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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137화 (137/309)

남매는 비즈니스로 일합니다 (137)

“돈 많은 대표님 덕분에 분수에도 없던 펜트하우스 하루 공짜로 쓰는데 이렇게라도 하루는 써먹어야지. 안 그래?”

“하하.”

뻔뻔하게 그 돈 많은 대표님 소속 가수인 은호를 보고 웃는 김 PD의 옷차림은 꼭 풍경과 맞춘 듯 진한 남색의 정장 차림이었다.

일전에 펜션 여행 이후 가까워진 덕분인지, 김 PD는 편하게 은호를 대하고 있었다.

머리를 최근에 자른 건지 눈썹이 보일 정도로 짧은 앞머리와 귀 끝에 겨우 닿을락 말락 하는 단발머리.

김 PD는 은호에게 눈길을 돌리며, 정장 바지에 한 손을 꽂아 넣고 정면을 바라봤다.

촬영장에 혹시 문제라도 있나 확인 겸, 잘 세팅(?)된 거실을 꼼꼼히 훑어보고 있었다.

“참, 너희 고양이 기르기로 했다며? 대표님한테 들었어.”

“아, 네. 기른다고 하기에는 다 자란 녀석이기는 한데…….”

은호는 잠시 당황한 듯 한 박자 늦게 답했다.

김 PD는 별로 개의치 않은 듯 여전히 정면에 시선을 둔 채 말을 이었다.

“어떤 애야?”

“예? 아, 그냥 까만…….”

“오, 눈은? 털이 까맣다고 했으면 노란색? 파란색? 젤리는?”

“네. 아, 노, 노랑요.”

왠지 흥분한 목소리로 김 PD가 돌아보며 물었다.

훅 돌아온 시선에 당황한 듯, 은호는 저도 모르게 말까지 더듬었다.

“그런데 젤리는 뭐죠.”

“발바닥 색깔. 고양이 발바닥이 젤리 같아서 그렇게 많이 부르거든.”

“아, ‘냥빨’ 같은 건가 보네요.”

“응. 맞아. 그건 용케도 알았네?”

“찾아봤거든요. 싫어하는 거.”

고양이 한 마리 골려 줄 방법이 뭐가 있을까 찾아본 나 자신이 레전드.

갑자기 밀려오는 현자 타임에 잠시 정신을 놓을 뻔했지만, 이어지는 김 PD의 목소리에 겨우 붙들었다.

“그래서 무슨 젤리야?”

“음, 걔가 저를 워낙 싫어해서 모르겠어요. 대부분 이은지랑 붙어 있거든요.”

그나저나 어쩌다 대화 주제가 고양이로 튄 걸까.

난 김 PD님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 그런데 김 PD님이 여긴 왜…….”

오늘 촬영을 맡은 롱잉 프로젝트의 김명훈 감독님은 어디 가고, 왜 김철수 PD님이 있는지.

“이번에 뮤직비디오 롱잉에 맡겼다며, 소식 들었어.”

“아, 네. 맞아요.”

“‘듀오’ 잘 빠졌길래 이번에도 다크오션이랑 할 줄 알았는데. 별로였어?”

“그건 아니고, 다크오션은 이미 일정이 있다고 해서요.”

“아하, 그랬구나. 내가 여기 있는 이유 물어보려고 했지?”

“……네.”

‘왜 오셨어요?’

‘왜 계세요?’

두 질문 모두 버릇없어 보이는 것 같은데 어떻게 물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먼저 이야기를 꺼내 줘서 감사했다.

“롱잉에 명훈이가 내 후배거든.”

“에?”

대답을 듣자, 순간 바보 같은 대답이 툭 튀어 나갔다.

그런 내 모습이 웃긴 건지 김 PD님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김 PD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설명을 더 보탰다.

“너희 이번 거 이것저것 다 섞여서 준비할 게 많잖아. 일정은 촉박하고.”

“그렇죠.”

“그래. 그거야.”

“아…….”

“후배가 마침 너희 거 작업한다길래 나도 숟가락 얻으러 온 거라고.”

그렇게 말하며 김 PD님이 흔드는 손에는 두툼한 촬영 대본이 쥐어져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이 바닥 인맥, 정말 좁구나.’

그때, 또각거리며 다가오는 익숙한 발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펜트하우스를 구경하러 갔던 이은지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대리석 위에서 힐 소리는 평소보다도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평소에 못 신는데, 이럴 때 신어야죠!”」

이은지가 신은 힐을 볼 때면 생각난다.

이은지는 혼자 큰 게 싫다며 평소에 구두를 신는 데 눈치를 많이 봤다.

그랬던 이은지한테 슬기 씨가 앞으로 의상에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구두와 운동화 중 취향을 물은 적 있었는데.

알아서 해 달라던 나랑은 달리, 은지는 거기에 한이라도 어린 듯 촬영 때만큼은 맨발이 아닌 이상 무조건 높은 굽을 신겠다며 의견을 냈다.

그 때문에 이은지는 정장과 맞춘 8cm 높이의 검은 하이힐을 신었다.

게다가 구두 밑부분이 빨간 힐을 가리키며 슬기 씨가 한 명품 브랜드명을 말했던 것도 같은데…….

「“설마, 그거예요?”」

「“제가 우리, 지, 아니. 은지 님 위해서 협찬 열심히 뛰어 봤어요. 어때요?”」

막상 다시 떠올리려니 브랜드명은커녕, 이은지가 ‘꺄악’거리면서 비명 지르던 것밖에 안 떠오른다.

아무튼 그 덕에 나까지 평소에는 잘 착용하지도 않던 높은 깔창을 착용해야 했다.

“이은호오어어어, 어어, 어어어!!!”

얘 또 이름 까먹었네.

“김철수 PD님.”

“어, 어어! 맞아! 김 PD님!”

살짝 이름을 흘려 주자, 그제야 이름이 떠오른 모양이다.

“삼색 고양이! 바둑이! 펜션! 그, 그그, ‘Wise’랑 ‘더운 오후’!”

“딩동댕!”

순간 무슨 퀴즈 프로그램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거기에 맞춰 김 PD님의 ‘딩동댕’까지.

평소였다면 예의가 아니라며 이은지를 틀어막았을 텐데, 김 PD님은 이은지를 잘 아는 분이라 내버려 뒀다.

“자, 자! 인사는 이 정도만 하고! 돕기로 하고 온 이상 나도 일은 해야 하니까.”

“네!”

“예정대로 화보 촬영부터 가죠.”

“네!”

김 PD님 한마디, 한마디에 이은지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김 PD님의 표정도 이어진 대답에 따라서 밝아졌다.

“…….”

드디어 시간이 됐나.

촬영에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슬기 씨가 기다렸다는 듯 정장 재킷을 들고 달려왔다.

최근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민망하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금세 입고 있던 흰 티를 벗어 버리고 슬기 씨가 들고 있던 재킷을 걸쳤다.

이후, 카메라에 더 선명하게 잡기 위함인지 슬기 씨는 복근 위로 갈색 화장품을 이용해서 진한 그림자를 그려 냈다.

메이크업이 마무리된 후, 난 상태 체크 겸 거울을 봤다가 솔직히 좀 놀랐다.

‘이래서 메이크업이 중요하다고, 오…….’

딱히 펌핑을 하지도 않았건만 근육 하나하나가 자기주장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새삼스럽긴 한데, 이은지가 매번 메이크업이 잘됐다면서 나한테 자랑했던 게 조금은 이해가 됐다.

그 호박 같은 게 줄 그어 보니 수박 같아서 신기하긴 하겠지.

난 거울에서 눈을 떼자마자 이은지를 찾았다.

“야, 야, 이은지.”

“뭐―. 갸악.”

‘꺄악’도 아니고 ‘갸악’은 뭘까.

이은지는 양손으로 눈을 가린 채, 물건들을 더듬거리며 슬기 씨에게 다가갔다.

“언니, 나 인공 눈물 좀 주세요.”

“응? 인공 눈물?”

“네, 저 해산물 때문에 내 눈 썩었어. 엉엉.”

“하하, 진짜, X랄을 해라. X랄을…….”

놀리려고 이은지를 부른 거긴 한데, 예상했던 것보다도 액션이 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흘렀다.

촬영은 그 난장판이 된 펜트하우스의 거실에서 진행됐다.

중간에 검은 소파가 놓였다.

“좋아요. 살짝 더 피곤한 느낌! 그렇지! 소파에 팔 걸고! 그렇지! 좋아요!”

사진작가님의 신호에 맞춰 의자에 팔을 걸었다.

잠시 후에는 소파 아래에서 술병들이 널브러진 바닥에 앉아서, 갈색의 카펫에 누워서 찍기도 하는 등.

슬슬 힘들다 싶던 그때까지 적어도 수백 장은 찍은 것 같았다.

“꽃다발 같은 거 혹시 있어요?”

“네! 있습니다!”

사진작가의 요청에 한 스태프가 달려와서 꽃다발을 건넸다.

미리 준비되어 있던 꽃다발은 아닌 듯 조금 흐트러진 모양새였다.

“저기가 좋겠네요! 은호 씨!”

“네.”

“이번엔 이거 들고 저기 편하신 대로! 서 보시죠!”

“네.”

사진작가의 요청을 순순히 따르며, 은호는 흐트러진 꽃다발을 들었다.

사진작가가 가리킨 곳은 펜트하우스의 2층 계단 옆, 아무것도 없는 하얀 벽이었다.

“반사판!”

사진작가가 외치자, 기다렸다는 듯 상체보다 큰 반사판을 든 스태프가 달려왔다.

별생각 없이 벽에 등을 기대며 대충 앉은 그 순간.

‘아. ‘서’라고 했었는데.’

뒤늦게 ‘서 보시죠’라던 작가님 요청이 떠올라, 아차 하며 일어났다.

정확히는 일어나려고 했다.

“앉아 있어!!!……요.”

“아, 네. 죄, 죄송합니다.”

“괜찮아! 너무 좋아요! 그거야! 그래! 이런 걸 원했다고!”

갑자기 버럭 소리친 사진작가의 목청에 화들짝 놀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늘 아침.

강미주 원장님은 ‘은지 씨, 은호 씨가 왔구나!’라며 반겨 주시더니, 지금의 사진작가님과 똑같은 눈빛으로 메이크업과 헤어 세팅에 온 힘을 다하셨었다.

왠지 광기가 어린 것 같은 사진작가님의 ‘촤촤촤촥’ 셔터 소리에 셀라스 숍의 강미주 원장님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기분 탓이겠지.

조금 무섭기까지 했던 내 촬영이 끝나고, 이은지도 같은 자리에서 촬영을 이어 갔다.

촬영이 끝난 이은지는 살짝 움츠러든 상태로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왜.”

“아니, 작가님이 조금 무서워서…….”

“아아.”

“뭐랄까, 그런 거 있잖아. 눈빛이라고 해야 하나…….”

“셀라스 숍.”

“어어. 맞아. 미주 원장선생님이랑 비슷했어.”

그 ‘광기’를 나만 느낀 건 아닌 모양이다.

“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분이신가 봐…….”

“그러게…….”

김 PD님 특유의 냉정한 눈빛이 이렇게까지 반갑기는 처음이었다.

화보 촬영이 끝난 뒤에는 김 PD님의 휘하에 곧장 뮤직비디오 촬영으로 이어졌다.

“은지랑 은호 씨가 여기 소파에 앉아서 시작하는데, 거들먹거리듯이 걸으면서 나오는 거예요.”

“네.”

“이후에는 여기 테이블에 쏟아진 감자 칩들 손으로 쓸고 이어서 저기 갈색 병 살짝 툭, 방해돼서 옆으로 치워 내는 느낌으로, 알겠죠?”

“네.”

“한번 가 볼게요.”

* * *

[이번에 나온다는 신곡 있잖아.

이번에도 톡신이랑 같이 한 걸까?

같이 하는 건 좋은데…

타카랑 엮인 동안에는 안 했으면 좋겠다 ㅠㅠ

이번에 기다리는 거 힘들었다구우 ㅠㅠㅠㅠ]

└ ㅇㅈ 초커… 무대… 보고 싶었는데ㅠㅠㅠㅠㅠ

└ 그날 리액션 방송이 일정 다 날아갔는데 우리 위해서 해 준 거였냐구ㅠㅠㅠㅠ

└ 그래도 금방 신곡 내 줘서 너무 고맙구 ㅠㅠㅠ

└ 얼른 보고 싶구 ㅠㅠㅠ

└ 그렇구ㅠㅠㅠㅠ

[저기 이퍼님들 저 질문 하나 있는데요.

이번에 나온다는 신곡 있잖아요.

그것도 지지가 작사 랑이가 작곡한 거예요?]

└ 반대

└ 뭘 반대…?

└ 지지가 작곡이고 랑이가 작사라고ㅋㄱㅋㅋ

└ 아 쏘리ㅋㅋㅋㅋ 죄송요

└ 헐… 근데 이번 곡도 작사 작곡 이응이들이면 ㅁㅊ…

└ 왜 ㅁㅊ이야?

└ 잠은 자면서 만드는 건가 싶어서 ㅠ

└ 진짜…

[개인적으로 이번 곡에서 애들 과거 썰

눈곱만큼이라도 좋으니까 흘려 줬으면 좋겠다.

조용파 이퍼들도 과거 타령하는 애들 욕하면서 궁금하긴 마찬가지잖아.]

└ 아닌데?

└ ㅇㅇ 아님 말고 ^^

└ 근데 이번에 풀어 주면 좀 감동이긴 할 듯…

└ 마자…. 한동안 과거 알려 달라는 이퍼 vs 조용하라는 이퍼 vs 둘 다 싸우지 말라는 이퍼 나뉘어서 ♥나 난장판이었잖아

└ ㄹㅇ 개판.

└ 근데 난 한편으로 그거 보고 내는 거면 씁쓸할 거 같애 ㅠ

└ 왜?

└ 이팬 한동안 ♥난리 난 거 이응이들 직접 다 본 거잖아 ㅠ

└ 아….

「난 이응이들이 상처 안 받I」

이어서 댓글을 쓰려던 주연은 급하게 백스페이스를 누르며 내용을 지웠다.

2015년 5월의 셋째 주.

E-UNG의 신곡 뮤직비디오가 나오기 약 10분 전.

주연은 <듀오>, <더운 오후>, , , 로만 이뤄진 리스트를 돌리며, 동시에 오늘 나올 신곡 뮤직비디오에 대한 설렘을 E-FAN에 공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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