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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47화 (147/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47)

대표님까지 내 의견에 동참하면서 화랑 씨가 두고 떠난 ‘폭탄’은 우리를 TaKa 엔터테인먼트에서 지켜 낼 호신용으로 챙겨 두는 걸로 결정 났다.

그리고 이윽고 대표실은 귀신이라도 지나간 것처럼 고요해졌다.

모두 제각각 생각에 잠긴 탓이었다.

나 역시 화랑 씨가 말해 준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브앤시 무대를 봤을 때였던가.

화랑 씨는 무대를 망치는 남자 멤버를 대신해서 곡의 전 파트를 본인이 소화하고 있었다.

연습생 생활을 자그마치 7년이나 했다던가.

절대 적지 않은 기간이다.

나만 해도 데뷔가 1, 2년 미뤄졌을 때.

‘나는 내가 실력만 더 좋아진다면 대표님이 데뷔를 시켜 주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나는 당연히 데뷔하리라고 믿었다.

그때 나는 그게 얼마나 과분할 정도로 행운인지를 몰랐다.

‘그래서 먼저 데뷔했던 이은지를…….’

여전히 민망한 단어이긴 하지만, 동생을 질투했다.

하지만 화랑 씨는 달랐다.

‘7년이라니.’

그것도 데뷔할지 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연히 데뷔하리라 믿고 조급했던 그때의 내가 민망할 정도의 긴 시간이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은 다들 떠나는 와중에 홀로 거기서 버티기란 더더욱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더 긴 연습생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땐 그다지 실감이 되진 않았다.

그들의 삶을 몰랐고, 나는 내 앞길만 해도 벅찼으니까.

하지만 화랑 씨는 달랐다.

망친 무대를 내 눈으로 직접 봐 버렸었으니까.

7년이라는 긴 시간을 그렇게 고생하며 버티고 오른 무대.

거기서 같은 그룹의 다른 멤버가 무대를 망쳤다.

그 막막한 기분은 차마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나는 ‘이은지한테 내가 방해되지 않을까’만 고민했다.

이은지가 무대를 망친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 이은지가 아니었다면?’

생각을 바꾼 순간 막막해졌다.

나는 낯선 사람을 믿지 못한다.

그렇다고 무대는 나 혼자서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다.

‘화랑 씨는…….’

긴 준비 끝에 도전한 한 번의 기회.

그런 기회를 한순간에 날려 버린 사람은 그 상황을 쉽게 이겨 내기 힘들다.

하지만 그런데도 화랑 씨는 도전을 포기하진 않았다.

‘강한 사람이다.’

화랑 씨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화랑 씨에게 가진 첫인상이었다.

은호가 화랑이에 대해 생각을 하던 그때.

‘화랑 언니. 친해지면 왠지 다른 느낌일 거 같은데, 대표님이 받아 줬으면 좋겠다…….’

은호랑 생각의 방향은 달랐지만, 은지 또한 화랑을 생각하고 있었다.

* * *

일중독

NRY 엔터테인먼트에는 지금까지 댄스 팀 외에 ‘가수’ 직업군에는 은호와 은지가 유일했다.

은호가 회귀 전 당시에도 NRY 엔터테인먼트가 크게 성장한 후에서야 연습생이라는 존재가 생겼다.

들어온 연습생들은 당연히 나이가 한참 어린 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은지는 이제 막 연습생으로 들어온 아이들의 시선엔 신과 같았다.

냈다 하면 무조건 히트에 쉬이 ‘탑텐 킬러’라 불리던 때였으니까.

그래서 연습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먼저 다가가려고도 해 봤지만, 대부분 은지의 사나운 인상과 대선배라는 자리에 움츠러드는 경우가 많았다.

은지는 같은 소속사 출신 가수끼리 가깝게 지내는 것을 동경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깝게 지내기는커녕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하기가 힘든 사이.

애초에 오래 버티는 친구들이 없었다.

TaKa 엔터테인먼트와는 다른 이유였다.

사업과 돈에 직감이 좋은 돈 많은 대표 덕분에 복지는 상위 1%인 소속사였으나, 그만큼 수업이 고단한 탓이 컸다.

NRY 엔터테인먼트에 들어온 수많은 연습생 중, 좁은 바늘구멍을 뚫고 제대로 된 무대 위에 섰던 연습생은 몇 년간 단 한 그룹.

자존심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리는 이하늘 보컬 트레이너의 교육 방식.

이어서 인간의 몸으로 한계의 끝을 느끼게 만드는 이구름 댄스 트레이너의 교육 방식.

마음과 몸을 굴리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 외에도 박 대표가 직접 주도하는 교양 수업과 업계의 이야기까지.

공부할 게 많은 것 또한 연습생들이 많이 관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도 은지는 박 대표에게 부탁을 받아 연습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많았다.

박 대표는 이것을 선배들의 피드백 시간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피드백 시간 당시.

연습생들은 이때를 가장 기대하는 동시에 가장 두려워하기도 했다.

「“여러분들은 어떤 게 가장 힘들어요?”」

은지의 질문에 이구름의 교육법이 대두에 올랐다.

은지는 위로에 익숙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은지와 함께 섰던 첫 무대, 수원역 로데오 거리에서의 공연 당시에도 그랬다.

은호가 갑작스레 처한 공황 상태에, 은지는 놀란 마음에 화를 냈고 속상한 마음에 더 쓴소리만 뱉었다.

다른 곳에선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연습생도 이미 전선을 뛰고 있던 은지 앞에선 대부분이 범재에 불과했다.

심지어 ‘노력을 즐기는 천재’인 은지에게 연습생들의 투정은 공감조차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으음, 난 그렇게 연습해도 실력이 안 늘어서 고민이라거나, 이런 말을 생각했지.”」

「“이런, 그걸 ‘힘들다’라고 이야기할 줄은 몰랐네. 그게 힘들다라…….”」

「“그럼 그냥 관둬요. 여기서 버티고 남아 봐야 앞으로 힘들어지는 일만 더 많을 텐데, 벌써 징징거릴 거면 여기 왜 왔대.”」

은지가 웃으며 필터 없이 나온 대답은 여러 연습생의 가슴을 후벼 파고 좌절을 안겨 줬다.

한편, 은호는 역시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다만 은호는 애초에 연습생들의 존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하면.

「“데뷔 이후에는 급하면 하루 이틀 안에 안무를 익혀야 하는 일도 있을 텐데…….”」

「“그때마다 힘들어서 못 한다는 핑계를 댈 거라면 지금 당장 나가는 게 어떤가요?”」

「“이 수업 방식이 안 맞는다면, 회사 더러 바뀌라고 하기 전에 당신이 맞는 곳으로 떠나요.”」

이구름의 스파르타식 수업에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라며 수업의 강도를 낮춰 달라 요구한 한 연습생이 있었다.

당시 은호는 훈련의 강도나 수업의 난이도를 줄여 달라는 요구에 예민했다.

은지와 똑같이 하고 있던 본인조차 그 높은 성공한 ‘0.1%’에 들지 못하고 있었기에 더 강하게 이야기한 것이기도 했다.

여긴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 영역이 있는 곳이니까.

그래서였을까.

그 고난을 뚫고 데뷔한 NRY 엔터테인먼트 출신의 가수와 아이돌들은 은지의 성적에 못지않게 성공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한 번은 터질 거라며 음원을 쏟아 내다시피 끊임없이 냈으니까.

공장장이라 불리는 은지의 지원이 있었던 덕분에 가능한 영역이었다.

이구름의 제자로서, 그 그룹에게 밀려드는 X친 연습량은 일상이었다.

한편, 의외로 수업 강도를 줄여 달라 했다가 은호에게 한 소리를 들은 그는 데뷔에 성공한 멤버 중 하나이기도 했다.

팬들은 NRY 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아이돌들에게 우스갯소리로 ‘로봇’이라고 칭했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연예계 베테랑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조차 없던 탓이었다.

종종 너무 굴리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쓴소리가 있기도 했지만…….

박 대표가 준 ‘휴식 타임’이 당사자들에 의해 증명된 이후에는 그런 말조차 사라지게 됐다.

* * *

화랑이 남겨 두고 떠난 폭탄에 고요해진 대표실.

짝!

그때, 큰 손뼉 소리가 울렸다.

박 대표가 낸 소리였다.

“자, 일단 화랑 씨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희는 오늘 온 이유나 이야기하자.”

“아, 내일 방송 때문에 부르신 거 아니었어요?”

“응. 아니야. 그거 말고 약속한 거 있었잖아.”

“……?”

은호와 은지는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럴 줄 알았지.”

“……?”

“너희 이번에 바쁜 시기 지나면 꼭 ‘휴식 타임’ 갖기로 했잖아.”

“……언제요?”

“바빠질 무렵에.”

“바빠질 무렵이 언제…… 아!”

기억이 난 듯 은호가 손뼉을 쳤다.

‘뭔데?’

‘전에 바쁘다고 밥 먹는 거 미뤘다가 저녁에 잔소리 한 시간 들었던 날…….’

‘아.’

눈으로 소통이 끝난 뒤, 은지의 표정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박 대표는 황당함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의 달라진 표정은 기쁨보다는 우울하고 슬픈 쪽에 가까웠다.

“내 살다 살다 그간 고생해서 잠깐 쉬다 오라는 말에 울상 되는 애들은 너희가 처음이다, 얘들아…….”

“딱히, 고생하지는 않았는데…….”

“그래, 그래. 아무튼.”

“고생 아닌데…….”

은지가 중얼거리며 은호를 바라보자, 이번만큼은 은호도 은지에게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앨범은 발표하고 나서 쉬는 게 좋지 않아요?”

“그래. 좋지 않아. 안 돼.”

어딜 또 은근히 빠져나가려고.

첫 데뷔 이후 휴식에 대해선 처음부터 자주 이야기를 꺼냈었다.

하지만 은호가 능글맞게 일을 계속 만들었고, 그렇게 지금까지 연장되어 왔다.

박 대표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너희 쉬었던 날이 언제인지는 알아?”

“많이 쉬었잖아요. TaKa에서 저희 일정 막았을 때도 쉬고.”

“그게 무슨. 아이고, 은호야.”

박 대표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흘렸다.

“그건 다른 사람들은 쉬었다고 안 하고 신곡 준비했다고 한다…….”

* * *

신곡 준비를 위한 안무 연습과 보컬 레슨.

활동만 안 했을 뿐이지.

은호와 은지는 그간 일을 놓은 적이 없었다.

TaKa에서 일정을 막았을 때 또한 1층 녹음실 CCTV를 확인하면 은호와 은지는 밤낮 관계없이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기 바빴다.

[은지 ─ 새 비트! 이거 어때요?]

[은호 ─ (노트를 촬영한 사진) 가사요.]

은지가 신곡을 만들었다며 MP3 파일을 보내고, 은호가 가사를 썼다며 노트 사진을 찍어 보낸다.

매일 또는 미뤄져도 이틀에 한 번은 꼭 이런 연락이 왔다.

덕분에 박 대표는 둘의 연락을 기다리느라 연애라도 하는 사람처럼 자주 휴대폰을 바라볼 때가 많아졌다.

이전까지는 괜찮았다.

은호의 가사는 대부분 좋아서 확인만 하는 정도였고, 그 간격도 은지보다는 상당히 시간이 소요되는 편이었다.

다만 은지는 적어도 하루에 한 곡, 많을 땐 적어도 몇 시간에 한 두 곡씩 총 열 곡 정도의 곡들을 보내고는 했었다.

그나마 다행히 그간 그렇게 보낸 곡 중에선 듣는 순간, 명확히 ‘이거다!’라며 ‘감이 오는 곡’과 아닌 곡들을 쉽게 쳐 낼 수 있는 범위였었다.

하지만 최근 박 대표는 은지의 곡을 들을 때마다 선택에 힘듦을 겪고 있다.

심지어 무엇 하나 버리기 힘든 선택지가 매시간 하나씩 늘어난다.

「“이거 미칠 거 같다니까?”」

「“에이, 일을 잘한다는 건데 좋은 게 좋은 거죠. 아니에요?”」

「“좋지, 좋은데! 있어. 이거 직접 겪으면 은근히 미칠 것 같아.”」

「“은근히 미칠 것 같은 게 뭔지 모르겠네. 하하. 그렇지 바둑아?”」

「“냐―.”」

주기적으로 고양이 가족을 상봉시켜 주기 위해 집에 찾아오는 김철수 PD에게 박 대표는 힘듦을 토로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해할 리 만무했다.

은지의 작곡양은 여전했다.

다만, 최근 은지의 작곡 및 편곡 실력이 월등하게 좋아져, 이전까지는 열 곡을 보내면 그중 일곱 곡은 쳐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쳐 낼 게 없는 날이 더 많다는 게 문제였다.

회귀 전 은지를 전혀 모르는 박 대표로서는 ‘대체 어떻게?’라는 의문 생길 정도로 모를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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