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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71화 (171/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71)

급하게 달려 도착한 호러 하우스.

조금 전까지 소리를 지르던 은지의 목소리가 더 들리지 않는다.

‘뭐지?’

그때였다.

“엇……!”

낯선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튼 그 순간.

뒤를 돌아보자 조사랑이 어정쩡하게 손을 뻗은 채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뭐 하려고 하셨어요?”

“그냥 은호 씨가 있길래. 인사하려다가…….”

경계를 띤 채 묻자 조사랑은 멈칫하더니 바쁘게 양손을 저으며 물었다.

“은지 구하러 왔어요?”

“구하러 왔다기보다…….”

“응? 동생 구하러 온 거 아니었어요?”

“아뇨. 그것보단 욕하는 거 막으러 온 쪽이 더 가까워요.”

“아? 아, 하하하. 아하.”

조사랑은 당황한 듯하더니 금세 이해했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선배님은 그나저나 어쩌다 여기 계신 겁니까?”

“아, 여기가 우리 팀 미션 장소라서요. 근데 수민이가 중간에 갑자기 사라져서…….”

“수민 선배님이, 갑자기요?”

“네. 그래서 혹시 여기 있나 해서, 왔죠.”

스파이로 유력했던 정배찬이 사라진 지금.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첫 미션 당시 정보가 없는 최수민 선배.

서서운 선배는 미션을 위해 잠시 사라졌었다지만…….

정배찬 선배와 최수민 선배가 잠시 보이지 않았을 때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조사랑 선배는 정보가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정리되고 나서야 은호는 경계를 흩트리며 차분해졌다.

“들어가려고요?”

“네.”

“오……우, 잘해 봐요.”

조사랑의 왠지 찜찜한 반응에 은호는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냥 귀신의 집 같은 거 아니에요?”

“맞, 네……. 맞아요. 그냥 귀신의 집.”

이건 무슨 반응인 걸까.

조사랑은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나, 난 수민이 찾으러 다시 가 봐야겠어요. 그럼 수고해요!”

“네.”

이후 조사랑은 어쩐지 다급하게 최수민을 마저 찾으러 가겠다며 도망치듯 떠나 버렸다.

은호는 수상한 시선으로 도망치는 조사랑을 쫓다, 일단 급한 마음에 곧장 호러 하우스 안으로 향했다.

* * *

“놀이 기구 타기 전에 기지개를 펴도 인정되는 거죠?”

첫 번째 미션지를 받고 읽은 그 순간.

“그건 알아서 하시고. 정배찬 씨, 당신은 스파이입니다.”

“어? 나, 나요? 저요?”

어설픈 노인 분장을 한 남자는 당황해하는 정배찬의 반응을 무시하며 대뜸 검은 카드를 건넸다.

“이건 뭐…….”

“잠깐, 질문을 하기 전에 알아 둬야 할 것이 있소.”

“뭐예요, 그 말투는.”

“크흠, 나는 딱 세 가지 질문에만 대답할 것이오.”

“세 가지 질문에만 대답하는 거면, 음, 대답은 다 사실인 건 맞죠?”

“맞소. 에헴! 나는 거짓말을 하진 않소!”

어설픈 노인 분장을 한 남자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신경 써서 지은 표정의 결과물은 오히려 개그에 가까워 보였다.

카드를 받은 정배찬은 속에 쓰인 글을 소리를 내 읽었다.

“첫 미션에서 점수를 부여받은 후…….”

사실 첫 번째 미션에서는 성공 여부만큼 중요했던 것이 있었다.

바로 미션을 시도한 순서.

가장 먼저 스페이스 익스프레스 앞에서 기지개를 켰던 은지가 1번.

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기 전에 간단하게 체조를 하며 올라탄 정배찬이 2번.

몰래 기념품 가게에서 2만 원을 모두 사용한 은호가 3번.

즉, 그 사람의 점수가 됐다.

“두 번째 미션 시작 전, ‘기지’의 위치를 정하고 그 ‘기지’를 일반인에게 들키면 탈락이라는 거죠?”

“질문이오?”

“아뇨. 혼잣말! 그나저나 이거 내가 스파이라는 거면, 우리 지금까지 투표로 1등을 뽑았잖아요.”

“이번엔 질문이오?”

“아뇨. 아니, 아오, 말을 못 하겠네. 그, 스파이라는 게 다른 방법으로 우승을 할 수 있는 역할인 건가? 아니, 아니다.”

“질문을 하시오!”

“내, 내가 우승할 방법을 알려 줘!”

노인 역할의 남자는 정곡을 찔린 듯 PD의 눈치를 보다 입을 열었다.

“스파이의 표는 ‘0점’으로 들어가오. 투표 후 당신이 가장 높은 ‘점수’가 되면 우승이요.”

“그게 끝이에요? 뭐야. 원래 ‘체인지 파트너’랑 똑같잖아?”

“대답은 이미 했소.”

“아니. 그냥 스파이라도 가장 ‘많은 표’를 받으면 우승이면, 다를 게 없잖아.”

가짜 노인은 순간 표정 관리에 실패한 듯 비웃음이 띠었다

“뭐야, 아니야? 아! 나 마지막 질문 이거 할게요.”

“아니냐는 게 질문이오?”

“아, 아니, 그거 말고. 그, 호―옥시 나 말고 다른 스파이는 몇 명입니까?”

“…….”

정곡을 찔렀구나!

가짜 노인은 당혹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다시 PD를 돌아봤다.

PD는 노인 연기자에게 손짓으로 말해도 된다며 전했다.

정배찬은 한 명이 아니라는 걸 PD의 손짓만으로도 눈치챌 수 있었다.

“다섯이오.”

“예?!”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에 정배찬은 황당한 숨을 들이켰다.

한 명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다섯이라니…….

“잠깐만, 이거 게스트인 은호랑 은지 빼고 싹 다 스파이라는 소리잖아!”

“쉿! 조용히 하시오! 그리고 이제 질문 기회는 끝났소. 장사 끝! 어서 가시오.”

“아니, 잠깐만! 그리고 장사는 무슨 장사를 했다고!”

“가시오!”

정배찬은 가짜 노인의 축객령에 불만을 가득 품은 채 투덜거리며 나왔다.

“이은호!”

“은지야, 저쪽에 있는 카메라는 아직 안 꺼졌다.”

“헉, 어디!”

“니 뒤요, 멍청아.”

“근데 왜 넌 막말하냐.”

“난 마이크 아직 안 달았거든, 멍청아.”

“자꾸 멍청이라고 하지 마! 우럭 주제에 사람 놀리기는.”

“호박 주제에 사람인 척하기는.”

“나보다 힘도 약한 주제에.”

“응. 나보다 게임도 못하는 주제에.”

“야!!!”

은지가 버럭 소리친 순간 많은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그중에는 정배찬도 섞여 있었다.

정배찬은 한 걸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은호와 은지를 가만히 지켜봤다.

‘어? 생각해 보니까…….’

스파이의 표는 0점이라고 했다.

그리고 스파이는 다섯 명.

고정 멤버들의 표는 모두 0점이라는 말이다.

그 말은 곧, 저 두 사람한테 표를 얻으면?

우승.

정배찬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체인지 파트너에서 우승한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의 투표로 1등이 결정되는 만큼, 팀이 되었을 때 서로에게 얼마나 잘해 주느냐가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단둘.’

그것도 모든 멤버들이 오늘 처음 본 신인 남매 아이돌이 목표물이다.

‘기회다.’

정배찬의 입가에 활짝 미소가 틔었다.

정배찬은 은호와 은지에게 인형과 장난감을 사 주고, 살갑게 구는 등 다른 팀임에도 불구하고 좋게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첫 번째 미션이 끝나고.

“여러분들 사이에 스파이가 숨어 있습니다.”

“어?”

“스파이?”

“언제부터?”

정배찬은 다섯 명 중 유일하게 은호와 은지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스파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정배찬은 그래서 다른 멤버들의 놀라하는 연기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뻔뻔하기는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팀전이긴 하나, 스파이들은 놀이기구를 타기 전 스트레칭을 한다거나, 2만 원을 같은 팀 몰래 사용하는 등 개인 미션을 수행하면서 시크릿 아이템을 얻었다.

그에 비해 은호와 은지는 개인 미션을 수행하면서 얻은 이득은 사실상 없었다.

다만, 마지막에 같은 팀원의 개인 미션을 말했을 때 B급 힌트를 얻는 것에선 반대로 스파이들이 사실상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하나 같이 자신이 스파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정답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걸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다음 미션이 시작되기 전.

긴 준비 시간 동안 다섯 스파이들은 기지를 선택하는 데에 분주했다.

그건 정배찬도 마찬가지였다.”

“꼭 인형을 이 ‘종이’ 위에 올려 두셔야 합니다.”

“이 종이가 뭔데요?”

이 흰 종이는 뭐지?

하지만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듯 PD는 냉정히 무시하며 정배찬에게 구체 관절 인형과 하얀 종이를 하나를 건넸다.

“이걸 놓아 두는 위치에 스파이님의 기지를 지킬 방어 함정이 적용될 겁니다. 함정을 뚫어 내지 못하는 사람은 탈락하게 됩니다.”

“오, 기지 방어 시스템! 멋있는데?”

기지…….

PD에게 설명을 들은 정배찬은 놀이공원을 한참 떠돌다, 퓨쳐 시티에 한구석에 PD가 시킨 그대로 종이 위에 인형을 놓아 뒀다.

자리에 돌아온 정배찬을 시작으로 서서운, 최수민, 류석현이 순서대로 화장실, 의상, 메이크업, 간식 등 온갖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떠났다.

조사랑도 슬슬 눈치를 보며 일어나자, 먼저 다녀온 정배찬은 웃으며 조사랑을 불렀다.

“사랑, 어디 가?”

“아, 호러. 아니, 그그…….”

“화장실?”

“어! 응! 맞아! 화장실 다녀오려고. 하하.”

조사랑은 당황한 모습을 차마 감추지 못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그 모습에 정배찬은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잠시 후, 자리를 비웠던 조사랑이 돌아오고 약 20분가량 지났을 즘이었을까.

핑계가 아니라, 정배찬은 잠시 정말 화장실에 다녀왔었다.

그렇게 촬영을 위해 급하게 자리로 돌아오던 그때였다.

“둘이 팀이에요?!”

“응…….”

은지가 한창 팀을 구하고 있었다.

조사랑과 최수민은 서로가 스파이라는 걸 모르는지, 서로의 표를 얻기 위해 팀을 꾸린 것 같았다.

그건 곧 은호와 은지만 스파이가 아니라는 걸 유일하게 알고 있던 정배찬에게는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은지야, 나랑 팀 할래?”

은지를 비추는 조명까지 가려 가며 정배찬은 다급하게 은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결과는?

당연히 팀이 됐다.

벌써 우승에 한 발자국 다가간 것이나 마찬가지!

“저, 혹시 우주선 놀이 기구가 어디 있어요?”

“우주선 놀이 기구? 아, 퓨쳐 시티에 있을 거예요.”

“오! 혹시 우주선 놀이 기구 있는 곳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혹시 그게 어디인지 아시나요? 옆에 로봇이 있다고 하고, 근처에서 무슨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어어! 은호 씨, 미션 구역은 스스로 찾으셔야 합니다. 직원분께서도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

은호는 출발 전에 확인차 도우미로 대기 중이던 한 직원에게 물었다.

하지만 PD가 저지하면서 얻은 것은 없었다.

정배찬의 들뜬 기분은 은호의 질문을 본의 아니게 들어 버리면서 와장창 무너졌다.

‘저거 내 기지 설명 같은데……?’

정배찬은 은호가 찾고 있는 곳이 자신의 기지가 아니길 간절하게 바라며 기억을 더듬어 제 인형을 어디 두었는지를 떠올렸다.

우주선 같은 놀이 기구가 있었다.

게다가 바로 옆에 회전목마 대신 로봇을 탑승하는 곳까지.

옆에는 무슨 기계가 놓여 있는 건지, 자꾸만 후잉후잉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었다.

정배찬은 숨이 턱 틀어막히는 기분이었다.

‘설마 이 종이가…….’

정배찬은 걱정하며 뒤늦게 은지와 함께 종이를 펼쳤다.

옆집에 갑자기 도깨비들이 나타났어요.

주변에 불빛이 보여요.

부탁이에요.

제발 저를 구해 주세요.

자신 역시 스파이기에 종이 속 미션을 본 순간 알 수밖에 없었다.

이건 스파이의 기지에 놓인, 구체 관절 인형의 위치다.

스파이는 총 다섯.

종이 또한 다섯 장.

A, B, C, D팀.

네 명의 스파이는 위치가 발각되지만 한 명은 살 것이다.

‘하필이면!’

정배찬은 불안했다.

아무래도 은호가 뽑은 종이가 자신의 기지 힌트인 것 같아서.

‘은호를 내 기지에서 떨어뜨릴 방법이, 뭐가 없을까…….’

정배찬의 시선이 은지에게 잠시 머물렀다.

‘얘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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