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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50화 (150/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50)

영양을 듬뿍 채운 후 푹 쉬고 돌아왔을 때.

은호와 은지는 박 대표의 권유에 못 이겨 저녁 낚시도 결국 한 번은 해 보기로 했다.

“어, 어어! 거, 걸렸, 어? 설마 방금 이게 그 소, 손맛! 이게 손맛이라는 그, 그거 맞아요?”

“하하하, 맞아. 이제 좀 관심이 생기냐.”

“와, 대박.”

낚던 도중 놓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손맛을 직접적으로 체험해 본 덕분인지 은지는 낚시의 매력에 매료된 듯했다.

한편, 물고기는커녕 뭐 하나 걸리지 않은 은호는 금세 낚시에 흥미를 잃고 다시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얼마나 지났을까.

“대표님.”

“어, 은호야. 왜?”

은호는 한숨 잤던 건지 부스스한 머리 꼴을 하고서 컨테이너 밖으로 머리를 내밀며 물었다.

“삼계탕 먹어도 돼요?”

“어. 먹어, 먹어. 먹으라고 사 온 건데, 뭘.”

“어! 나도! 나도 먹을래!”

늦은 저녁까지 박 대표와 같이 낚시를 이어 가던 은지는 삼계탕 이야기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이로 펼친 식탁에 현우와 은지가, 둘의 건너 자리에는 은호와 박 대표가 앉았다.

자리까지 대각선으로 떼어 뒀으니까.

오늘은 이제 더 안 싸울 거라고 이제 막 생각하던 순간.

“이은호.”

은지가 은호를 불렀다.

“살 좀만 떼 줘.”

“싫어.”

“아, 니 거가 더 크잖아!”

“내 건데 왜 X랄이세요. 억울하면 먼저 집었어야지.”

비대칭으로 뜯긴 닭 다리가 문제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박 대표는 한숨을 내쉬다, 은호와 은지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현우를 바라봤다.

“……너희 둘 다 내려놔.”

“예?”

“아니, 그게.”

“다리는 현우랑 내가 먹을 거니까, 둘 다 내놔.”

“그건 좀!”

“…….”

은호와 은지는 입술이 툭 튀어나와서 불만이 많은 표정이었다.

“어서. 먹고 싶으면 싸우지를 말았어야지.”

은호와 은지는 끝내 순순히 다리를 박 대표 앞으로 내려놨다.

박 대표는 현우에게 살코기가 많이 붙은 다리를 건넸고, 본인이 다른 한쪽 다리를 뜯었다.

한편, 현우는 빤히 쳐다보는 은호와 은지의 눈빛에 애써 시선을 돌리며 식사를 이어 갔다.

대신 다리를 빼앗긴 만큼 남은 전체 부위를 둘이서 찹쌀밥까지 몽땅 비워 냈다.

박 대표가 보기에 ‘얘들이 그렇게 굶어 가며 일하던 녀석들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엄청난 식탐이었다.

압력솥으로 삶았는지 삼계탕은 닭 뼈가 부드럽게 으깨질 정도로 부드러웠다.

그래서인지 은호와 은지는 뼈까지 몽땅 배 속에 집어넣어 버렸다.

덕분에 두 사람이 식사를 마친 자리는 먹는 장면을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설거지까지 끝났다고 착각할 정도로 잔반 하나 없이 깨끗했다.

* * *

그날의 일은 대부분 영상으로 촬영됐다.

박 대표와 직원의 편집을 거쳐, 긴 영상은 ‘추억의 놀이’ 편과 ‘야식 삼계탕 먹방’ 편으로 나뉘어, 오튜브 채널에 업로드됐다.

[내가 보려고 남기는

0:30 베개 싸움 시작

2:18 대표님 등장 (쭈굴)

2:36 젓가락 게임

2:50 속도 ㅁㅊ

3:21 결과

3:51 2차전 용가리 볼

5:55 속도 ㅁㅊ2

7:30 은지 벌떡

7:34 은호 좌절]

└ [감사]

└ [속도 ㅁㅊㅋㅋㅋㅋㅋ]

[진짴ㅋㅋㅋㅋㅋ 몇 년 웃을 거 오늘 다 웃은 듯ㅋㅋㅋㄲㅋㅋㅋㅋㅋㅋ]

[빵터짐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 너무 좋아하는뎈ㅋㅋㅋㅋ]

[와 근데 진짜 둘이 되게 잘한다 ㅋㅋㅋㅋㅋㅋ]

[속도감 장난 아니다ㅋㅋㅋㅋ]

[님들 2배속 걸고 봐 보셈 무슨 기술 쓰는 거 같음ㅋㅋㅋㅋ]

└ [이거 ㄹㅇ]

[은지 좋아서 일어난 거랑 동시에 은호 좌절하는 장면에서 찐텐 느껴져서 개웃김ㅋㅋㅋㅋ]

야식 삼계탕 먹방 편도 반응이 좋았다.

한편, 추억의 놀이 편은 이응의 팬이 아닌 사람들까지 찾아서 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진심으로 온 힘을 다해 게임을 하던 은호와 은지만큼이나 댓글 또한 ‘ㅋㅋㅋㅋ’로 열띠게 불타올랐다.

E-FAN에서 박 대표를 나쁘게 보는 인식이 하나 둘씩 생기는가 싶었지만…….

다행히 영상이 올라온 기점으로 의견이 분분하던 팬들의 분위기도 다시 좋아졌다.

다만, 정작 이번 일의 장본인들인 은호와 은지는 그런 응급처치로는 쉽게 일중독을 고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은호와 은지는 기절하듯 하루를 통째로 뻗어 버렸다.

집에 돌아왔다는 편안함에 긴장이 풀려 버린 모양이었다.

문제는 그날 이후부터 둘은 다시 밤샘 패턴을 되찾았다.

그러나 이번의 낚시 여행이 시작은 별로였지만 끝은 즐거웠는지, 바쁜 일정이 끝나고 나면 ‘휴식 타임’을 가지는 것에는 은호도 은지도 찬성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 * *

“여름 무렵이기도 하니까.”

“바다?”

“바다 괜찮네. 지난번엔 산에 갔으니까.”

이번 휴식 타임에는 어디로 떠날지에 대한 회의가 이어졌다.

박 대표가 서해와 동해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때.

은지가 기대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외쳤다.

“비키니!”

“……?”

은호가 못 들을 소리를 들었다는 것처럼 동그래진 눈으로 은지를 돌아봤다.

“입겠다는 건 아니지?”

“맞는데?”

“X쳤네.”

“뭐. 왜 시비야. 내가 입겠다는데!”

“아니, 입는 걸 X랄 하는 건 아닌데, 내 눈 테러 하지 마세요. 극혐이에요, 동생님.”

은호는 한 손을 들어 눈을 가리며 말했다.

은지는 홧김에 그 손을 찰싹 때리며 대꾸했다.

“이은호가 삼각빤스 입은 거보단 낫거든.”

“아닌데? 내가 삼각팬티 입은 게 니가 비키니 입은 거보다 이쁜데?”

“무슨. X친, 극혐.”

“응. ‘극혐’이라고 내가 먼저 말했어. 그리고 니가 비키니 입는다고 하면 나도 삼각팬티 입을 거임.”

“돌았나, 진짜.”

“꼴 보기 싫으면 입지 말라고, 나도 그 꼴 보기 싫다고. 쉬러 가서 안구 테러당하기 싫어.”

“아, 입어, 삼각빤스 쳐 입어. X발, 입어! 입어 봐!”

성인들의 싸움이라기엔 유치함이 하늘을 찌르는 은호와 은지의 싸움.

건너편에서 해탈한 보살처럼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박 대표는 생각했다.

‘얘들아.’

나는 둘 다 보기 싫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냥 배 타고 낚시나 나갈까……?’

어쨌든 바다는 바다니까.

* * *

남을 위한 곡

“야, 이은호!”

“뭐!”

“이거 치워 놓으라고 했잖아!”

“니가 해! 나보다 힘도 센 데!”

“그럼 X발 니가 바비큐 그릴 옮기든가!”

화랑은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분주한 와중에 태양이 쨍쨍한 맑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은지야, 욕하지 마라!”

그때, 갑자기 버럭 소리친 박 대표의 목소리에 화랑의 어깨가 파르륵 떨렸다.

“아니, 저 우럭 새끼가 자꾸 꼴 받게 해요!”

“아이고…….”

박 대표는 어디서부터 정정해야 할지조차 막막했는지 고개를 저어 댔다.

우, 우럭……?

꼴 받게……?

화랑이 충격이라도 받은 듯 은지를 빤히 보고 있자, 문득 고개를 돌린 은지와 시선이 마주쳤다.

은지는 언제 욕이라도 했냐는 양 화랑에게 뻔뻔히 활짝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화랑은 저도 모르게 은지를 따라 엄지를 들었다.

물론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였다.

화랑은 혼란스러운 기분만큼이나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주변 상황을 둘러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나는 왜 온 걸까…….

* * *

시작은 녹음기를 맡긴 다음 날, NRY 엔터테인먼트에 다시 한 번 더 방문했을 때였다.

“화랑 씨한테는 너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아…….”

“미안하지만 화랑 씨를 당장은 우리 NRY 엔터테인먼트의 가족으로는 받아 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각오는 했기에 괜찮았다.

오히려 그렇다면 될 때까지 아집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버텨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원한다면 기회는 있습니다, 화랑 씨.”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바다 여행에 따라오세요.”

“네. 네?”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화랑이 퍼뜩 고개를 들자, 박 대표는 거절하는 것치고는 굉장히 밝은 얼굴이었다.

“바, 바다 여……행이요?”

“네. 맞습니다. 바다 여행. 은호랑 은지의 휴식 타임으로 여행 계획이 잡혀 있거든요.”

박 대표는 그제야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 회사는 작곡, 작사를 전에 본 우리 애들이 다 하고 있어요.”

“아…… 전곡을 다 직접 작사, 작곡하신 건가요?”

“예. 두 사람이 지내고 있는 집 1층에 작업실도 따로 있어서 편곡까지도 은지가 다 맡아서 하고 있지요.”

늘 무대만 봤던 터라 거기까지는 몰랐다.

‘듀오’였던가?

그것만 이응 본인들이 만든 줄 알았다.

전곡을 본인들이 만들었다니…….

“화랑 씨.”

“네.”

“은지한테 곡을, 은호한테는 가사를 받아 내세요.”

“……네?”

“우리 애들한테 곡을 받아 낸다면…….”

화랑은 다시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의 하늘을 바라봤다.

「“화랑 씨가 TaKa 엔터테인먼트와 어떤 연관이 있었는지 모두 잊고, 정식적으로 우리 NRY의 가수로서 다시 한 번 제대로 데뷔시켜 드리겠습니다.”」

‘데뷔’라는 단어에 심장이 떨렸다.

하지만 앞서 달린 조건에 다시 앞길이 막막해졌다.

대체, 어떻게…….

“선배님, 선배님께서 곡을 주시면 저는 여기서 데뷔를 할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는 상상을 해 봤다.

돌아오는 선배님들의 표정은 냉담했다.

냉기가 풀풀 풍기다 못해 한여름에도 불구하고 몸이 차게 식어 가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어떻게 머리를 굴려도 예의를 지키면서 이야기를 꺼낼 방법을 찾기가 힘들었다.

애초에 오늘 여행도 분명 휴식 시간이라고 했었으니까.

자신은 분명 갑자기 나타난 방해꾼에 불과할 터였다.

“와…….”

후욱, 바다의 짠 내를 머금을 바람이 화랑을 스쳐 갔다.

머리는 복잡한 와중에도 풍경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옆에는 숲인지, 산인지 모를 작은 언덕과 앞으로는 직진해서 2분만 달리면 바닷물이 발에 닿을 정도로 바닷가가 가까이 위치한 작은 펜션이었다.

이번엔 박 대표의 펜션이 아닌, 지인의 별장을 하루 빌린 곳이었다.

짐을 옮기는 내내 화랑도 불청객 입장인 만큼 어떻게든 돕기 위해 이것저것 상자를 옮기려고 했었다.

“에이, 언니는 이거 말고 저거 옮겨요.”

“이건 좀 무거우니까 제가 가지고 갈게요. 화랑 씨는 다른 거 옮겨 주세요.”

하지만 드는 족족 은지나 은호가 어디서 나타나는지도 모르게 화랑의 손에 들린 묵직한 상자들을 들고 사라졌다.

덕분에 첫 번째 계획이 완벽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계획대로라면, 묵직한 짐을 옮기는 그때.

은호나 은지가 “고마워요!”라며 인사를 건네는 타이밍을 노렸었다.

그때가 온다면 “고마우면 나중에 곡 하나 써 주실 수 있어요?”라며 농담인 척 말을 던져 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정작 결과적으로 옮긴 거라고는 조리 도구와 그릇 등 정말 가벼운 짐만 골라 옮긴 셈이 되었다.

이래선 도움을 받기만 해 버렸어…….

“아으, 다 옮겼다.”

그때였다.

짐을 다 옮긴 듯, 은지가 마당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눈을 감은 채 등을 기대고 있다.

‘아!’

화랑은 가까이에 있던 상자를 재빠르게 접은 뒤, 들고 은지에게 달려갔다.

“고생하셨습니다, 선배님!”

따가운 햇빛에 눈을 못 뜨고 있던 은지의 얼굴 위로 갑자기 그늘이 생겨났다.

화랑이 접어 둔 종이 상자를 이용하여 만든 그늘이었다.

“하하, 뭐야. 이거 햇빛 가려 주시는 거예요?”

“네. 더우신 거 같아서요.”

은지는 슬쩍 눈을 떴다.

때마침 은지를 빤히 보고 있던 화랑과 눈을 마주쳤다.

그때, 은지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인사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이렇게라도 도움 되고 싶어서 하는 일인 걸요.”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건 진심이었다.

한편, 화랑은 겉으로는 태연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작은 원숭이가 ‘꺄아아악!!!’거리며 아주 X랄 발광을 해 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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