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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51화 (151/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51)

화랑 씨가 나가고 바다로 가자는 ‘휴식 시간’에 대한 회의를 하던 그때였다.

휴식 시간 때 바다로의 여행을 결정하면서, 대표님의 지인분께서 가지고 있다던 별장을 빌리는 쪽으로 이야기를 마친 뒤.

회의는 자연스럽게 다시 화랑 씨에 대한 주제로 돌아왔다.

대표님은 화랑 씨의 재능을 높이 샀다.

“저는 좋아요. 화랑 언니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거, 저는 완전 찬성!”

이은지는 뭘 기대하는지는 몰라도 굉장히 기쁘게 화랑 씨가 NRY 엔터테인먼트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환영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나는 여전히 화랑 씨에 대한 수상한 마음이 훨씬 컸다.

“조금 더 지켜보고 들이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보자며 의견을 더했다.

우리 회사에 가져온 녹음기처럼 똑같이 녹음하고 다른 곳으로 들고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악질적인 생각이지만, 이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만큼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대표님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럼 너희가 직접 파악해 보는 건 어떠냐.”

“뭘요?”

“우리 회사의 연습생으로 들이는 걸 찬성한다면 너희가 곡을 주겠다고 약속해.”

“저희가요?”

“곡을요?”

“그래.”

이은지와 잠시 시선을 마주쳤다.

‘되냐?’

‘모르겠는데.’

‘나도.’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우리 이야기는 충분히 쓸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부를 곡과 가사라니…….

“그 재능 너희 곡에만 쓰는 것보단, 이번에 톡신하고 했듯이 같이 작사 작곡한 거로 앞으로 다른 가수들하고도 합 맞춰 보면 좋잖아.”

“…….”

욕심은 나지만, 글쎄 과연 할 수 있을까.

“일단 생각은 해 봐.”

“네…….”

생각은 해 보라기에 난 당연히 나중에 다시 한 번 회의라도 거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휴식 시간이 닥친 날.

짐을 실은 뒤 뒤를 돌아보자, 화랑 씨가 보였다.

당황도 잠시, 대표님이 말했다.

“같이 가기로 했다.”

“예? 같이요? 어딜요?”

이은지가 당황하며 물었다.

“바다에.”

“바다에요?”

“그래. 같이 가기로 했다.”

그때, 대표님이 윙크하며 알 수 없는 신호를 보냈다.

우리가 전혀 알아듣지 못한 티를 내자, 대표님은 한숨을 푹 내쉬며 아주 짧게 설명을 추가했다.

“곡을 줄지 말지, 같이 지내면서 생각해 보라고.”

그런 예측 불가한 당황스러운 상황으로 시작된 화랑 씨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첫 여행이었다.

별장에 도착한 이후 짐을 옮길 때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파악한 바로는 화랑 씨는 모난 곳 없이 착한 사람이었다.

현재까지는 그랬다.

우리가 힘들어 보일 땐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해 바쁘게 뛰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은지와 난 화랑 씨의 도움을 거절했다.

이은지는 흥미 정도에서 피한 것 같았지만, 난 곡을 달라는 요청을 줄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피했다.

타인의 곡 가사를 쓴다는 것에 자신이 없기도 했고, 아직은 경계심이 크기도 했다.

짐 정리를 마친 뒤에는 젖어도 상관없는 검은 셔츠와 반바지를 걸쳤다.

“야! 선크림 바르고 나가!”

“귀찮은데.”

“발라라. 활동할 때―.”

“알았어, 알았어! 잔소리는!”

“잔소리를 안 먹게 니가 스스로 잘 관리를 하면 되는―.”

“아아아아아아아!!!”

귀를 막으며 ‘아아아’거리며 까부는 이은지 뒤통수를 후려칠 뻔했다.

다행히 그 뒤편에 서 있는 당황한 모습의 화랑 씨를 보고 겨우 본능을 억누를 수 있었다.

“빨리 바르기나 해!”

이은지를 향해 들고 있던 선크림을 던졌다.

이걸로라도 한 대 맞으라는 마음으로 던진 건데, 동체 시력이 좋은 건지 이은지는 아주 가뿐하게 선크림을 받아 들며 히죽거렸다.

‘아, 짜증 나.’

그나저나 나야 이쪽이 더 편해서 티셔츠랑 바지를 입긴 했는데, 비키니를 입겠다던 이은지도 차림새 자체는 비슷했다.

“뭐냐, 너 비키니 입는다고 하지 않았냐?”

“지는? 언제 빤스만 입을 거라며?”

“니가 입으면 나도 입겠다 했었지. 뭐야, 입길 바랐음?”

“내가 돌았냐? 그 꼴 보기 싫어서 나도 안 입은 거거든.”

“오.”

“뭘, ‘오’야. 내 안구가 걱정돼서 안 입었다는 건데.”

“X랄.”

“응.”

이은지는 대답하면서 동시에 중지를 치켜올렸다.

한편, 한 발자국 뒤에서 이 모습을 모두 지켜보던 화랑 씨의 표정에는 조금 더 당혹스러움이 가득 들어찼다.

그때였다.

“너희 여기서도 싸울 거면 잠깐 나랑―.”

“아닙니다.”

“선크림도 다 발랐으니까 나가 볼게요!”

대표님이 갑작스럽게 방 안에서 튀어나왔다.

일단 뭘 하자는 건진 전혀 듣지 못했지만, 본능이 당장 도망치라고 외쳤다.

이은지랑 난 곧장 밖으로 뛰쳐나왔다.

펜션에서 바다까지는 달려서 채 2분이 넘지 않을 정도로 짧은 거리에 있었다.

발에 닿은 생각보다 미적지근한 바닷물 온도를 느끼며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저건 뭐지.’

이은지 머리에 막대기 하나가 길쭉하게 꽂혀 있었다.

“야, 그 긴 막대기는 뭐냐.”

“막대기라니, 비녀도 모르냐?”

“그게 비녀였어?”

너무 아무것도 없는 디자인 때문에 비녀인 줄도 몰랐다.

이은지는 대충 긴 머리를 돌돌 말아 끈 대신 비녀로 고정한 듯했다

“검은 티 안 더워?”

“뜨뜻미지근해서, 딱히.”

이은지가 무릎까지 잠길 정도의 거리에서 물었다.

‘뭔가 불안한데.’

직감은 정확했다.

“더워 보이니까 물이나 먹어라!!!”

이은지가 갑자기 태세를 전환하더니 손바닥을 이용하여 내가 있던 방향으로 미친 듯이 물을 튀기기 시작했다.

“아, 미치―! 퉷! 야!!!”

내가 있던 위치는 겨우 발목만 잠길 수준이었기에, 나는 이은지한테 아무리 뿌린들 물의 양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 그만해!!!”

“하하하핰핰.”

이은지가 빵 터지며 여전히 미친 듯이 물을 뿌려 댔다.

난 이은지를 피하려고 바다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오며 경고를 날렸다.

“넌 뒤졌다, X발.”

“하하하핰, 해보시든가!”

“난 분명히 경고했다.”

* * *

은호가 물을 뚝뚝 흘리며 펜션 방향으로 향했다.

어딜 가는 건지 가만히 지켜보던 은지는 이내 몸에 힘을 풀며 바다에 몸을 띄웠다.

“좋다…… 읍. 콜록, 콜록.”

이게…….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바보같이 분위기에 휩쓸려 혼잣말을 하다가 얼굴이 잠겨 버렸다.

코가 알싸해질 정도로 바닷물을 들이켰다.

급하게 일어나서 뱉긴 했지만 얼얼한 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자리에서 그렇게 먹을 바닷물을 뱉어 내고 있던 그때였다.

푸샤악!

“뭐, 뭐야?”

은지는 해변이 아니라 바다 쪽 방향을 보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갑자기 등 뒤에 닿은 차가운 느낌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 얼굴로 날아온 물줄기를 봐 버렸다.

“이, X!!!”

직선으로 날아온 물줄기는 그대로 얼굴을 때렸다.

“하하하! 후회할 거라고 했잖아, 멍청아!”

“X친 놈아! 니 나이가 몇인데!”

“응, 나 지금 스물둘!”

“이, X랄, 너 나이 X발! 푸확! 야! 그만해! 푸훕! 물총은 반칙이잖, 푸후읍!”

은지는 정확히 얼굴을 공략하는 물총 물줄기를 손바닥으로 막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은호는 일부러 더 물줄기를 이리저리 흔들며 좌우, 위아래 온갖 방향에서 은지의 얼굴을 노리며 공격했다.

“아아아악!!!”

가만히 공격만 당하다 보니 점점 화딱지가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때 때마침 물총의 물이 다 끝난 듯, 물총의 물줄기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은지는 이틈을 타, 물총에 장전할 시간 따위는 주지 않겠다는 기세로 미친 듯이 은호한테 물을 퍼 날렸다.

은호에게 물결이 파도처럼 쏟아지던 그때.

은호도 챙겨 온 물총을 내던지고 똑같이 은지를 향해 물을 튀기기 시작했다.

한 시간 내내 끊임없이 그렇게 온 힘을 다해 물을 튀기며 놀았다.

은호와 은지가 바다에서 놀고 돌아왔을 때.

바깥에서 테이블을 정리하던 화랑은 다가오는 남매의 모습에 잠시 멈칫했다.

‘엇…… 꼭, 그때 같은…….’

처음 마주했던 비가 오는 날.

그날처럼 남매는 물에 젖은 생쥐 같았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은 둘 다 바다에서 가진 모든 기력을 소모하고 온 듯.

마치 좀비 같은 퀭한 눈을 한 채 모래사장을 터벅터벅 걸어 나오고 있었다.

모래사장에서 나온 은호가 풀밭에 물을 주는 용도인 듯 밖으로 나와 있는 호스 앞에 서서 말했다.

“너 먼저 욕실 가서 씻고 나와.”

“어.”

은지는 찝찝한 바닷물을 씻기 위해 먼저 욕실로 들어가고, 은호는 수도꼭지를 돌리며 물을 틀었다.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겉보기에도 굉장히 차가워 보였다.

화랑은 예의상 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분명 생각은 한 것 같은데.

어느새 화랑은 그런 생각을 까맣게 잊고 마당에서 젖은 옷 위로 물을 끼얹는 은호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차가운 물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은호는 단번에 찬물을 머리부터 끼얹으며 한 번에 온몸의 바닷물을 씻어 내렸다.

이후 물에 쳐진 머리를 단번에 쓸어 올렸다.

“하, 살겠다.”

물이 얼마나 차가웠던 건지, 은호가 입을 열자 김이 폴폴 올라올 지경이었다.

‘와.’

감탄이 절로 흘러나오던 그때였다.

“야, 이은호. 다 씻었어.”

“뭐 벌써 다 씻었대.”

“그냥 대충 씻고 옷 갈아입었어. 난 이따 저녁에 한 번 더 샤워할 거라.”

“아, 그러냐.”

은호는 대충 물먹은 옷을 짜내며 펜션 안으로 들어갔다.

젖은 차림으로 펜션까지 들어갈 수 있던 건 특이한 현관 구조 덕분이었다.

이 펜션은 현관 왼편에 불투명한 유리문이 있다.

그 문을 열면 곧장 몸을 씻어 낼 수 있는 샤워실이 설치되어 있었다.

펜션 안에도 욕실과 화장실이 붙어 있는 곳이 있긴 했지만, 편의성만큼은 이곳이 최고였다.

다만 현관 앞에 있는 만큼 아주 중요한 다른 문제가 있었다.

“야, 이은지.”

“뭐.”

“내 옷 좀.”

“니가 꺼내 입어.”

“그러고 보니까 니 옷은 어떻게 꺼내 왔냐?”

“당연히 미리 챙겨 놨지, 빠가사리야.”

“……그건 생각 못 했네.”

“하핰, 빡대가리.”

여기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이은지 생각보다 똑똑하네.’

내가 멍청했던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런 거다.

그 결과.

내가 만약 여기서 씻고 나왔을 땐?

어쩔 수 없이 발가벗고 나오거나 이 젖은 옷을 다시 입어야 한다는 건데.

그건 너무 싫다.

“야, 내 옷 좀 가져와.”

“싫어.”

“가져와.”

“아, 싫어.”

“안 가져오면.”

“안 가져오면?”

흐르는 1초 동안 오만가지 생각을 굴렸다.

이은지가 동할 만한 이야기가 뭐 있을까.

그때 떠오른 한 가지.

난 아직 대표님이 치킨 사 먹으라고 주셨던 10만 원을 아직도 이은지랑 안 나눴다.

옷 한 벌에 5만 원은 아깝지만, 이대로 욕실까지 가기엔 물을 뚝뚝 흘리는 꼴이 싫다.

그렇다고 벗거나 이 옷을 그대로 입기도 아주 싫다.

고민 끝에 5만 원을 희생하기로 했다.

“5만 원 줄게.”

“뭐, 대표님이 준 10만 원?”

“어. 아직 기억하네? 잊은 줄 알았는데.”

“기억하지, 니가 아직도 안 줬는데 내가 잊을 줄 알고?”

“한 달이 넘었는데 잊을 때 되지 않았냐?”

“그거 X발 어차피 나 줄 거라고 했었잖아. 니가 안 준 것뿐이었잖아!”

“응? 아니었는데? 내 돈인데 내가 왜 줘.”

“X새끼가?”

“근―데! 지금 내 옷 가지고 오면 5만 원 준다는 거지.”

은지는 잠시 열이 확 받은 것 같았지만, 이내 5만 원을 주겠다는 말에 동공이 흔들렸다.

“X발, 딱 기다려. 대신 당장 내놔라.”

“지갑엔 2만 원뿐인데?”

“그거라도 내놔. 그리고 인터넷 뱅킹 있잖아!”

“똑똑하네. OK.”

일단 오케이 했다.

“아오, 귀찮게.”

은지는 투덜거리며 박 대표님과 같이 쓰는 내 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내 방에서 다시 나온 이은지 손엔 색이 조금 탁한 내 하늘색 반바지와 시원한 재질의 리넨 셔츠가 들려 있었다.

아, 참.

물론 5만 원을 준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낚시를 왜 하나, 여기에 이미 대어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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