전이잖아.”

특히 은지는 에이슬과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화를 냈다.

거기다 은호의 ‘일어나기 전이잖아’라는 말은 창석을 더더욱 갸웃거리게 했다.

“에이슬이랑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 왜 그렇게 열을 내?”

“무슨 일이 있긴요! 아무 일도 없, 없는, 없, 이, 이, 으아아악!!!”

은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며 차마 말을 다 이어 가지 못했다.

난리가 따로 없었다.

“은지야, 머리 다 뜯긴다! 있을 때 귀한 줄 알아야지!”

은지가 긴 머리를 쥐어뜯으며 답답함을 풀려고 하자, 창석은 그런 은지를 말리는 데 정신이 없었다.

그때, 은호는 이 정신없는 분위기에서 이제 막 커피를 타 온 현우를 발견하며 후다닥 달려갔다.

“형님, 이따 옵시다.”

“어? 나, 나 대표님이 커피―.”

현우를 방패 삼아 은호는 난장판이 따로 없는 대표실 밖으로 도망쳤다.

한바탕 난리 이후 뒤늦게 은호가 사라졌다는 걸 알았는지, 창석은 다시 은호를 불러들이며 정상적으로 회의를 시작했다.

“일단 DI 뮤직이랑 협업은 바로 대답 안 해도 괜찮으니까 고민해 보고, 팬 사인회 이야기나 마저 하자.”

“네.”

“……네.”

씩씩거리며 다시 폭발할 것 같던 은지는 ‘팬 사인회’라는 단어에 순식간에 얌전해졌다.

“사인회 때 나머지 스케줄 비워 달라던 건 어떻게 됐나요?”

“그건 비워 뒀다.”

“오.”

“시간이 촉박하면 너희도 너희대로 모자랄 거고, 괜히 이미지 좋게 만들어 놓고 나쁜 소리 들어서 좋을 건 없으니까.”

“그렇죠.”

“대신 그 주는 조금 많이 촉박할 거다.”

“그건 괜찮아요.”

“맞아.”

회의가 시작되자, 언제 난리였냐는 듯 은호와 은지는 차분히 회의를 이어 갔다.

* * *

다가온 팬 사인회 날.

길게 이어진 줄에 선 팬들은 하나같이 들뜬 표정들이었다.

중간에 나눠 준 시원한 캔 음료와 작은 과자 하나.

거기다 짧은 쪽지 때문인지 기분이 나쁠 새가 없었다.

“여름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러게.”

은정이 높은 하늘을 보며 말하자, 아영이 답했다.

아영은 팬 사인회 표가 없다.

하지만 은정이 당첨된 팬 사인회 표는 한 장에 2인까지 출입할 수 있다는 조건 덕분에 오늘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

은정은 떨리는 기분을 감추기 힘든 듯, 받은 번호표 종이를 접고 또 접었다.

한편, 아영은 신기한 눈으로 건물 안까지 늘어진 긴 줄을 구경했다.

그때였다.

아영은 조금 앞쪽에 선 연분홍색과 연노랑이 교차한 특이한 머리칼의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 은정아, 저기.”

“왜?”

“에이슬 아니야?”

“어디?”

특이한 머리칼의 여자는 수상할 정도로 검은 모자를 눌러 쓴 채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에이, 그냥 똑같이 염색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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