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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74화 (174/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74)

두 번째 게임이 진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TV화면 속 은지 사진이 흑백으로 변하며 붉은 도장이 찍혔다.

이은지 [탈락]

“어?”

화면 속 은호가 당황하는 만큼 혼란스럽기는 몰입 중이던 주연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화면은 혼자가 된 정배찬을 비췄다.

정배찬은 인형을 가지고 인형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곧 나타난 조사랑과 한참 몸싸움을 벌인 이후, 정배찬은 아슬아슬한 슬로 모션으로 결국 인형 반납에 성공했다.

에러랜드의 호러 하우스 건물 사진이 은지처럼 흑백으로 변해 버렸다.

이어서 쾅, 파란색의 ‘폐쇄’라고 쓰인 도장이 쾅 찍혔다.

앞으로 남은 곳은 네 곳.

일반인이 승리하기 위해선 스파이의 구역을 파훼하고 모두 폐쇄해야 한다.

한편 스파이는 일반인과 달리, ‘진짜 기지’ 외 다른 곳의 인형을 반납해야 한다는 미션을 받았다.

또한 자신의 기지가 폐쇄되는 순간.

일반인의 탈락 때처럼 직접 알람이 가진 않지만, 소리 없이 탈락하게 된다.

물론 스파이가 다섯인 만큼 다섯 기지 모두 ‘진짜 기지’였다.

이건 PD와 작가진이 스파이가 ‘다섯’임을 숨기기 위해 넣은 나름 ‘함정 단어’였다.

덕분에 현재 정배찬을 제외한 누구도 스파이가 여럿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두 번째 게임에서 스파이가 우승할 경우, 상품은 바로 ‘투표 결과 교환권’.

1등을 빼앗을 중요한 기회인 ‘투표 결과 교환권’을 얻을 미션이었다.

조사랑과 정배찬의 전쟁이 끝난 뒤, 화면은 전환되고 류석현과 서서운을 비췄다.

―아악, 악! 내가 놓을게! 인형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건데!

―인형 놔! 내가 놓을 테니까, 놔!

두 사람은 다 스파이면서 아닌 척, 모른 척 인형을 자기가 가지고 가겠다는 둥.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짓말과 핑계를 대며 인형을 받아 오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가 스파이기 때문일까.

둘은 이 수상한 핑계를 오히려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게 고집을 부리며 싸우던 그때, 한참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끝내 서로가 스파이라는 걸 눈치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눈치를 보던 두 사람은 재빠르게 서로 검정, 주황 드레스를 입은 인형을 먼저 올리기 위해 달렸다.

중간에 빼앗거나 빼내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인형의 발 또는 신체 일부가 인형의 집에 스치는 순간 끝나 버렸으니까.

기회는 없었다.

류석현과 서서운은 허무하게 나란히 새빨간 ‘탈락’ 도장이 찍혔다.

이제 남은 것은 은호와 정배찬.

그때였다.

[이은호 옆에 있는 사람은?]

[이은지?]

[은지가 살았다?]

화면이 바뀌고, 자막이 쾅 붙었다.

시간을 뒤로 돌아가며, 편집된 영상으로 은호가 은지를 구해 내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리고 종이를 통해 미션과 우승 방법을 유추하는 일까지.

이어서 장면이 전환되며 조사랑과 싸우던 정배찬이 좌절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정배찬은 은지가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스파이이자, 유일하게 다섯 멤버들 모두 스파이라는 사실까지,

은호와 은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했던 모든 행동까지 콕콕 짚어가며 낱낱이 공개됐다.

하지만 내내 여유롭던 정배찬은 표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은호와 은지와 재회한 순간.

콰광!

정배찬이 들어찬 화면에 벼락이 치면서 정배찬도 굳어 버렸다.

은호와 은지가 들고 있던 두 개의 구체 관절 인형 때문이었다.

인형은 각각 노랑, 파랑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 그거 뭐야? 어디서 났어?”

―어…… 선배님, 이거 뭔지 모르세요?”

잠시 당황했으면서 뻔뻔히 연기하는 정배찬을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며 은지가 물었다.

최근 연기 연습을 한다더니 빈말은 아닌 듯 정배찬의 뻔뻔함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아마 이후 그가 출연한 히트작 드라마를 몰랐더라면 까맣게 속아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는 거 아니에요? 나 버리고 가셨을 때, 이거 챙겨 가는 거 본 적 있는데…….

―…….

은지가 의심하며 그를 몰아붙이던 그때였다.

은호는 일부러 모른 척, 어차피 할 일은 하나였기에 정배찬에게 남색에 가까운 파란 눈동자에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인형을 건넸다.

은지가 들고 있는 다른 인형은 갈색 눈에 파란 드레스를 입은 인형이었다.

은호와 은지는 인형을 놓으면 게임이 끝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모른 척, 인형의 집까지 다 와선 정배찬에게 물었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그냥 이렇게 놓으면 돼.

정배찬은 ‘어차피 내 건 아니니까’ 손해는 없다고 생각하며 가지고 있던 인형을 인형의 집에 놓아 뒀다.

띠링.

그리고 단체 문자 소리가 들렸다.

휴대폰을 확인한 정배찬이 황당한 얼굴로 소리쳤다.

―내, 내가 왜 탈락이야?!

그때, 은지가 ‘하하하하!’ 웃으며 갑자기 이상한 포즈를 잡았다.

―왜 탈락이냐고 물으신다면!

―야, 이거 진짜 해야 해?

은호가 질겁하며 그런 은지에게 물었다.

―아, 얼른! 프로답게!

―하…….

은호는 땅이 꺼질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외로 은지를 따라 거울처럼 포즈를 잡으며 외쳤다.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추억이 어린 만화의 명대사였다.

그런 은호와 은지를 보며 정배찬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두 사람을 넋 놓고 바라봤다.

은호의 얼굴은 곧 익어 버릴 것처럼 붉었다.

정배찬의 기지 인형 색은 눈도, 옷도 파란색이다.

정배찬이 자리에 놓은 인형은 눈은 파란색이었지만 옷은 노란색.

한편, 은호와 은지가 가지고 있던 인형은 눈은 살짝 어두운 갈색빛을 띠었고, 옷은 파란색이었다.

화면 속 시간은 은호와 PD가 ‘딜’을 하던 그때로 돌아갔다.

―PD님, 저 스파이 다섯인 거 맞혔으니까, S급 힌트 받아야 하잖아요?

―그렇죠.

―힌트 누가 범인인지 알려 주는 그런 힌트죠?

―……아닌데요.

―하하, 뭐, 아니라면 더 다행이긴 한데, 저 S급 힌트 포기하는 대신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네.

PD로서는 괜찮은 딜이라고 생각했다.

―이거 인형, 옷이 기준인가요, 인형이 기준인가요?

―무슨 말씀이시죠?

―저희가 다시 놓고 온 우주선 기지 쪽 인형이랑 이 노란 드레스 인형이랑 옷을 바꿔치기해도, 정배찬 선배님이 탈락하는 걸로 들어가는지 확인하려고요.

은호와 은지가 앞으로 벌일 일을 알기 전까지는 그랬다.

PD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지금껏 이런 짓까지 벌이는 멤버들은 없었던 터라, 이 부분에 관해선 규칙이 정해지지 않았던 상황.

‘하지만 방송상 장면은 재미있게 나올 것 같긴 한데…….’

PD는 고민했다.

―……해 보시면 아실 겁니다.

PD는 애매하게 답을 둘러댔지만, 은호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은호는 대답하던 PD의 표정만으로 원하는 답을 들은 듯했다.

―감사합니다.

은호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이건 그 결과였다.

화면 속 퓨쳐 시티 사진이 앞서 다른 기지처럼 검게 변하더니 ‘폐쇄’라는 파란 도장이 쾅 찍혔다.

이후 정배찬의 사진도 검게 흑백으로 변하며 곧이어 ‘탈락’이라는 도장이 찍혔다.

그뿐만 아니라, 뒤이어 은호와 은지가 들고 있던 원래 노란 드레스를 입고 있던 인형도 인형의 집에 반납하면서 방송에 얼굴조차 비추지 않은 최수민도 ‘탈락’ 도장이 찍혔다.

하지만 반전은 있었다.

―이은호, 이은지 씨의 승리라고 하기엔…….

아무래도 찝찝한 구석이 있기에 ‘투표 결과 교환권’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최수민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두 번째 미션을 마무리했다.

다가온 투표 시간.

미공개였던 우승 상품이 공개되고, 은호와 은지는 진심으로 감탄을 터뜨렸다.

‘한우 세트!’

이건 꼭 이겨야 한다.

두 사람은 투지가 불타올랐다.

은호와 은지는 힌트를 받았던 대로 서로에게 투표했다.

하지만 방송을 챙기며 은지의 탈락을 복수한,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반전이 될 최수민의 결과 교환권.

―저는 이분과 교환하겠습니다.

―아아아!

유일하게 은호와 은지의 점수를 정확히 알고 있던 정배찬은 탄식을 터뜨렸다.

최수민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증명하듯 ‘이은호’라고 쓰인 카드를 골랐으니까.

은지는 은호에게 1점 표를, 은호는 은지에게 3점 표를 던졌다.

즉, 1등은 은지였다.

―오늘의 우승자는 E-UNG! 이은지 양입니다!

류석현이 결과를 발표하며 상품인 한우 세트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꺄아아악!!!

마지막까지 우렁찬 은지의 기분 좋은 비명에 다들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축포가 터지는 화면을 끝으로, 여러모로 레전드를 남긴 체인지 파트너 ‘E-UNG’ 편은 그렇게 끝이 났다.

* * *

성공

―잠시 후, ‘체인지 파트너’가 시작됩니다.

‘잠시 후’라고 하지만, 광고만 10분.

인트로 나오고 광고 또 나올 테니까…….

“……지금 딱 준비하고 자리 잡으면 시작하겠다!”

주연은 아직 새집 냄새가 가시지 않은 가게 뒷정리를 마치고, 감자튀김을 한 움큼 정도를 간단하게 튀겨 냈다.

완성된 감자튀김은 대충 아무 그릇에 담아 모차렐라와 체더 치즈를 한가득 뿌렸다.

아직 뜨거운 감자튀김의 온도 탓에 치즈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노릇하게 녹아내렸다.

가게에 하나뿐인 테이블 위에 치즈 감자튀김을 올리고, 후다닥 음료 냉장고에서 대충 캔 맥주 하나를 꺼내 자리에 앉았다.

캔을 딴 그 순간.

짤깍, 취이익―.

“어어어!”

급하게 달려오느라 흔들리기라도 했는지 맥주 거품이 넘칠 듯 부풀어 올랐다.

주연은 급하게 입을 가져다 대며 후르릅 맥주를 삼켰다.

“크흐!”

하루의 고단함이 쓸려 내려가는 시원함!

퇴직금과 그간 모아 온 돈으로 연 내 가게.

여유를 위해 약간의 대출을 받긴 했지만, 무리는 아닐 정도로 안정적인 시작이다.

비록 4인 테이블이 하나 있는 작은 가게이긴 하지만 솔직히 매출은 나쁘지 않다.

매장으로 오는 손님보다 인터넷, SNS를 통해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은 덕분이었다.

‘곧 올 때가 됐는데…….’

게다가 오늘은 더 특별한 날이었다.

개업 이후 슬기가 이곳을 처음으로 방문한다.

최근 곧 나올 E-UNG의 첫 1집 미니 앨범 ‘TIME’ 일로 코디인 슬기도 최근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빴더랬다.

“곧 시작할 거 같은데, 슬기 많이 늦나?”

그때였다.

가게가 위치한 골목이 왠지 시끌시끌했다.

잠시 후.

“나 왔어!”

슬기가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외쳤다.

“왔어?”

그런 슬기를 반갑게 맞으며 주연은 들어오라며 안내했다.

“나 오늘 빈손으로 왔는데.”

“괜찮아. 너 요즘 바쁜 거 내가 제일 잘 아는걸. 여기까지 와 준 게 나한텐 선물이야.”

주연이 웃으며 말하자, 슬기는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럴 줄 알았지. 내가 이런 우리 천사 쭈를 위해 비록 손은 빈손으로 왔지만, 대신 선물 같은 존재를 모셔 왔지요!”

“응?”

그때였다.

“안녕하세요! 언니!!! 꺄악! 뭐야, 가게 대박 귀여워!!!”

“이은지, 시끄러워. 진정 좀 해. 주연 씨, 오랜만이에요.”

주연은 은호와 은지의 깜짝 등장에 너무 놀란 듯, 천천히 입을 틀어막더니…….

그대로 흰자를 까뒤집으며 풀썩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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