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48)
[은지 ─ 새 비트예요!]
[대표 ─ 너 두 시간 전에 세 곡 보냈다 은지야….]
[은지 ─ 바쁘면 이따 드릴까요?]
[대표 ─ 이따 달라고 하면 더 늘어나는 거 아니냐?]
[은지 ─ ㅋㅋㅋㅋㅋ 딩동댕]
[대표 ─ 그냥 보내라]
[은지 ─ 넹~ (고양이가 경례하는 이모티콘)]
[68.mp3]
은지의 연락이 도착하고 몇 분 뒤.
[은호 ─ (노트 사진)]
[대표 ─ ?]
[은호 ─ 28번 가사입니다.]
[대표 ─ (머리 쥐어뜯으며 ‘그만!’이라고 소리치는 대머리 아저씨 이모티콘)]
[은호 ─ ???]
[대표 ─ 너나 은지나….]
[은호 ─ ?????]
[대표 ─ 됐다. 됐어.]
은호는 곡을 고르고 거기에 가사를 쓴다.
참고로 이 톡방에서의 번호는 은지가 만들어 낸 곡 중에서 통과된 곡에만 매긴 번호다.
고로, 현재까지 통과된 곡이 68곡이라는 소리였다.
밀려드는 선택지에 파묻혀 버린 박 대표는 그 연락을 받고 다음 날.
실제로 대표실 의자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며 소리쳤다.
“니들이 그냥 다! 알아서 해!”
“예?”
“네?”
“조만간 나올 ‘TIME’ 앨범처럼 몇 곡 세트로 묶어서 너희가 ‘알아서!’ 골라서 가져와.”
“저희 마음대로요?”
“그래. 그렇게 곡 추려서 모아 오면 그때 어떻게 갈지 직원들 모아 놓고 회의해 보자. 그러니까 나한테 그만 보내, 나한테. 제발. 고민하다 머리 다 빠져서 대머리 될 거 같으니까―.”
반쯤 농담처럼 대머리라는 말을 꺼낸 거였건만, 은호와 은지는 진심으로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더니 알겠다며 받아들였다.
덕분에 속은 편했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박 대표는 종종 구경 목적으로 은호와 은지가 곡 작업 중인 녹음실을 방문했다.
“구리지?”
“어. 생각보다 구리다.”
“버리자.”
“그래. 다른 거 불러 볼게.”
“40번 곡 가 볼까?”
“어.”
이미 굉장히 중독적이고 좋은 곡이건만, 은호와 은지는 일말의 아쉬움 없이 그 결과물을 ‘버리자’라며 의견을 합쳤다.
전적으로 은호와 은지에게 맡겨 버린 후, 이게 가장 큰 단점이었다.
박 대표에게 좋았던 곡임에도 불구하고, 그 곡이 세상에 공개가 될지 안 될지는 녹음 후 결과물이 은호와 은지의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에 달려 버렸다.
“버, 버리기는 아깝지 않아? 가사도 잘 써 놓고…….”
“에이, 안 아까워요. 이은호, 넌 가사 아까워?”
“어. 근데 괜찮아. 다시 쓰면 돼. 그거 아깝다고 붙잡고 있으면 더 좋은 곡을 놓쳐. 그게 더 아까워.”
“봐요. 그렇대요.”
더 좋은 곡을 놓치는 게 더 아깝다는데, 박 대표는 할 말이 없었다.
선택권을 넘겨 버린 박 대표는 아까움에 쓰린 속을 위벽 보호제로 달래야 했다.
그땐 곡만 아까웠지, 이후에 일어날 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낮에 일정이 있다면 저녁에, 만일 저녁까지 일정이 있다면 둘은 잠을 줄이고 새벽에 이렇게 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다 며칠 내내 그렇게 고생하고 하루는 기절하듯 뻗어 버린다.
눈을 뜨자마자 또 신곡을 만들고, 새 비트를 찍어 내고, 가사를 쓴다.
그마저도 이 상황을 박 대표가 알게 됐을 땐, 이미 몇 주간을 그렇게 생활한 후였다.
결론적으로 은호와 은지는 현재 2월 데뷔 이후, 박 대표의 기준에서 ‘휴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쉬는 날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솔직히 ‘NRY 엔터테인먼트 대표’라는 처지에선 은호와 은지의 일 중독은 정말 좋은 점이었다.
은호와 은지가 일한다면 수입이 들어오니까.
특히 최근 5월에서 6월 초의 첫 대학 축제 시즌에는 더더욱 그랬다.
은호와 은지의 무대 한 번에는 페이가 적어도 수백 단위를 오간다.
거기에 협찬까지 들어오면 그 액수는 더더욱 올라갔다.
그래도 방송 출연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탓인지.
이름이 알려진 다른 회사들의 아이돌들에 비해선 나름대로 저렴한 비용이었다.
덕분에 업계에는 저렴한 비용에 비해 고효율을 자랑하는 그룹으로도 잠시나마 소문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 이한 대학교에서의 대학 공연 날부터였다.
“네. NRY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예. NRY 엔터, 아, 네! 이, 인터뷰요.”
공연이 끝난 뒤, NRY 엔터테인먼트에 설치된 모든 전화에 불이 났다.
물론 비유였지만, 곧 정말 불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온종일 따르릉거리며 뜨거워지긴 했었다.
직원들 전부 하나같이 고객 센터처럼 수화기를 붙들고 있기 바빴다.
끊으면 곧바로 다음 전화가 들어오고, 또 다음 전화가 들어온다.
전화가 수백 통이 오는 동안, 회사의 직원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전화가 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황당하지만, 직원들은 언론보다도 늦게 SNS에서 은호와 은지의 애드리브로 진행한 이벤트와 은호와 은지의 직캠 영상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NRY 엔터테―, 죄송합니다. 이응은 현재 7월 일정이 풀 상태라 확인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때부터였다.
은호와 은지의 무대를 본 각종 언론은 물론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물밀듯 쏟아졌다.
순식간에 족히 여름이 끝날 때까지 일정이 빼곡해졌다.
회사에는 좋은 소식이 가득한 와중이건만, 박 대표는 그만큼 걱정도 커졌다.
화제를 모으게 되면서 톡신 문제로 TaKa 엔터테인먼트의 공문에 잠잠했던 방송사에서도 차츰 출연 제안이 들어왔다.
개중에는 단순한 인터뷰 방송 외에도 음악 방송 그리고 예능 출연 제안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예능은 은호는 괜찮지만…….’
아무래도 은지의 거친 성격 탓에 방송 사고를 걱정해서 일단 보류를 결정했다.
이후로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바빠지는 일상이 이어졌다.
6월 초에는 방송보다는 행사 일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루에 적으면 두 무대부터 많을 땐 다섯 무대까지.
돈을 더 얹어 주겠다는 제안까지 있을 정도였지만, 박 대표는 그 이상까진 두 사람의 컨디션을 생각해서 일부러 잡지 않았다.
「“하루에 세 곳 정도 꾸준히 잡혀 있긴 한데, 힘들다고 하면 컨디션 봐서 줄이려고―.”」
「“줄이지 마요! 이은호나 힘들겠죠. 저는 괜찮아요! 안 줄여도 돼요!”」
「“내가 니 친구냐, 이은지. 그리고 저도 괜찮아요. 무대 다섯 곳까지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오, 좋다. 다섯! 다섯 곳 할래요! 안 된다고 취소한 거 있으면 얼른 다시 받아요!”」
「“맞아요. 이렇게 떴을 때 바짝 벌어야죠.”」
「“너희는 꼭 이럴 때만 합이 잘 맞더라.”」
박 대표가 최대치로 제안한 건 세 무대였다.
그마저도 이걸 다섯 무대로 늘린 건 오로지 은호와 은지의 결정이었다.
팬들과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좋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활발한 활동에 E-FAN의 E%들은 좋아했다.
처음에는 그랬다.
[요즘 랑이랑 지지 갑자기 살 엄청 빠지지 않았어?]
└관리하는 거 아닐까?
└관리라고 하기엔 좀 심함;
└아이돌이라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최근엔 심각할 정도로 빠진 것 같긴 하더라.
└맞아, 갑자기 급속도로 너무 빠지니까 걱정돼 ㅠㅠㅠㅠ…
└빛창석 씨… 좋게 봤는데 이건 아니야…
E-FAN 어플을 확인하던 박 대표는 은호와 은지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걱정하는 팬들의 반응을 보며 똑같이 걱정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잘 먹여서 정상 체중에 가까이 만들어 놨더니…….’
바쁜 일정에 치인 탓인지 고작 이 주.
은호와 은지는 그사이 곧 -10kg을 찍을 정도로 눈에 띄게 살이 빠졌다.
E%는 물론, 회사에서도 걱정스러운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급격한 감량에는 격한 일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밥’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뜨라고 하면 밥이 남는 게 보기 싫다고…… 나중에 먹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먹긴 하나?”」
「“아니요……. 나중에…… 집에 가서 먹겠다고.”」
「“매번 장을 봐 둬도 썩어야만 냉장고 밖으로 뭐가 나오는 집에 뭐가 있다고!”」
한국인은 밥심이건만…….
혹독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은호와 은지는 일에 취해 툭하면 밥을 걸렀다.
박 대표의 잔소리 버튼이 오랜만에 눌린 건 며칠을 이미 그렇게 굶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부터였다.
박 대표는 은호와 은지의 보호자였다.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두 사람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법적으로 두 사람의 ‘보호자’ 위치에 있었다.
‘한 끼만 안 먹어도 속이 타건만……!’
은호와 은지의 과거를 모두 알고 있는 박 대표는 ‘굶었다’라는 말을 들은 순간.
심장이 바닥을 찍고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았다.
“이놈들은 자기들이 배곯지 않게 해 달라고 했으면서 자기들이 굶어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걱정은 박 대표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현우가 불쌍해 죽겠네…….”
박 대표는 현우를 잘 알았다.
겉모습은 항상 무덤덤하지만, 현우 역시 슬기와 마찬가지로 팬심과 관련된 계약서를 쓴 직원이다.
그 말은 즉, 은호와 은지에게 적잖은 애정을 가지고 일하는 친구라는 말이기도 했다.
현우는 그저 좋은 일도, 힘든 일도, 아픈 일도, 언제나 한결같이 티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일 뿐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만큼은 현우의 그 작은 변화를 눈치채 주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날 보고를 올리던 현우의 목소리는 평소에 비해 얕게 떨렸다.
관심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한 차이였다.
현우는 이응의 초창기 팬이지만, 일은 일로써 받아들이겠다.
그런 계약서를 쓴 팬이자 NRY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저다.
그 말은 곧 내 가수가 굶어 가며 일하는 모습.
그걸 이 주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두 눈 뜨고 지켜봤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 기분을 어떻게 참고 견딜 수 있을까.
박 대표만큼은 그 감정을 이해하기에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너희 한 번만 더 식사 굶었다는 이야기 들리면 일정 싹 다 취소해 버릴 줄 알아!”」
「“그리고! 활동 끝나면 휴식기 갖는 것도 다시 시작할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이런 협박이 과연 통할까.
박 대표조차 말을 하면서도 어이가 없었지만, 의외라고 해야 할지 아니나 다르겠냐고 해야 할지…….
이 이상한 협박은 은호와 은지 한정으로 아주 좋은 결과를 보였다.
잔소리가 터지기 하루 전.
E-FAN 어플에는 박 대표가 남긴 한 공지가 떠올랐다.
「E-UNG를 사랑해 주시는 E%분들께 알립니다.
안녕하십니까.
NRY 엔터테인먼트의 박창석 대표입니다.
최근 저희 ‘랑이’와 ‘지지’를 향해 걱정하시는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
그러하여,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교육을 위해 멀리 나오게 되었습니다.
…….」
그간의 경험으로 박 대표는 잔소리로는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로, 절대 빈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두 사람을 데리고 뜬금없지만, 낚시를 떠났다.
컨테이너 하우스로 가득한 그곳은, 낚시를 좋아하는 꾼들에게는 천국인,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낚시밖에 없는 곳이었다.
한편, 끌려온 은호와 은지에게는 그만한 지옥이 또 없었다.
‘휴대폰 금지.’
‘노래 금지.’
‘노트 필기 금지.’
‘작곡 금지.’
하나로도 미칠 것 같건만, 심지어는 흥얼거림까지 금지였다.
금지 사항에 대한 감시는 오튜브에 올리 겸, 현우가 촬영을 하며 감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