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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78화 (178/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78)

―톡신이 TaKa를 떠나? 하하. 그놈들도 결국은 사람 새끼들이야.

―(술병 여는 소리)

―사고 터지면 묻히는 건 다 똑같다고.

―톡신이 사고를 친 게 있어요?

―사고? 없지. 그놈들, 워낙 까탈스러워야지.

―근데 어떻게 터뜨리려고요?

―하! 없으면 만들면 돼! 가장 쉬운 건, 그거 있잖아.

―어떤?

―그, 그, 아! 그래! 대마 같은 마약도 있고, 그 뭣이냐, 걔, 차 좋아하던 놈 누구였지?

―TAE?

―어어, 그래. 최태현. 걔한테는 대포차 같은 걸로 찌라시 터뜨려 버리면 되겠네. 봐, 죄야 만들면 돼.

식당으로 향하던 그날.

폭탄을 쓰겠다던 그 말은 큰 폭풍이 되어 돌아왔다.

사실 TaKa와 송남철 대표를 정리하는 문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박 대표가 만난 TaKa의 대주주 인맥들과 특히 화랑이 가져온 폭탄의 힘이 강력했으니까.

―하하하, 걸리면 어쩌려고요.

―에이, 새끼.

―(담배에 불붙이는 소리)

―농담은, 걸릴 일 없어. 대중은 멍청해서 보여 주면 아~ 그게 진실이구나~ 한다고.

―(여러 명이 웃는 목소리)

―야, 그리고 걸리면 뭐 어때! X발, 거지 같은 것들이 뭘 할 수 있다고.

말 한마디의 힘은 강했다.

톡신의 팬들뿐만 아니라, 대중을 향한 무시에, 수많은 총구가 송남철에게 겨눠졌다.

의외로 불법 녹음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다.

워낙 사안이 큰 탓에 오히려 녹음을 한 사람을 영웅으로 추대하는 분위기 덕분이었다.

“내가 했다고 할게. 아니, 녹음기는 네 거였지만 녹음은 내가 한 거 맞잖아!”

화랑에게 녹음기 볼펜을 주워다 줬던 ‘조 실장’.

녹음본이 공개된 후, 그는 송남철과 연결되어 있던 꼬리를 잘라 내길 원했다.

화랑에게 허락을 구했던 그는, 때마침 녹음기에 들어간 자신의 목소리를 이용하여 스포트라이트를 낚아챘다.

「‘톡신’이 TaKa를 떠나려 하자 송남철 대표가 벌인……」

「TaKa 엔터테인먼트 대표 송남철의 녹음본이 공개된 후……」

「대표 송남철을 향한 ‘톡신’의 팬들의 반응은……」

TaKa 엔터테인먼트의 주가 폭락에 주주들은 송남철을 끌어내리는 데 혈안이 되었다.

주주들의 손해를 본인이 감당하거나, 대표직을 사임하거나 결단을 내려야 했다.

한편, 조 실장의 ‘꼬리 자르기’ 계산은 정확했다.

책임은 물게 됐지만, 적어도 일찍 꼬리를 자른 덕분에 회사에서 잘리는 일은 면했다.

게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 온 대표의 호감을 얻어 승진의 계기가 되었다.

녹음기의 진실은 묻혀 버렸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송남철은 모든 걸 놓고, 이젠 ‘아트로카 디스트렉션’이 된 이름도 사라진 TaKa 엔터테인먼트를 떠났다.

많은 걸 얻어 나가긴 했다.

그간 자신이 벌인 거짓말들로 인한 고소장을 끌어안은 채였으니까.

[톡신 이응이네 갔다는 거 실화임?]

[ㅠㅠ 어떡해 오빠들 고향 찾아간 거 축하해!]

[ㅠㅠㅠㅠ 너무 좋아 ㅠㅠㅠㅠ]

톡신의 팬들은 박 대표의 NRY 엔터테인먼트를 ‘고향’이라고 부르며,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고 있었다.

한편, 팬들은 이번엔 다른 이유로 또 한 번 불타올랐다.

[엔알와이 엔터 홈페이지 보셈 ㅠㅠ 실시간 떡밥 미쳐!!!]

[NRY 엔터 홈피에 이거 무슨 일이야? 다섯 손 저거 톡이들 맞지?]

톡신과 E-UNG.

거기다 솔로로 활동 중인 화랑까지.

톡신의 재계약이 소식이 알려진 뒤.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NRY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대문짝만 하게 한 영상이 공개됐다.

은호와 은지가 검은 레이스를 뒤집어쓴 여인의 손을 잡고 빛을 향해 걸었다.

이어서 화랑이 두 사람을 뒤쫓아 함께 빛을 넘었다.

이후 화면은 갑자기 하늘을 비췄다.

노을 지는 하늘에 독 구름이 퍼지듯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그때였다.

파즈즉.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화면 속에 검은 틈이 하나 생겨났다.

파편이 튀듯, 검은 틈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한편, 조각은 바닥에 닿자 언제 존재했었냐는 듯 증발하며 사라졌다.

그때였다.

다섯 개의 손이 뻗어져 나오며 검은 틈이 완전히 깨졌다.

이어서 다섯 명의 그림자와 함께 화면 한가득 한 문장이 자리를 잡았다.

‘Coming soon.’

* * *

지예찬이 E-UNG의 ‘TIME’의 한정판 앨범을 포장하던 그날.

식당에 자리를 잡고, 고기가 익어 가던 그때 은호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던졌다.

“세계관을 합쳐 보면 어떨까요.”

“세계관?”

“그냥 짜잔, 톡신 선배님들이 NRY 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왔답니다! 이것보다, 이편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박 대표의 눈이 반짝였다.

아이디어 보석을 발견한 눈빛이었다.

“더 말해 봐라.”

“아, 그…….”

은호는 차분히 세계관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 두었다.

현재 E-UNG 그룹의 세계관은 ‘고양이 인간’이었다.

과거 어린 시절을 길고양이에 빗대, ‘지냥’과 ‘호냥’을 만들었고, 인간이 된 자신들은 그때의 아픈 시기를 이야기하며 노래한다.

딱, 이 정도의 이야기였다.

팬들이 미리 추측했듯.

뮤직비디오 속 검은 레이스를 쓴 사람은 E%가 맞았다.

하지만 우린 우리 팬들을 모르고, 팬들 역시 아직은 베일 너머로 우리를 보기에.

서로가 더 다가갈 수 없는 장막을 레이스를 이용하여 표현했다.

오늘 포장한 앨범 배송이 시작되고, 곧 이어서 ‘Same day, Same time’ 뮤직비디오가 공개된다.

이것 역시 ‘이 길 위’와 함께 세계관이 연결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건 우리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에 세계관이 넓혀져도 큰 무리는 없었다.

그래서 하는 제안이었다.

“그거 괜찮구나.”

박 대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이 이야기를 들었다.

“그거…… 은호, 네가 써 보는 건 어떠냐.”

“예?”

은호가 당황하며 되물었다.

“아니, 힘들면 안 해도 되는데, 왠지 이야기를 꺼낸 너만큼 잘할 사람은 없는 것 같아서.”

박 대표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화랑이 가정사도 네가 잘 알잖냐.”

“화랑 씨도 섞어요?”

“그럼, 한 가족인걸.”

“그, 근데 저 톡신 선배님들 세계관 모르는데…….”

그때였다.

지예찬이 조용히 손을 들며 싱긋 웃어 보였다.

“우리 팀 세계관도 내가 짰거든. 그건 내가 아주 잘 알려 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당황한 은호는 은지를 돌아봤다.

한편, 은지의 표정은 놀란 얼굴 그대로 굳어 있었다.

‘우리한테 그런 세계관이 있었어?’라는 표정.

은호는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세계관을 넓혀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톡신 선배님이 쌓아 온 경력만큼이나, E-UNG이 가진 분위기 차이가 컸다.

게다가 화랑 씨까지 섞어야 한다니…….

“제가 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계기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계기.

‘지금 급하게 톡신 선배님들이 곡 작업하는 건 무리인 데다, 아직 계약은 하기 전이기도 하고…….’

고민하던 그때였다.

문득 번쩍이며 노을 지는 풍경이 스쳐 갔다.

“아.”

은호는 깨달음을 얻은 듯, 짧은 탄식을 흘렸다.

‘TIME’ 앨범은 전 곡이 선공개되었다.

게다가 들어간 예산은 제각각이긴 했지만, 전곡에 뮤직비디오가 있다.

이건 박 대표의 개인적인 욕심이 담긴 결과물이었다.

첫 앨범이니만큼 돈과 상관없이 내 새끼들―은호와 은지―의 곡이 하나도 빠짐없이 관심을 받으면 좋겠다는 깊은 애정이 어린 욕심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현재 유일하게 뮤직비디오가 없는 곡이 하나 있었다.

정확히는 아직 제작 중인 곡.

톡신의 리더인 지예찬과 함께한 노을 지는 시간을 딴, ‘Red’.

“수입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수입이라는 말에 박 대표가 잠시 인상을 구겼다.

그건 네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경고였다.

은호는 박 대표의 표정에 알았다는 의미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 이번 앨범, 대표님이 전곡 다 뮤직비디오 하고 싶다고 하셨었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아직 ‘Red’ 뮤직비디오는 없죠?”

“그, 가사만 이용해서 하나 제작 중이긴 한데―.”

“아, 제작 중이에요?”

“괜찮아. 엎을 수 있는 단계니까, 일단 말해 봐.”

일정이 굉장히 촉박해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좋은 계기가 없었다.

“그, ‘Red’에서 선배님들하고 화랑 씨가 어떤 공간을 넘어서 하나의 세상에 모이는, 저희하고 한 세상에 온 듯한 그런 이야기로 가면 어떨까 싶어서요.”

박 대표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은지를 돌아보며 물었다.

“은지야.”

“넹?”

은지는 입 안에 고기를 밀어 넣으려던 애매한 모습으로 멈춰 선 채 대답했다.

“잠깐 ‘Red’ 싸비만 간단하게 불러 줄 수 있니?”

“예? 지금요? 갑자기요?”

박 대표도 ‘갑자기’라는 말에는 공감하기에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민망한 답을 줄였다.

“아, 그…… 음.”

은지는 고기를 앞 접시에 내려다 내려 놓으며, 콧노래로 앞서 음을 흥얼거렸다.

Closet 속 숨겨 둔 위스키를 원샷

찰나 같은 Red Sunset에 취해

이걸, 문제라고 해야 할까.

은지가 노래를 시작하자, 예상보다 너무 본격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거기다 은지가 흥얼거리기 시작한 그 순간.

눈을 뜨니 비치는 moon Light

내가 짜 둔 계획이

네 등장 하나에 무너졌어

건너편에 앉아 있던 지예찬까지 뒤따라 은지의 노래에 화음을 덧붙였다.

나 나나 나 Red Light

나 나나 나 Red Night

나 나나 흐트러졌어

시킨 건 박 대표였는데 정작 가장 민망함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박 대표였다.

고깃집 풍경에서 생각보다 너무 고퀄리티 공연을 펼친 탓이 가장 컸다.

“돼, 됐다.”

“네에.”

은지는 박 대표의 한마디에 곧장 노래를 멈추고, 앞 접시에 덜어 뒀던 고기를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고기가 맛있는지, 은지의 눈꼬리가 절로 사르륵 말려 들어갔다.

“맛있냐.”

“완전.”

“그래 보인다.”

은호가 놀리듯 말하자, 은지는 홧김에 젓가락 끝으로 은호의 옆구리를 찍었다.

“아, 기름 묻어!”

“멍청아, 잡는 부분으로 찍었거든. 나도 이은호 묻은 고기 먹기 싫어.”

하하하.

은호와 은지의 자연스러운 투덕거림에 지예찬과 화랑이 웃음을 터뜨렸다.

덕분에 박 대표도 겨우 민망한 기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한편, 은지의 노래가 꽤 도움이 되었는지, 은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저걸 바탕으로 짜겠다는 거지?”

“괜찮지 않을까요.”

“네가 해 줄 거냐?”

“대표님이 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래. 은호, 네가 해 준다면 그렇게 해. 대신 아까처럼 쓸데없이 돈 걱정은 하지 말고.”

“하하, 네.”

“독촉하고 싶진 않은데, 적어도 사흘 내로는 어느 정도 틀은 나와야 할 거야.”

“3일이면 충분해요.”

가벼운 대꾸에 지예찬은 신기하다는 듯 은호를 돌아봤다.

“난 톡신 세계관 짜는 거 꽤 걸렸는데, 괜찮아?”

“여기 누가 하루에 몇 곡을 쏟아 내서, 쓰는 건…….”

은호는 이야기하던 중 상추 위에 고기 세 점을 올린 은지를 바라봤다.

“돼지야, 하나만 올려라.”

“아!!!”

은호가 슬쩍 은지의 손을 흔들어, 막 상추에 올렸던 고기 두 점이 다시 불판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나서야 은호는 예찬에게 마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3일이면 후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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